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몇 년 전에 알라딘 신간평가단 활동했던 것을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난다) 신간평가단에 응모한 적이 없었다. 그 당시에 나는, 마지막 도서까지 리뷰 완료하지 못 했다. 마음 같아서는 늦게라도 해야지 했는데, 어디까지나 그냥 마음에 머물던 일로 끝났다. 이른바, 먹튀. 아, 나는 6개월의 이 긴 레이스에 맞지 않는구나 하는 결론만 얻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신청한 도서가 거의 선정이 안 되고 있기에 애정을 담고 처음 시작했던 마음이 사라졌던 거다. 활동자도 많고, 신청도서도 많으니까, 내가 신청한 도서 한 권쯤 선정이 안 될 수도 있는 건데, 매번 선정에서 미끄러지는 걸 투덜투덜하면서 마무리마저 그렇게 하고야 말았다. 그 후로 알라딘 신간평가단은 아예 응모하지 않았다. 나란 인간이 어떻게 이어갈지 알 것 같아서...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성실한 서평단이 될 거임~!’이란 각오로 도전했다. 나는 예전에 활동했던 분야를 바꿔 에세이로 신청했다. 소설 부분 말고, 관심 1순위가 아닌 2순위 분야로 응모했다. 혹시 선정된다면, 간절히 읽어보려고 했던 책이 아니라 ‘이런 책도 괜찮다’는, 좀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보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신간평가단 15기 에세이 분야로 선정되었고,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6개월 동안 총 12권의 책을, 마감 한 번 어기지 않고,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게, 바로 기적. 처음 신간평가단 신청하면서 다짐했던 마음을 잘 이뤄낸 거다. 선정되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다짐은, 최소한 ‘먹튀’는 하지 말자는 거였다. 혹시 나랑 맞지 않는 책일 수도 있지만, 내 관심 밖의 책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읽어서 편식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그 편식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요한 것은 성실하게 임하는 것. 어떻게 이어갈까, 잘 할 수 있을까 했던 걱정은 이렇게 활동을 마무리 한 것으로 끝났다. 여전히 내가 신청한 도서는 잘 선정되지 않았지만 좋은 책도 많이 만났다. 그래서 다행이다. ^^

 

 

 

- 15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책이 좀 많습니다

윤성근의 책이 많이 출간된 건 알고 있었지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실제로 읽어본 적도 없다. 도서관 서가에 쭉 꽂혀있는 걸 보고 그 자리에서 휘리릭 넘겨본 적은 있어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이 책으로 그의 글을 만나게 된 거다. 책 좋아하고 책 아끼는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웃음도 났다. 규모나 마음의 정도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나와도 많이 달랐지만, 그 바탕에 깔린 독자들, 애서가들, 장서가들의 마음은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이렇게 아끼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근처에도 못 가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아직은 책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 15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 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떠나는 이유 /

밥장의 책 역시 내가 완독한 적이 없다. 그림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저자가 여행의 의미를 들려주고 있어서 의외이기도 하고, 그래서 좋기도 했다. 사진과 글, 그림으로 만나는 그의 여행기가 선선한 바람처럼 불어왔다. 그가 그동안 쓴 책보다 나에게는 이 책이 더 맞는 것 같다.

 

 

 

 

태도에 관하여 /

내가 신청한 도서 중에서 처음으로 선정되었기에 마음에 더 담는다. ^^ 임경선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에세이는 처음 만났다. 저자의 상담 같은 이야기가 듣기 편해서 좋았다.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시간 날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었다. 저자의 글을 좋아해도 저자에 관심은 거의 없었는데, 이런 말을 하는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자못 궁금해졌다.

 

 

 

조지프 앤턴 /

아, 이 책. ^^ 받자마자 상당한 두께가 압박했는데, 막상 펼치고 보니 참 재밌었다. 자서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그래서 만나지도 않는데, 이 책으로 자서전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 이런 이야기로 자서전을 풀어갈 수도 있구나 싶어서 호감이 생겼다. 시간도 없었고 마음이 급해서 활자를 읽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다시 한 번 펼칠 기회가 오길 바라고 있다.

