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리부트 -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
김미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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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라고 하면 뭔가 감정적으로 위축되는 느낌이 들고 기회라고 하면 왠지 운이 따라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위기와 기회 사이에서 내가 주체가 되어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 P34

함께 일하는 공간이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은 오직 구체적인 성과와 실력뿐이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꼭 이걸 물어봐야 한다.
"나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건 혼자 일하건 똑같이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인가?" - P106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이해하는 수준으로는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생존할 수 없다. 마치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면 그 나라 언어와 문화를 습득해야만 생존하고 성공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 P94

한 분야에서 코어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건 그 코어가 재정비되고 업그레이드된 상태를 매일 유지한다는 얘기다. 적어도 3~5개 정도의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코어콘텐츠가 유지되고 더 탄탄해지려면 그 코어의 주변 공부를 해야하고, 그래야만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탄생다. - P111

인디펜던트 워커는 하나의 작은 회사다. 투자하지 않는 회사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수입의 30퍼센트 정도는 미래를 위한 공부에 투자해야 한다. 나는 매일 영어공부, 디지털 공부, 책 읽기, 과학 공부, 취미 계발을 꾸준히 한다. 남들은 그러면 너무 히미들지 않냐고 묻는데 괜찮다. 힘든 것과 바쁜 것은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 그래도 바쁜 게 한가한 것보다는 낫고, 힘든 게 슬픈 것보다 훨씬 낫다는 걸 오랫동안 인디펜던트 워커로 살아오며 체험했다.
그래도 참 좋은 것은 이런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결과가 내 몸과 커리어와 내 인생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것이다. - P112

회사 밖에[서 혼자 일하게 되면 일감이 끊기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왜 나를 찾지 않는지 감도 안 잡힐 때는 더욱 난감하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거다. 일이 끊겼다는 것은 ‘독립‘한 게 아니라 ‘고립‘되었다는 반증이다.(...) 혹시 인디펜던트 워커를 ‘혼자서 일하는 존재‘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독립적으로 일하되 사람과 사회와 촘촘히 연결되고 그 연결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 P113

머리로는 변화의 진폭을 이해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변화하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지금 가진 것들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재고 청산이 빠른데 개인은 재고 청산이 힘들다. 자기를 여태껏 먹여 살려온 내 것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아쉽고, 심지어 내가 없어지는 것 같아 서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재고는 재고일 뿐이다. 괄거에 나를 먹여 살렸지만 더 이상 유용하지 않아 재고가 되어버린 자산이 있다면 빨리 처분해야 한다. 재고를 처분해야 새로운 곳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45

변화가 빠를 때는 투자 관점에서 자산을 매각하는 일을 일상화해야 한다. 끊임없이 바꾸고 조합하고 새로 채워야 내 분야에서 유능해질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마음의 빗장을 여는 일이다. 열어야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야 바꿀 수 있다. - P146

이렇게 가져갈 것과 채워야 할 것,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적다 보면 자동으로 일어나는 반응이 있다. 작대기 긋기다. 짝을 지어 서로 연결을 시켜보면 목록들이 저절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 만약 목록을 다 적고도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직 분석이 덜 끝났다는 뜻이다. - P165

모든 아이디어는 낯선 것을 봤거나,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됐거나, 나와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났거나, 내가 지금껏 관심 없던 것들과 연결되면서 만들어 진다. 낯선 것과의 충돌은 기존의 생각에 균열을 만들고, 그 틈새에서 새로운 시각이 탄생한다. - P169

우리가 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멋들어진 시나리오 자체가 아니라 시나리오 쓰기와 실행을 수도 없이 반복해나가는 실행력이다.
개인의 리부트 시나리오에는 그저 전망만 들어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이렇게 하려고 한다‘는 개인의 의지가 들어 있다. 시나리오 3단계와 실행이 습관이 된다면 우리도 현재와 미래를 만나게 할 수 있다. 상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상만으로 이루어지는 미래는 단 하나도 없다. 나를 살리는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방법은 계속 실패해보고 수정하는 것뿐이다. 해보지 않은 일은 실패가 곧 검증이다. - P178

