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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하의 날들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6년 1월
평점 :
무력감이 떠나지 않는다, 로 시작해
구원은 있을까?, 로 마무리되는 서문.
시작부터 뭔가 우울의 기운이 느껴진다.
초반의 흡인력은 후반까지 유지되지는 못했지만 무척 즐거운 독서였다
우엘벡과 제발트에 관한 글이,
어쩌면 김사과라는 작가를 잘 투영하는 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엘벡은 공공의 적이라는 딱지가 어울리는 막돼먹은 망나니라기보다는 제대로 된 방식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방법을 몰라서 번번이 망하고 마는 괴팍하고 예민한 남자`
우엘벡의 글을 읽고 느껴졌던 불쾌감과 선뜩함이 김사과의 이 코멘트와 닿아 있다.(물론 우엘벡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평가가 갱신되지는 않았다)
몇몇 작품과 작가에 대한 글, 우리가 처한 사회에 대한 글, 보통 중요하다고들 말하는 기본적인 가치관에 대한 회의감을 표현하는 글 들이 실려있다.
다 읽고 나니, 작가는 왠지 뿌리를 내리는 사람이기 보다는 기꺼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날려지길 원하는 사람인 듯 하다.
그렇게 어디든 머무는 지점에서 그 순간을, 어쩔수 없군...같은 느낌으로 영차영차 살아갈 것 같은 사람.
좋아하는 작가지만, 바짝 날이 선 사람을 대할때 느껴지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는데
이 산문집을 통해 조금은 가까워진 듯도 싶다.
2016. Mar.
가장 밝은 빛은 어둠속에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 p. 75
우리에게 가족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외도 같은 극단적인 처방을 통해서라도 망가진 가족을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은, 그 바깥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피가 부르는 고통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가족이 아닌 다른 식의 관계와 세계에 대한 상상이 필요하다. - p.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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