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 : 유희경, 신동혁 16시 시리즈
유희경.신동혁 지음 / 안그라픽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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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이포그래퍼와 시인이 만드는 열여섯개의 공간과 시간. 참신하고 파격적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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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박물학자
로버트 헉슬리 지음, 곽명단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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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주제에 대해 얼마나 몰입하고 성실했는지를 보여주는 책. 진심으로 사랑하고 통찰했기에 가능했던..그래서 예술적이기까지한 멋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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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공식 - 우리의 관계, 미래, 사랑까지 수량화하는 알고리즘의 세계
루크 도멜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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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대체 어떻게 아는거지?

 

며칠 전 우편물 뭉치 속에서 자주 가는 마트에서 보낸 정기우편 하나를 받았다.

보통 정기 우편 속에는 현금으로 바꾸어 쓸 수 있는 쿠폰들과 할인 쿠폰, 행사안내들이 차곡차곡 들어있곤했다.

때때로 요긴하게 쓰이기도 하는 쿠폰들이다. 할인 쿠폰들을 살펴보다 '어라?' 하며 눈여겨 보게 된다.

"*** 님 맞춤 할인 쿠폰" 이라고 쓰여진 쿠폰들이 눈에 들어온다. 늘 사 오는 두부며 계란 어묵 등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2주전쯤에 입맛에 딱 맞는 스파게티(반조리)를 발견하고 두번인가 연속으로 산 기억이 있다. 맞춤 할인 쿠폰 속에 그 스파게티가 있다. 안그래도 주방세제가 떨어져서 사와야지 마음 먹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주방세제 할인쿠폰도 있다.

혹시 모두 똑같은 쿠폰을 보내놓고 이름만 맞춤쿠폰인것 아닌가 싶어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쿠폰 목록을 읽어보라했다. 그 친구는 계란 알러지가 있어서 계란을 거의 사지 않는다. 계란 쿠폰은 없다. 어른들을 모시고 살다보니 어르신들 주전부리를 자주 사곤했나보다. 옛날과자 할인쿠폰이 있다고 했다.

 

신기했다. 이걸 어떻게 하는걸까? 잠깐 생각해보니..마일리지 카드가 있었다. 계산을 할 때 제시하는 마일리지카드..아마 그곳에 언제 무엇을 샀는지가 기록될 것이고 그 정보들이 모여지고 분석되어 나의 소비패턴과 소비재의 구입주기를 예상하는 것이겠거니 한다. 무수히 많은 정보들 속에서 이런 소소한 정보들이 이루는 '개인', 혹은 '대상'에 대한 분석과 예상이 생각보다 예리하고 다양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개인의 성향과 정보들이 숫자화되고 분석되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나게 되는 것..그것으로 가까운 미래 또는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것이 과연 축복이며 발전의 결과물이라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2. 알고리즘의 세계

 

책에서는 다양한 예시들을 통한 알고리즘의 허와 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글의 이야기와 영화의 이야기와 다양한 인문학자들의 논제들이 제시된다. 알고리즘이란 것이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적용되고 활용되고 있다. 단 한번이라도 검색창을 이용하여 자동검색기능을 사용해 보았다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알고리즘이란 상당히 편리한 구조임에 틀림없다. 다양한 자료들을 단순화,객관화 수량화해서 분류하고 때로 통제도 하게 된다. 부적절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혹은 정치권에서 탐탁치 않아하는 이슈들로 이루어진 트위터에서의 # 같은 것들은 타임라인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추어지고 제지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일의 처리와 실행 뿐 아니라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는가.

그럴 수 있다.

우리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를 기억한다. 일어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사전 예방. 영화는 전적으로 알고리즘에만 의존했다기보다 음모와 초인간적인 부분까지 담고 있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였으나..완전히 똑같진 않더라도 현실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알고리즘을 통해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 대한 정보가 수집되어지고 매단계에 맞게 관리되어지고 또는 감시되어지는 것을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조작되어지고 통제되어지며 '나' 아닌 '나'를 강요당하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니 살짝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보니, 무엇 하나라도 정확히 계산되어진 것을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과정에서 알고리즘은 더욱 세분화되어지고 다양화되어진 채 작용하고 있는것일테지.

 

#3. numbers

 

미국 드라마 '넘버스'라는 것이 있었다. 천재 수학자가 범죄를 소탕해가는 이야기.

범죄자의 정보를 이용해 그의 동선을 파악하고 다음 목적을 계산해내는 것. 칠판에 현란한 수식을 적어내며 수학자는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무슨소린지 잘 모를때도 많지만, 어쨌든 범죄자는 그의 수식 속에서 정확히 찾아지고 소탕된다.