우리도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 방식을 리부트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는 몇 년간 파고드는 ‘석박사형 공부‘가 아니다. 넓게 알고 빨리 연결시키는 게 중유한 융합형 학습니다. - P196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실력‘이다. 기술은 집중하면 단기간에 얻을 수 있다.(...)먹고사는 기초 실력이 없으면 기술은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강의하는 실력이 없었다면 유투브를 하건, 줌을 하건 누가 내 얘기를 들어줬을까. 아무리 SNS 홍보 기술이 뚸어나도 음식이 맛없고 경영 실력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기술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엄청 대단해 보이지만 써복 익숙해지면 일상의 하나가 될 뿐이다. 그러니 자꾸 움츠러들지 말자. - P260

코로나 이후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으려면 목표를 수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수정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수‘와 ‘변수‘를 구분하는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나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든, 그 일을 하고 싶은 나는 변하지 않는 ‘상수‘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변수‘는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것이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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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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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험의 재해석도 삼가려고 하지요. 그 까닭은, 경험할 때의 세게 인식과 재해석할 때의 세계 인식은 그 층위가 다르게 마련인데, 이 양자를 화해시키는 과정에서 무리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열다섯 살 소년의 경험 해석에 쉰 살 먹은 사내의 인식이 개입하는 사태가 종종 벌어지는데, 이래가지고는 열다섯 살배기의 종잡을 수 없이 혼란스럽고 그래서 대책 없이 강력한 에너지의 형상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 P48

경험의 재해석으로부터 탈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상상력이라는 날개가 있기는 합니다만 일상의 중력에 길들고 타성에 물든 이 상상력이라는 날개는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는 데 너무나 무력하지요. 중력권 바깥은 어둠의 벽입니다. 상상력은 어둠의 벽 앞에서 번번히 격퇴당하고 말지요. 중력권을 탈출하자면 막강한 추진력 혹은 파괴적인 돌파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 P49

나는 숨은 그림과 나 사이에 거대한 어둠의 벽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지요. 어둠의 벽입니다. 벽의 어둠입니다. 나는, 작가느 ㄴ숨은 그림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을 숨기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진 겁니다. 작가란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가 아니라 수수께끼를 내는 스핑크스가 아닐까 싶어진 겁니다. - P55

미국의 대학에서 나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 또 그 책이었다. 내가 몸 붙인 대학의 도서관에서는, <신화 이미지>같은 책이 길이 50미터쯤 되는 서가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저 많은 책을 다 읽을 것인가? 나의 책을 쓸 것인가? 학문을 할 것인가? 소설 쓰기로 돌아설 것인가? - P61

친구는 ‘유단자‘라는 이름에 갇히지 않은 유단자였다. 문학에 대한 친구의 이해는 실로 깊고도 넓었다. 나는 친구야말로 고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얼굴에 모닥불이 묻은 듯했다. - P67

나는, 사람의 삶은 나남의 삶에 간섭하면서 끊임없이 그 삶을 변화시켜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남의 삶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나는 가정합니다.
첫 번째는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변화의 단계인데, 나는 이것을 변형,transformation이라고 한번 불러봅니다. 두 번째는 포도가 포도주가 되는 것과 같은 화학적, 연금술적 변화의 단계입니다. 나는 이것을 ‘변성,transmutation‘이라고 불러보기로 합니다. 세 번째는 포도주가 그것을 마신 사람 안에서 성체가 되기도 하고 술주정이 되기도 할 때 일어나는 제3의 초물질적인 변화의 단계인데, 나는 이것을 ‘변역,transubstantiation‘이라고 한번 불러봅니다 - P69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나비가 바다를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그 수심을 모르기 때문‘일지도모른다. 새는 제 몸무게를 모르기 때문에 어쩌면 하늘을 더 잘 나는지도 모른다. - P73

겨울이 오고 있다. 살아 있는 것들에게 겨울은 매우 혹독한 계절이다. 풀은 말라야 하고 나무는 자라기를 그만두어야 하는 계절이다. 새들은 배를 곯아야 하고 산짐승은 먹을 것이 없어서 동면에 들어가야 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봄이 오거든 보라. 자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살아난다.
겨울이 오고 있는데도 나는 화분 중 몇 개는 집 안으로 들여놓지 않고 있다. 겨울을 경험하지 않으면 다음 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식물도 있다. 대부분의 알뿌리 식물은 겨울을 경험해야 다음 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그래서 식물원은 매장으로 나갈 알뿌리를 냉장고에다 보관하는 것이다. - P89

