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불타고 기대에 차 있던 여인, 거의 신부가 될 뻔했던 제인 에어는 다시 싸늘하고 외로운 처녀가 되어버렸다. 그녀의 인생은 창백해고 전도는 황량했다. 한여름에 크리스마스 때의 서리가 내렸고 12월의 폭풍이 7월에 휘몰아쳤고, 얼음이 익은 사과를 뒤덮었고, 눈보라가 피어나는 장미를 짓밟아 버리고, 콩밭과 목초지는 얼어붙은 수의로 뒤덮여 버렸다. 어제 꽃이 만발하던 오솔길은 오늘 인적도 없이 눈에 덮여 사라졌고, 열두 시간 전에 열대의 숲처럼 울창하고 향기롭게 물결치던 숲은 이젠 겨울철 노르웨이의 소나무숲처럼 황량하고 쓸쓸하게, 흰빛 일색으로 평쳐져 있을 뿐이었다. 나의 희망은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 P116
그러나 생명은 모두 요구와 고통과 책임을 그냥 지닌 채로 아직도 나의 것이었다. 지워진 짐은 날라야 했다. 욕구는 충족되어져야 하고, 고난은 견디어야 하고 책임은 다해야 했다. 나는 출발했다. - P175
기아라고 하는 독수리가 이처럼 내 옆구리에 부리와 갑톱을 박아놓고 있는 한, 고독도 고독이 아니고 휴식도 휴식이 아니었다. - P180
"(...) 그들의 잠을 깨우고-그 노력을 하도록 설득하고, 권유하고 그들이 어떠한 재능을 타고났으며, 어째서 그 재능은 주어졌는지를 가르쳐주고-그들의 귀에 하느님의 사명을 전달하고, 하느님이 선택하신 지위를 직접 하느님의 명령으로 그들에게 주는 것은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보다도 먼저 그들 자신의 마음이 우선 본인에게 그런 걸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 P325
그는 병사가 좋은 무기를 존중하듯이 나를 존중할 뿐이다. - P331
"선량하고 위대한 분이에요. 그러나 그분은 매정스럽게도 자신의 커다란 포부를 찾는 데 급급해서, 위대하지 못한 사람의 감정이나 권리는 생각지 않는 분이세요. 그러니까 하찮은 인간들은 그분 앞에서 물러나야 해요. 그분의 발에 밣히지 않도록."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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