가여운 것들
앨러스데어 그레이 지음, 이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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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읽을 접점이 없는 책이었는데, 영화리뷰를 보다가 관심이 생겼다.
프랑켄슈타인의 여성 버전인가? 하는 궁금증에 읽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메리 셰리의 영향을 엄청나게 흡수한 이야기이고, 학습하고 발전하는 인류애를 지닌 프랑켄슈타인 시점의 이야기다.

인간의 유해를 사용하여 25세의 여성을 재생? 한다는 설정부터, 죽음 이전의 삶과 이어지는 이야기 등등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벨라는 자신의 창조주를 갓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실상 그 갓은 벨라가 하는 어떤 행동에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 완벽한 관찰자와 지지자의 입장을 보여주어, 벨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과, 벨라가 던지는 어려운 질문들, 삶에 대한 질문들에 진지하게 대면하는 점이 함부로 시신을 되살린 죄?를 어느 정도 감면해주는 느낌.

세상을 만나고 삶을 직시한 벨라가 기생하는 삶이 아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은 인류가 지향할 지점을 말해주며, 결국 벨라가 가난한 여성들을 위한 의사의 삶을 살아가는 점이 인상깊다.

이야기 속 완벽한 셔터맨 역할의 맥캔들리스 박사도 재밌는 캐릭터... 역시 남성 캐릭터는 유하고 순종적이어야 호감인가 생각해 본다. ㅋ


- 잠을 자는 벨라를 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될 걸세. 잠든 벨라의 얼굴은 시체안치소 판자 위에 누워 있던 열정적이고 지혜롭고 비탄에 잠긴 여인의 얼굴이야. 나는 그녀가 버린 삶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다네. 그녀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을 선택할 만큼 그 삶을 증오했다는 것 외엔! - 74

- 나는 어떤 똑똑한 남자와 이에 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가 그러는데 그 소중한 것은 많은 이름으로 불린대요.
가난한 사람은 그것을 돈이라고 부르고, 성직자는 영혼이라고 불러요.
독일인은 그것을 의지라고 부르고, 시인은 사랑이라고 부르죠. 그는 그것을 자유라고 불렀어요. - 199

- 그들은 무력하고 병들고 작은 사람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요. 종교와 정치를 이용하여 아주 수월하게 그 모든 고통에 대한 우월함을 유지해요. 그들은 종교와 정치를 불과 칼을 이용해 고통을 퍼뜨린 구실로 삼죠.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 276


2024. apr.

#가여운것들 #앨러스데어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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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5 - 2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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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이들이 도처에 있으나, 구심점이 없달까, 규합을 위한 에너지 자체가 너무 약하달까.
망국의 비애 그 자체겠지만...

길상의 내면의 갈등이 깊어지고 고뇌하지만 딱히 타개할 방법이 없는 현실은 결국 여전히 존재하는 신분제의 그림자 때문인데 지켜보자면 그것도 몹시 우울하다.

공노인과 길상의 도움으로 용정에서 성공해 자리를 잡은 서희지만, 기본적으로 막대한 부가 축적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고...

암울한 시대의 메마른 정서가 그득하다.

- 국제정세는 그렇다 치고 좁은 간도 땅 안에서 조선인들은 어떠한가? 몇 가닥으로 분열하여 일본 관헌의 입김이 닿는 곳엔 친일파 밀정으로 전신하는 무리들이 속출하는 판국에 상현은 과연 조선이 독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늘 비관적이었다. 아니 절망적 기분이었다. - 52

- 김 훈장은 이르기를 의병은 이 나라의 얼이요 꽃이라, 그러나 얼이요 꽃인 그네들 대부분은 황량한 산천의 객귀가 되었고 장정들을 이끌고 분투한 윤보도 골짜기에 피를 뿌리며 숨졌다 하지 않던가.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 김 훈장과 영팔이와 용이, 그리고 길상이 이역 수천 리 남의 땅에서 지금 구차스런 명을 잇고 있는 것이다. - 355

2024. may.

#토지 #2부1권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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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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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것이 쓸모 있다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에는 동의.
그러나 읽을 책이 너무나 많고, 재독을 하려고 모셔놓은 책들은 그저 먼지만 쌓여가는 게 현실이지 않은지.

재독이 여러 면에서 심리 상담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도 동의한다. 과거의 좋았던 책들, 심지어는 인생의 책이라고까지 여겼던 책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했을 때 실망감과 헛헛함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왕왕 했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좋았던 책은 그냥 좋았던 책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름답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다시 읽어 경멸스러운 감정까지 느껴지는 후진 성인지 감수성을 마주할 때 그런 생각이 유독 든다.

그러나 읽었던 작품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삶의 정수를 느낄 수도 있다.
경험의 깊이가 달라서, 미처 알지 못했어서, 읽는 시점의 내면이 달라져서.... 어떤 경우든지 과거의 좋았던 책이 더 좋아지는 경험도 충분히 있었다.

작가도 그런 지점들을 이야기하고, 그 책들 안의 좋은 점을 보존하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글들이다.

역자 후기에서 말하는 '80대의 읽기가 20대의 읽기를 무화하지 않는다는 사실' 점이 와닿았다.

