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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인도, 신화로 말하다
현경미 글.사진 / 도래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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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나 인도 신화에 대해 심도 깊게 알려주지는 않는 책이다. 딱 여행자의 시선, 그 정도랄까. 이미 인도 신화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고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 책을 폈다면 덮는 게 좋다. 새로울 만한 사실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인도에 대한 실용적 지식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얻을 지식이 별로 없다. 


하지만 화보가 참 좋다. 알고보니 작가가 사진작가인 모양이다. 신상이나 사원, 건축 양식과 힌두교 성화 같은 화보는 즐겁게 볼 수 있다. 글도 상투적이긴 하지만 범박한 대로 읽을 만은 하다. 

우리는 가끔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과연 그것이 진정 남을 위한 길인가? 아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은 내 마음의 평온을 위해서다. 회사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뚫고 승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의 만족이 훨씬 더 크다. 물론 그 밑바탕에 타인을 위한 것이 있다면 그 성취의 폭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커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가끔 내가 원치 않는 희생을 한다고 생각할 때 주문을 외운다. 이 모든 일 역시 나를 위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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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계 호러 단편 100선
에드거 앨런 포.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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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소설 팬들은 '고전 호러'라는 말을 들으면 알 것이다. 아, 이 책에서 '무서움'을 기대해서는 안 되겠구나. 그렇다. 고전 호러를 읽을 때 즐기는 것은 문학에서 호러가 아직 장르소설로 분화하지 않았을 때 고딕 소설이 풍기는 묘하고 어슴푸레한 그림자 같은 분위기지, 여러 가지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의 기준으로 '무서운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은 기획 의도에 충실하다. 무엇보다도, 이런 책을 읽으면 다른 퍼블릭 도메인 호러 단편선들과 겹치는 작품이 많이 나오는데(진짜 많을 때는 1/3 가량 겹치기도 한다) 이 책은 다른 책과 별로 겹치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셀리나 세딜리어' 같이 호러와 유머가 결합된 작품도 좋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인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그림자를 판 슐레밀'이나 빌헬름 하우프의 '돌심장'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은 건 아쉽다. 그것도 고전급인데. 그 정도는 겹쳐도 되는데.



"당신에게 내 생명을 줄 수 없어서 내 죽음을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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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영혼의 도서관 : 페러그린 03 -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세 번째 이야기 페러그린 시리즈 3
랜섬 릭스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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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도서관>은 기승전결 중에서 '전개 후반부-결말'에 해당되는 부분인데도 <할로우 시티>보다 즐겁게 읽었다. 일단 샤론이라는 새 등장인물이 매력적이고, 동맹과 악당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벤담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빅토리아 시대 생활상을 패러디한 듯한 '악마의 영토' 묘사도 좋다. 


게다가 이상한 아이들이 제이콥과 엠마 둘만 남으면서 엠마를 조명하는 방식이 새로워졌다. 사실 작가들이 여성 인물의 뛰어남을 강조하는 방식은 그리 많지 않다. 남주나 남자들의 반응을 통해 미모를 찬탄하기. 아니면 여성인물의 뛰어난 능력을 구구절절이(하지만 별로 납득은 가지 않게) 작가가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엠마의 뛰어남은 미모나 능력이 아니라 그녀가 순간순간 내리는 결단과 그 결단을 감당하는 힘에 있다. 그리고 제이콥의 시선은 너무 호들갑스럽지 않게, 애정을 품고 그녀의 장점을 보여준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동류들이 있는 '이상한 세계'와 부모와 일상이 있는 '현실' 중에서 어느 쪽을 고르느냐는...누구에게나 힘든 일일 것이다. 나 같으면 어느 쪽을 택할까?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어. 저마다 그 나름의 아픔이 있는 법이야. 모두가 너한테 무언가를 원하지만 거의 대부분 거짓말이야. 그러니까 맞아, 나는 대놓고 자기중심적이고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내가 이상한 아이들의 거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되었을 거라는 너희들의 추측은 정말 유감이다. 내가 자본주의자라고 해서 속까지 시커먼 악당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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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할로우 시티 : 페러그린 02 -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두 번째 이야기 페러그린 시리즈 2
랜섬 릭스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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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삼부작에서 제일 잘 썼다고 생각하는 책을 꼽으라면 2부 <할로우 시티>를 꼽겠다. 하지만 제일 끔찍한 책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페러그린을 마법에서 구하기 위해 공습 중인 런던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그들은 인간의 악의와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악의, 전쟁의 참상 속을 헤매게 된다. 이 부분의 묘사가 매우 현실적이어서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리고 찾아낸 진실은 아이들의 희망을 전부 배반한다. 


1권 감상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소설은 환상을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서 피곤하다. '우리 편'이 아닌 떠도는 이상한 아이들이나 적의 이상한 아이들은 전쟁통에 언제 마주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전쟁고아들과 별 다를 것이 없다. 사방을 경계해야 한다. 누구를 믿느냐 안 믿느냐 하는 결정은 '우리'에게도 '상대'에게도 목숨을 좌우할 수 있는 크나큰 문제이다. 


읽는 동안 계속 피곤했다. 공습 중의 런던도, 점점 삭막해지고 망가져가는 타임 루프와 환상세계도. 

군복을 입은 이 악당들은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이 통제하는 할로우보다 더 괴물 같은 놈들이었다. 와이트는 사고할 수 있는 이성이 있는데도 세상을 파괴하는 데 그 이성을 사용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을 죽은 것으로 만드는 일에. 도대체 뭘 위해서일까. 그들 자신이 조금 더 살기 위해서였다. 그들을 둘러싼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 살고 있는 그들이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생명체들에 대한 지배력을 조금이라도 더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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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 페러그린 01 페러그린 시리즈 1
랜섬 릭스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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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SF 소설? 뭐 영미권에서는 SF/F라고 하니까 판타지나 SF나 그렇게 뚜렷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건 맞는데, 묘한 소설이기는 했다. 읽을 때는 판타지를 보는 느낌으로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이 익숙한 장치들은 옛날 SF에서 흔히 보던 것들이다. 초능력자들. 타임 루프. 투명인간. 반대편에서는 할로개스트와 임브린의 변신이 판타지로 균형을 잡는다.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소설이 묘하게 현실적이라 읽고 나서 기분이 비릿하다. 제이콥이 가족들과 맺고 있는 관계, 제이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 부자 어머니와 결혼한 직업 없는 아버지의 자괴감과 끈기 없음 같은 것들. 판타지 소설을 볼 때는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는 맛도 있는 건데, 이 소설은 가상세계마저도 현실과 가깝다. 매우 가깝다.

 

별 다섯 개를 받아 마땅한 소설이다. 내 취향에 안 맞아서 그렇지.

 

별들도 시간여행자들이었다. 저 오래된 별들 중 얼마나 많은 별들이 이제는 죽어버린 태양의 마지막 메아리일까. 이미 태어났지만 아직 이곳까지 닿지 않은 빛은 또 얼마나 많을까. 만약 우리의 태양 말고 다른 모든 태양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이 다해야 이 우주에 오직 우리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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