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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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누구나 다 겪는 시간에 대한 경험이다. 물리적 시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경험에 따라 절대적 시간으로 변모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이 물리적 시간을 자신만의 절대적 시간으로 전환시키면서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 비록 물리적 시간 안에 있다 해도 스스로 창조해나갈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자신만의 절대적 시간이다.

_ 시간도 신의 피조물이다 중 - P344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펜서 존슨은 그의 책 <선물》에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지금 이순간이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몰두할 때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존재하고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_ 가장 소중한 선물 중 -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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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극장
이성아 지음 / 강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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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는 우희의 첫 고용인이다. 쉰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우희는 난생처음 구직활동에 나섰다. 누군가는 팔자 좋은 여자라고 비아냥대지 몰랐다. 그러나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면서 우희는 자신이 세상과 절연된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경단녀 운운 이전에 내세울 경력이란 게 전무했다.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가 된다더니, 자신이 그 꼴이었다. 그러다가 베이비시터 사이트를 알게 되었을 때는 광맥을 발견한 듯기뻤다. 그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몇몇 곳과 매칭이 되어 전화면접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차례로 ‘거부하셨습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뉴스에 경악했던게 언제였더라. 그런데 막상 그런 문자를 받고 보니, 면전에서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거절당할 거라면.

_ 베이비시터 중 - P196

안수집사가 된 남편은 말끝마다 용서를 빌라고 했다. 그까짓게 뭐 대수라고, 우희는 용서를 빌었다. 아이들까지 끌어들여몇 시간씩 붙잡혀 있는 걸 보느니 그게 쉬웠다. 우희가 용서를 빌면 집안이 조용해졌다.

베이비시터 중 - P205

선호도 처음부터 폭력적인 사람은 아니었으리라. 삼대독자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차곡차곡 쌓이고 쟁여진 것이 터져 나온 것일 뿐. 자신을 한껏 떠받들던 그것이 자신을 잡아먹는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괴물이 물건을 집어 던지고 우희의 팔을 꺾고 목을 조른 것이다. 언젠가는 그런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란 선호가 우희 앞에 엎어져서 울었다.

_ 베이비시터 중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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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극장
이성아 지음 / 강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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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의 말 한마디 없이 가정을 파탄 내는 어른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 그 무력함만큼 절망했을 것이다. 그건 어쩌면 아이에게 각인된 최초의 배신이며 폭력이리라. 하루아침에 달라져버린눈앞의 세상에, 은지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녀는 어쩌다 미국까지 가야 했을까. 전남편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대한 이야기를 엄마로부터 들었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그건 마치 세상 사람들의 입방아에 돌고돌아온 나의 추문처럼 쓰라렸다. 그 무렵, 나는 그녀를 나의 분신처럼 느끼고 있었다.

_ 스와니 강 중 - P75

세상은, 낮과 밤, 빛과 그늘, 그리고 시차로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태양을 공유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우리는 이어져 있는 거라고,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라고 아무리 무섭게 닦달해도 신비롭게 이어진 인연마저 끊을 수는 없다고,
단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보지 않았다고 모르는 건 아니라고,
모른다고 없는 건 아니라고.
하여 그녀는, 그녀의 지워지지 않는 숫자 1은, 우리 모두라고.

_ 스와니 강 중 - P87

그가 목숨을 걸었던건 인간으로서 죽고자 함이었다.

_ 천국의 난민 중 - P124

중국에 있을 때의 엄마는 중국말이 서툴렀고 한국에서의 엄마는 한국말이 서투르다.

_ 그림자 그리기 중 - P137

평소에는 너에게 관심도 없던 아이들이다. 너는 투명인간이니까. 아니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지우기 시작한 건, 네가 먼저다. 너는 아이들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아이들을 하나씩 지우는데, 이상하게도 정작 지워지는 건 너 자신이다. 네가 국어책을 읽을 때 쿡쿡거리며 웃던 아이, 게임기를 자랑하며 줬다 빼앗던 아이, 쓰레기 냄새가 난다며 코를 막던 아이, 네가 입은 옷을 보고 키득거리던 아이, 네가 뭘 물어봤을 때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딴청을 부리던 아이, 네 말투를 흉내 내며 네 주위를 빙빙 돌던 아이, 그 아이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너는 점점 그림자가 되어간다.

