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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2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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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 능숙함이 몸에 배인,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다.
  

  루스가 집필한 <일년 동안의 과부>와 관련된 불평독자와의 에피소드와 새 작품 『나의 마지막 나쁜 남자 친구』의 집필 취재와 살인사건의 목격, 어머니가 집필한 책의 만남, 아버지의 자살, 편집장인 앨런과의 첫번째 결혼, 앨런의 죽음, 목격자를 찾는 경찰, 새로운 사랑과 엇갈린 인연, 되돌아온 해후까지 1편에서 궁금했던 내용들이 해결되고, 새로운 사건이 등장한다.

  오랜 시간 능숙함이 배인 목수의 숨결과 정성이 들어간 목제품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정교하게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소수의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로 900페이지가 달하는 이야기를 풀어낸 장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작가와 홍등가 여인의 대화,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펼쳐지는 긴박감, 소설의 제목과 그들의 인생의 닮음, 에피소드 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에서, 잘 만들어진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소년이 연상의 연인과 사랑에 빠졌다. 36년이란 긴 시간을 겪으면서도 사랑의 힘을 잃지 않고, 노인이 된 그녀에게 여전한 사랑을 느낀다. 이야기의 전체 메시지는 큰 감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빙의 손을 거치게 되면, 그들의 긴장된 관계 속에서 에디의 사랑의 빛을 강하게 조명 받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에디가 장식하지만, 더 관심이 갔던 부분은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식이었다.

  사랑에 슬픔에 빠져, 슬픔을 전염되는 것이라며, 딸에게, 에디에게 그 마음을 전하고 싶지 않았던 메리언의 떠남과 그녀와 비슷한 사랑의 상처를 겪은 후, 그녀를 이해하게 되는 루스의 모습, 그리고 묘하게 메리언의 행동과 같은 행동을 하는 루스의 행동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에 작은 풍경을 본 느낌이다. 아니란 걸 알면서도 빠져들게 되는 모습과,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 그리고 나중에 후회하는 모습까지, 10퍼센트 보통이들과 다른, 개성강한 인물들이 펼쳐가는 생활을 엿보면,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인간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많지만, 결국 따뜻한 시선으로 등장인물을 묘사한 작가의 따뜻함이 전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루사가 어렸을 때 베였던 상처와 그 흔적이 36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남아있듯이, 우리 마음 속에 담긴 상처들도, 아물 순 있어도 흔적을 지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흔적을 지우기도 힘들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힘은 역시, 공감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감에서 불러나온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까.

  아버지의 특별한 외도, 아버지의 자살, 살인사건의 목격, 오랜 기다림의 사랑, 상실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 등 하나만으로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들이다. 현실에서의 금기의 영역을 툭툭 견드려, 상상의 폭을 넓힌 느낌이라 할까. 무엇보다 각각의 이야기등이 유기적으로 얽혀,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진짜 현실속에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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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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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내내 읽으면서 든 생각은 '트라우마'였다. 감당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겪었을 때, 인간은 어떻게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상상하기 힘든 일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 게 좋다는 게 기본 신념이지만, 현실은 늘 마음먹은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린이 동화 작가이자 삽화가인 테드 콜과 작가인 부인 매리언 콜은 두 아들이 자랐을 때만 해도 남편의 외도가 있긴 했지만, 화목하게 지냈었다. 두 아들과 떠난 겨울 여행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인해 두 아이를 떠나보내고, 딸 아이 루스가 태어났지만, 매리언은 삶의 의욕을 이미 잃은 상태였다. 전용운전사이자 작가 조수로 16살의 에디를 고용하게 되고, 에디는 매리언의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하게 된다. 에디의 입장에서는 여름날 짧은 사랑과 긴 기다림일테고, 테드의 입장에서는 아내의 바람일 것이다.  