프로파일링인가? 잠시 의아해했었다. 범죄자의 패턴과 개인정보들을 수량화해서 찾아내는 과정에 주인공은 '알고리즘이 완성되었다'라는 말로 사건이 해결되고 있음을 늘 암시한다.

그 알고리즘. 뭔가 멋진 말이라고 생각하고, 뭔가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내 주위에서 수없이 동작하고 있는 것이었다는 것이 좀 의외였다.

 

는 수집되고 분석되고 재조합되는 '나'를 상상해본다. 뭔가 인간적이지 않아보이기는 하지만..어찌할텐가..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테니 말이다.

 

#4 몇가지 재미난..

 

 

선뎀의 유명인 결혼 공식이다. 개그콘서트의 한 대목을 보는 듯했다. 사랑도, 애정도 알고리즘으로 풀어낼 수 있다니..

 

 

 

산업시대의 공장 노동자들이 철제 감옥에 갇혀 있었다면, 오늘날 탈산업정보 기업의 많은 노동자들은 벨벳 골드마인에 거주한다...이 작업장에서는 자아실현, 명성, 집단 정체성, 인간관계, 지적 쾌락등의 추구가 새로운 매체 상품의 생산을 추동한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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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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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묘한 삼중주

 

소라(小蘿), 나나(娜娜), 나기(鏍基) .

연주자는 세명이다. 테마는 흔하디 흔한 '삶'으로 결정한다.

저마다, 애자, 모세, 그의 각기 다른 서브연주자들을 두고 있다. 여기서 순자는 (때때로 애자도) 전 영역에 걸쳐 베이스로 작용해주기도 한다. 주제가 깊어질 때, 혹은 변주가 시작될 때, 애자, 혹은 순자가 그 시작을 맡아 자연스러운 변주를 유도한다.

소라와 나나는 자매다. 나기는 어린 시절부터 같이 지낸 친구이다.

책의 내용은 각각의 파트를 연주하는 대표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첫악장을 맡은 소라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금주씨와 애자의 큰 딸이자 나나의 언니인 소라의 연주는 서사적이다. 금주씨를 잃고, 애자의 상실을 보고, 서둘러 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소라다. 완벽하게 껍데기만 남아가는 애자를 보는 것도 소라의 몫이었고, 나나의 불안을 보아내야 하는 것도 소라였다. 그 단조의 냉랭하고 불안한 음조를 놓치지 않도록 나기와 순자의 협주가 있어주었다. 조금 이탈을 해도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다독여주는 그 마음을..새끼를 먹여 본 순자의 음식처럼 소라가 잠시 기댈 협연자가 있었다.

 

두번째는 나나의 연주이다.

모세의 아이를 가졌지만 모세와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수없이 계속 꾸어댄 태몽 때문에라도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 아주 단순한 것에서 갖게 되는 결기는 어디서부터 오는건가..

나나의 연주에서 우리는 주제가 되는 '계속해 보겠습니다"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다. 주제부가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일 수도, 자칫 주제부를 놓쳐버릴 수도 있는 오묘한 지점이 되는 것이다.

혹여 놓쳐버린걸까? 계속해보겠습니다. 라고 던져놓고 나니 너무 강조되는 주제, 그러나 곧 나나의 연주는 주제를 흩뜨려버리곤 한다. 사실, 주제를 놓치거나 강조하는 것이나 별 의미는 없다.

중요한건.

"계속" 해. 본다는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궁금하든 말든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도 있고, 궁금해지고 싶어서 이제는 제발 궁금증을 유발시켜줘라는 간절한 마음이 계속함을 유지시킬 수도 있고, 나의 테마와 닮아있음에 흠칫 놀라면서 다음을 원하게 되는 것일수도 있다. 어떤 이유여도 상관은 없다. 계속해보겠다는데...

 

마지막 나기의 연주는 순자가 처음을 끌어간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나기와 순자는 모자관계인 것이다. 애자와 소라 나나가 모녀관계인 것처럼..

나기는 '너'의 존재로 변주하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소라와 나나가 이어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음조로 변주가 시작된다. 하지만 주제부는 줄곧 같은..

나기의 변화보다 훨씬 빠른 변화를 이루어 냈던 '너'는 그렇게 폭력적이었으나 변함없이 '너'일 수 밖에 없다.

너의 소식을 기다린다. 어디쯤 네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지만 차라리 죽었다는 소식을 듣기를 기다린다.

왜냐하면..이 기다림은 쉬이 마무리 짓기 어려운 음조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가지의 변주가 이어진다. 계속해보기 위한 변주이고 이유이며 동기이다. 그렇게 '나비바'가 되기로 한다.