언급된 많은 작가들 중 엘리자베스 보엔, 엘리자베스 스텐턴이 궁금해졌다. 영미문학은 번역을 거쳐야 제대로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늘 생각한다.

- 문학작품에는 일관성을 갈구하는 열망과 어설프고 미숙한 것들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비상한 시도가 각인되어 있어, 우리는 거기서 평화와 흥분, 안온과 위로를 얻는다. 무엇보다 독서는 머릿속 가득한 혼돈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며 순수하고 온전한 안식을 허한다. 이따금,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 10

- 내 독서의 목적은 한결같이, 오로지 단 하나였다.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얽혀드는 주인공의 행보를 통해 (짜릿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대문자 L로 쓰인 Life, 그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책을 읽었다. - 13

- 손가락 말단까지 철저히 정치적 동물이었던 스탠턴은 이 사유를 여성을 위한 정치적 평등의 필요성과 연결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에게 행동 반경을 확장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로 그가 아는 한 가장 강력한 것은 모든 삶은 궁극적으로 고독하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그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여자들에게 시민의 권리를 허락지 않은 결과에 직접 호소한다.
인생의 사나운 풍파에서 여자들을 보호한다는 얘기는 순전히 조롱일 따름입니다. 삶의 폭풍은 남자들에게 불어치듯 여자들에게도 나침반의 전 방위에서 불어 칠 뿐만 아니라 더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합니다. 남자들은 자기를 보호하며 저항하고 승리하는 훈련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간 경험에 있어선 사실이 그러합니다.(...) 부자와 빈자, 지식인과 무지렁이, 현자와 바보, 선한 자와 악한 자, 여자와 남자를 막론하고, 언제나 똑같습니다. 그 모든 영혼은 각자 혼자서 다만 자기 자신만을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 길고 따분한 행진을 각자 혼자서 해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항상 짊어지고 살아온 고독입니다. 그것은 차디찬 얼음산보다 더 접근하기 어렵고, 한밤의 바다보다 더 심오하지요. 그것이 바로 자아의 고독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 일컫는 내면의 존재는 그 어떤 인간이나 천사의 눈길, 손길로도 꿰뚫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개인의 삶입니다. 나는 묻습니다. 누가 감히, 그 누가 감히 다른 인간 영혼의 권리와 의무와 책임을 대신 떠맡을 수 있단 말입니까?
유대계 미국인의 그 어떤 글도 <자아의 고독> 만큼 정곡을 꿰찌르는 자아 감각을 내게 돌려주지 못했다. 자연과 역사라는 이중의 덫에 갇힌 내 자아의 감각 말이다. 내게 그 연설문은 시처럼 읽혔다. 그만큼 존재의 본질 자체로 느껴졌다. - 145

2024.may.

#끝나지않은일 #비비언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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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4-05-31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재독을 좋아하는데 인생책이었던 책이 더이상 인생책이 아니게 되면 진짜 헛헛할 것 같아요. 얼마전 이동진님 책을 읽었는데 이동진님은 다른 이유로 재독을 안하시더라고요. 일단 지식에 대한 열망이 강하셔서 다독을 하시고 세상에 읽을 책이 넘나 많잖아요.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고요. 한 사람이 일생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은 유한하니까 재독은 안하신다고. 저는 그래도 재독이 좋아요. 심리적 안정감 ㅎㅎㅎㅎ

2024-06-01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안전가옥 쇼-트 24
백승화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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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로부터 세자를 지키는 용맹함을 선보이며 숙종의 총애를 받게 되는 금손이.

임금 덕질에 일가견이 있는 부친을 둔 서얼 변상벽.

악명 높은 애묘인인 까치부부 할머니 할아버지 자객.

임금의 고양이 도난 사건으로 일어나는 액션(냥냥) 활극이랄까.
임금의 고양이가 나라의 쥐를 잡는 이야기.

역사와 허구가 살살 버무려져 있고, 고양이를 대하는 집사의 애틋한 마음이 조선시대풍으로 드러나 있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 무엇보다 변상벽이 변빈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적서 차별이 행해질 때마다 변빈이 미안하다며 하는 말 때문이었다.
"나만 양반이라 미안해."
차라리 욕이 나았다. - 39

- 세자의 문제는 금손의 근처에만 가면 기침, 콧물, 홍반 등 알 수 없는 증상이 계속되어 만져 보기는 커녕 가까이 갈 수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세자는 커 가는 금손을 멀리서 바라보며 때때로 궁인들에게 금손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늘 금손은 어떠한가?"
"여전히 귀엽습니다요." - 170


2024. may.

#성은이냥극하옵니다 #백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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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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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우연히 일부를 보고 관심이 생겨 읽어보았다.

진지한 카툰 에세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철학적인 면모가 있다.

서재, 책, 서가, 고양이... 이런 것들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책장을 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카툰이 너무 와닿았다. ㅋㅋ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에 포함된 고양이도 너무....ㅋ

여름방학 숙제로 읽는 고전
- 호밀밭의 파수꾼, 파리대왕, 고양이 요람, 소리와 분노, 길 위에서, 화씨451, 위대한 유산,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노인과 바다, 죄와 벌, 시간의 주름... 중 겨우 5권만 읽었네? 이거 올해 다 읽어볼까 하는 마음도 생겼다.

2024. may.

#책좀빌려줄래 #그랜트스나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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