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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가족에 대한 문제의식이 구체화된 것이 나한테는 십오 년쯤 전일 것이다. 행복한 가족이라는 걸 주변에서 보고 자라지 못했고, 친구들은 다들 이를 갈며 십대와 이십 대를 보냈다. 친구들 가정이 딱히 폭력가정이 아닌데도 그랬다.
모든 일이 터지는 때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때'가 너무 늦게 오면 씁쓸하다. 여자가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강남역 살인사건도 그렇고, 00 내 성폭력도 그렇고, <이상한 정상 가족> 같은 책이 이제서야 주목을 끄는 것도 그렇다.
이 책에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어린이집의 폭력보다 가정폭력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 특히 계부모보다 친부모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할 것 없다는 얘기, 세계 최대의 고아 수출국, '정상'을 벗어난 가족 형태를 온갖 제도 밖으로 배제해 버리는 모습, 이른바 '다문화 가정'이 받는 취급...다들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 이미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결정한 문제들을 일목요연하게 엮어놓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책은 아니었다.
다만 아쉽다. 이 책이 십 년, 십오 년 전에 쓰여 사회에 받아들여지고 파문을 일으킬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지금쯤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을까. 왜 이 책의 내용들은 십 년 전쯤 상식이 되지 않았을까.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가장 새로운 문제인 '다문화가정 2세'만 해도 벌써 십오 년이 넘은 문제인데. 때로 생각의 속도는 너무나 느리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적어도 여성에 대한 그런 폭력을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은폐하려고 애쓰지 않는 정도까지는 왔다. 그런데 아이에 대해서만은 그렇지 않다. 애정, 훈육 등 통념의 미명하에 관계의 폭력이 용인되는 최후의 식민지, 거기에 아이들이 있다.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주민의 아이들은 학대를 당해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갈 곳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시설에도 가지 못한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의 아이들이 단지 국적과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상적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군다. 교육,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 폭력에서 보호받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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