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
정희재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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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속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이 책과의 만남은 그런 느낌을 주는 아주 아름다운 만남이다. 소란스럽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떠벌리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들려주기때문이다. 도시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의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일탈들을 아주 작은 소리로 조근 조근 이야기해준다. 그녀 자신이 살아오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와 사람과의 만남를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이 책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 글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그녀의 삶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정희재'는 어려서는 전라도에서, 학창시절은 경상도에서, 커서는 서울에서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서울말씨와 억양을 고루 익혔다고 3개의 국어를 익혔다고 자부하지만, 우리들이 외국어를 원어민처럼 할 수 없는 것처럼 언제나 말씨에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여기에서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빚게 된다. 그러니, 그녀가 도시생활에서 느꼈을 이야기들이 이 책속에 들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내고, 티베트 승려의 자서전을 번역할 정도로, 그리고, 중국의 탄압에 저항하는 티베트에 도움을 주는 일과 인도, 제3세계 어린이, 북한 어린이 돕기에도 동참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일들이 모두 가슴 따뜻한 일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작품으로 기억하는 저자는 '칫솔맨, 도와줘요!'의 그림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까지...
작자는 책표지글에서

이 책은 한 도시인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미를 묻고 답하는 길에서 주운 작은 열매라고 할 수 있다. (...)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부딪쳐 일으키는 불꽃이 한 영혼의 키를 얼마나 키워 주었는지도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 사랑과 행복, 교감, 고통, 상실의 순간을 정리화면처럼 붙잡아 보고 싶은 한 도시인의 내면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짧막한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느껴지듯이 여성 작가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분석하는 예리한 통찰력과 섬세한 필치로 글이 깔끔하면서도 정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책 속의 사진들에서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면까지 함께 갖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독서를 지나 정서적으로 순화되는 마음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이란 어는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이며, 가장 나다운 나와 만나는 먼 여정 (p37)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가? (p38)
우리네 삶도 잠깐 머물다 가는 여행객 신세이건만 공항밖에서는 왜 그리 자주 고생은 고생일뿐이고, 답답함은 그저 답답함 뿐인지 (p118)
아주 평범한 도시의 일상들은 때론 따뜻한 마음으로, 때론 긍정적인 마음으로 차분하게 써 내려가는 글들에는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에는 아까운 좋은 구절들이 읽은 후에도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게 된다.  저자는 아마도 삭막한 도시에서 혼자 밥먹기 등을 통해 외로움을 체험한 후에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배우고, 거기에서 진정한 삶의 모습과 행복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읽는내내 젊은 작가인듯한데, 그 나이에 벌써 이렇게 세상을 잘 알고,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아심도 생겼다. 역시나 이런 아름다운 마음은 세상밖으로 나가서 히말라야 오지를, 인도를 돌아다니게 만들었고, 그 결과 세계의 어린이들과 나라밖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까지 희망을 안겨주려고 동분서주하는 것이다.
봉천동, 신림동의 지하방의 도시생활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나라밖으로 까지.....
정희재는 촌사람, 도시인, 여행자, 일상인.... 이런 다각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고 끝끝내 어느 곳에도 당도하지 못한다해도 괜찮은 평화가 그녀의 마음속에 있다. (p310)


