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 17명의 대표 인문학자가 꾸려낸 새로운 삶의 프레임
백성호 지음, 권혁재 사진 / 판미동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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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가? 라는 물음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행복.희망.꿈.비전.긍정..낙관..이런 단어들이 힘을 잃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런 것들이 사라지기 시작한건 아마 상처 때문일것이다. 고통을 통해 단련되는 과정에 깊게 남은 상처들..문제는 그 상처들이 어떻게 삶의 동력이 되어지는지에 대한 방도를 알지 못했던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 1. 열일곱명의 인문학자가 꾸려낸 삶의 프레임.

 

저자가 만난 열일곱의 목소리가 반질하게 잘 닦인 대청마루의 결처럼 호방하고 살갑게 펼쳐진다.

표지의 열한명의 이름이 보이고, 나머지 여섯의 이름이 궁금해지며 표지를 연다.

사진과 오래 기억해도 좋을 글들이 보이고..목차가 있다.

열일곱개의 꼭지가 잘 말려진 곶감처럼 조로록 매달려 있다. 누구의 이야기일까 사뭇 궁금해졌고 서둘러 책장을 넘긴다.

내가 가장 주목했던 서민교수의 글은 어디쯤 있을까.

 

 

 

 

 

 

 

 

 

 

 

 

 

 

 

 

 

 

 

 

 

 

 

 

 

 

 

 

 

 

 

 

 

 

 

 

 

 

 

 

 

 

 

 

 

 

 

 

 

 

이야기의 주제들이 쓰여져있고,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성미 급한 나는 주르륵 훑어보며 누구의 이야기인지를 굳이 옆에 적어놓는다. 마치 맛있는 것부터 먹어버리겠다는 욕심많은 꼬마애처럼 말이다.

출판사측에서는 주제를 잡고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누가 하게 되는지 담담하게 읽어보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개구리 독자는 누가 이야기 하는 어떤 이야기인지가 궁금했다. 아직은 어떤 이의 이야기인가가 더 중요한 천박함을 지우지 못한 까닭일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열일곱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 2. 다 아는 이야기겠지

 

 지레 짐작은 언제나 맹탕한 결론을 기대하곤 한다. "그럼 그렇지..그럴 줄 알았어" 하는 식의..

그들의 이야기를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뻔한 이야기일테지..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을 믿고 성실하게 밀고 나가면 행복해질것이다..뭐 그런?

그러나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왜 "유명인사"의 행복론이 아닌 "인문학자" 열일곱의 프레임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막연함과 감성적인 부분만을 한없이 자극하거나 불특정 전문분야에 대한 자부심으로 얼룩져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이 사람과 역사가, 사람과 신화가, 사람과 우주가..어떻게 어깨동무하고 합일을 이루어 궁극의 행복을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사유가 읽히는 것이다.

행복은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자연친화적 감수성을 잃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역사를 놓기 시작하면서 신화 속의 바람을 믿지 않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오류와 정체되어지는 진화의 길목에 서성이게 되는 것이다. 그 곳에서 그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온전히 겪어내며 학습하지 못하고, 피하고 움츠리며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행복은..그렇게 구속된 채 석방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하지 않다. 그렇다면 불행한 것인가? 씨앗을 뿌려놓고 열매가 맺히기까지 기다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조급함이 불러오는 비극일 것이다. 열매 맺음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 나무는 글렀어. 라고 단정짓고 ..나는 망했어..라고 스스로 좌절로 몰아넣지만 않는다면 어쩌면 행복은 생각보다 빨리 맺힐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지 않다는 건. 아직 행복하지 않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복하기 위한 몇가지 조건만 갖춘다면 가능하다는 청신호일것이다. 불이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지 단선된 것이 아니라는 것.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욕심많은 겁장이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 아는 이야긴가? 알고 있으며 행동하여 고치거나 그 근원을 찾을 궁리를 하지 않는다면..그래서 스스로의 행복을 놓쳐버린다면..도산선생님께 종아리를 맞는대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 3.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아플거고 제대로 아파야 제대로 낫지.

 

언제나 극단의 명제가 혼란을 가중시킨다. 어떤이는 말한다. "절망하라. 그 끝에서 다시 시작하라" 그러자 어떤이는 또 말한다. "절망을 거부하라." 어쩌란 말인가.

이 두 명제를 조합하면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절망의 상황에서 상처를 입고 그것이 얼마나 아프고 고된것인지 배워야 한다. 그 절망의 속성이 무엇이며 어디서 온것이고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속속들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상처를 헤집어보는 건 상상만으로도 쓰라리고 고통스럽겠지만 그래야 한다. 그렇게 절망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렇게 배워가며 하나씩 제거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절망하지 않겠어!라는 선언은 필요하지 않다.

열일곱의 목소리는 절망앞에 겁을 먹더라도 피하지 말고 그것과 마주하라고 한다. 견디지 말고 절망을 끌어안으라고 한다. 그 속에 품고 있는 희망이 가장 건강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려운 일이다.

피하고 싶은 과정이지만 그것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경험"이라는 무기와 "배움"이라는 해법을 갖지 못하고 말것이다. 그 결과는 혼돈이고 혼돈이 길어지면 자괴감이 스스로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희망의 씨앗도 움켜쥐쥐 못한 채..

 

# 4. 건강하고 빛나는 목소리.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새로웠다. 또한 개인적으로 관심을 둔 분의 이야기는 마치 음성지원이라도 되는 듯 들렸다. 슬쩍슬쩍 웃음이 지어지는 건 그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진정성과 따스함, 현실성이 있었다는 말이다.

책 말미에 붙어있는 그들이 추천하는 책 목록 또한 귀중한 자료다.

내가 읽었던 책들..혹은 낯선 책들의 목록..

그 책들에서 그들이 얻은 것과 내가 얻은 것은 분명 다른 빛깔 다른 의미이겠지만..공유되어지는 것은 분명 있을 것이다.

 

행복하고자 한다면? 아니 최소한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쯤이고 어떤 풍경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하나의 협주곡처럼 연주해내는 <행복론> 혹은 호롱불 하나 밝혀둔 봉놋방에서 두런두런 나누는 삶의 이야기들, 살아온 궤적의 공유가..묵직하게 내려앉는 느낌을 갖게 한다.

 

 

 

 

고통은 생명체에게 아주 필요했기 때문에 진화한 현상이예요. (p209)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땐 제가 독서에 열중한 것처럼 뭐든 죽어라 해보세요.도움이 되거든요(p366)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의 뿌리는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p117)

만족을 알고 멈출 때 행복함을 알게 되는 겁니다. (...) '그건 내게 없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게 있는 것'을 찾는 일이다.(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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