나는 개인의 힘은 자기를 바꾸어보려는 의지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 P93

나는 아들딸을 외국에서 공부시킨 것을 두고 ‘트란스플란테이션(옮겨심기)‘이라는 말 쓰기를 좋아한다. 풀이나 나무에게 이식당한다는 것은 아픔이다. 하지만 아픔을 경험하지 않고는 성숙해질 수 없다. 외국에 대한 적응, 우리 가족이 장착한 ‘베이식‘, 변화에 대한 대응, 우리 가족이 장착한 ‘풀 옵션‘이다. ‘미국‘대신 다른 나라 이름을 써도 좋다.
나는 외국을 향해 3,40대의 등 떠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물은 고여 있으면 썩는다. 흐르려면 바닥을 기어야 한다. 사람 또한 그렇다. 사람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 P94

나에게 크레타는 온통 카잔차키스, 그리고 조르바였다. 쪽빛 바다 위에 웅크린 섬 크레타는 거대한 거북의 등짝 같았다. 나는 왕을 알현하러 들어가는 변방의 병사가 된 느낌으로 크레타로 들어갔다. - P146

‘메토이소노‘는 ‘거룩하게 되기‘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임계 상태 저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 이것이 ‘메토이소노‘다. 물리적.화확적 변화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 ‘거룩하게 되기‘가 바로 이것이다. 포도가 포도주가 되는 것은 물리적인 변화다. 포도즙이 마침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이 변화다.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다. - P155

"저렇게들 심고자 하는데, 너는 지금 무엇을 심고 있느냐?" - P164

"연극과 영화의 원자재 공급? 결국은 문학이 맡아야 하는 소임입니다. 앞으로 꽃필 영상 문화는 결국 문학의 자식들이기 때문입니다." - P183

사람들은 왜 어려운 말을 즐겨 쓰는가? 자기네들끼리만 아는 말을 씀으로써 바깥에서 들어온 사람들을 난처하게 하는가? 말이 곧 권력이기 때문이 아닐는지, 포기하기 싫은, 달콤한 권력에의 유혹이기 때문이 아닐는지. - P276

문제는 소통이다. 반평생 영어만 끼고 살아온 내가, TV토론자들이 쓰는 영어 앞에서 쩔쩔매는 것은 여전히 영어에 무식하기 때문이라고 치자. 반평생 글만 써온 내가 군청에만 가면 쩔쩔매는 것도 한국어에 무식해서 그런 것인가?
글 부리고 말 부릴 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나는 묻는다.
소통을 우너하는가, 과시를 원하는가? - P277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지요, 라는 질문을 나는 자주 받는다. 내가 글을 잘 써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 것이 아니고, 글 쓰는 일을 아주 직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면 초단은 되어요, 하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아 초보자의 입단은 번번이 좌절되고 만다. 되풀이해서 쓴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기만 하면 초단은 된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여느 살마들은 하지 못하는가?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폼 나는 어휘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 생각을 비틀다 제 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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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0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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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불타고 기대에 차 있던 여인, 거의 신부가 될 뻔했던 제인 에어는 다시 싸늘하고 외로운 처녀가 되어버렸다. 그녀의 인생은 창백해고 전도는 황량했다. 한여름에 크리스마스 때의 서리가 내렸고 12월의 폭풍이 7월에 휘몰아쳤고, 얼음이 익은 사과를 뒤덮었고, 눈보라가 피어나는 장미를 짓밟아 버리고, 콩밭과 목초지는 얼어붙은 수의로 뒤덮여 버렸다. 어제 꽃이 만발하던 오솔길은 오늘 인적도 없이 눈에 덮여 사라졌고, 열두 시간 전에 열대의 숲처럼 울창하고 향기롭게 물결치던 숲은 이젠 겨울철 노르웨이의 소나무숲처럼 황량하고 쓸쓸하게, 흰빛 일색으로 평쳐져 있을 뿐이었다. 나의 희망은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 P116

그러나 생명은 모두 요구와 고통과 책임을 그냥 지닌 채로 아직도 나의 것이었다. 지워진 짐은 날라야 했다. 욕구는 충족되어져야 하고, 고난은 견디어야 하고 책임은 다해야 했다. 나는 출발했다. - P175

