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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 속에서
조 월튼 지음, 김민혜 옮김 / 아작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웨일즈 요정, SF와 판타지, 사춘기 연애.


작품성을 떠나 블로그를 책으로 펴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에 대한 감상을 계속 섞어놓는 것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만 하다. 하지만 머리아프고 숨가쁠 때 읽기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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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좀비 연대기 : 클래식 호러
로버트 E. 하워드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사실 좀비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흡혈귀의 구시대적 귀족성은 좋아하지만, 마찬가지로 구시대적인 '죽은 노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실 한 제도를 지탱하는 폭력의 앞뒷면일 것인데도. 


하지만 <더 좀비스>는 재미있게 읽었다. 생각과 자유의지가 없는 '유기체 로봇' 같은 좀비부터, 인간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좀비까지 작가들의 상상력은 발랄하게 작동했고, 여전히 좀비는 매력이 없었지만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그 후 <나는 좀비를 만났다>를 보았다. 좀비라는 존재보다, 그런 존재를 가능하게 만드는 아이티라는 국가가 매혹적이었다. <나는 좀비를 만났다>를 읽고 나니 <더 좀비스>의 좀비들이 현대적이지만 얄팍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 다음 이 책 <좀비 연대기>를 읽었다.


매우 만족스럽다. '호러의 고전' 시대에 속하는 작가들이 쓴 '고전적인' 단편 모음이다. 부두교 주술사들이 위력을 발휘하고, 비밀 조직이 모든 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아이티에 온 기분이었다. 고전적인 호러 소설들이 흔히 그렇듯이, 이야기의 진행 속도는 더디고 엄청나게 끔찍한 유혈 현장도 나오지 않는다. 호러 소설이라기보다 백 년쯤 전 아프리카의 어느 주술사 집에 초대받아 비밀스러운 의식을 겪고 온 인류학자의 기록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있다. 화려한 상상력과 현대적인 사건들을 보고 싶으면 <더 좀비스>를 추천하겠지만, 황토길을 배경으로 드문드문 지어진 이국의 움막 사이에 숨은 비밀스러운 존재를 보고 싶다면 <좀비 연대기>를 권하고 싶다. 둘 다 읽는다면 더 좋고. 


아마도 다음과 같은 한 문단으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티외 투셀은 결혼기념일을 맞아 6인용 만찬을 준비했고, 그의 아내는 손님으로 온 네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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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가족에 대한 문제의식이 구체화된 것이 나한테는 십오 년쯤 전일 것이다. 행복한 가족이라는 걸 주변에서 보고 자라지 못했고, 친구들은 다들 이를 갈며 십대와 이십 대를 보냈다. 친구들 가정이 딱히 폭력가정이 아닌데도 그랬다. 


모든 일이 터지는 때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때'가 너무 늦게 오면 씁쓸하다. 여자가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강남역 살인사건도 그렇고, 00 내 성폭력도 그렇고, <이상한 정상 가족> 같은 책이 이제서야 주목을 끄는 것도 그렇다. 


이 책에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어린이집의 폭력보다 가정폭력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 특히 계부모보다 친부모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할 것 없다는 얘기, 세계 최대의 고아 수출국, '정상'을 벗어난 가족 형태를 온갖 제도 밖으로 배제해 버리는 모습, 이른바 '다문화 가정'이 받는 취급...다들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 이미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결정한 문제들을 일목요연하게 엮어놓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책은 아니었다. 


다만 아쉽다. 이 책이 십 년, 십오 년 전에 쓰여 사회에 받아들여지고 파문을 일으킬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지금쯤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을까. 왜 이 책의 내용들은 십 년 전쯤 상식이 되지 않았을까.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가장 새로운 문제인 '다문화가정 2세'만 해도 벌써 십오 년이 넘은 문제인데. 때로 생각의 속도는 너무나 느리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적어도 여성에 대한 그런 폭력을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은폐하려고 애쓰지 않는 정도까지는 왔다. 그런데 아이에 대해서만은 그렇지 않다. 애정, 훈육 등 통념의 미명하에 관계의 폭력이 용인되는 최후의 식민지, 거기에 아이들이 있다.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주민의 아이들은 학대를 당해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갈 곳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시설에도 가지 못한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의 아이들이 단지 국적과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상적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군다. 교육,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 폭력에서 보호받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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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현남 오빠에게", "당신의 평화", "경년"은 어느 정도 도식적이기는 해도 워낙 '여성의 현실'이 주는 무게가 있는지라 한숨지으며 읽었다. 20년 전쯤에는 이미 다 풀렸어야 할 문제가 '아직도 현실'로 다가올 때의 먹먹함이랄까. 그러나 그 뒤, 판타지가 섞인 소설들은 오히려 고발의 날카로움도 덜했고 그렇다고 소망성취의 속시원함도 없고, 세세하게 포착하기 힘든 현실의 갈등과 균열을 드러내주는 것도 아니고...


기획소설집이라 주제를 정해놓고 써야 했을 작가들의 어려움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소설집은 아니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여성에게 칼날을 들이대는 현실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판타지의 역동성이 미흡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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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여성의 고립, 가정폭력, 가스라이팅 등을 소재로 다루는 책이라고 해서 어떤 깊이로 다루었을까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사이코패스에게 걸린 죄없는 여성'을 관음하는 포르노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이 요정 대모님의 출현에 가깝게 술술 풀려버리는 건 그렇다 쳐도, 모든 악행과 폭력이 한 개인의 비정상성 때문으로 치부되고 나머지는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공포의 묘사에 집중한다면 그게 포르노가 아니고 뭔가.(옆길로 새자면 정유정의 <7년의 밤>이 마음에 안 들었던 이유도 그거였다. 악인은 그냥 '악인이라서' 가학하고 범죄를 저지른다. '왜 이런 악인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고찰도 없다. 악인과 피해자, 정의 사이의 멀고도 가까운 거리나 날카로운 균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범죄소설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볼 만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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