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미동 입니다 :)


필력은 있는데 작가는 아니고,

학식은 있는데 교수도 아니며,

명상에 대해서 뭘 좀 아는데 도인은 아닌

방랑하는 까칠한 구도자가 우리를 찾아온다!


출간 예정 도서『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서평단을 모집합니다.






▶ 도서 소개


"더 이상 자기 자신 이외의 어떤 것이 되거나 비범해지려 하지 마라"


이 책은 먼 이국인 인도나 티베트가 아니라 이땅의 저잣거리에서 치열하게 내면의 깨달음과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구도자들과의 좌충우돌 만남을 담은 삶의 여행기이다.


문학적 미화나 과장을 쓰지 않고 관찰자적 시점이 아니라 1인칭 시점으로 각 인물들과 정면승부를 펼치거나 밀접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면서 문제의 핵심으로 곧바로 뛰어드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자 재미!


저자는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깨트리는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삶의 모습들, 삶과 현실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과 통찰력을 때론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때론 진솔하고 첨예하게 보여준다. 또한 독자들에게 명상 수행계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이슈, 정신세계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과 논쟁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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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가죽소파 표류기 - 제3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정지향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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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디.-민영.

 I'm a fool to want you
I'm a fool to want you
To want a love that can't be true
A love that's there for others to~

책상 위에 ​던져 둔 전화기에서 빌리 홀리데이의 음성이 들려왔어. 햇살이 좋은 날 낮게 울리는 그 목소리가 싫지 않아 첫부분이 끝날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어.

비가 내리는 날 듣는 빌리의 목소리를 좋아하지만, 뭐 햇살과 같이 귓속을 간지럽히는 느낌도 나쁘진 않아.

​전화기를 들어 누군지 확인 해 보려했지만..알 수 없는 전화번호야. 하긴, 나도 누군가에게 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어떤 이들의 기억 속에 내가 그들을 기억하는 총량과 상관없이 저장되곤 하잖아. 빌리의 목소리를 흉내내려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게 됐어.

-여보세요?

-...

-여보세요? 누굴 찾으시는거죠?

-민영? 나야..나.

그 녀의 전화였어. ​그녀는 내가 인도에서 만난 한국의 여자아이야. 아이라고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여튼 아직 어른이 된건 아니었으니까. 100도가 되야 물이 끓는거잖아. 아직 끓어오르진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여전히 차가운건 아닌 상태의 물 같았어. 아닌 척 했지만 간절히 끓어오르길 열망하고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어. 문제는 그녀가 자신의 온도를 잘 모르고 있다는 거였지.

-아, 반가워. 잘 지내고 있는거지? ​안보고 싶었어?

그 녀의 목소리에서 조금은 안정적으로 끓기 시작한 듯한 여유가 묻어있었어.

-​반가워. 잘 지내. 자기도 잘 지내? 거기는 어때? 여기는 노을이 질 때 너무 아름다워.

-우와. 민영 한국어 많이 늘었어. 어쩐지 주인아주머니가 전화 안하신다 했어.

그 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고아의 도시"에서 보냈던 여름이 생각났어.

그녀와 요조, 그리고 나. 카우치 서퍼였던 내게 내어줄 소파 하나 없다던 그녀의 방에서 보낸 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물론 그녀의 방 말고 다른 곳에서 머물던 시간 역시 내겐 소중해. 그 모든 빛나는 조각들을 모아서 엮는다면 아주 멋스럽고 따스한 조각이불이 될지도 몰라.

기억할 수 없는 내 엄마도 내게 그런 이불을 만들어주고 싶어했을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따스해지기도 해.

요조와 그녀는 기묘한 동거관계라고 해야할까? 어쩌면 서로에게 자신의 소파를 내어주고 상대의 소파에서 불편해하는 관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누군가의 소파에 눕는다는건, 오래 묵은 그의 역사와 체취와 이야기 위에 눕는거라고 생각해. 그들이 서로의 소파에 누워 자신의 소파를 바라보는 건 어떤 느낌일까.

