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의 모든 것 - 2017년 제62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금희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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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 소설집은 블로거의 맛집일까?

일정 정도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있고, 검증받은 작가들이 있고.

그러나 결국 최종적인 선택은 언제나 ‘나‘

김금희의 체스의 모든 것과 권여선의 재, 김애란의 건너편, 이장욱의 낙천성 연습, 정이현의 서랍 속의 집이 좋았던 것을 생각하면.

나는 꽤나 꾸준하고 성실하고 충성심 높은 독자인듯.

다만 씁쓸한 것은 더 이상 윤대녕의 독자는 되지 못할 듯 싶다.

어려서 열혈한 독자임을 자청했던 일이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뭔가 턱턱 걸리게 된다.

아마도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이지 않나 싶다.

씁쓸... 그 자체.

어쩔 도리 없지. 사람은 꾸준히 조금씩은 변하니까.

선배는 좋다 나쁘다 괜찮다 싫다를 넘어, 그냥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할 것 같은 사람이었고 누군가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10대 시절의 감각과는 다른 것이었다. - 15, 체스의 모든 것, 김금희

-402호 언니는 그러고도 잘 살까.
-언니라고 부르지마, 그년은 미친년이야.
-그러고 보면 걔도 그때 중2였으니까 자기를 통제할 수 없었는지도 몰라. 어린애였잖아.
-지랄하네. 중2병이 황금 면죄부냐? 자꾸 봐주니까 그것들이 죄를 지어놓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거야. 나쁜 년은 그냥 나쁜 년이야. - 133, 때로는 아무것도, 안보윤

보통 사람이라면 애도를 통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괴로움조차 언젠가는 담담한 슬픔이 되는 것이며, 회한과 그리움을 마음에 묻은 채 남은 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애잔한 기억을 남긴 채 마침내 모래로 돌아가는...... 그런 것이 무릇 인생 아닌가. - 178, 낙천성 연습, 이장욱

뒤를 돌아 어제를 바라보는 습관 같은 것은 고치고 싶다.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이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마주쳤다가 문득 사라진 얼굴이 궁금해 뒤돌아보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일별한 그들은 불행해지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고 곤란에 빠져 있지도 않다. 그들은 우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 따뜻하게 있거나 다정한 사람과 무언가를 먹고 있다. 아니면 거리를 걸으면서 바람을 느끼거나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안녕을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안녕, 굳이 마지막을 떠올릴 필요가 없는 안전하고 무사한 안녕. 그렇게 안녕, 하고 사라지는 뒷모습에 다른 말을 붙일 필요가 없는 완전한 안녕. - 수상소감 중. 김금희

2016.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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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13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신거예요? 우와~ 저도 보고싶네요!^^

hellas 2016-12-13 02:43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작가가 많아서 얼른 읽었지요:):):)

[그장소] 2016-12-13 03:16   좋아요 1 | URL
전 , hellas님 글보고 알았다는, ㅎㅎ 느리죠? 지금 황순원 2017 보느라..이거 끝내야 저 책을 읽겠네요. 정보 와 좋은 리뷰 감사해요!^^

hellas 2016-12-13 03:11   좋아요 1 | URL
황순원 저도 대기중이예요. 앤드루 포터 읽고 그거 읽어야겠네요. 이러다 밀리고 막 그럼 ㅋㅋㅋ:):)

[그장소] 2016-12-13 03:16   좋아요 1 | URL
전 지금 몇권을 동시다발로 보는지 몰라요.ㅎㅎ 밀렸어 밀렸어..ㅎㅎㅎ 리뷰도 밀리고, 책도 ^^ㅋㅋㅋ

hellas 2016-12-13 03:18   좋아요 1 | URL
저도 막 여러권 이거저거 보다가 말다가 한권 쭉보다가 이랬다 저랬다 해요:):)

[그장소] 2016-12-13 03:21   좋아요 1 | URL
저두요~ 저두요~ 이게 좀 길게 되니까..집중이 잘 안되고 있네요. 책이 너무 쌓여 마음만 조급해지고.. 예전엔 이런걸 못느꼈는데 ..블로그를 일처럼 하나봐요. 즐기던 때가 그리워요.ㅎㅎㅎ ( 에궁 능력부족에..과부하!)
 
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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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서늘하고 아득한 기분이 남는 황정은.

대부분 이미 읽은 단편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된다.

아무도 아닌 누군가, 혹은 나, 너.

뭐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좀 우울해져 버린 새벽이다.

2016.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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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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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박사인 저자는 매사 행위 주체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 습관인 것 같다.

주로 대상은 사람이었겠지만, 이번엔 우연히 관계맺는 고양이다.

초반에 고집스러울 만큼 ‘난 동물을 키우지 않겠어‘라는 다짐은 시트콤처럼 무너지고,

어느 새 집안에 사료를 쌓아두고, 냉장고에는 고양이 영양식이 들어차며,

집 밖 창고 생활을 하던 ‘나비‘(이름도 있다)는 중성화수술과 동시에 목뒤에 마이크로 칩까지 이식된다.

국가가 공인한 고양이 집사가 되었건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집사임을 부정하던 박사는

고작 3일간의 나비의 외출에 온갖 불길한 상상과 좌절을 토로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나비를 잃은 상실감에 대해 구구절절 읍소하는 지경이 된다.

아... 이것은 ‘너곧내‘아닌가...;ㅂ;

가련한 집사의 운명...ㅋㅋㅋㅋ

이래저래 재밌는 이야기다.

고양이를 외출냥으로 키울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스웨덴은 부러운 나라다.

사람, 환경, 고양이 모두를 염두에 둔 사회적 개입이 일단 이 나라보다는 선진적이니까.