_ 그림자 그리기 중 - P142

너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의심은 너의 유일한 힘이다. 그것만이 지금껏 너를 지켜주었다고, 너는 생각한다.

_ 그림자 그리기 중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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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극장
이성아 지음 / 강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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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때를 돌이켜보면, 가여운 건 나였다.
아버지는 유독 언니를 편애했다. 아버지의 편애와 거기에 편승해서 엄마가 무신경하게 내뱉는 말은 나의 무의식에 깊은상흔을 남겼다.

_ 유대인 극장 중 - P21

지금까지 나는 피해자 의식에 사로잡혀 나를 한껏 가여워하며 살았는데, 그런 나를 누군가 비웃는 것같았다. 심지어는 가해자라고 비난하는 것만 같았다.

_ 유대인 극장 중 - P33

난 꽃다발 같은 장식품이야. 그런데 시든 꽃다발이지. 남편이란 사람은 나를 자랑하고 과시하려고 독주회를 열고 티켓을 뿌려대는데, 정작 음악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라. 그런데그게 너무 익숙해서 이상한지도 몰랐어. 아버지도 그랬잖아. 그건 너도 알잖아.

_ 유대인 극당 중 - P29

생각해보니까 거절이라는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더라. 내가 뭐라고...... 그러면 그 사람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까. 그게 더 걱정이 되는 거야.

_ 유대인 극장 중 - P30

어둠 속 불빛 아래 서 있으려니 여전히 유대인 극장에 있는것 같았다.

_ 유대인 극장 중 - P40

철마다 올라오는 갖가지 김치나 채소, 봉지마다 갈무리한 말린 나물들을 아내는 거의 다 버리거나 남에게 주어버렸는데, 그는 모른 척했다. 그게 다 자신의 무능 탓이겠지만, 아내보다 그 자신이 먼저 고향을, 어머니를 살갑게 대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교양 있는 아내는 가끔 서울에 올라오는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다니며 음식을 대접하고 용돈도 주었으나, 그것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듯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아내의 싸늘한 태도가 마치 자신을 보는 듯해서 뭐라고 토를 달 수도 없었다.

_ 소울 치킨 중 - P53

그런데 엄마가 뭘 좋아했는지 생각나는 게 없었다. 하물며 엄마가 뭔가를 먹던 기억마저 그에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_ 소울 키친 중 - P56

아무래도 이건 손맛보다는 양푼 맛인 것 같았다. 대접에 조금씩 무칠 때와 달라진 건 양푼의 넉넉함밖에 없었다.

_ 소울 키친 중 - P59

된장 듬뿍, 간장은 적당히, 들깻가루는 넉넉히, 참기름 살짝, 양이많은 나물과 양념이 잘 섞이도록 조물조물, 이 모든 게 어우러져 미묘한 풍미를 만들고 있었다.

_ 소울 키친 중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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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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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연에는 위안의 힘이 있다. 어머니 같은 사랑의힘이 있다. 하루를 한 해처럼 힘들게 사는 우리에겐 늘 자연이 주는 위로와 위안의 손길이 필요하다. 고통스러울 때인간은 자연을 통해 위안받는다. 인간이 자연을 통해 위안을 받을 때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다.

_ 꽃에도 위안받다 중 - P251

다시 수선화를 바라본다. 수선화 화분에 준 물이 구근까지 도달하는 것을 느끼면서 내 본질이 무엇인지 나를 들여다본다. 내 본질을 숨기고 가식과 허상의 껍질을 두르고 사는 내가 보인다.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에 내가 서 있지 않고 남이 서 있는 자리에 내가 서 있다. 감사함을 잃어버리고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사는 탓이다. 꽃과 나뭇잎이 떨어져 자신을 찾듯 나도 나 자신에게서 나를 찾아야 한다.

_ 뿌리가 꽃이다 중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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