 

"모두가 공평하게 하나뿐이니까. 하나뿐이야. 하나뿐이라는 이름의 부족. 하나뿐으로 사라질 뿐이다. 그뿐이다. 너도 나도 결국은 이렇게 하나뿐이라는 부족으로 멸종하고 옆어지는 존나...."(p207)

 

공평하게 자신의 파트를 맡아서 존나 열심히 연주하고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때때로 잘 구성된 화음도 만들어내고 하지만, 비슷한 주제로 제멋대로 연주하는 것일 뿐이다.

지휘자따위는 애초에 없었으니까.

 

"한편 생각합니다.

무의미하다는 것은 나쁜 걸까.

소라와 나나와 나기 오라버니와 순자 아주머니와 아기와 애자까지 모두. 세계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덧없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 입니다. (p227)"

 

이제 자신의 하찮고 무의미한 것들을 내어놓아보라고, 꼬드기고 있다. '도무지'라는 완곡한 표현을 끌어와서 말이다.

 

#2. 황정은의 불친절

 

황정은의 글을 그다지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야만적인 앨리스씨'나 '상류의 맹금류', '백의 그림자'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가 전부다.

그녀의 글은 중독되기 쉬운 위험이 있다. 어느 한 문장이라도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두 세 페이지 너머에서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다음페이지를 기대하는 동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그녀 특유의 펼치기. (이런 개념들이 있을 이유가 없다. 이건 그냥 내 느낌에서 나온 것이니..) 하나의 문장들이 제각각 변화하며 이어지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며 되돌이표를 서너번 지난 음조처럼 마무리 될 때, 어디쯤에서 숨을 돌려야할지 막막해하다 만나는 마침표 앞에서 비로소 긴 숨을 내쉬게 된다. 마침표와 숨표가 동일시 되는 지점. 나는 그 지점들이 좋다. 마치 활꼴과 부채꼴이 일치하는 반원의 모습처럼. 어느것도 맞고 어느것도 틀리지만 그것을 굳이 나누어보지 않고 스스로 함정으로 빠져들게 되는 지점.

 

그녀의 소설들은 친절하고 부드럽고 맑아보이지 않는다. 퉁명스럽고 거칠고 음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알고 있다시피..같은 조도의 빛이라도 한참을 감고 있다가 마주하는 빛의 세기는 익숙한 세기보다 큰 자극을 주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카타르시스일수도 자극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는 작용을 하게 한다. 보통은 전자의 경우이겠으나 아닌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눈물을 흘렸다고해서 감동이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일거다.

 

황정은의 글을 읽는 건. 스스로 자청해서 자신을 옭아매는 짓(?)과 다르지 않다.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묶는다. 자신만이 아는 자신의 취약점을 골라 묶는 것이다. 나중에 풀게 될지 말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일단 단단하고 고통스럽게 묶는다. 그렇게 묶어두고 고통과 거래를 시작하는 것이다. 고해.

조금씩 줄을 푼다. 고해의 진정성만큼 푼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며 작품을 따라가며 하나씩 풀어낸 댓가로 고해를 하게 한다. 책 한권을 읽어내는 것이 고통스럽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만큼의 희열이 있을거라는 믿음 또한 거기 있다. 그 믿음의 근거는 다분히 '경험'이라는 미약한 것이겠지만..어쨌든 그 미약함을 틀어쥐고 황정은의 글을 읽는다.

 

#3. 책 속에서

 

너희 아버지는 비참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가 특별해서 그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니란다.

그게 인생의 본질이란다

허망하고

그런 것이 인간의 삶이므로 무엇에도 애쓸 필요가 없단다.(p12)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이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p187)

 

망가져갔다는 말은 그녀의 지금 상태를 표현 하는 말로 적합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그보다는 완성되었다거나 완전해졌다고 하는 것이 적합할까. 오랜 세월 동안 점차로 그리고 조용히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완성하고 완전해졌다. 껍데기처럼 그것을 그녀는 뒤집어썼다. 그녀에 관해 언제고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까. 사실을 말하자면 처음에 나는 그녀에게도 그녀의 딸들에게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느날 문득 나타난 것처럼 조만간 벽 건너편에서 문득 사라질 것이고 그 넓고 기묘한 공간에 언제나처럼 나는 혼자 남겨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p188)

 

#4. 이 책은

 

읽을 수 없다. 다만 감각하며 구석구석 반응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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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경제 - 복잡계 과학이 다시 만드는 경제학의 미래
마크 뷰캐넌 지음, 이효석.정형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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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입견에 대한 주의

 

사회를 아주 잘 하는 아이와 과학을 아주 잘 하는 아이가 있을 때,우리는 자연스럽게 문과체질이라거나 이과체질이라거나 판단을 내리곤 한다. 이제는 문과, 이과의 구분도 없어진다고는 하지만..