기아라고 하는 독수리가 이처럼 내 옆구리에 부리와 갑톱을 박아놓고 있는 한, 고독도 고독이 아니고 휴식도 휴식이 아니었다. - P180

"(...) 그들의 잠을 깨우고-그 노력을 하도록 설득하고, 권유하고 그들이 어떠한 재능을 타고났으며, 어째서 그 재능은 주어졌는지를 가르쳐주고-그들의 귀에 하느님의 사명을 전달하고, 하느님이 선택하신 지위를 직접 하느님의 명령으로 그들에게 주는 것은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보다도 먼저 그들 자신의 마음이 우선 본인에게 그런 걸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 P325

그는 병사가 좋은 무기를 존중하듯이 나를 존중할 뿐이다. - P331

"선량하고 위대한 분이에요. 그러나 그분은 매정스럽게도 자신의 커다란 포부를 찾는 데 급급해서, 위대하지 못한 사람의 감정이나 권리는 생각지 않는 분이세요. 그러니까 하찮은 인간들은 그분 앞에서 물러나야 해요. 그분의 발에 밣히지 않도록."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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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9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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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음에, 모든 것을 털어놓기를 나는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 것인가! 그러나 그 대답을 챙기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어린이들이란 감정은 풍부해도 그 감정을 분석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설령 분석이 머릿속에서 얼마쯤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 분석의 결과를 말로 표현할 줄을 모른다. 그러나 타인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내 슬픔을 달랠 수 있는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기회를 놓칠까 보아 나는 잠시 우물쭈물하다가 빈약하기는 하지만 거짓이 없는 대답을 하려고 애를 썼다. - P38

그날 오후는 평화와 조화속에 지나갔다. 밤이 되자 베시는 내게 아주 재미ㅣ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일 좋은 노래도 불러주었다. 내게도 인생이 햇빛을 번뜩여 주었던 것이다. - P68

그녀의 눈길은 안으로 향해서 자기의 가슴속으로 들어가 있는 성싶었다. 눈앞에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지사를 보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 P89

지금 나는 이러한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팔 년간의 습관이 단지 반나절 사이에 진절머리 나는 것으로 변했다. 나는 자유를 원했다. 자유를 갈망했다. 나는 자유를 원해서 기도를 올렸다. 기도 소리는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흩어져버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기도를 그치고 좀 더 겸손한 탄원을 했다. 변화와 자극을 달라고 기원했다. 그 간절한 애원마저 막연한 공간 속에 휩쓸려 들어가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거의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게 새로운 고생살이를 하도록 해주소서!‘ - P152

외양이라고 하는 것은 젊은이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는 법이다. - P176

사람이란 안온한 생활에 만족해야 하는 법이라고 말해보았자 그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사람이란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엔 필경 만들어내고야 만다. - P198

사건이 일어났다가 내게서 떠나가버린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로맨스도 없고 흥미도 없는 평범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조한 생활의 한 시간에 변화를 갖다 준 셈이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하였고 희구되었고 또 나는 그것을 부어하였다.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이 내게는 기뻣다. - P209

차라리 그 당시에 괴롭고 불안정한 생활의 폭퐁 속에 내던져진 몸이 되어, 갖은 고생을 다 한후 지금 내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평온한 생활을 동경하게 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렇다. ‘너무 편한 의자‘에 눌러앉아 있기가 싫증이 난 사람에게 긴 산책이 좋듯이 그게 내게는 더 좋았을 것이다. - P210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다든가 세상 경험이 많으시다는 것만 가지고는 제게 명령을 할 권리가 없으시다고 생각해요. 우위를 주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사용하였는가에 달려 있다고 봐요." - P243

"(...)하지만 조심은 지나쳐서 손해나는 일이 없다고 난 생각해요. 문의 빗장을 지르는 것쯤이야 쉬운 일이고 자신과 재양 사이에 빗장을 질러두는 것이 좋은 일이죠. 사람들이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나보고 얘기하라면 하느님이 재앙을 막는 수단까지 보살펴주시는 건 아니죠. 수단이 신중하게 강구되었을 때엔 축복을 내려주시지만."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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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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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나는 사실로 문살을 반듯하게 짠 다음 상상으로 만든 은은한 창호지를 그 위에 덧붙여 문을 내 보았습니다. 이 문을 통해 햇살도 드나들고, 바람도 드나들고, 옛사람과 우리의 마음도 서로 드나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P7

