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팀장 - 갑자기 팀장이 된 당신과 당신의 팀원을 위한 ‘진짜’ 피드백 기술!
이시다 준 지음, 나지윤 옮김 / 길벗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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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가장 어려운 게 팀장 노릇입니다. 예전과 달리 직원 통솔만 잘한다고 끝이 아니라, 주어진 프로젝트는 그것대로 완성도 있게 해 내야 합니다. 또 조직 내에서의 인적 스트레스는 어떻습니까? 팀장급은 밑에서 치받고 위에서 누르는 이중삼중고에 시달려야 합니다. 성실하다고 다가 아니라 여러 사람 의도를 두루 읽으며 센스 있게 균형감각 있게 처신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기계적으로, 혹은 의지나 부지런함이라는 덕목만으로 충족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인간관계(휴먼 엔지니어링)나 업무 역량 면에서 예술가의 경지에 이르러야 성공적인 팀장이 될 수 있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얼마 전 타계한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을 논한 바 있습니다. 이 책 p28에 나오는 대로 "기존 방식의 파괴를 두려워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특히 p28이하에서는 회의의 형식에 대해 신랄한 비판, 그리고 철저한 반성에의 촉구가 나옵니다. 아니 대체, 성과가 안 나오고 사람만 힘들게 만드는 회의를 뭐하러 하냐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회의를 위한 회의, 윗사람은 폼만 잡고 위엄만 세우려 들고, 아랫사람은 PT 잔재주와 아부 스킬 경연대회에만 열중한 채 구체적인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모두가 외면하는 회의, 이런 회의는 당장 조직에서 폐기해야 하는 암적인 요식절차입니다. 존재 이유가 없는 회의는 곧바로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하며, 이것이 진정한 혁신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팀장은 언제나 기로에 서 있는 입장입니다. 과연 팀장은 실무자인가 관리자인가?(p38). 답은 "둘 다"입니다. 그리고 둘 다의 역할을 해 내야 하기 때문에 이게 딜레마이며 동시에 위기이고 기회입니다. 일본이나 우리나 경제가 지금은 과거 1960~80년대 같은 호황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갑이고 직원이 을입니다. 직원이라 함은 이제느 사실상 널리 임원도 포함이라서 임원이란 별을 달아도 영업(?)을 못하면 가시방석입니다. 임직원이라는 말 자체가 임원과 직원의 엄연히 구별되는 처지를 가리키는 용어였는데도 말입니다.

과거 같으면 회사가 인재를 모셨으나, 이제는 어지간히 특급 인재이거나 솜씨 좋은 개발자 아니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어야 합니다. 회사가 팀장더러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라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속된 말로 까라면 가야 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은 또 사내에서건 사외에서건 인재는 확보를 해야 합니다. 책에는 특히 p41 같은 곳에서, "업무의 90%는 팀장이 수행하고, 나머지 10%을 팀원들이 할 뿐인 사례도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게 일부의 사례가 아니라 실제로 많이 발견이 됩니다. 일을 못하는 팀원들을 데리고 있으면 결국 팀장이 다 마무리를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나중에 결과가 나쁘면 독박은 팀장이 쓰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또 책에서는 이런 팀장의 "잔업 시위"를 보고 나머지 팀원들도 은근, 아니 노골적으로 동참하기를 원하는 행태, 이 역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 지적합니다. 팀원 중에는 자기 몫은 다하고도 이런 팀장의 "압력"을 보고선 괜히 잔업,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을 터이며, 이런 팀이 전체적으로 사기가 저하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번 잘못 꿰어진 단추가 연쇄적으로 악순환을 낳는 것입니다. 또 저자는 이 대목에서 "쓸데없는 회의를 제발 줄이거나 없애라"는 충고를 다시 덧붙입니다. 

팀장은 본인도 유능하고 노련해야 하지만, 평소에 유능한 사원(다른 팀이라고 해도)의 행동과 성과를 잘 봐 둘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p50, p53). 이걸 가리켜 핀포인트 행동(p49)의 발견 공식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잘 관찰하여 자팀원들, 혹은 자팀의 다른 팀원들에게도 이를 고스란히 적용시켜 최대한의 성과를 뽑게 북돋우는 것이야말로 팀장이 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입니다.

팀장은 괜히 팀장이 아니라서, 팀원들과 최대한 시간을 많이 내어 "일대일 대화(회의가 아닌)"를 가지라고 합니다. 이는 오히려 쓸데없는 회의를 대체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저자는 "가뜩이나 노동인구가 부족한 현실"을 거론하는데 그 중에서 인재를 추려야 한다면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회사나 팀장이 얼마든지 덜어 줄 수 있는 고충을 미연에 발견하여 해결해 주면 당연히 그 유능한 인재는 회사에 더 오래 남고 애착을 가지며 더 높은 품질의 성과를 낼 것입니다. 상위 20%의 우수한 인재를 제발 좀 쓸데없는 회의에 오라가라 하지 말고 그럴 시간에 대화를 더 자주 가짐으로써 사기도 높이고 성과도 더 끌어내라는 거죠.