 

 

 

나의 사적인 도시 /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뉴욕이란 도시를 이렇게 보고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저자의 뉴욕생활기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번역가로만 알고 있던 저자의 글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 있는 것 같다. 담담하게 들려오는 말투가 좋아서 나에게는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다 읽고 보니 ‘좋네’ 라는 여운이 생기더라.

 

 

 

 

다정한 편견 /

저자의 소설을 다시 꺼내게 만든 책이다. 그의 산문을 읽고 나니, 그의 소설을 읽다만 게 괜히 마음에 걸렸다. 재밌게 말하고 있지만 그 안에 깃든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가 유쾌했지만 쓸쓸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로 만나는 사람 냄새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6개월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한 달, 또 한 달. 도서 받고 읽고 마감하고. 그렇게 여섯 번이 지나고 나니 다 끝났다. 시원섭섭. 리뷰 마감일에 허덕일 때는 부담스럽더니, 끝났다고 하니 괜히 더 섭섭해지는 건 무슨 심보인지... ^^ 재밌게 잘 읽었고, 내 눈에 들지 않은 책까지 읽게 되어 더 알뜰살뜰한 15기 활동이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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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대표하는 리터러리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
스웨덴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그리고 한 이슬람 이주 청년의 긴박한 하루
소수자, 약자, 혹은 혐오 대상으로서 살아가는 한 인간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 낸 문제작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는 2010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타이무르 압둘와하브(Taimour Abdulwahab)라는 남성의 자살 폭탄 테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스웨덴은 이백 년 넘게 어떠한 전쟁과 분쟁도 겪지 않은 중립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민 2세대인 케미리는 이 작품을 통해 스웨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공포와 불안을 퍼뜨리는 테러, 그와 함께 확산되는 인종차별주의와 이슬람 혐오주의, 그리고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소수자, 약자, 혹은 혐오 대상으로 살아가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류 사회’의 시각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이민자-외국인-이방인의 모습과 생각을 보여 줌으로써 주류 문화와 비주류 문화 간의 소통과 교류를 시도하는 케미리는, 새로운 주제와 서사 기법으로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 문학 지형도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문제적’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2015년 6월 25일 ~ 7월 1일
- 당첨자 발표 : 7월 2일 (리뷰 작성 기간 : ~7월 14일)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해주세요.(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서평단 응모 링크(https://goo.gl/wiEUIv)를 클릭하여 설문지 작성

4. 당첨자 미션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서평이 등록되지 않는 경우 추후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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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표를 찾지 못해 꼼짝달싹 못할 때에는, 그것이 나중에 어떤 의미 있는 것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초조해지겠지요. 하지만 나중에 되돌아보면 반드시 무언가 얻은 것이 있을 겁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힘 110페이지)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나. 나중에 되돌아보면?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난 후에, 많은 것이 떠나간 후에, 사라진 후에야 알 수 있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그럼 그렇게 지나간 시간과 많은 것은 어떻게 되찾아야 하는 건지 답이 없다. 아니, 그렇게 들렸다. 막연하게 하는 말은 내 입에서 맴도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인문학자까지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어 암담했다. 너무 느긋하게, 아무런 불행도 겪어보지 않은 채로, 그냥 다 잘될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좀 삐딱해졌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느낌도 잠깐이었다. 뭔가 위로와 토닥임을 건네는 듯한 그의 말에, 근거 없는 안도감까지 밀려오는 것처럼 잠시 멍해도 좋을 것만 같았다. 혹시나 차근차근 말하는 투가 지루한 설득처럼 들리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차분히 들을 수 있어서 진중하게 들리는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흔하디흔한 단어처럼 들리는 ‘마음’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 어떤 힘을 얘기하면서 세상 살아가는 모습과 접목하려 하는지 기대됐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토대로 저자의 마음 이야기는 시작한다. ‘왜?’ 왜 굳이 그 두 책으로 마음의 힘을 꺼내려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강상중의 책을 끝까지 읽은 게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펼쳐 들고 싶었던 이유가 크다. 두 책을 이미 읽은 독자라면 저자의 이 책으로 같이 얘기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을 듯하다. (아마 독서토론 하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마음』이나 『마의 산』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저자의 이야기를 소화하거나 공감하기에 무리가 되진 않는다. (책의 뒷부분에 두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마음』의 주인공 ‘나’(선생을 지칭하는 ‘나’와 선생의 유서를 받은 ‘나’)의 생각과 『마의 산』에서는 요양소에서 7년의 세월을 보내게 되는 주인공 한스의 여정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야기의 토대로 삼는다. 답 없는 고민과 방황으로 세월을 보낸 것처럼 보이는 두 주인공의 삶을 비춘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혹은 모양에 관한 언급은, 잠깐 이렇게 돌아가도 괜찮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으로 들린다. 저자 자신이 재일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받은 상처와 고민이, 성장의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러서 이런 삶의 자세를 만든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어쨌거나 지금 그의 모습은 이런 말을 해도 좋을 것처럼 안정되어 보이니, 괜한 믿음에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다. 과거의 그러한 시간이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삶의 연속성으로 해석된다. 그 의미를 담아 이야기를 계승한다는 것을 궁극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마음이란 것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건지에 대한 나름의 자기 이해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힘 20페이지)