매우 예민하고 애틋할거라고만 짐작할 뿐이야.

거의 떠나고 섬처럼 남은 곳에 우리 셋은 표류하고 있었던건지도 몰라. 특히 요조는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 그녀는 그런 요조를 보며 아파했고..

나? 나는 자발적 표류자라고 해야할까? 그녀가 궁금했어. 아니, 그녀의 곁에 머물고 싶었던거지.

입양된 사람이라서 부모을 찾고 싶다거나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라거나 거창한 무엇을 기대하고 한국에 온 것도 아니었고, 거기 내가 누울 카우치가 있었기에 갔던 것 뿐이야.

그녀는 대학생이었고, 글을 쓰는 공부를, 작업을 하고 있었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 그녀가 버린것과 그녀를 버린 것들에 대한 해명과 용서가 없다면 그녀는 오래도록 끓어오르지 못할테니까 말야.

우리 셋은 잘 어울렸던것 같아. 아니 최소한 어울리려고 안간힘을 썼었지.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질감을 갖을 때도 있었지만, 그 이질감 역시 관심이라는 전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거야.

서울 구경을 갔던 날 시크릿 가든에 숨어있던 그 밤에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사는 요조와 가족이 없는거나 마찬가지라는 그녀와 그 당시 가족이 없던 나는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했어.

요조는 한껏 과장하면서 말했어.

 -- 얘네 오빠도 완전 병신이야

요조가 말했고, 민영이 키득거렸지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내가 말했지.

--없는거나 마찬가지야.

요조가 말했지.

--없는거나 마찬가지야.

민영이 말했어 (p84)

 

우리는 어느새 닮아가고 있었나봐. 아니, 어쩌면 닮았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챈건지도 몰랐어.

 

--그래, 민영. 돈을 벌어버려. 그리고 소파를 사서 카우치 서퍼들에게 소파를 빌려주는 사람이 되자. 나도 돈을 많이 벌어서 소파를 살 거야. 초록색으로.

 나는 부끄러움을 감추느라 부러 밝게 말했어.

--응, 며칠을 누워 자도, 등 안 배기는 침대처럼 커다란 걸로 살 거야.

민영이 말했고.

--나는 진짜 가죽소파.

요조가 덧붙였지.(p85)

 

같이 돈을 벌어서 전세집을 얻고 카우치 서퍼 사이트에 우리 집을 소개하고 그들을 초대하자는 우리들의 꿈은 시크릿 가든에서 조심스레 모의가 시작되었지.

그 날의 별들을 잊을 수가 없어. 저 많은 별들 중에 "초록 가죽소파 자리"라는 별자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언제였지? 밤 새 술을 마시고 비가 그친 새벽에 그녀의 학교 정자에 갔을 때, 우리는 신발을 벗고 정자에 올라가 주저 앉았지.

--우리 세상 같다.

요조가 말했어.

--아무도 없네.

민영이 말했지.

--아무도 없어.

내가 말했어.

우리는 한참 동안 거기에 드러누워 있었지.(p97)

 

​-D시는 어때? 나는 여기가 좋아.

둥둥 떠다니는 그녀와 요조와의 기억을 애써 다 잡으며 그녀의 근황을 물었어.

-..그리워.

그녀의 물기 어린 목소리를 듣고 하마터면 "나도 그래"라고 대답할 뻔 했어. 말 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그리움인데 그걸 굳이 말하면 애써 눌러놓은 그리움이 폭발할 것 같았거든.

-요조는?

나는 요조의 근황을 물었어.

-뭐 그렇지..쪽팔려 죽겠다고 하면서도 잘 견디고 있어. 탈출을 위해 뗏목을 만드는 심정일꺼야.

-다행이야.

-민영.

우리 둘 사이의 그리움이 끼어들 틈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가 대뜸 내 이름을 부른 순간 내 목소리는 흔들렸어.

-응?

-여기 안올래? 소파가 생겼어.

-..

