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
정희재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속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이 책과의 만남은 그런 느낌을 주는 아주 아름다운 만남이다. 소란스럽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떠벌리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들려주기때문이다. 도시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의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일탈들을 아주 작은 소리로 조근 조근 이야기해준다. 그녀 자신이 살아오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와 사람과의 만남를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이 책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 글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그녀의 삶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정희재'는 어려서는 전라도에서, 학창시절은 경상도에서, 커서는 서울에서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서울말씨와 억양을 고루 익혔다고 3개의 국어를 익혔다고 자부하지만, 우리들이 외국어를 원어민처럼 할 수 없는 것처럼 언제나 말씨에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여기에서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빚게 된다. 그러니, 그녀가 도시생활에서 느꼈을 이야기들이 이 책속에 들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내고, 티베트 승려의 자서전을 번역할 정도로, 그리고, 중국의 탄압에 저항하는 티베트에 도움을 주는 일과 인도, 제3세계 어린이, 북한 어린이 돕기에도 동참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일들이 모두 가슴 따뜻한 일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작품으로 기억하는 저자는 '칫솔맨, 도와줘요!'의 그림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까지...
작자는 책표지글에서

이 책은 한 도시인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미를 묻고 답하는 길에서 주운 작은 열매라고 할 수 있다. (...)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부딪쳐 일으키는 불꽃이 한 영혼의 키를 얼마나 키워 주었는지도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 사랑과 행복, 교감, 고통, 상실의 순간을 정리화면처럼 붙잡아 보고 싶은 한 도시인의 내면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짧막한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느껴지듯이 여성 작가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분석하는 예리한 통찰력과 섬세한 필치로 글이 깔끔하면서도 정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책 속의 사진들에서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면까지 함께 갖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독서를 지나 정서적으로 순화되는 마음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이란 어는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이며, 가장 나다운 나와 만나는 먼 여정 (p37)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가? (p38)
우리네 삶도 잠깐 머물다 가는 여행객 신세이건만 공항밖에서는 왜 그리 자주 고생은 고생일뿐이고, 답답함은 그저 답답함 뿐인지 (p118)
아주 평범한 도시의 일상들은 때론 따뜻한 마음으로, 때론 긍정적인 마음으로 차분하게 써 내려가는 글들에는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에는 아까운 좋은 구절들이 읽은 후에도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게 된다.  저자는 아마도 삭막한 도시에서 혼자 밥먹기 등을 통해 외로움을 체험한 후에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배우고, 거기에서 진정한 삶의 모습과 행복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읽는내내 젊은 작가인듯한데, 그 나이에 벌써 이렇게 세상을 잘 알고,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아심도 생겼다. 역시나 이런 아름다운 마음은 세상밖으로 나가서 히말라야 오지를, 인도를 돌아다니게 만들었고, 그 결과 세계의 어린이들과 나라밖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까지 희망을 안겨주려고 동분서주하는 것이다.
봉천동, 신림동의 지하방의 도시생활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나라밖으로 까지.....
정희재는 촌사람, 도시인, 여행자, 일상인.... 이런 다각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고 끝끝내 어느 곳에도 당도하지 못한다해도 괜찮은 평화가 그녀의 마음속에 있다. (p310)


이 책에는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가지가 소개되는데, 그중에 '정리하기- 묘비명'이 있다.
일본의 소설가인 '무라카이 하루키'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자겸 리더,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한다. 그가 마라토너로도 유명하기에....
프랑스의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내 그대를 찬양했더니 그대는 그보다 백배나 많은 것을 내게 갚아 주었도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라고 했다 한다. (p312~313 중에서 발췌)
그렇다면 그녀는
'이제 안 일어나도 되는 건가?' 한 줄 더 허락된다면 덧붙이고 싶은 말은 '언제까지?" 지금껏 의문형으로 끝나는 묘비명은 본 적이 없다. 만약 내 것이 최초라면 나는 삶의 최후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흔적을 지닌 존재가 된다. 아무려면 어떤가. 설사 아니라고 해도 이것으로 만족하고, 소인은, 아니 거북이는 물러가련다. (p314)
이 묘비명의 글에서 나는 작가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그녀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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