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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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 P23

누나는 내가 참고 있는 것들을 물음표의꼬챙이로 거듭 낚았다. - P94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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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 Mr. Know 세계문학 60 Mr. Know 세계문학 60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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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은 너덜너덜하여, 이제는 영혼만 남아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 P21

친구나 친지들에게 좋은 일을 결코 하지 않으면서, 천성적으로 자기 이익만 챙기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런 선행은 억지로 부과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런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잘해 줌으로써 자존심을 충족시킨다. 애정의 원이 자신에게 가까울수록 그들은 덜 사랑하고, 그 원이 자신에게서 먼 반경을 그릴수록 더욱 친절하게 군다. 본질적으로 역겹고 거짓되고 밋발스런 이 두 가지 본성을 보케 부인은 다 지닌 것 같았다. - P33

마지막으로 여기에 일일이 다 밝혀 봐야 소용없는 숱한 상황들, 이런 것이 그의 출세욕을 키우다 못해 남다르게 되고 싶다는 갈증을 불러일으켰다. 위대한 영혼들이 흔히 그렇듯,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장점만을 밑천으로 삼고 싶었다. - P42

다음 날 라스티냐크는 아주 멋지게 차려입고 오후 3시쯤 레스토 부인 집으로 갔다. 가는 동안 그는, 흔히 청년들이 그러듯 부푼 감정으로 삶을 아름답게만 보게 만드는 엉뚱하고 정신 나간 희망에 자신을 내맡긴 채 붕 떠 있었다. 이럴 때 젊은이들은 어떤 장애나 어떤 위험도 계산하지 않고 매사에 성공만을 상상하며 자기 존재를 시적인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미친 듯한 욕망 속에서만 존재했던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 불행히지거나 슬퍼지는 것이다. - P66

사람의 모든 감정이라는 게 바로 그런 거예요. 우리의 마음은 보물이죠. 그것을 단번에 비워 버리면 파산하고 말아요. 또 어떤 사람이 수중에 한 푼도 없다는 것이 용서 못 할 일이듯이, 감정을 송두리째 다 내보여 준다는 것도 용서 못 할 일이지요. - P93

우리에게 불행이 닥치면 여지없이 그걸 말해 주러 올 준비가 된 친구 하나쯤은 늘 있게 마련이죠. 와서는 우리의 가슴을 비수로 후벼내는데, 어찌나 솜씨가 좋은지 우린 그 짓을 당하면서도 칼자루가 멋지다고 감탄을 하고 말죠. 그쯤 되면 벌써 풍자에다 조롱이 나오게 마련이죠. 아! 내가 나 자신을 방어해야지! - P94

참을성 많고 활동적이며 정력적이고 꾸준하고 실행이 빠른 그는, 독수리 같은 시선을 던지며 모든 것을 앞질렀고 예견했으며 모든 것을 파악하고 교묘히 감추었다. 일을 구상하는데는 외교관 같고, 전진하는 데는 군인 같았다. - P104

사상이 깃들면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는, 본성이 연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철통같이 강하게 무장된 성격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성벽 같은 머리통에 타인의 의지가 부딪히면 마치 벽에 부딪힌 총탄처럼 납작 찌그러져 떨어져 버리는 법이다. 또한 솜 같은 본성을 지닌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경우, 마치 포탄이 각면보의 무른 흙 속에 들어가면 속도가 느려지듯이 남의 생각이라는 것이 자기 안에 들어오면 맥을 못 추게 쫙 빨아들여 마침내 소멸시키는 것이다. - P119

이 바닥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길을 뚫어 나가는지 자넨 아는가? 반짝반짝하는 천재로 뜨든가, 그걸 못 하면 재주 좋게 타락의 길로 들어서는 거지. 마치 대포의 포탄처럼 이 수많은 군중 속에 강력히 파고들어 가거나 아니면 몹쓸 역병처럼 슬그머니 그 대열에 스며드는 것이지. - P129