이 책에는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가지가 소개되는데, 그중에 '정리하기- 묘비명'이 있다.
일본의 소설가인 '무라카이 하루키'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자겸 리더,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한다. 그가 마라토너로도 유명하기에....
프랑스의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내 그대를 찬양했더니 그대는 그보다 백배나 많은 것을 내게 갚아 주었도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라고 했다 한다. (p312~313 중에서 발췌)
그렇다면 그녀는
'이제 안 일어나도 되는 건가?' 한 줄 더 허락된다면 덧붙이고 싶은 말은 '언제까지?" 지금껏 의문형으로 끝나는 묘비명은 본 적이 없다. 만약 내 것이 최초라면 나는 삶의 최후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흔적을 지닌 존재가 된다. 아무려면 어떤가. 설사 아니라고 해도 이것으로 만족하고, 소인은, 아니 거북이는 물러가련다. (p314)
이 묘비명의 글에서 나는 작가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그녀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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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스무 살 - 깜찍한 20대, 세상에 딴지를 걸다
김수현 글.그림 / 마음의숲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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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Anti- Cool 카툰 에세이. 'Cool' 이 아닌 'Anti- Cool'이란다. 그것은 스무살의 피는 뜨겁기에 절대 쿨해질 수 없기때문이란다. '인생의 가장 뜨거운 날인 지금. 스무살 감성을 스타일링하라.(책 뒷표지글 중에서)고 이 책의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20대 감성 크리에이터인 김수현은 자신의 삶을 '내 마음 가는대로 사는 삶'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녀의 목표는 '쿵쾅거리며 스릴있게 사는 것'이란다.
물론, 젊기에. 20대이기에. 스무살만이 가능한 목표이기는 하지만, 처음에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젊다고 너무 세상을 얕잡아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섞인 시선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은 저자가 책에서 밝혔듯이 잘 쓴 글은 아니고 생각을 기록한 것이라고 했듯이, 보통의 에세이와는 좀 다른 면이 있다. '카툰 에세이'이기에 글과 함께 그림이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몇 년전에 나왔던 '파페포포'시리즈처럼. 

 
아주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글과 함께 일러스트까지 직접했다. 몇 페이지를 읽다보니 'Anti- Cool '이라고 했건만, 상당히 'Cool'하다. 20대의 생각이라기에는 너무도 밝고 맑은 마음을 가졌고, 건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글들이다. '삶의 아름다움이 삶의 도처에 널려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청춘이기에 가능한 생각들. 청춘이기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적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삶의 깊은 의미를 알고 있는 듯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스무 살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이다. 삶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이별에 대해서, 친구에 대해서, 목표에 대해서..... 주제별로 떠오르는 단상들의 모음이라기에는 너무도 무르익은 삶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이다.

 

* 필요한 만큼의 공간과, 필요한 만큼의 돈, 필요한 만큼의 욕심. 우리는 필요   이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는가.
* 20대의 가장 큰 특권은 바로 실패할 수 있는 자유다.

 
해 보지도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인생은 하고 싶은 일만하고 살기에도 너무 짧음을 일깨워준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읽어도 무리없이 다 읽고 내릴 수 있을 정도의 짧은 글들이지만, 그 속에는 깊은 삶의 깨달음이 있는 그런 책이다.
참으로 젊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며, 비록 그 나이를 지났더라도 그 나이대로의 감사하게 생각할 일들은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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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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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요시다 슈이치'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10년간에 걸쳐서 10개의 도시를 둘러싼 10편의 단편소설로 엮었다. 물론, 단편소설을 묶어서 출간할 경우에 어느 정도의 시간차가 있기는 하지만, 10년에 걸쳐서 써 내려온 작품이기에 그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들이 많이 다를 수가 있다. 다시 말하면, 10편의 단편들은 발표시기, 수록했던 지면, 작품의 분량, 주제, 등장인물, 분위기가 다른 각양각색의 글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늘 '요시다 슈이치'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넘나드는 '거리'에서 일어나는 삶의 모습을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여기까지는 옮긴이의 글을 거의 인용한 것인데, 실제로 이 책의 글들을 읽어보면 '10개의 도시'라는 표현은 좀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한다. 8편의 작품이 일본의 도시들이 배경이고, '영하5도'가 서울을, 그리고 상하이는 '24pieces'에서 잠깐 언급될 뿐, '10개 도시를 둘러싼'이라는 글이 뜻하는 바를 나는 찾지를 못했다. 이 책에서 도시가 꼭 어떤 것을 은유하거나 '여행자'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을 생각하여 '여행에세이'적인 단편소설들을 생각했다면 이 책에 담겨진 작품과는 많은 거리감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먼저, 책을 받아든 순간, 먼 나라에서 온 한 통의 편지를 연상하게 하는 스탬프와 표제옆의 뚫린 공간으로 보이는 도시의 지도. 호기심에 책표지를 벗기니, 어느 도시의 지도이다. 그 지동에 쓰여진 지명은 이 책의 단편소설들의 제목들이었다. 지도는 나와 너무도 가까웠던 것이기에. 대학생때부터 접했던 그 지도. 그리고, 사회에서도. 그리고, 낯선 여행길의 나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던 지도.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낯설기보다는 더욱 친근감이 있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품중의 '24pieces'의 경우에는 짧막한 단 7쪽의 글(그것도 띄워쓰기가 많은) 이었다. 작가인 '요시다 슈이치' 는 삭막한 도시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 모습으로 표현했다. 각 작품들은 모두 다른 모습의 느낌으로 표현되었다.