  아들을 매우 닮은 에디의 모습과 그런 에디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루스에게 들키게 된 메리언, 메리언은 여름이 지나면서 테드와 이혼하고, 혼자 떠나버리고, 에디는 그녀와의 추억들을 자서전 스타일의 소설로 출간한다. 32년 후, 루스는 성적 자유가 충만한 친구 해나의 낙태와 여러 사건들을 활용해서 소설을 쓰고, 많은 나라에 번역되는 등 큰 인기를 얻는다. <일년 동안의 과부>라는 소설 출간기념 낭독회장에서 다시 만난 루스와 에디, 에디는 메리언과 닮은 눈동자를 지닌 그녀의 모습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루스는 아버지와 해나가 서로 바람을 피는 모습에 격분해서, 아버지와 함께 운동을 하는 스캇과 잠자리를 갖고,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기를 바라지만 이뤄지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운전연습을 배운 그녀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도중에 그 사실을 말하며 복수를 하고, 54살의 편집장인 앨런과의 사랑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된다. 

  매리언과 에디가 한밤에 함께있는 모습을 보고, 사진속에 있는 오빠들의 모습과 에디가 닮아있는 모습에 큰 소리를 질렀다는 루스의 이야기, 처음 두 줄을 읽고, 작가가 펼쳐놓은 덫에 빠진 느낌이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스토리에, 관심은 루스가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고 에디와 메리언은 어떻게 될까에 관심이 쏠려있었다. 메리언이 갑자기 떠나버리고, 36년의 시간이 건넌  뛰는 등, 이야기는 급속도로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가지만, 이야기의 흥미진진함은 떨어지지 않았다. 메리언과 테드의 갈등만 보여주고, 사건의 전말을 공개하지 않다가, 테드와 메리언이 헤어진 이후, 테드의 입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방식도 독특했다.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잘 아는 작가라고 할까.

 

  테드의 불륜과 해나, 루스의 이야기들과 에디와의 재회 등의 사건들이 얽혀진다.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퍼즐로 짜 맞춘 듯, 복선들이 절묘하게 이어지는 모습에,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칭송받는 이유를 알게 된 느낌이다. 500페이지의 적지않은 분량이지만, 한 번 펼쳐들면, 중간에 놓기 힘들다.메리언이 에디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만져 본 것으로, 테드가 메리언이 에디에게 빠질거라는 걸 알았다던지, 싸인을 하지않는 성격과 노부인의 막무가내에 파격적인 대응을 하는 루스의 모습 등, 사소한 행동 하나가 인물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하는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1편에서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보다는, 루스의 행동이 메리언의 행동과 닮아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상식의 눈으로 보면,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공간속에서 인물들에 이입해서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인간 본연의 모습들과 사회로부터 억압받고, 자기검열에 의해 통제받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도 하다. 불륜과 비도덕적인 행동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도덕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할까.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세부묘사가 살아있기에, 더욱 현대사회와 견주어 볼 수 있다 생각한다.

  스토리 전개와 관계없이, 작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흥미로웠다. 동화책과 작가들의 소소한 일상, 그리고 작가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어내고, 소설을 만들어내는지에 관한 힌트가 숨어있어, 평소 궁금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기도 했다. 메리언은 언제 돌아올 것인지, 해나와 루스는 어떻게 화해를 할 것인지, 에디와 루스는 어떻게 될 것인지, 많은 궁금증이 남아있어, 2편이 기다려진다. 2편에서는 어떤 놀라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제목인 <1년 동안의 과부>처럼, 루스가 과부가 되는 부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추리해 보는 건 소설을 읽는 또다른 재미이다. 2편을 어서 읽고, 궁금증을 해소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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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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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리오 작가는 건축물을 짓는 건축가와 닮았다!


  훌륭한 각본이 있어야 좋은 영화가 만들어진다 생각한다. 좋은 각본은 구성이 튼튼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가는 건축물을 짓는 건축가와 닮아있다. 하나의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설계도를 그리고,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처럼, 시나리오 작가역시 플롯을 구성하는 데 공을 많이 드린다. 설계도가 잘 갖추어진 작품은 절반은 완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시나리오간의 연관성을 잘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2000년 이전의 고대 현인에게 비법을 전수 받는 느낌이라 할까. 저자가 보기로 드는 잘 알려진 영화들로 인해, 그의 주장을 이해하는 데 더욱 큰 힘이 된다. 구성이 탄탄한 영화의 비밀을 엿보고, 시학을 이해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분이다.