자, 자네의 결론을 이끌어 내보게나. 이게 바로 진짜 인생의 모습인 거야. 부엌보다 더 멋질 것도 없고 부엌만큼이나 고약한 냄새도 많이 나지. 음식을 훔쳐 먹고 싶으면 손을 더럽혀야 하는 거야. 단지 손을 잘 씻는 법은 알아두게. 우리 시대의 도덕은 이게 전부라네. - P130

도덕군자들은 절대 세상을 바꾸지 못해.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야. 때로는 어느 정도 위선적이고 말이야. 그런데 순진한 얼간이들은 풍속이 바르다느니 아니라느니 하고 떠들어 대지. 나는 민중 편 든답시고 부자들을 비난하지 않에. 위에 있으나 밑에 있으나 중간에 있으나 사람은 다 똑같다네. - P130

원칙이란 없고, 다만 그때그때 일어나는 사건들이 있을 뿐. 법칙이란 없고, 다만 상황들이 있을 뿐이야. 뛰어난 사람은 사건과 상황에 착착 맞추어 처신하면서 그것들을 주도해 간다네. 만약 고정불변의 원칙과 법칙이 있다면 사람들이 왜 우리가 셔츠를 갈아입듯 수시로 변하겠는가 말이야. 한 사람이 나라 전체보다 더 지혜로울 수는 없는 일이야. - P135

뚜렷한 이유도 없이 한재산을 이루는 비밀은 바로 사람들 뇌리에서 잊히는 범죄라네. 왜냐하면 하도 감쪽같이 이루어지니까 그렇지. - P136

사람의 애정이란 무한한 반경 속에서나 가장 작은 원 안에서나 똑같이 가득 채워지는 것이라네. 나폴레옹이라고 저녁 식사를 두 번 했겠나. - P162

남편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남편에게 자신을 파는 여인들도 있지만, 적어도 나, 나는 자유로운 여자라고요!
.....(중략).....
돈에 감정을 섞는 것, 그건 끔찍하지 않아요? - P173

은밀히 선행을 하는 건 신을 믿는 사람들밖에 없다. - P177

부자건 가난하건, 살면서 꼭 필요한 곳에 쓸 돈은 절대 부족하지만,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쓸 돈은 언제나 찾아내게 마련이다. 외상으로 얻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돈을 펑펑 쓰지만, 그때 당장 지불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낭비함으로써 지금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복수하는 것 같이 보인다. - P180

아버지는 왜 딸들의 결혼을 막지 않으셨을까요? 우리를 위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 아버지가 할 일 아니었을까요? 이제는 알겠어요. 아버지도 우리만큼 고통받으신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요? 아버지를 위로한다고요? 우리가 무얼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체념하면 차라리 우리가 비난하고 한탄하는 것보다 아버지는 더욱더 괴로워하셨을거예요. 사노라면 모든 게 쓰디쓰기만 한 그런 상황들이 있지요. - P289

그는 세 가지 사회 모습을 보았었다. 복종, 투쟁, 저항, 즉 가족, 세계, 보트랭이었다. 그는 어느 편도 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복종이란 따분한 것이고, 저항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투쟁은 불확실했다. - P298

잘 준비된 열정은, 열정을 죽이는 요소 즉 향략에 의해 더욱 커졌다. 이 여자를 소유하게 되면서 외젠은 지금까지는 그저 이 여자를 갈망해 왔을 따름임을 알게 되었다. 행복을 맛본 다음 날에야 비로소 그는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사랑이란 어쩌면 쾌락이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할 따름인지도 모른다. - P299

그는 델핀을 정당화할 살인적 논리들을 자꾸 쌓아 갔다. - P298

창자까지 다 열어 보여 주던 내 습관 탓에 그 애들에겐 내가 해준 모든 일이 값어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가야...(중략)...사람은 항상 자기 가치를 생색내야 하는 법인데...딸들의 자식들이 내 복수를 해주겠지.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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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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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미래 사회가 조그만 플라스틱 원반을 모으는 대가로 사랑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오래지 않아 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으로 인해 열렬한 갈망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데 떨기도 할 것이다. - P17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 P22

화려한 장식을 과시하는 물건을 가진 사람들이 존경을 받았다. 사실 사치품의 역사는 탐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감정적 상처의 기록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 P38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 P57