이 방의 문고리를 잡을 때마다 나는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등을 보이며 가지런히 꽃혀 있는 책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를 향해 눈길을 돌리는 것만 같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책 속에 담긴 누군가의 망므과 내 마음이 마주치는 설렘. - P13

겨울 햇살은 어느새 책상 위에서 내려와 방바닥을 굴러다닌다.(...) 오랜만에 짓빛 구름을 걷어 버리고 나와서인지, 햇살의 움직임이 한결 바겹다. 책장의 보풀도 따라 일어나 햇살이 공중에서 지나가는 길을 보여 주며 함께 동동거린다. - P15

책읽기의 이로움을 나는 이렇게 써 두었다.
첫째,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휠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되고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셋째,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면서 천만 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넷째, 기침병을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목구멍의 걸림돌을 시원하게 뚫어 괴로운 기침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 P24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사람들 사이의 어떠한 곳에서도 우리가 마음 편히 있을 자리는 없었다. 우리가 사람다운 대접을 받고,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음에 맞는 벗들과 함께 있는 그 순간뿐이었다.
나는 언제나 이러한 벗들이 그리웠다. 내 입으로 글을 읽어도 듣는 것은 나의 귀뿐, 내 손으로 글을 써도 보는 것은 나의 눈 뿐, 오로지 내가 나를 벗으로 삼아 위안해 온 세월이 너무나 길었다. - P39

청장이 푸른 날개짓을 하듯이, 나는 날마다 방 안에서 책 속을 누비며 다녔다. 수백 년, 수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보기도 하고, 가 보지 않은 낯선 곳에 마음껏 내 발자국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림을 보듯, 소리를 듣듯, 나만의 작은 방에서 마음껏 책 속에 빠져 들었다. - P50

내가 윤회매 만들기를 좋아한 까닭은, 살아 있는 꽃 못지않은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손가락 끝에 온 신경을 모으고 매달릴 수 있는 그 일이 좋아서였다. 나는 유회매를 만드는 손끝에 나 지신을 모두 실었다. - P57

"나는 위아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정말 싫습니다. 예의를 지키라는 이야기 같지만 결국은 집안이나 신분, 벼슬의 높고 낮음에 따라 고개를 들고 숙이는 것을 정하라는 게 아닙니까? 옳고 그름에 따라 고개를 들고 숙여야지, 어찌 그 사람의 껍데기만 보고 고개를 숙이겠습니까?" - P63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그는 비로소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좀 더 마음을 기울이면 그가 살아온 이야기, 그의 가슴속에 담은 생각들을 알게 된다. 더욱더 마음을 기울이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벗이 되리라. 박제가와 나처럼. 우리와 다른 벗들처럼. - P75

‘붉다‘는 그 한 마디 글자 가지고
온갖 꽃을 얼버무려 말하지 말라.
꽃술도 많고 적은 차이 있으니
꼼꼼히 다시 한 번 살펴봐야지.

-박제가 - P76

얼버무려 말하지 않는 다는 것, 그것은 세심하게 바라보고 관찬하여 구체적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무엇 하나라도 눈길을 끄는 것이 있으면 오래도록 관찰하고 연구하였기에 박제가는 결코 얼버무리는 법이 없었다. - P76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쉽고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얼버무리지 않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 위하여, 그는 얼마나 많은 밤을 책 더미 속에서 안타까워하며 괴로워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날들을 거리로 나아가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았을까. - P78

"유득공의 마음속에는 우물 하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근심 걱정도 한 번 담갔다 하면 사뿐하게 걸러져 밝은 웃음으로 올라오게 하는 우물 말입니다." - P85

"나도 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무언가를 붙들고 싶습니다. 내가 끝까지 부여잡은 그것이, 후대 사람들에게 감동과 감탄뿐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득공 - P94

"하늘 아래 가장 고귀한 우정은 가난할 때의 사귐이라 합니다. 벗과의 사귐은 술잔을 앞에 두고 무릎을 맞대고 앉거나 손을 잡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차마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저절로 말하게 되는 것, 여기에 벗과의 진정한 사귐이 있습니다."
-박제가가 백동수에게 주는 편지의 첫 구절 - P121