# 세 문장을 잘 만든다면, 이미 한 편의 영화의 얼개를 다 잡은 것이다.


  좋은 글을 쓰는 일은 구성을 잘 다지는 일이라는 걸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이란 책에서 알게 되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에서는 인물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 하나를 잘 잡으면 영화는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시작부분에 주인공의 행동의 최초 동기가 소개되고, 중간부분에 인과관계에 따라 사건이 진행되며 갈등이 드러나고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가 나타난다. 마지막에서는 갈등을 해소하고 삶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그가 어떤 사건을 통해 어떻게 변했다.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행동의 변화를 잡아내는 일이 이야기를 만드는 시작임을 알게 되었다.

  중요한 점은 행동에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행동 자체가 인물을 드러내도록 하는 점이다. 작가의 작위성이 들어가지 않고, 인물이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 하는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일이 중요한 요점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시학의 내용에 부합되는 장면들을 <록키>, <아메리칸 뷰티>, <글레디에이터>, <대부> 등 21편의 영화들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무심코 영화를 보았었는데, 구성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탄탄한 구성이 잘 이루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영화속 인물들의 행동에는 작가의 사상이 스며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작가의 의도가 스며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작가가 일부러 넣는 것이 아닌 등장인물의 행동에 스민 성격의 특징으로 인해, 하나의 행동들이 인과관계에 의해 자연스레 갈등으로 이어지고, 갈등의 해소를 통해 주인공들은 삶의 진실을 얻게 된다. 그런 삶의 진실은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아있던 당시의 연극에 존재하는 합창단, 즉 코러스는 영화에서는 시지각을 이용한 플래시백과 다른 장치들을 통해, 현대적으로 적절하게 해석한 점도 보기 좋았다. 반지의 제왕과 같은 서사영화들도 드라마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인물의 행동을 통해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등장인물의 섭취, 욕구, 감각, 운동, 사고 능력을 활용하는 점은 실제 시나리오의 세부적인 부분을 다듬을 때 유용할거라 생각된다.
 

# 시나리오 작법의 입문서로 손색없는 책.

   좋은 글쓰기 책은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나니,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도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통찰력이 필요하지만, 세 문장을 만드는 일부터 이야기의 구성이 시작됨을 알 수 있었다. 맺음말에서는 시학의 원칙에 벗어나 자신만의 진정성으로 영화를 만들어낸 작품도 소개되어 있다. 기본기를 다진다면, 응용도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소설가나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는 이에게 권하고 픈 책이다. 읽고나서 후회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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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 조선시대 명문가의 가훈과 유언
정민 외 옮김 / 김영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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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보다는 걱정과 꾸짖음이 많은 부모님 세대.

   
  아버지는 칭찬에 인색하다. 이제까지 들었던 최고의 칭찬은 "너는 알아서 잘 하니까"란 말인 것 같다. 아버지보다 더욱 남성적인 어머니는 칭찬보다는 바로 꾸짖음이 더욱 많다. 요즘은 갱년기를 겪으셔서 마음의 변화가 더욱 극심하시다. 한 두 번 들을때는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내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똑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듣다보면 마음에 깊은 짜증이 생긴다. 너무나 가까운데서 서로를 보기에 장점과 단점을 너무 잘 안다고 할까. 우리집만 그러는 것인지, 21세기의 현대에서만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편지>가 출간되기 전에 나온 책이기도 하고, 호걸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제목에 혹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호걸은 사내 대장부가 꿈꾸었던 바램인데, 왜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걸 바라지 않았던 것일까.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 픈 마음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자식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는 아비의 마음과 가훈과 유언을 돋보이게 하는 해설.

 
  모함을 받아 죽음을 앞에두고 자식에게 남기는 유언도 있었고, 가문의 가풍을 잘 이어가길 바라는 아비의 마음과 자식의 잘못을 안타까워하며 글로 전하는 마음 등 조선 사대부의 가훈 21편과 유언 10편이 시대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입신양명해서 부모와 가문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관직에 대한 경계와 검소하고 근면한 태도 장려, 가풍을 잘 잇길 바라는 마음이 대부분이였다.