불평등이 사회의 일반 법칙일 때는 아무리 불평등한 측면이라도 사람들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대체로 평등해지면 약간의 차이라도 눈에 띄고 만다. - P65

예외가 규칙이 될 수는 없었다. - P67

루소에 따르면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 P78

우리는 조상보다 휠씬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 대가는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디ㅏ. - P80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게 된다. - P114

지위가 성취에 의존한다면 성공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것은 재능과 그 재능을 믿을 만하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활동에서 재능은 우리 마음대로 부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재능은 한 동안 우리 손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그간의 성공마저 물거품으로 만들곤 한다. 우리는 최고의 능력을 우리 마음대로 전면에 내세울 수 없다. 우리는 가끔씩만 재능을 보여줄 뿐, 평소에는 그런 재능의 소유자답지 못하게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의 성취의 많은 부분은 외적인 힘이 준 선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 변덕스럽게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그 힘에 의해 우리의 인생 경로와 경제적 능력이 결정되는 셈이다. - P118

"우리는 언젠가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적과 함께 살아야 하고, 언제 원수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친구와 함께 살아야 한다." (라브뤼예르) - P124

철학은 외부의 의견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다. - P147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피상적이고 하찮다는 것, 그들의 시야가 편협하다는 것, 그들의 감정이 지질하다는 것, 그들의 의견이 빙퉁그러졌다는 것, 그들의 잘못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점차 그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그러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들을 필요 이상을 존중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철학적 염세주의의 중요한 모범을 보여준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 P155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질책은 그것이 과녁에 적중하는 만큼만 피해를 줄 수 있다." - P157

"예술이 사람의 공감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조지 엘리엇은 그렇게 생각했다. - P176

높은 지위를 결정하는 요인들이 계속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지위에 대한 불안을 촉발하는 요인들도 바뀌어간다. - P227

수많은 외적 사건과 내적인 특징이 어떤 사람은 부유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은 가난하게 만든다. 운과 환경도 있고, 병과 공포도 있고, 우연과 뒤늦은 발달도 있고, 적절한 시운과 불행도 있다. - P238

"나는 우연히 능력보다 앞서서, 한참 앞서서 행진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미셀 드 몽테뉴) - P238

실제로 벌어지는 일 가운데 많은 부분은 우리의 행동의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 P238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시대의 지배적 관념은 늘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 P256

"그래, 이제 똑같은 일이 나한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어."
피요트르 이바노비치는 생각했다. 잠시 그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 즉시,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자신도 몰랐지만, 이것은 자신이 아니라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이며, 자신에게는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된다는 것, 만일 그런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우울해 질 것이라는 관습적인 생각을 구원을 받았다." - P272

우리는 우리의 이상 때문에 괴로워하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을 너무 크게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 P293

보헤미안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우아한 집이나 옷을 살 수 있는 능력보다 당연히 더 중요했던 것은 세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 감정의 주요한 저장소인 예술에 관람자나 창조자로서 헌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 P329

돈이 없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에너지를 사업 말고 다른 활동에 쏟는 쪽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현금이 아닌 다른 것에서 부유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 P337

"인간은 모름지기 순응하지 말아야 한다." (랄프 왈도 에머슨) - P345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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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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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부터의 해탈은, 당신이 그것을 얻기 위하여 나아가던 도중에 다신 스스로의 구도 행위로부터, 생각을 통하여, 침잠을 통하여, 인식을 통하여, 깨달음을 통하여 얻어졌습니다. 그것이 가르침을 통하여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 P55

"친구분, 그대는 재치 있게 말을 할 줄 아는군요.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똑똑하지 않도록 경계하시오!" - P57

그는 여러 가지로 깊이 생각하여 보았으며, 마치 깊은 물 속을 뚫고 맨 밑바닥까지 들어가듯이 이러한 느낌의 맨 바닥까지, 그러한 느낌의 원인이 도사리고 있는 맨 밑바닥까지 파고 들어갔다. 그렇게 한 까닭은, 원인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생각이라고 여겨졌으며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만 느낌이 인식으로 바뀌어져서 사라지는 일이 없이 본질적인 것이 되고 그 인식 속에 있는 것이 빛을 바라기 시작할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 P59