나는 대답하지 않았어. 그녀의 소파는 너무 새것일테니까말야.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난 후, 그녀도 나도 요조도 어디쯤에서부터 끓어올라 폭발해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미 내 냉장고 속에서 김이 빠져가고 있는 맥주와 차가운 맥주를 준비해서 그녀의 소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

-민영. 안녕. 언제든 자러 와. 네가 만들어 준 볶음밥도 그리워.

-안녕.

 

전화를 끊고 나서야 궁금해졌어. 그녀는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그녀의 글은 얼마나 쓰여져 있는지, 그녀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이것 저것 한꺼번에..

분명한건..우린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것과,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면서 어른이 되고 싶어 애쓰는 배반의 시간을 건너고 있다는 거야.

나를 잃지 않으면서 말야. 그래서 아픈거겠지.

그때의 우리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청춘이었어.

 

Viva! St. Youth!

 

 

 

#.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저릿저릿했다. 누군가에게 들었음직했고, 어디선가 봄직했으며 스스로 겪었던 일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어떤 사건과 관계에 대해 같은 일이 있었는지 증거를 대라고 따지고 든다면 한 마디로 증거는 없다.

삶의 온도는 끝없이 올라가지 않는다. 끓는 점에서 가열이 계속되고 있다면 온도를 유지하겠지만, 증발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스스로 온도를 낮추어야 한다. 그렇게 서늘해지기를 결정하고 나면, 일명 나이 먹은 사람이 되어지는 거다.

나의 젊은 시간 어디쯤에서 마주쳤음직한 이야기들이 작가의 섬세한 문장으로 빛난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라는 말이 없었어도..알아챌 수 있을만큼..

읽는 동안 나는 민영이 궁금했다. 요조도 주인공도 아닌..민영..

그래서,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만용을 저질러 본다.

 

민영은 아주 멀리까지 왔고, 아주 멀리까지 갈 사람 같았지. 그래서 오히려 그애가 편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했던 잘못들을 하나도 알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떤 잘못들을 할지 지켜보지 않을 사람. 그래서 나에 대해 실망할 일도 없을 사람 같았지(p51-52)

그애는 진심을 손에 잡히는 물건처럼 사용할 줄 알았지. 그럴 때면 의심이 많은 나 역시도 그애에게서 그것을 건네 받을 수밖에 없었어. (p53)

민영은 그저 고아의 도시로 여행을 온 게 아니었어. 그애가 나에게로 여행을 데려온거야.(p72)

나는 우리 사이에 어떤 것들이 감춰져 있는지 묻고 있는데. 그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자기 몫의 문제를 뚝 떼어가며 거리를 두는 거야. 이만큼은 상관하지 말라는 듯이. 나는 그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곧 비참해졌어. (p110-111)

나는 처음으로 남겨지는 사람이 되었어(...) 돌이켜보면 나는 별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지. 그런데 남겨지고 나니 떠난 사람들밖엔 생각할 수 없더라고. 내가 보는 모든 자리에 그들이 앉거나 섰던 그림자들이 놓여 있더라고.(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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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며 어깨를 들썩이던 잇몸약 광고가 있었다.

그 효과가 있니, 없니 하며 한동안 시끄러웠고..그 약의 효과와는 상관없이 괜스리 흥얼거리곤 했다.

요즘 책을 대하는 태도가 그와 흡사해진듯 하다.

책의 내용과 효과와 상관없이 듣고,보고, 주문하고, 받아서 쌓아두고를 죄책감도 없이 저지르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출고 완료"에서 "배송중" 까지의 시간이 가장 흥분되고 벅차다. 알라딘의 경우, 배송지연 사고가 있지 않는 한, 그 즐거움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하루의 짜릿함. 

그랬던 며칠을 지나고, 진지하게 읽어야겠다 싶은 책들을 발견했다.



 후마니타스의 "감시사회로의 유혹"..

“유목화된 현대사회에서 감시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우리를 분류하고 등급을 매겨 삶의 기회를 차별한다. 

당신은 몇 등급인가?”   