'캔슬된 거리의 안내'처럼 매우 관념적인 문학 풍미가 흘러 넘치는 작품'(...)
'나날의 봄' '영하 5도'처럼 도시적이면서도 달콤한 연애 분위기가 드러난 작품(...) '젖니' '녀석들'처럼 모순적이고도 모호한 인간 심리에 초첨을 맞춘 작품도 있다.
(p261)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기전부터 과연 일본인 작가인 '요시다 슈이치'는 우리의 서울을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로 그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영하 5도'라는 작품을 통해서 비쳐지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일상은 거의 어색한 느낌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의 대부분이 너무도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고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대사처리도 평범하기에 그의 작품을 읽으면, 그냥 우리의 일상인듯한 느낌들이 든다.  그저 어제가 오늘인듯. 오늘이 내일이 될 것같은 그런 일상이 그의 작품속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무미건조한 느낌이 든다. 단편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반전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야 보면, 그의 작품속에는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꿰뚫어보는 시선이 있고, 그것은 우리들 인생의 모습이고, 삶의 단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중에 가장 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캔슬된 거리의 안내'는 작품속에 액자구성이 되어 있는 소설로, 한심한 형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과 일상, 그리고 지금은 페허의 섬이지만, 전에는 광부들이 살았던 군함도에서 가짜(?) 가이드를 하던 과거의 생각, 그리고 자신이 쓰는 소설속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소설속의 그가 쓰는 소설은 헤어진 여자친구의 가족과 계속 관계가 이루어지는 특이한 관계를 소설로 쓰는 것이다. 그런데, 어울릴 것같지도 않은 이 3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쓰여졌는데, 이 작품은 작가의  문학, 소설가로서의 길찾기 역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속의 인물들이 자신의 삶에 소극적이지만, 자신을 얽매고 있는 현실에도 어떤 빈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의 이 책의 제목(원제)이 바로 수록된 단편소설중의 제목인 '캔슬된 거리의 안내'하는데,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10년의 세월에 걸쳐 발표한 단편 10편을 묶어낸 이 작품은 데뷔작 『최후의 아들』부터 그의 대표작 『악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창작의 궤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목(원제 : 캔슬된 거리의 안내)에서 말하는 ‘거리의 안내’란 작가가 작품들을 통해 독자에게 제시하는 길 안내라는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 작가 자신의 길 찾기, 즉 문학의 길 찾기와 소설가로서의 길 찾기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추천평중에서)
'캔슬된 거리의 안내'에 나오는 글중에
석연치 않은 것은 그때부터였다. 어쩌면 도둑인데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당당하게 행동한 게 아닐까? 도둑이 도둑답게 행동할 리는 없다. 가짜는 진짜인척하기 때문에 가짜인 것이다. (p 197)
어쩌면 우리들의 삶도 이런 것이 아닐까?
살아가는 모습에서 '가짜'이면서 '가짜'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진짜'처럼 행동하면서 살아온 날은 없는가?
삶의 '가짜'와 '진짜'를 생각해 보게 되는 '도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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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 - 슈퍼 히어로를 읽는 미국의 시선
마크 웨이드 외 지음, 하윤숙 옮김 / 잠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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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
대중문화의 발전과정에서 우리들에게 두드러진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수복장 차림의 슈퍼히어로가 엔터테인먼트와 문화 아이콘으로 강력하게 부상하여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유럽보다는 미국에서 출발하였기에 미국 문화언어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1930년대부터 혜성처럼 출현하여 우리들에게 인기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슈퍼히어로는 그들의 활약에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기때문에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랑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슈퍼히어로는 슈퍼맨, 배트맨 그리고 스파이더맨.....그들은 재미있게도 이름에 '맨' '우먼' '보이' '걸' 등이 붙는 경우가 많다.