싯다르타가 하나의 목표, 하나의 계획을 세우면 바로 그렇게 되지요. 싯다르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아요. 그는 기다리고, 그는 사색하고, 그는 단식을 할 뿐이지요. 그러나 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몸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마치 물 속을 뚫고 내려가는 그 돌멩이처럼, 세상 만사를 뚫고 헤쳐나가지요. 그는 이끌려가면 이끌려가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놔두지요. 그의 목적이 그를 잡아당기지요. 애냐하면, 그의 목적에 위배되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자기 영혼 속에 들여보내지 않기 때문이오. 이것 이 바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오.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것을 마귀들이 부린 조화라고 말들 하지요. 아무것도 마귀들이 조화를 부려 생겨나는 것은 없지요, 마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색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단식할 줄 안다면, 마술을 부릴 수 있으며, 자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소. - P93

"당신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요? 당신이 배운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지요?"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저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는 단식할 줄 압니다. " - P97

당신의 내면에는 당신이 매순간마다 그 속에 파고들어가 편안하게 안주할 수 있는 그런 고요한 은신처가 하나 있어...그런 은신처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안되지. - P107

"너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그는 혼잣말을 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릭 그렇게 혼잣말을 할 때 그의 시선은 강물 쪽을 향하였는데, 강물 역시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을, 언제나 밑으로 흘러 내려가면서 노래 부르고 흥겨워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 P139

싯다르타는 자기 아들이 옴으로써 자기에게 행복과 평화가 찾아온 것이 아니라 고통과 근심 걱정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소년을 사랑하였으며, 그 소년이 없이 평화와 행복을 누리느니 차라리 그 소년 때문에 사랑의 고통을 겪고 사랑에서 비롯된 근심 걱정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였다. - P171

당신이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던 것은, 당신 아들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당신은 설마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중략)...스스로의 삶을 영위하는 일, 그러한 삶으로 스스로를 더럽히는 일, 스스로 자신에게 죄업을 짊어지게 하는 일, 스스로 쓰디쓴 술을 마시는 일, 스스로 자신의 기릉ㄹ 찾아내고자 하는 일, 그런 일을 못하게 누가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친애하는 친구여, 이러한 길이 어느 누구한테는 혹시 면제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이 설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이 어린 아들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그 아이에게는 제발 번뇌와 고통과 환멸이 면제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기 때문에, 당신 아들에게는 그 길이 혹시 면제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믿고 있는 겁니까? 그렇지만 설령 당신이 아들 대신 열 번을 죽어준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그 아이의 운명을 눈곱만큼이라도 덜어줄 수는 없을 겁니다. - P177

친구여, 그 아이는 그대로 도망가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여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겁니다. 그 아이는 시내로 가는 길을 찾아나설 터인데, 그 아이로서는 당연한 일이에요. 그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 아이는 당신이 해주어야 하는데 소홀하여 해주지 않았던 바로 그 일을 한 것입니다. - P182

스님은 지나칠 정도로 구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구도 행위에 너무 매달린 나머지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 P202

누군가 구도를 할 때는, 그 사람의 눈은 오로지 자기가 구하는 것만을 보게 되어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으며 자기 내면에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결과가 생기기 쉽지요. 그도 그럴 것이 그 사람은 오로지 항상 자기가 찾고자 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그 목표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까닭이지요. - P203

내가 얻은 생각들 중의 하나는 바로,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하더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리는 법이야. - P206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 P206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말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 말이란 신비로운 참뜻을 훼손해 버리는 법일세. 무슨 일이든 일단 말로 표현하게 되면 그 즉시 본래의 참뜻이 언제나 약간 달라져 버리게 되고, 약간 불순물이 섞여 변조되어 버리고, 약간 어리석게 되어버린다는 이야기야. - P211