 

사람은 생물이기 때문에 죽어 버리면 당연히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그 끝나 버린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받은 누군가가 있어서 그것을 다른 이에게 전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 주고, 그걸 떠맡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일이 계속된다면, 죽은 사람의 인생이 그냥 끝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영원이 되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계승됨으로써 그저 사라질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삶에, 다시 한 번 생명의 등불이 켜지는 것입니다. (마음의 힘 166페이지)

 

『마음』과 『마의 산』 두 작품 모두 제1차 세계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저자는 100년 전의 두 청년이 마주한 현실과 지금 우리가 보는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면서, 유예(모라토리엄)의 시간을 인정하고 보듬게 한다. 사람의 마음은 그가 걸어온 인생과 그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소설 속에서 ‘나’와 한스는 그 후에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갔는지 말하진 않는다. 그래서 저자의 생각이 덧붙여진다. 두 사람이 만나 대화하듯 풀어가는 소설 형식으로 서로의 마음을 드러낸다. 과거의 그 시간을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항로가 불가능했을 거란 것. 소설 속 청년들이 평생 붙잡아 묻고 있던 질문과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의 길이 그들의 마음에 있다는 깨달음으로 저자의 말을 전한다.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방황하던 자신의 청년 시절에 버팀목이 되어준 두 소설과 함께 이야기 전달자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야기의 계승이야말로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우리 삶의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거라고. 세대를 뛰어넘어 삶의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입버릇처럼 살기 어렵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불안은 친숙하고, 희망은 멀어진 단어이며, 대책 없는 문제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남들과 비슷하게라도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좌절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손 내밀면 누군가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관계의 어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현실이 앞을 캄캄하게 만들기 일쑤다. 그런 세상에서 남들보다 다르게, 느리게 간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걸어도 좋을 시간이라 말한다. 마음은 시대와 함께 있으며 마음 안에 자리한 시대의 질병과 고민을 치유하면서 가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때로는 삶을 리셋할 수도 있고, 지금 가진 것을 버리고 떠날 수도 있다는 것.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는 확신을 할 필요도 있음을 시사한다. 복수의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으니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그저 무의미한 달리기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 지금 그렇게 달리고 있는 것이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의미 없는 개념에 끌려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할 때다.

 

그리하여 저자는 모라토리엄을 권한다. 두 소설 속 ‘나’와 한스가 머물렀던 공간과 시간. 한스가 아무 의무감 없이 몸과 마음을 뉘였던 요양소 같은 곳을 떠올리게 한다. 그곳에서의 7년이 무의미하게 흘러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가 사람과 세상을 배울 수 있었던 최적의 시간과 장소가 아니었나 싶은... 너무 한가한 소리처럼,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때로는 충전의, 성장의 시간으로 자리할지도 모른다. 그런 시간도 필요함을, 가져도 좋음을 말한다. 남들에게 떠밀리듯 조급하게 가는 길이나 다른 이의 말에 휩쓸리는 시간들은 자칫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저자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에, 남들의 말에 휩쓸려 살아가는 인생으로 머물지 모른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정작 나를 나로 살아가게 하는 건, 나 자신의 마음이 발휘하는 힘이 아닐 텐가. 그러니 나 자신을 위한 유예가 때로는 필요한 것임을 상기하게 한다.