 오싹하기까지 한 카피를 읽고 선뜻 장바구니를 열었다. 게다가 후마니타스의 책이 아닌가. 언제부턴가 후마니타스의 책을 믿고 읽게 되었다. 최소한 부풀리거나 왜곡하지 않는다는 신뢰같은..


서해문집의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제자백가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시기적 괴리감은 분명 있을테지만..상황적 공통성을 찾아낼 근거는 너무나 많다. 뭔가 사고의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워크룸의 제안들 총서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앞의 네권이 너무 좋았었다. 

 담백하고 깔끔한..신선한 문제제기..

 띠지를 벗겨내면 온전히 하나의 색으로 ..표지를 넘긴 첫장도 같은 색으로..책사이의 줄도 같은 색으로..

 단순하지만 깊은 책의 내용을 닮았다.

이런 기획..멋지다. 어쩌면 나는 이 총서를 모두 소장하려 애쓰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오늘 아침 다시 뒤적여보게 된..

들녘의 책들..


  잃어버린 은띠를 찾아서는 내일쯤 시중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고 SNS를 통해 알게 된다.

<세계의 문학천재들>

1.2.3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점점 옹골차지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

기대가 되는 건 무리가 아니다.





결국..장바구니에 꾸역꾸역 담아넣는다.

이 문제적 호기심은 오늘도 듣고,보고,담고,주문하며 어깨춤을 추고 있는 중이다.


아!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이 도착했다. 노트와 함께..초록 표지의 책을 받았다. 이럴 줄 알았어~~!! 

여자없는 남자들은 기다리고 있다. 출고완료가 뜨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며 ..


하루키에 열광하지 못한다. 그의 글이 좋지 않다거나 매력적이지 않은것이 아니라..열광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궁여지책으로 하루키의 책을 나오는대로 읽어보고 있다. 그 열광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말이다. 이러다보면 최소한 잔정은 들지 않겠는가. 

참..골치아프고 이해안되는 독자겠지만..그래도 나는 하루키의 독자라고 스스로 자부해본다.


문제적 호기심.

오래 품어도 좋고, 가끔씩 발동해도 좋을 건강한 호기심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주며..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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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 2014-08-2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터 뫼르스 신작ㅠㅠ 너무 기대되네요ㅎㅎ 꿈꾸는 책들의 미궁은 들녘 말고 다른 출판사가 판권을 가지고 있다는데.. 대체 언제쯤 출간될지..

나타샤 2014-08-21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0페이지가 넘는다고 ..뫼르스가 단단하게 담아낸 이야기..저도 기대가 됩니다.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오래된 명제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가 살아있다는 현재적 팩트가 이루고 있는 수없는 관계망..그 어마무시한 관계를, 내가 알거나 모를 수 있는 모든 관계를 모두 이해하지 못하지만 때론 그 관계 속에서 나의 좌표, 역할, 의무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없다.

이런 애매한 부담과 책임감은 때때로 사회 밖의 어떤 좌표로 표류하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하게 되고, 그러다 스스로 타자가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집단에 소속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만큼의 간절함으로 밖으로 튕겨나가고 싶은 이율배반같은 ..

작용반작용의 물리적 법칙이 삶의 시공간에도 적용되는 것인가를 문득 묻게 한다.



















고등학교 무렵, 엄마에게 세계문학전집을 선물 받고, 그 단단한 표지에 반해 한동안 바라보다..헷세와 헤밍웨이보다 먼저 집어든 이방인과 변신..얄팍한 사유와 늦은 사춘기라는 시기적 특수성이 몰고 온 여파는 실로 상상이상이었다.

말없는 딸이 되고, 자신을 한없이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어린 기억이 남았다.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관념적 매력은 그 힘이 실로 컸다. 이방인으로 낙인 찍혀 밀려나는 것과, 스스로 틀에서 벗어나 이방인임을 자처하는 건 큰 차이가 있음에 분명하다.


이런 저런 책들을 넘겨보다..만나게 된 몇권의 책이 타자의 문제, 혹은 실존의 문제, 사회적 관계속에서의 문제에 대해 나름 깊은 고민을 하게 한다.

















