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없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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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은 지 15년이나 된 책의 리뷰를 쓰려니 아무래도 환기를 위해 다시 읽어야하긴 했는데.

어지간한 명작(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이 아니고서야 두번 세번 읽는 일은 고역이 되기도 한다.

고역까지랄순 없지만 그래도 뭔가 중간에 끼워넣을 징검다리가 필요한 상황에 샐린저 평전을 우선 읽어본다.

평전을 읽지 않았다면, 홀든 콜필드의 불안한 자아와 질풍노도의 객기가 단지 그것 자체로만 남았을 지도 모르겠다.

다시 접하는 홀든 콜필드는 순수함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감수성 충만한 아이였다.

샐린저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면서 자각하는 가족의 힘,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대의 변화, 의구심 없이 살아온 단순한 아름다움의 세계의 상실에 대한 공포가 홀든 콜필드라는 소년에게 이입되어 그대로 재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홀든은 세상을 경멸하고, 타협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소외된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그러는 한편 또 매 순간 지독하게 외로워하는 모순적인 인물이다.
오로지 순수함에만 냉소를 보내지 않는 결벽증을 가진 우울한 청년.

회전목마를 타는 피비를 바라보던 홀든이 집으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살아가야 할 현실 세계에 대한 통찰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순수와 열정, 환상만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그럼에도 이 이후의 홀든 콜필드의 삶이 그가 원했던 바 대로 호밀밭의 파수꾼, 혹은 그 비슷한 롤을 가진 어른이기를 바라게 된다.

20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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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창비시선 394
송경동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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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깨트려지고도 사그러들지 않는 희망의 시선.

그래서 사람일까?

참지말고 퍼부어야 할 말들이 한권 빼곡하다.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몇번이나 세월에게 속아모니
요령이 생긴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여린 초록
바늘귀만 한 출구도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 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두번 다시는 속지 말자
그만 생을 꺽어 버리고 싶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보라는
여름의 시간 기회의 시간
사랑은 한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단 하루가 남았더라도
우린 다시 진실해질 수 있다

2016. May.

아무래도 우리에겐
다른 사랑 노래들이 있을거라고
아직도 나는 거리를 헤맨다 - 그 노래들이 잊히지 않는다 중

"진술하지 않겠습니다"
나의 청춘을
나의 거리를
나의 고뇌를
결코 말하지 않겠습니다 -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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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엔 절대 책을 더 사지 않겠다고 해놓고....

주문했네요. 나란 인간. 갱생불가. ㅡㅜ

나가 놀기로 한 날이라 이젠 나가봐야하는데.

그냥 책이나 읽으며 집에 있고싶은 마음도 들고.

변덕 또한 치유불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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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2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가면 읽고 싶은 신간도서가 엄청 많습니다. ^^;;

hellas 2016-05-30 11:03   좋아요 0 | URL
도서관이 애매하게 멀어서 잘안가게 되네요. ;ㅅ;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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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빛은 언제 사그라든 것일까?

예상치 못한 불행의 구멍에 빠진 남자.

불행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연민한다.

그를 제외한 세상 모두가 그를 내팽개친 것만 같고, 실제로 그러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갈수록 난 이 `오기`라는 남자를 점점 믿을수 없게 된다.

그는 자신 외에 누구에게라도 손을 내밀어 잡아주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자신만을 변호하는 일관성.

그의 부모, 장인, 장모, 동료, 제자,

그리고 적어도 한 웅큼의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다가가려고 했어야 할 한 사람 그의 아내.

업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오기의 불행은 분명 업일것이다.

비가시적이고, 물리적이지 않은 폭력에 대한 업 말이다.



초반부터 어? 이거 읽었던 단편아닌가? 했는데

<식물애호>라는 단편으로 시작된 이야기다.

결코 편치 않고 뒤숭숭한 기분이다.



그 밤의 빛은 지금 오기가 누워있는 병실만큼이나 밝고 환했다. 불빛 때문에 잠을 뒤척이더라도 침실의 형광등 역시 밤새 끄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새벽에 오기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전등이 모두 꺼져있었다.
도대체 그 빛은 언제 사그라든 것일까? - 28


2016.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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