서로 집중하는 탐구영역이 확연히 구분된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이 두 가지는 어쩐지 대립개념처럼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자본의 메카니즘' 이라는 말은 얼마나 문과적이며 이과적인가?

경제학적 분석과 플랜은 경제 용어로만 풀릴 수 있다는 선입견이 제법 단단하게 박혀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시경제니, 거시경제니..하는 원론에서부터 자본론 대란이라고 까지 일컬어지는 다양한 경제학 관련서적들의 홍수 속에서 거의 비슷한 시각과 용어들에 피로감이 들 지경이었다.

누구나는 도식을 조금 더 첨가했고, 누군가는 구조의 문제를, 누군가는 분배의 문제를, 누군가는 정치적 도의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다른 악센트로 이야기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연주되는 변주처럼 결국 테마의 변화는 없는..

 

우연히 보게 된 '내일의 경제' 카피..[복잡계 과학이 다시 만드는 경제학의 미래.]

이건 마치 고추냉이라떼를 만났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조합. 그러나 인상을 찌푸리기 보다는 호기심이 증폭되는 그런 느낌.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울 것처럼 대립영역으로 교육받은 경제와 과학을 풀어낸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 선입견으로부터 조심스러운 접근이 시작된다.

 

#2.  내일의 경제.

 

경제 전망을 날씨를 예보하는 것에 빗대어 이야기는 시작된다. 결정적일 때 그 예보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몇번의 선험적인 결과가 있지만 대부분은 큰 오차 없이 맞곤 한다. 물론 오후 세시쯤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다섯시쯤 오더라..이정도의 차이를 맞지 않는다의 범주에 넣으려는 것은 아니다. 날씨를 예측한다는건 다양한 조건들을 분석하고 통계를 내고 계산하여야하는 까다로운 과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 예측시스템은 조금씩 정확도를 갖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신경통이 예보의 근거가 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제의 영역에서는 비슷한 사건들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태풍처럼 발생하기도 한다. 그 타격은 물리적인 붕괴나 파괴의 수준을 넘어서서 시장의 붕괴, 즉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의 붕괴까지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을 거창한 무엇에서 찾으려 한다. 이렇게 커다란 사건이 터졌으니 그에 걸맞는 거창하고 대단한 원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 그 원인이란것이 그리 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만든다'는 나비효과처럼 하나의 작은 고리에서 시작된 거대한 연쇄반응의 결과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경제학에도 적용시켜 보는 것이다. 결정적 오류가 되어지는, 즉 날갯짓의 시작점을 찾아 관찰하고 분석하며 이론으로 증명되는 경제학이 아닌 정확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3. 오류의 시작

 

뷰캐넌은 경제학적 오류의 시작을 "평형"의 개념에서 찾는다.

'평형에 대한 생각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에게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그들은 다른 용어를 생각하기 어려워한다(p25)' 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경제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안정되고 스스로 조절되며, 항상 균형 상태로 가는 경향이 있어 어떤 흥미로운 날씨도 갖지 않는다는 신념을 고집한다(p27)' 고 이야기 한다.

평형. 수학적으로 등식의 입장에서 경제를 분석한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이 치우치기 시작하면 그만큼의 메꿈이 일어날 것이고 그 균형은 어떤식으로든 잡혀지게 된다는 것인데..과연 그러한가?

평형의 입장에서 비평형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평형이 되기위한 몇가지 각도만 조절하고 무게에 맞는 추를 배정하는 것으로 다시 평형의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이라는 것이 부여된다. 과연 그러한가?

자본은 본질적으로 평형이 될 수 없지 않은가? 이윤을 추구하는 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의 속성과 관계없이 평형성에서 출발해 심지어 자정능력을 기대하는 경제분석은 비슷한 오류를 점점 큰 규모로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고찰이 흥미롭다.

수학적 사고에서 단 하나의 예외라도 있는 명제는 '거짓'으로 분류된다. '모든"이라는 범주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명백히 거짓인 것이다. 대부분의 것이 참일지라도..

그렇다면 다양한 예외조항들이 있는 경제학의 입장은 '참'일 수 있는가?

 

 

 

# 4.

다양한 금융사건들과 국제적인 경제문제들, 정치와의 연관고리까지 억지스럽지 않게 복잡계이론을 적절히 적용하여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논리의 반복이 아닌 실증과 수식, 혹은 예외의 가능성까지 섬세하게 짚어낸 눈매가 날카롭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경제학 서적들 사이에서 한 숨 돌리고 참신한 시선으로 읽어봄직하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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