 

그날 이후로 우리들은 어디를 어떻게 지나 지금 어디까지 걸어온 걸까. 나는 또 버려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또 모르는 사이에 엉뚱한 곳으로 쓸려와 버린 것일까.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마음의 힘 133페이지)

 

두 소설과 이 책 속의 또 다른 소설로 인생길에서 저절로 보일 수 있는, 메마른 우리 마음의 치유를 위한 힘을 끌어낸다. 저자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그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과 이어짐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이야기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다양한 의견을 새겨 넣으면서도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을 권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이어가고, 그리고 이 이야기를 훗날의 언젠가, 누군가 읽고 계속 이어받아 가길 바란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내 안에서 머물고 우러나고 힘을 발휘하는 마음뿐이라고. 요즘 같은 세상에서 그 마음을 나누며 함께 한다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저자와 같은 목소리가 계속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눈으로 보이지 않은 마음의 작용과 용기를 다독이기에 충분한 멘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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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6-1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고 <담론>을 읽게 되었는데 모라토리엄 시간을 깊게 보내신 우리시대 최고의 스승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구단씨 2015-06-18 23:08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 <담론> 펼쳐보지 못했어요. 곧 저에게도 그 책을 접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보물선님의 말씀으로 더 만나고 싶은 책이 되었어요. ^^
감사합니다.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길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여섯 달이 지나갔다는 말...

나름 성실하게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시작했는데, 마무리까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신간평가단 에세이 마지막 추천 도서.

 

 

 

소설가 손홍규의 칼럼을 묶은 글.

사실 그의 소설이 더 읽고 싶었지만 자꾸 미루게 되고 보니

이렇게 나온 에세이를 먼저 읽어도 좋을 듯하다.

 

그의 묵직한 목소리가 이 한권에 다 담겨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생기고,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어떤 희망 같은 것도 기대해 본다.

직설적인 문장도 환영.

 

 

 

 

 

 

 

 

저자의 전작을 읽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취재 형식의 연인들의 모습을 이야기했는데,

이번 도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하고 싶은 말,

가슴이 품은 말,

삶의 변화들을 글과 사진으로 엮었다.

 

펼쳐보고 싶다.

 

 

 

 

 

시골 생활 만만하게 본 거 아녀?

 

왠지 웃음이 나게 하는 일상의 에피소드가 막 펼쳐질 것 같은 느낌.

사실 우리의 일상이 좀 이럴 것 같지 않아?

다 아는 것 같지만, 다 좋을 것 같지만,

아닌 것 투성이.

그래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튀어나와 웃음짓게 하는 것.

(그게 항상 좋지는 않지만...)

공감해보고 싶은 글이다.

 

 

 

 

 

 

유인경과 문정희가 여자의 몸을 주제로 나눈 대화라는데...

몸이라고 얘기하지만

그것보다는 여자로 사는 삶에 대해 더 관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역사 속 여자에서부터 오늘의 여자까지...

유쾌한 수다가 진지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 같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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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리를 잘한다, 고 생각했다. 여기서 ‘잘’의 의미는 눈앞에서 없애버린다는 뜻이다. 청소하는 걸 워낙 싫어해서 그런지 눈앞에 뭐 있는 꼴을 못 본다. 내가 정리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버리거나 쌓아두거나. 쌓아놓는 것도 위태로울 수 있으니(특히 책), 적당한 높이로 쌓아두다가, 한 번씩 꺼내 확인하고 버리거나 하는 정도. 청소도 너무 싫으니 최소한으로 하는데, 그것도 청소기 돌리기 귀찮아 아주 간략한 방법으로, 몸을 최소한으로 움직인다. 알라딘에서 책 구매하면 따라오는 스티커형 영수증을 떼어서 먼지 찍찍이로 쓴다. 이건 집에 넘쳐난다. 함부로 막 쓴다. 찍찍 소리 내면서 먼지나 머리카락을 다 떼어내고, 천 원에 100장짜리 물티슈를 사서 막 뽑아서 닦는다. 물론 여기서 정리를 안 하니 눈에 보이는 곳만 닦는다는 게 함정이다. 제대로 된 청소가 안 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한번 뒤집어엎기 전에는 제대로 된 청소라는 게 불가능한 나이므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괜찮아. 이 정도면 숨 쉬고 사는 데 지장 없으니까.