행동과학 매니지먼트 이론 중에는 MORS의 법칙(p59)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Measured - 측정 가능하다
Observable - 관찰할 수 있다
Reliable - 신뢰할 수 있다
Specific - 명확하다

위의 네 가지 기준은 "팀장이 후배에게, 부하직원에게 가르쳐야 할 행동"의 요소입니다. 이 네 가지 요소가 갖추어지지 않은 것은 "행동"에 대한 가르침이 아니며, 따라서 팀장이 잘못이라는 겁니다. 책에서는 "고객에게 진심을 다해 인사한다" 같은 걸 잘못된 가르침의 예로 꼽습니다. "진심"을 위 네 가지 중 무엇으로 판단하겠냐는 이유에서입니다. p72에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말이 나옵니다.

"기술을 가르치는 건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행동과학 매니지먼트 이론은 맨 먼저 "행동"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데 그처럼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면 이제 무슨 행동을 팀원들에게 두루 가르치고 적용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책에서는 그저 성과가 높은 직원을 포상하고 격려(이건 당연한 거고요)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그 직원이 영업이면 영업, 기안이면 기안, 어떤 과정과 이유, 혹은 비결이 있어서 그런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핀포인트 행동을 팀장이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핀포인트 행동을 발견했다면 이를 "분해"하여 "매뉴얼"로 만들라고 합니다(p78). 그래야 다른 팀원들에게도 이를 모범으로 삼아 확대 적용하고 모두의 자산으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해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분해하고 분해하고 또 분해하여 최대한 많은 이들이 그 행동을 따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역시 팀장의 역량에 속합니다.

예전에는 "승진"이 직장의 유일한 모토이자 지상 목표였습니다. 승진 한 마디에 어떤 직원이라도 목숨을 걸고 주어진 과제를 달성해 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이라 해도, 직원들이 일부러 과장 이하의 자리에 머문다고 합니다. 그 막중한 책임도 책임이거니와 노조 등의 시스템에 기댈 수 있기에 평직원으로서 오래오래 직장에 머물며 챙길 수 있는 급여, 복지, 혜택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꼭 이런 실리적인 계산이 아니라 해도, 요즘 사람들은 가치관이 다양하여 자신만의 행복을 더 우선시합니다. 따라서 팀장은, 이런 요즘 직원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동기 부여를 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책은 금전 외에 다양한 보상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말 뒤에, 구체적으로 어떤 다른 인센티브가 가능한지(p98)를 설명합니다.

1) Acknowledgement 감사와 인지
2) Balance of work and life 일과 사생활의 양립 (이른바 워라밸)
3) Culture 기업 문화와 체질
4) Development 성장 기회의 제공
5) Environment 노동 환경 정비


하다못해 회사 건물의 뷰가 좋다, 책상과 의자가 앉기 편하다, 이런 사소한 이유도 직원에 따라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상은 미국 교육기관 World at Work에서 제안한 내용이며 이를 "토털 리워드"라고 부른다고 합니다(p99). 그런데, 재미있게도 저자가 6번째 항목, 즉 F로 시작하는 사항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6) Frame 구체적 행동의 명확한 지시

이는 저자의 독창적인 기여일 뿐 아니라, 앞서 행동 매니지먼트 이론의 대전제로 나왔던 MORS 원칙에도 부합하는, 실용적이고 치밀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건 업무 지침이나 지시로서의 자격도 없으며, 요즘처럼 똑똑한 직원들이 많은 세상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될 수도 없습니다. 아랫사람들에게서도 일일이 메모를 해 가며(때로는 음성 녹음까지!) 나중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하려는 풍조가 요즘은 일반적입니다.

앞에서 일대일 면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 대화라는 것도 무한정 길어지거나 형식적인 것, 겉도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책에서는 면담이 실패하는 이유 여럿을 듭니다(p127). 반대로 말하면, 이것과 반대로만 하면 면담이 성공한다는 뜻도 됩니다.

1) 친밀도에 따라 편차를 두지 말라. 친한 상대와는 시시콜콜 잡담, 안 친한 상대와는 하나마나한 대화, 이런 것은 시간낭비일 뿐.
2)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 "더욱 열정을 가지라"는 식의 모호한 격려는 아무 소용 없음.
3) 끝없는 동어반복
4) 결론 없는 끝맺음


p132에는 성공적인 대화의 요건이 따로 정리되는데 이것은 위 네 가지 사항을 정반대로 뒤집었을 뿐입니다.

진정성 있는 대화는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고 상대의 이름을 불러 주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매일 단 1분씩이라도 꾸준히 이뤄지며, 오늘의 업무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야 합니다(pp.163~172). 이런 대화는 팀원뿐 아니라 이를 주도하는 팀장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대목은, 팀장이 팀원을 보는 시선과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선생들도 그렇고 회사의 부장들도 그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생과 직원을 바라보았을 뿐입니다. 선생이 설령 학생을 잘 대해 준다 해도, 이는 성적을 올려 교장이나 이사회 임원들에게 좋은 실적을 보고하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았고, 이런 관계가 인간적 진정성의 어떤 통로가 될 리가 만무했죠. 회사에서라면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건 이제 지난 시대의 구태일 뿐이며, 팀장이건 팀원이건 인간적으로 대등한 관계로서 서로 공동의 목표를 추구, 달성하는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인지를 함께 모색하는 과정에 초점이 놓여야 합니다. 책 곳곳에서 "인간다움, 진심" 등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성과도 따지고 보면 사람이 잘 살고 행복해지자고 내는 것이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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