물론 그 외의 모든 점도 부럽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나는 많은 늙은이와 마찬가지로 아주 여리고 민감하다. 고양이는 이와 달리 의지가 강철 같고 어찌 보면 목적의식이 확고하면서도 오히려 유연하다. 대결은 전혀 없었지만 결국 고양이는 바라던 것을 언제나 얻게 마련이었다.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0

물론 고양이랑 지내다 보니 걱정도 조금 생겼는데, 고양이가 우리에게 오지 못하게 하려는 데서 오는 걱정이 아니라, 녀석 덕분에 기쁨이 생긴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데서 생기는 걱정이었다. - 23

저녁이 되자 나는 피곤하다. 아주 피곤하다. 하지만 미취되고 배가 열린 것은 내가 아니다. 워낙 대단했던 하루라서 난 약간 혼란스러운 정도였다. 고양이 소유주로 등록되어 사실 꽤나 즐겁다. 하지만 난 고양이를 갖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없다. 그저 내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려던 것뿐이었다. - 46

고양이는 왜 골골댈까? 어떻게 하는 걸까? 고양잇과 동물은 모두 그르렁거릴까? 호랑이가 그르렁댄다면 그 소리는 마치 콘크리트 벽을 억지로 밀고 들어가는 전기 드릴 같겠지. 이런 게 궁금해진 것은 처음이라 자연사에 해박한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그 친구가 내 질문을 누구에게 전하는가 싶더니 결국 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동물학 교수와 함께 나가게 되었고, 그곳에선 내 질문들에 상냥하게 대답해주려 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 교수가 건네준 과학 논문에서는 독일 연구자가 다른 연구자들의 참고문헌도 주렁주렁 꼼꼼하게 달면서 고양잇과 및 여타 동물들의 그르렁 소리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 49

나도 나비에게 골골송을 불러주어서 나비가 내게 보여주는 편안한 친밀감에 똑같이 응답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잠시 슬쩍 그르렁대 보는 나의 성대에는 그 유용한 주름이 없기에 주로 코 고는 소리만 날 뿐이다. 즐거울 때 내는 소리를 흉내 내려는 내 어색한 노력을 나비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마음이 통하지는 않는다. - 57

나비는 천천히 우리를 믿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또 그만큼 나비를 믿지 않는다. 어느 화창한 날에 나비는 다시 사라질지 모르고 그러면 우리는 상실감과 고양이 특식으로 가득 찬 냉장고만 끌어안은 채 남겨질 것이다. 그저 이 순간만은 나비가 돌아와서 마냥 기쁠 뿐이다. - 73

깡통 하나는 5크로나(한화 약 680원) 밖에 안 되니 난리법석 피울 일도 아니다. 문제는 내 도덕적 기준이 무너진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인데 좀 더 기강을 세웠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말썽꾸러기 고양이는 그냥 흡족한가 보다. 걔는 도덕적 원칙 따위는 개나 줘 버린다. - 179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아마 깨달았겠듯이 내 고양이는 아무 거리낌도 없는 향락주의자라서 가장 좋은 것만 받아 먹는 데 한 점의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 쾌락 완전체다. 내가 보기에는 매력적인 성격이다. ...... 나는 그런 삶의 태도를 존중한다. 나비는 이왕이면 나은 것을 망설임 없이 고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딱히 더 나은게 없다면 꽤 비참한 상황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부지런함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하겠지만 이런저런 시련을 어떻게 견디는지는 녀석에게 배울 수 있겠다 싶다. 그게 바로 내가 갖출 덕목이다. - 180

2016.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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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 세계적 북 디렉터의 책과 서가 이야기
하바 요시타카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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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이라고 기세좋은 제목이지만

불과 책장 한장만 넘기면 소심하게 ‘읽어보는 것도 좋다‘ 라고 써있다.

북디렉터의 책 이야기라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일단 일본에만 출판되어 있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책의 장르도 딱히 추구하는 장르가 아니다.

재미있을리가 없다.

이 책은 안 읽었어도 좋았을 뻔 했는데, 읽고 말았다.

좀 아쉬운 결말이다.


책을 읽고 무언가를 ‘아는 것‘이 ‘사는 것‘과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 자주 한다. 적어도 그런 식으로 책을 읽으려고 노력은 한다. - 12

당신이 추천한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고 그 일로 인정받으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자기 중심적으로 책을 고르게 된다. 그리고 운이 나쁘면 책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신이 그 책을 사랑하듯이 눈앞의 누군가도 무언가 - 많은 경우 책과는 다른 것 -를 사랑할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려 자신이 추천하고 싶은 책과 눈앞의 누군가에게 권해야 할 책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것. 나는 그런 위치를 찾으면서 매일 일하고 있다. -28

2016.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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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라는 뼈 문학과지성 시인선 369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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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시를 읽다.

이전에 읽은 김소연의 시와 감정은 유사하나 결이 다르달까.

마음을 다독이고 크게 숨 한번 들이마시고 내쉬듯... 읽었다.

너를 이루는 말들이라는 시가 와서 닿았다.

우리라는 자명한 실패를 당신은 사랑이라 호명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서서 모독이라 다시 불렀다 세상 모든 몹쓸 것들이 쓸모를 다해 다감함을 부른다 당신의 다정함은 귓바퀴를 돌다 몸 안으로 흘러들고 나는 파먹히기를 바란다고 일기에 쓴다 파먹히는 통증 따윈 없을 거라 적는다 일기장을 펼칠 때마다 일생 동안 지었던 죄들이 책상 위에




쏟아져 내렸다
- 투명해지는 육체 중.


2016.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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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07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실패라고 규정할 때 반대로 그것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후자의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에 한 번 실패를 영원한 실패로 단정짓는 분위기가 너무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