 

어질러 놓는 게 싫다고 말하면 혹자는 내가 엄청나게 깔끔하고 항상 주변을 깨끗하게 하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던데(주변에서 그렇게 알고 있더라), 절대 그렇지 않다. 오백 권도 안 되는 책이 몇 년 동안 정리가 안 되어 책 있는 방에는 잘 안 들어간다. 가끔 필요한 책 꺼내러, 새로 사들인 책 던져놓으러, 뭔가 꽂히면 다 팔아버리려고 들어가는 게 전부다. 그 정도면 왜 청소하거나 정리하지 않느냐고 엄마가 한소리 할 만한데, 적어도 책 있는 방에 한해서는 그리 뭐라 하지 않는다. 꾸준히 책을 사는데도 늘 책의 양은 그대로라 잔소리할 명분이 없어서인 듯하다(이건 내 생각). 분명 매일같이 택배 기사님이 책 던져주고 가시는데, 책이 새끼 치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지도 모르겠다. 이건 지난번에도 한 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한번 읽고 다시 안 읽는 책은 팔거나 지인에게 나눔 하거나 기증하거나 하니까. 그리고 이 이상으로 책을 늘리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것을 지키려고 하다 보니, 얼추 지켜지는 것 같기도 하고. 늘 게으른 습관처럼 많이 읽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요즘엔 읽고 싶어졌다고 막 책 사기도 좀 그렇고... 암튼, 책 정리에 관해서도 청소 안 하는 나의 습관이 적용되니까, 아주 조심해야 함.

 

그에 반해 나는 엄마가 정리 안 하는 걸 가끔 뭐라고 하는데, 그건 엄마가 정리 안 한 게 눈에 그대로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안 쓰는 그릇은 안 보이는 곳에 넣어두든지 버리든지 하면 되는데, 언젠가 쓸지도 모른다면서 굳이 버리지 않는다는 것. 부피가 큰 냄비 같은 경우 더 눈에 띄는데, 내 살림 아니니까 함부로 버리지도 못하겠고... 아예 주방에 안 들어가는 게 상책. 그러면 또 늙은 엄마 밥 시켜 먹는다고 또 한 소리. 아, 이걸 우째...

 

특히 엄마의 옷 얘기는 하다 보면 끝이 없는데, 매일 입을 옷이 없다면서(이건 우리 모두에게 공통된 말 아닌감? 옷을 사도 입을 옷이 없어. ㅎㅎ), 입을 거 하나 사야겠다면서, 서랍에 옷이 한 가득이다. 해가 바뀌었으니, 계절이 바뀌었으니 옷 하나 산다고 세상 무너지지 않을 터이니, 뭐가 어떻겠느냐마는, 문제는 서랍의 옷을 버리지 않는다는 거다. ‘이건 놔둬, 입을 거야.’ 하면서 버리지 않은 옷이 서랍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나는, 새로 옷을 사는 양만큼 버리라고 했다. 어차피 좁은 집이기도 하지만, 한 번 안 입은 옷은 곧! 입을 일이 없다는 거다. 엄마한테 항상 부르짖는 게, 작년에 안 입고 올해 안 입은 옷은 내년에도 안 입는다는 것. 그러니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 버리라는 것!!!! 입지도 않은 옷에 무슨 미련이 그리 남아서 입을 거라고 끌어안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잔소리 끝판왕을 흉내 내는 나지만, 그래도 옷 주인이 안 버리는 것을 어쩌랴. 맘대로 하시라면서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

 

 