자네의 그 위대한 스승의 경우에 비추어보더라도 나에게는 말보다는 사물이 더 마음에 들며, 그 분의 행위와 삶이 그 분의 말씀보다 더 중요하며, 그 분의 손짓이 그 분의 사상들보다 더 중요해. 나는 그 분의 위대성이 그 분의 말씀, 그 분의 사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분의 행위, 그 분의 삶에 있다고 생각해.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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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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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 따라 언젠가는 비슷한 형태로 반복될 미래사에 관해 명확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내 역사 기술을 유용하게 여길 것이며,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 P36

역사가는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건을 선택해서 의미 있다고 여기는 사실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한다. 어떤 사건이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서술 대상의 차이가 아니라 역사의 대사건을 서술하면서 취한 두 역사가의 태도다.......그들이 어느 한쪽을 감정적으로 편들었다면 사실을 편향되게 기록하고 해석했을 것이고, 역사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인류의 문화 자산이 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 P39

역사가는 때로 사료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 P45

그들의 책은 왜 그렇게 오래 그리고 널리 읽혔을까? 핵심은 ‘서사의 힘‘이다. 그들은 뚜렷한 목적을 품고,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대상에 관하여, 최대한 사실에 토대를 두고,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들으면서 지적 자극을 받고 정서적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꾸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가 지적 자극을 받고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만드는 일이다. - P48

독해가 어려운 것은 낯선 정보가 너무 많아서다. 모르는 정보가 많으면 스토리를 이해하기 힘들고,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텍스트에 몰입하기 어려워진다. - P51

역사는 사실을 쓴 이야기이고 언어로 재현한 과거이다. - P51

우리가 옛 역사서를 읽는 것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서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극적인 사건과 기담과 인물 캐릭터의 보물 창고여서 소설가와 영화 제작자들은 거기서 인간과 세상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끝도 없이 찾아낸다. - P51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려는 욕망이 우리 인류의 본성. - P59

사마천은 황제와 고관대작들의 행위에 관한 사실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천하와 시대의 과거를 재현할 수 없다고 보고, 구전으로 떠돌던 이야기를 단서로 삼아 뛰어난 인물의 행적을 분석하고 평가함으로써 당대의 사회상을 구석구석 구려 보았다. ......사실위에 상상력을 적절하게 덧입혀야 이런 글이 나온다. - P73

"역사책을 집어 들 때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 일자나 집필 일자가 때로는 휠씬 더 많은 것을 누설한다." 카의 밀이다. - P97

이슬람 세계의 불행은 교리 그 자체가 아니라 무함마드가 세속의 왕이 된 데서 비롯했다. - P107

그는 평생 과거를 들여다보았지만 현재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현재를 직시하재 못했으니 미래를 옳게 예측할 수도 없었다. - P134

역사가는 과거의 모든 사실을 수집할 수 없다. 유적과 유물은 과거의 파편을 보여줄 뿐이다. 문헌 기록 역시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일부 사실만 담고 있다. 게다가 역사가는 사료를 통해 수집한 사실을 전부 기술하지 않으며, 아는 사실을 다 기술한다고 해서 역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역사가는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중심으로 의미 있다고 여기는 사실을 엮어 이야기를 만든다.
그렇다면 역사가는 어떤 기준으로 중요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나누며, 어떤 원칙으로 의미 있는 사실과 그렇지 않은 사실을 구분할까? 만인이 동의할 수 있는 완전무결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있는가? 없다. 역사가는 저마다 다른 기준에 따라 중요한고 의미 있는 사실을 선택하며 같은 사실로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사실의 선택은 역사가의 주관적 판단 영역에 속하며, 역사가의 주관은 개인적 기질, 경험, 학습, 물질적 이해관계, 사회적 지위, 역사 서술의 목적을 비롯한 여러 요인이 좌우한다. - P137

역사가는 해부학을 배우는 학생이 아니라 노련한 과학수사대 요원과 법의학자가 사신을 다루는 자세로 역사의 사실을 대면해야 한다.
......
랑케는 역사의 사실에서 인간의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쓴 책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귀중한 문헌을 보관하는 도서관 깊은 곳에 잠겨 있는 것이다. - P141