  한문으로 쓰여진 원문을 한글로 옮겨 적고, 해설에서 다시 한 번 현대식으로 우리말로 풀어 전한다. 그리고 글을 남긴 이의 생애와 정보를 간략히 약술하고, 또 다른 글이 있다면 연계해서 채워넣었다. 원문만 그대로 실렸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내용들이 해설에서 잘 채워주고, 현대식에 맞게 다시 풀어쓴 해설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소리내어 읽을 때마다, 자식을 걱정하는 아비의 마음을 절절이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부모 말 들어서 나쁘게 된 일 하나도 없다"를 강조하는 부모님의 말씀에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역사의 흔적을 돌이켜보니, 아버지의 말을 잘 들어 가난하고 오욕의 생활을 견디었지만 가풍을 잘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아비가 죽은 지 7년만에 비리로 사약을 받고 벼슬길에 올랐던 기록마저 삭탈된 기록도 있었다. 유언과 가훈은 아비의 마음이지만, 결국 자식이 잘 이어나가야 그 뜻이 잘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 즉 아들에게는 할아버지가 남긴 유언을 전해준 경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유희춘의 <십훈>으로, 기상 / 질욕 / 사친 / 제가 / 수신 / 처사 / 지인 / 접물 / 계사회천 / 문학 까지 10가지 항목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아버지께서 벼슬길에 중간에 물러남을 권하였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유희춘은 19년간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고,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노력해서 다시 귀양살이가 풀린 후에는 중간에 낙향해서 아버님의 말씀을 지키었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회고하면서, 자식에게 가르침을 전하려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다.


# 가훈과 유언의 내용은 문화의 변화에 맞게 긍정적 해석이 필요.

 
  여성차별이 극심했던 조선시대에 쓴 내용이기에, 가훈과 유언 중에서 시대와 차이가 나는 부분은 감안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지아비는 하늘이다. 혹 지아비를 공경하지 않으면 이는 하늘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다.
 
  시무모는 지아비를 낳은 분이다.
  시무모 사랑하기를 자기 부모같이 하지 않으면, 이는 지아비를 자기만 못하게 여기는 것이다.

  <박윤원이 딸에게 준 훈계>


  현대적 풀이에는 지아비의 내용은 생략되어 있고, 집에서 너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로웠다. 이제 이 일을 미루어 시무님께서 효도하고 동서들과 화목하게 지내라. 그저 집에서 하던 대로 미루어 하면 될 일이니, 여기에 두 가지 이치는 없는 법이다. 시무모님은 네 남편을 낳아준 분들이니, 시부모님 모시기를 네 부모 모시는 것만 못하게 된다면, 이는 네 남편을 업신여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로 풀이되어 있다.

  문화적 변화에 맞게 해설이 잘 풀이되어 있어, 여성분들은 해설을 더 참고해서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성별에 관계없이 문화적 틀 내의 언행임을 감안하고, 현대식으로 맞게 받아들이면 큰 탈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조선시대에는 가풍에 개인의 행동이 많이 제약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풍을 잇고 자신의 지위에 맞게 행동하기 위해 많은 제약을 스스로 채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풍을 윗대부터 내려온 선조들의 언행이라 생각하고, 좋은 점을 잘 이어가려는 노력을 한다면 자신에게도 더욱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

 
  조선 사대부의 유언과 가훈이나 현대의 부모님의 마음이나 자식이 건강하고 무탈하게, 사회에 손가락받지 않고, 도리에 맞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붓을 들어 자식에게 남기는 글귀는 자식의 마음을 깨우치는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글이 없는 건 시대의 제약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머니의 마음도 함께 들어있다 생각하고 읽었다.

  늘 듣는 잔소리를 또 듣게 된다면 또 마음에 얹짢음이 생기는걸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난 성인도 아니고, 뛰어난 이해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 마음에 담긴 부모님의 사랑의 마음을 생각하는 마음은 잊지 말아야 겠다. 아무리 자식이 자라도, 늘 부모님에게는 어린아이릴 뿐이니까.. 부모님이 변하는 시간보다 내 마음의 크기를 키우는 시간이 경제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더욱 타당할 것 같다.

    하루에 한 편 소리내어 읽으면 더욱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옆에서 듣던 어머니께서도 맞아 맞아 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읽고 토론해 본다면 더욱 도타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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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찔레 (일반판) - 미래를 바꾸는 두 가지 선택
조동성.김성민 지음, 문국현.윤석금.박기석 감수, 낸시랭 표지디자인 / IWELL(아이웰)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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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1년차가 되기 전에, 끊임 없이 찾아오는 의문...