가슴속에 담긴 생각은 얼굴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법. 흐르는 시간은 그 표정들을 놓치지 않고 사람의 얼굴에 새겨 둔다. 바람과 함께 온 세월이 바위의 얼굴을 조금씩 깎아 놓는 것처럼, 서로의 온기로 그늘이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나, 나와 벗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근심 어린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 P130

"...그대는 침착하고 슬기로워 바탕과 재질을 갖춘 데다 나이 또한 한창이니, 다른 분야도 폭넓게 공부하기 바라오. 그러면 창고 속에서 누렇게 뜬 곡식과 같은 나처럼, 이 세상을 헛되이 살았다는 탄식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오...."
-이덕무가 이서구에게 - P135

스승은 자신의 훌륭한 인품으로 제자들을 서서히 감동시키고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두 마디 말로 제자들에게 번뜩이는 영감과 충격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 P154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느끼고 샢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사물을 받아들인다.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싶은 것, 인정하고 싶은 것을 미리 정해 두고, 그 밖의 것은 물리치고 거부한다. 그러한 마음에 기초가 되는 것은 역시 지난날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은 자신만의 감각이나 경험이다. 이것이 바로 선입견이다.
(...) 그리하여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동물인 코끼리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비좁은 틀에 거대한 코끼라의 몸을 구겨 넣으려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코끼리를 다리가 다섯 개인 하마라든가, 주둥이가 새의 부리처럼 별나게 긴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 P176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비참한 것은 쓰일 데가 없다는 것이다. 책만 파고들면 무엇 하나? 내 말과 글로는 세상을 조금도 바꾸어 놓지 못하는 것을. 몸을 움직여 할 줄 아는 일이 무엇이던가? 고작 종이를 묶어 책을 만들거나 밀랍으로 윤회매를 만드는 것뿐. 그러나 살아가는 데는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는 일들이었다. - P185

우리 일행 중에는 이러한 연경 거리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청나라의 관리들이 없을 때면, 황제의 도시 북경이 주인을 잘못 만나 천박하고 정신없는 저잣거리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며 혀를 차기도 하였다. 그들은 옛 성인들의 묘나 빼어난 경치로 유명한 곳만 찾아다니려 할 뿐, 연경 거리로 나와 지금 중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실제 생활을 보지 않으니 느끼는 것도 없을 터였다. 이처럼 옛 글귀나 외우고 있는 고루한 선비들에게 나라 살림을 맡기고 있는 조선의 현실을 생각하면, 박제가의 가슴속에는 더욱 불길이 이글거렸을 것이다. - P200

이층 주합루 난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무성한 나무들이 계절따라 옷을 바꾸어 입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늘 가슴 아래가 묵직한 세월을 보내 온 나는, 그때마다 연못 위에 떠 있는 연잎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 P212

아버님의 시대보다 나의 시대가 더 나아졌듯, 나의 아들들의 시대는 좀 더 나아지리라. 머지않아 세상에 태어날 나의 손자의 시대는 더욱 그러하리라. 우리의 후손은 못난 조상처럼, 소중한 삶을 탄식과 분노로 오랫동안 소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노라면 스스로가 빋어 낸 삶이 희미한 빛을 낼 때가 있지 않을까. - P245

틈나는 대로 유득공은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역사는 책장 속에 고이 모셔져 있기보다, 팔딱팔딱 뛰는 아이들의 가슴속에 자리해야 한다고 여기는 그였다. - P246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흔적은 사람의 기억과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의 섦속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길을 내기도 하고, 각자의 시간을 서로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
시간을 나누다는 것은, 반드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들끼리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옛사람들로부터 나는, 그들의 시간을 나누어 받기도 한다. 옛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들, 그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산과 들을. 내 안에 스며 있는 그 시간들을 느낄 때면 나는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어떻게 그런 일을 겪을 수 있었을까. 나라면 그 순간 이런 마음이었을 텐데 하며, 겪어보지 못한 아득한 옛일이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샘솟듯 흘러나오는 건, 내 안에 이미 그 시간이 스며든 까닭일 것이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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