역사가는 역사의 사실을 수집하고 검토해 이 법칙으로 인간과 사회의 과거를 잘 설명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옳다고 여기는 점은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점은 비판하면 된다.
마르크스의 역사 이론은 사회의 과거를 해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변화시킬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다. - P151

결국 이것은 논증이 아니라 희망 사항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19세기에는 경제학과 사회학이 초보적 발전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마르크스의 이론을 승인하거나 배척하는 데 필요한 실증적 데이터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해관계와 직관적 판단에 따라 그것을 수용하거나 배척해야 했다. - P161

‘조선상고사‘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대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압록강 남쪽에 가두어 버렸던 고려와 조선의 역사가들에 대한 전면적이고 치열한 투쟁이었다. - P192

"역사란 무엇인가? 인류 사회의 아와 비아의 투쟁이 시간으로 발전하고 공간으로 확대되는 마음의 활동 상태의 기록이다." - P192

얼마나 풍부한 정보를 가졌는지에 따라 ‘아는 수준‘이 달라진다. - P227

정확성은 역사가의 의무일 뿐 미덕이 아니다. 정확하다고 해서 역사가를 칭찬한다면 잘 말린 목재와 적절하게 섞은 콘크리트로 집을 짓는 다고 건축가는 칭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것은 건축의 필요조건이지 건축가의 본질적인 기능은 아니다. 그런 일이 필요할 때 역사가는 이른바 역사학의 보조 학문인 고고학, 금석학, 고전학, 연대측정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늘날 모든 저널리스트는 적절한 사실을 선택하고 배열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사실이 스스로 이야기한다는 주장은 진실이 아니다. 역사가가 이야기할 때만 사실은 말을 한다. 어떤 사실에게 발언권을 주며 서열과 순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게 역사가다. 사실이란 자루와 같아서 안에 무엇인가를 넣어주지 않으면 일어서지 못한다. - P229

역사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이며, 역사가는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 P229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선언했다.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으로 현재의 문제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며,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만약 아무것도 평가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사실인지 역사가는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 P232

카는 역사가 과학이 될 수는 없지만 탐구 대상은 과학과 다르지 않으며, 사실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합리적 해석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역사를 과학적으로 만드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 P237

역사학을 전공하고 교사로 일했던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동화책 대신 영국 역사를 읽어 주었다. - P253

토인비의 이론에 따르면, 문명은 외부 환경의 도전에 대한 성공적 응전의 산물이며 탄생한 후에도 계속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문명은 응전에 성공하면 성장,발전하고, 실패하면 쇠퇴하며, 실패한 응전이 계속될 경우에는 해체된다. - P259

역사가는 과거를 탐사하지만 그들의 눈이 향하는 곳은 현재와 미래인 경우가 많다. - P263

기술과 제도와 문화의 차이도 그 원인을 추적하면 결국 환경의 차이에 귀착된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다이아몬드의 대답은 간단 명료하다. "우연히!" 또는 "운이 좋아서!" - P291

‘총,균,쇠‘는 역사학의 연구 성과를 최대한 받아들인 과학자의 역사책이고, ‘사피엔스‘는 과학자의 연구 성과를 최대한 받아들인 역사학자의 역사책이다. - P299

하라리가 하고 싶었던 말은 어떤 생물 종의 진화적 성공이 그종에 속한 개체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P304

"7만 년전 아프리카 한구석에 살았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동물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전체의 주인이자 생태계 파괴자가 되었고 이젠 신이 되려느 ㄴ참이다. 그들은 창조와 파괴라는 신의 권능을 가질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지만 불행하게도 자랑스러운 업적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이룬 적이 없다. 환경을 정복하고, 식량 생산을 늘리고, 도시와 제국을 세우고, 넓은 교역망을 구축했지만 개별 사피엔스의 복지를 개선하지 못했고, 다른 동물에게는 큰 불행을 안겨 주었다. 우주왕복선을 만들었지만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힘은 세지만 책임 의식은 없고, 안락함과 즐거움만 추구하면서도 만족할 줄 모른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은 많고 책임은 지지 않는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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