어릴적에 공주풍의 만화가 좋았지만, '배트맨'은 남자에 이상한 복장을 하고 마스크까지 끼고 어찌보면 무서운 느낌의 캐릭터였지만 종횡무진 악이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선을 찾아 주는 모습에 신바람이 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슈퍼히어로라면 '황금박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단상들을 가지고 처음부터 어떤 내용의 책일까 궁금했는데, 미국 사회에서 지금까지 열광하던 만화책 속의 영웅들인 '슈퍼히어로'에 관한 내용을 4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주제별로 여러명(15명)의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만화편집자가 쓴 글들의 모음이었다.


만화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까지 등장하고 있는 슈퍼맨, 베트맨, 스파이더맨 등을 여러 방향으로 분석하여 보고 그 속에 나타나는 미국 대중문화를 통해서 미국인들의 삶의 철학과 의식주조 등을 해석해 보는 그런 내용들이다.
어떻게 보면, 철학적 의미가 많이 들어간 이야기들일지도 모른다.
1930년대에 등장하여 슈퍼히어로의 효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슈퍼맨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밖의 모든 슈퍼히어로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슈퍼맨은 만화속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영화속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타적 영웅적 행위의 미덕을 보여준다. 특이한 복장을 하고서 평범한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 넘는 힘과 능력을 가지고 그것을 정의추구를 위해서 선한 힘으로 악을 물리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기 희생이 뛰따르는 경우도 있게 된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지만 그것까지도 개의치않고 행동에 옮긴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마음속 깊은 희망, 두려움, 그리고 열망을 구체화하여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최악의 악몽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슈퍼히어로'의 행동인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행하기에 미국사회를 비롯한 전세계의 사람들은 슈퍼히어로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단편적인 분석이고, 구체적인 분석들은 이 책속에 들어 있다. 슈퍼히어로의 인간관계, 그들은 평상시에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 아니 어떻게 보면 더 어눌하고 볼품없는 존재인 경우도 있다. 그들은 대부분 이중적인 신분을 가지고 있으며, 극히 한정된 사람만이 그들의 초능력과 신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신분은 비밀보장이 되어 있어야 하고, 이것이 또한, 독자들이 스릴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슈퍼히어로들의 복장과 복면에 감춰진 의미 등을 분석해 보기도 한다. 
이러한 슈퍼 히어로의 등장에는 철학적인 의미도,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도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아닌 15명이나 되는 저자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다양한 시선과 의미로서, 슈퍼히어로를 분석하고 미국인들이 슈퍼히어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슈퍼히어로가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력들을 생각해 보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 만화속, 그리고 다른 매개들체를 통해서 많은 슈퍼히어로를 보면서 느꼈던 통쾌함이 지금의 우리사회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 홍길동이나 임꺽정, 박문수의 이야기와 만화캐릭터인 황금박쥐, 그리고 그를 따라 다니던 깡통로봇. (깡통로봇은 베틈맨에게 로빈과 같았던 존재였다. )
그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미국사회에서 슈퍼히어로가 차지하는 역할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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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사랑을 품다 - 윤후명 문학 그림집
윤후명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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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제도는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다. 내가 찾았던 계절은 언제나 여름으로 가고 있는 때여서 피고진 동백꽃들 속에서 철지나 몇 송이 피어 있는 동백꽃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그런 때였다.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을 하곤했다. 언젠가 이탈리아 여행중에 비가 와서 카프리섬을 가지 못하게 되자 일행중의 한 사람이 카프리섬보다 거제도의 해금강이 더 아름답다고 해서 위안을 받기도 했었다. 나에게 거제도는 언제든지 달려가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거제도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5km, 배로 20분이면 가는 섬. 그러나 배로 가는 섬은 시간관념과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자연현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 지심도 (只心島). 하늘에서 내려다 본 형상이 마음을 닮아서 지심도란다.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동백섬이라고도 한단다.
작가 윤후명은 지심도와 1983년 특별한 인연을 맺은 후에 그 섬을 '사랑을 품은 섬'이라고 지칭한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다만 지(只), 마음 심(心) .... 다만 마음뿐이라는 이름처럼 순수한 마음만 간직하고 찾는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p 6~7)
지심도를 사랑하는  작가 윤후명이 2009년 7/15~8/17에 열린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지심도 展의 일환으로 펴낸 책이 바로 '지심도 사랑을 품다'이다. 
  윤후명은 1967년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지만,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에도 당선되어 시인과 소설가로 활동하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은 시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주제는 아름다운 섬, 거제도/지심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주제를 가진 시(15편), 동화(2편), 소설(2편), 에세이 (1편)을 모아 놓았으니,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다양한 장르의 글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화가들의 그림이 곁들여지니, 정말 아름다운 지심도를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모든 글과 모든 그림의 공통점은 지심도, 사랑으로 함축되는 것이다.
  특히, 김해성 화백의 '지심도'를 비롯한 그림들은 파스텔톤의 환상적인 그림이다.
동백섬이라는 지심도는 윤후명 작가에게는 어떤 상징물들로 대변될까?
그는 이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 '팔색조'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지심도에서 팔색조를 처음 알게 되고, 또한 단편소설 '섬'에서 또 이야기하듯이 옛 거제도 포로수용소 언덕을 가득 메운 '엉겅퀴'를 보고 지심도를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작가에서 지심도는 '팔색조'와 '엉겅퀴'로 상징되는 곳이며, 그래서 거제도는 작가에게 새롭고 뜻깊은 섬이 되는 것이다.
 