  어른이 되기 전에는 어른을 꿈꾸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직장인의 모습을 꿈꾸며, 직장인이 되고 나면, 또 다른 삶을 꿈꾸게 된다. 결국 지금의 삶에 만족을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삶을 동경한다 생각한다. 불황과 경기침체의 늪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지금, 일단 취직부터 하고 보자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생겼다는 기사를 보았다. 뚜렷한 목표가 없이 일단 취직을 하게 된다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 <장미와 찔레>는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선택해야 할 두가지 목표중의 하나를 선택하기를 권유한다. 안정지향적인가, 도전지향적인가.. 중요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점이다.
 

# Integrity, 꾸준한 신뢰의 재발견.
  

  온라인 교육 컨텐츠의 중소기업에 취직한 미주는 마케팅부 입사 1년차이다. 회사에 입사한지 일년, 처음에는 뜨거운 열정과 회사가 내것이라는 생각에 거침없이 뛰어들었지만, 직속상사인 부장과의 마찰과 미운사원으로 낙인찍혀 고생중이다. 마침 신규 제품의 매출이 부진의 잘못은 이른 개발로 인한 자막 오타등의 개발팀의 실수이지만, 부장은 자신에게 책임을 덮어씌운다는 생각에 회사에 다닐 의욕을 상실해 버린다. 남들이 자주 하는, 대학원에 가서 스펙을 높인 후, 대기업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하고 고민하던 미주는 대학시절 독특한 수업으로 기억에 남은 성교수에게 만남을 요청한다. 

  성교수를 만나, 상담을 하던 중 장미와 찔레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변호사나 의사 등 초기 진입은 어렵지만 일단 진입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꿈꿀 수 있는  안정지향적인 찔레와 오랜시간 고생을 하지만, 마지막 한 시기동안 화려한 꽃을 피우는 장미 중 미주는 어떤 삶을 선택하겠느냐고 묻는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는 비전이 없기 때문에 남들 하는데로 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은 미주를 충격에 생각의 변화를 하게 되고, 성교수와의 만남, 특강들의 기회를 통해 변화의 계기를 만나게 된다.

  회사입사 후 초기 10년간은 회사가 직원에게 투자하는 시기, 그 이후 10년은 직원이 회사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시기, 마지막 10년이 자신의 꽃을 피우는 시기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미국처럼 오랜 이직생활이 자유로운 곳에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잦은, 오랜 이직을 한 회사원에게는 회사와 쌓은 integrity, 신뢰가 없기 때문에 조금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회사에서 오랜기간 근무한 직원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integrity를 고려해 볼 것을 이야기한다. 회사가 망하지 않고 계속 발전한다는 전제 아래,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과 목표가 회사의 목표가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 생생한 성공 사례담을 들을 수 있다는 건, 긍정적 마인드에 큰 힘이 된다.

  

  성교수가 이야기한 강의창 사장의 창업기라던지, 신혁 회장의 회사업무 성공기를 통해 생생한 성공담을 전해들을 수 있다는 점도 특별강좌를 책으로 받는 느낌이었다. 창업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과 기존사업과의 제휴의 필요성, 그리고 자신이 회사에  얼마나 헌신하는가에 따라 회사에서의 성공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과 미래가 없어 보이는  회사생활에 빠진 직원들에게 자극이 되기 충분해 보였다. 무엇보다 자신이 제대로 꿈을 꾸고 그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점이 좋았다.

  소설의 형식과 잘 연결시켜, 의욕상실의 미주가 작은 변화의 계기를 통해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대학원 입학을 통한 퇴사의 갈림길에서 성교수의 만남을 스스로 변화의 매개로 만든 건 미주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책의 40프로가 신규직원의 교육을 위해 회사에서 구입했다는 점도 이 소설의 메시지가 조직생활에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우화와 하면 된다의 자기계발서의 열풍 속에서, 어렵지 않지만, 뻔하지 않게 메시지를 잘 섞여 한 편의 소설로 만들어낸 형식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성교수와의 만남으로 미주가 변하였듯이, 저자 역시 교수와의 만남을 계기로 창업을 결심하고 교수의 후원을 받아, 이 책을 집필해 출판사 사장으로 시작한다. 일상에 무기력하게 빠져들 것인지, 변화를 결심하고 새로운 꿈을 찾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화두를 던져준 책이다. 경기는 어렵고 취업의 문은 보이지 않는 취업준비자와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이 책은 변화의 길을 제시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길을 걸을지는 결국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결국 길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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