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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친밀한 범죄자
웬디 L. 패트릭 지음, 김경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성범죄/인신매매 부서 검사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좋은 사람 같아 보이는 범죄자를 의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역설적으로 "속이려고 마음 먹고 덤비는 놈한테 안 속을 사람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일단 첫 부분, 독자의 관찰력을 시험하는 질문부터 허들이 너무 높다. 여기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이의 어린이집 교사 : 교사의 자녀가 몇 명이며, 아이들의 성별과 나이는 어떻게 되는가?
애인 또는 남편 : 그 사람이 차에서 즐겨 듣는 라디오 방송은 무엇인가?
옆집 사람 : 정기 구독하는 신문이나 잡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옆 사무실 직원 : 그 직원의 책장에 꽂힌 책 중 다섯 권의 제목을 댈 수 있는가?
십 대 딸 : 딸이 가입한 SNS 사이트는?
동네 수영장의 안전요원 :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약물이나 의약품은 없는가?
담당의사 : 무슨 과인가? 전공이 있다면 경력은 얼마나 되는가?
교회 목사 : 즐겨 시청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회사 상사 : 점심시간에는 누구와 무엇을 하는가?
요즘 연락하는 온라인 썸남 : 퇴근 후 어디에 가고, 주말에는 무엇을 하는가?
회사 건물 경비 : 근무시간에 페이스북을 보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되는가?
담당 회계사 : 도박을 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도박을 얼마나 자주 하는가?
자주 가는 카센터 정비사 : 무슨 차를 모는가? 결혼은 했고, 아이는 있는가?
아파트 단지의 옆자리 주차자 : 어떤 일을 하는가? 누구와 함께 사는가?
위 질문에 5개 이상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확실히 이런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무심코 우리의 약점을, 스케줄을 내보이기 쉬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에게 의심을 품고 산다면 돌아버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험한 세상에서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무시할 수도 없는 경고. 그래서 이 책은 읽을수록 무섭고 무력해진다. 사춘기 초입의 아이들을 두고 있는 부모라면 꼭 한 번 읽어보고, 아이들에게도 읽혀야 할 책이다. 책 한 권으로 아이들에게 없던 경각심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게 호의적이지 않고, 잘생기고 친절한 사람이라도 나를 비참하게 속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들 것이다.
늘어진 옷을 입고 공중 화장실 근처를 어슬렁대는 부랑자를 조심한다고 해서 새로운 직장 상사나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다정한 교사가 무슨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골목길에서 수상한 눈빛으로 진땀을 흘리는 사람을 만났을 때 피하는 요령을 안다고 해서 온라인으로 연락 중인 상대의 속마음을 알 도리는 없다. 지금까지 그 사람이 공개한 건 기본 정보와 잘생긴 프로필 사진뿐이지 않은가(정말 자기 사진이기라도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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