팔색조와 엉겅퀴는 내게 와서 내 것이 되었으며, 다시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거제도와 지심도는 내게 뜻깊은 섬이다. 새와 꽃이 내 글의 현재 진행형으로 나타날 수 있는 까닭이다. 거제도에 체류하는 동안 발견한 작은 섬 '지심도'는 잊을 수 없는 섬이다. 그리하여 오늘까지 그것은 나에게 사랑의 발견과 확인과 재생의 뜻을 일깨어준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을 아로새겨주는 살아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엉겅퀴는 작가에게는 이름따로, 꽃따로의 꽃이었지만,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엉겅퀴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꽃으로 작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책이 시, 동화, 소설, 에세이, 그림까지 모두 거제도와 지심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마주친 단상들이 글로, 그림으로 화한 것이다. 그곳에서의 사람들과의 소박한 만남, 그리고, 그곳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작가 자신의 '나만의 섬'이라는 믿음으로 그의 글의 배경이 된 것이다.
섬에는 몇 채의 집이 산비탈의 동백 숲 속에 숨어 있었다. 어쩌다가 집안까지 날아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 빛깔이 무지갯빛이어서 팔색조라고 이름 지어졌다는 것이었다. 하늘을 가린 동백 숲 속에 날아드는 아름다운 새. 그 새는 사랑을 어떠헤 노래하는 것일까. 나는 신비한 새를 형상화하겠다는 뜻에 사로잡혔다. 그림으로써 '새의 뜻에 사로잡힌 나'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 섬을 '나의 섬으로만 품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바닷가 길 모충이에서 문득 목격한 엉겅퀴꽃이 이제까지의 흔한 엉겅퀴들 속에서 전혀 새로운 엉겅퀴꽃이었듯이. 거제도는 내게 새로운 뜻의 섬이었다. 나는 지심돌ㄹ '발견한 이래 내 사랑은 그 곳에서 이루어져야만 완성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웠다. 그러나 사랑이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섬으로 갈 날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섬에서만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p191)
마지막에 실린 에세이를 통해서는 '윤후명, 그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모두 답변해주는 솔직한 글들이 윤후명 작가 자신의 삶과 문학세계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그림 몇 점까지 함께 하니, 독자들은 윤후명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적이 드물던 지심도가 2008년에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30'으로 발표가 되어서 사람들도 북적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은 이 섬을 너무도 사랑하는 작가만의 기우는 아닐 것같다.
나는, 이 아름다운 섬. 마음을 꼭 닮았다는 지심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마음만을 한가득 담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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