타자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루됭의 마귀들림은 독특한 구성으로 흥미롭게 보았던 책이었다. 소외되기 소내되기 소내하기 역시 "소내"라는 발칙하지만 묵직한 개념과의 만남으로 신선했다. 난쏘공이야..두말 할 것도 없다. 이렇게 아프고 오래 잔상이 남는 책이 있을까..


최근 만나게 된 이방인의 사회학. 이방인이라는 말과 사회라는 말이 왠지 어울리지 않지만, 기대보다 충실한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방인, 그는 현실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방인은 의심하는 자이며,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하는 자이다. (...) 게다가 이방인은 질문을 하더라도 매우 곤란한 질문들만 골라서 하는 까탈스런 자들이다. 그들은 현실 속에서 안주하는 자들에겐 용납하기 어려운 매우 위험한 질문들을 가져오고 제기하는 자들이다. -이방인의 사회학"

멋지지 않은가. 

밀려난 고독한 존재로서의 이방인이 아니라, 새로운 계층으로서 지위를 확보하는 이방인이라니..


나는 이방인이지 않을까? 수없이 되물었던 물음에 어슴프레한 대답을 얻는다.

어쩌면..이방인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건 아닌가?

그렇다면..건강한 이방인으로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당돌한 물음을 자신에게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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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 17명의 대표 인문학자가 꾸려낸 새로운 삶의 프레임
백성호 지음, 권혁재 사진 / 판미동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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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가? 라는 물음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행복.희망.꿈.비전.긍정..낙관..이런 단어들이 힘을 잃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런 것들이 사라지기 시작한건 아마 상처 때문일것이다. 고통을 통해 단련되는 과정에 깊게 남은 상처들..문제는 그 상처들이 어떻게 삶의 동력이 되어지는지에 대한 방도를 알지 못했던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 1. 열일곱명의 인문학자가 꾸려낸 삶의 프레임.

 

저자가 만난 열일곱의 목소리가 반질하게 잘 닦인 대청마루의 결처럼 호방하고 살갑게 펼쳐진다.

표지의 열한명의 이름이 보이고, 나머지 여섯의 이름이 궁금해지며 표지를 연다.

사진과 오래 기억해도 좋을 글들이 보이고..목차가 있다.

열일곱개의 꼭지가 잘 말려진 곶감처럼 조로록 매달려 있다. 누구의 이야기일까 사뭇 궁금해졌고 서둘러 책장을 넘긴다.

내가 가장 주목했던 서민교수의 글은 어디쯤 있을까.

 

 

 

 

 

 

 

 

 

 

 

 

 

 

 

 

 

 

 

 

 

 

 

 

 

 

 

 

 

 

 

 

 

 

 

 

 

 

 

 

 

 

 

 

 

 

 

 

 

 

이야기의 주제들이 쓰여져있고,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성미 급한 나는 주르륵 훑어보며 누구의 이야기인지를 굳이 옆에 적어놓는다. 마치 맛있는 것부터 먹어버리겠다는 욕심많은 꼬마애처럼 말이다.

출판사측에서는 주제를 잡고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누가 하게 되는지 담담하게 읽어보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개구리 독자는 누가 이야기 하는 어떤 이야기인지가 궁금했다. 아직은 어떤 이의 이야기인가가 더 중요한 천박함을 지우지 못한 까닭일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열일곱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 2. 다 아는 이야기겠지

 

 지레 짐작은 언제나 맹탕한 결론을 기대하곤 한다. "그럼 그렇지..그럴 줄 알았어" 하는 식의..

그들의 이야기를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뻔한 이야기일테지..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을 믿고 성실하게 밀고 나가면 행복해질것이다..뭐 그런?

그러나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왜 "유명인사"의 행복론이 아닌 "인문학자" 열일곱의 프레임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막연함과 감성적인 부분만을 한없이 자극하거나 불특정 전문분야에 대한 자부심으로 얼룩져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이 사람과 역사가, 사람과 신화가, 사람과 우주가..어떻게 어깨동무하고 합일을 이루어 궁극의 행복을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사유가 읽히는 것이다.