주말 동안, 지난겨울부터 정리하려던 것을 이제야 마음먹고 정리하게 되었다. 지난주에 아름다운 가게 기증 접수 신청해놓고, 곧 수거하기 오신다기에 미리 다 정리해놓으려고. 사실 내 성격대로 했으면 다 끌어내 놓고 버리면 끝인 것을, 엄마는 또 그 물건들을 꺼내놓고 한참을 망설이신다. 이걸 써? 말어? 버려? 말어? 누구 줄 사람 없나? 이건 필요할 것 같은데? 이건 다시 입을 것 같은데? 아, 고민은 언제 끝나나... 엄마가 망설이는 사이 나는 다 끌어다가 내놓았다. 조카가 타던 킥보드, 롤러블레이드, 안 듣는 음반, 옷, 신발, 가방 등등. 특히 이번에 물건 꺼내다가 놀란 건, 아니 우리 집에 한복이 열 벌도 넘게 있더라. 그것도 엄마 한복은 비싼 것만 남아 있더라고. 그 와중에 엄마는 이 한복 비싸게 했는데, 언제 입을 일이 있을지 모른다며 도로 원래의 박스에 넣으려고 하기에 얼른 꺼내서 내보낼 박스에 넣었다. “엄마, 요즘엔 이것보다 예쁜 한복 더 많아. 앞으로 한복 입을 일이 몇 번이나 더 있다고? 그리고 엄마 살쪄서 이거 맞지도 않잖아?!” 와아, 나의 마지막 말에서 엄마의 입이 닫힌다. 정말 모든 이유를 들어서도 남겨둘 수 있겠지만, 엄마는 몇 년 사이에 살이 쪄서 예전 한복이 안 맞는다. 그 옷에 맞추기 위한 만큼 다시 살이 빠지지도 않을 것 같다. 그걸 본인도 인정하는 순간 그 한복들은, 예전 옷들은 기증할 박스에 풍덩 담겼다. 아이고, 개운해라.

 

특히 어디서 숨은 그릇이며 냄비들이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지,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 쓰던 게 아니고 새것들. 커피잔 세트 여러 개, 그릇 세트 여러 개, 냄비 세트 여러 개... 나도 처음 보던 것들이 구석구석에서 막 쏟아져 나왔다. 엄마한테 이거 다 언제 샀던 거냐고 물었더니, 언제인지는 몰라도 본인이 산 게 맞댄다. 세상에... 그동안 짝짝이 그릇 사용할 게 아니라 이거 다 꺼내어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지금은 쓰지도 않을 그릇들이기에 그것도 미련 없이 나눔 박스에 넣었다. 아름다운 가게 직원 둘이 수거하러 왔는데, 우리가 꺼내놓은 물건들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 가지고 온 차량이 1톤 탑차였는데, 그 안에 3분의 2 정도 채워졌다.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 원래 우리 다음으로 수거하러 갈 곳이 있었는데, 센터에 들어가서 이 물건들 내려놓고 다시 나와야겠다고, 정말 엄청나다고 하시더라고. 그러면서 기증 물품은 자기네가 정리하고 수량 및 금액 확인해서 연락 주겠다고 하더라. 원래 수거할 때 박스 기준으로 몇 개라고 서로 확인하고 가져가는데, 우리한테 수거한 물품의 양이 워낙 많아서 박스로 정리가 안 되기에 그렇다고 말하더라고. 내가 봐도 많긴 많더라. 그런데 며칠 지나면 또 정리하고 버릴 게 나올 것 같은 이 불길한 예감은 뭐란 말이야...

 

엄마의 많은 것들이 빠져나간 자리가 조금(아주 조금) 휑하다. 속이 다 후련하다면서 옆에서 자꾸 건드렸더니 엄마가 팩~! 소리를 지른다. 우리에게 쓸모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 재활용된다는 건 좋은 일인데, 엄마의 물건이 나간 자리가 마음까지 휑하게 하나보다. 괜한 심통에 나한테 뭐라 그러네. 그래도 나는 책 때문에 엄마한테 욕먹지는 않았지롱~(미리 땡스기브에 기증 신청해서 끝내버렸다는.)

 

 

문득, 이번에 며칠 동안 정리하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한꺼번에 버리고 말고 할 게 아니라, 평소에 정리만 잘해도 오늘 같은 중노동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거다. 한꺼번에 정리하고 치우고 버리고 하려니까 몸이 고생이다. (이번에 몽땅 버린 물건 중에 내 것은 거의 없다는 게 쫌 억울하다. 엄마 거니까 엄마 혼자 다 해야 하는 거 아녀?! 엄마가 등짝을 후려치는 소리가 막 들리긴 하는데...) 허리가 아파서 파스까지 붙였는데, 정말이지 정리 잘하는 달인이 되고 싶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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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fair7 2021-03-23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릇 세트를 왜 버린 거에요 ? 쓰던 그릇을 처분하고 ㅡ 새 그릇 세트를 쓰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