행복은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자연친화적 감수성을 잃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역사를 놓기 시작하면서 신화 속의 바람을 믿지 않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오류와 정체되어지는 진화의 길목에 서성이게 되는 것이다. 그 곳에서 그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온전히 겪어내며 학습하지 못하고, 피하고 움츠리며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행복은..그렇게 구속된 채 석방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하지 않다. 그렇다면 불행한 것인가? 씨앗을 뿌려놓고 열매가 맺히기까지 기다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조급함이 불러오는 비극일 것이다. 열매 맺음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 나무는 글렀어. 라고 단정짓고 ..나는 망했어..라고 스스로 좌절로 몰아넣지만 않는다면 어쩌면 행복은 생각보다 빨리 맺힐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지 않다는 건. 아직 행복하지 않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복하기 위한 몇가지 조건만 갖춘다면 가능하다는 청신호일것이다. 불이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지 단선된 것이 아니라는 것.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욕심많은 겁장이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 아는 이야긴가? 알고 있으며 행동하여 고치거나 그 근원을 찾을 궁리를 하지 않는다면..그래서 스스로의 행복을 놓쳐버린다면..도산선생님께 종아리를 맞는대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 3.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아플거고 제대로 아파야 제대로 낫지.

 

언제나 극단의 명제가 혼란을 가중시킨다. 어떤이는 말한다. "절망하라. 그 끝에서 다시 시작하라" 그러자 어떤이는 또 말한다. "절망을 거부하라." 어쩌란 말인가.

이 두 명제를 조합하면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절망의 상황에서 상처를 입고 그것이 얼마나 아프고 고된것인지 배워야 한다. 그 절망의 속성이 무엇이며 어디서 온것이고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속속들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상처를 헤집어보는 건 상상만으로도 쓰라리고 고통스럽겠지만 그래야 한다. 그렇게 절망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렇게 배워가며 하나씩 제거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절망하지 않겠어!라는 선언은 필요하지 않다.

열일곱의 목소리는 절망앞에 겁을 먹더라도 피하지 말고 그것과 마주하라고 한다. 견디지 말고 절망을 끌어안으라고 한다. 그 속에 품고 있는 희망이 가장 건강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려운 일이다.

피하고 싶은 과정이지만 그것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경험"이라는 무기와 "배움"이라는 해법을 갖지 못하고 말것이다. 그 결과는 혼돈이고 혼돈이 길어지면 자괴감이 스스로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희망의 씨앗도 움켜쥐쥐 못한 채..

 

# 4. 건강하고 빛나는 목소리.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새로웠다. 또한 개인적으로 관심을 둔 분의 이야기는 마치 음성지원이라도 되는 듯 들렸다. 슬쩍슬쩍 웃음이 지어지는 건 그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진정성과 따스함, 현실성이 있었다는 말이다.

책 말미에 붙어있는 그들이 추천하는 책 목록 또한 귀중한 자료다.

내가 읽었던 책들..혹은 낯선 책들의 목록..

그 책들에서 그들이 얻은 것과 내가 얻은 것은 분명 다른 빛깔 다른 의미이겠지만..공유되어지는 것은 분명 있을 것이다.

 

행복하고자 한다면? 아니 최소한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쯤이고 어떤 풍경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하나의 협주곡처럼 연주해내는 <행복론> 혹은 호롱불 하나 밝혀둔 봉놋방에서 두런두런 나누는 삶의 이야기들, 살아온 궤적의 공유가..묵직하게 내려앉는 느낌을 갖게 한다.

 

 

 

 

고통은 생명체에게 아주 필요했기 때문에 진화한 현상이예요. (p209)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땐 제가 독서에 열중한 것처럼 뭐든 죽어라 해보세요.도움이 되거든요(p366)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의 뿌리는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p117)

만족을 알고 멈출 때 행복함을 알게 되는 겁니다. (...) '그건 내게 없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게 있는 것'을 찾는 일이다.(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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