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 조선시대 명문가의 가훈과 유언
정민 외 옮김 / 김영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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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보다는 걱정과 꾸짖음이 많은 부모님 세대.

   
  아버지는 칭찬에 인색하다. 이제까지 들었던 최고의 칭찬은 "너는 알아서 잘 하니까"란 말인 것 같다. 아버지보다 더욱 남성적인 어머니는 칭찬보다는 바로 꾸짖음이 더욱 많다. 요즘은 갱년기를 겪으셔서 마음의 변화가 더욱 극심하시다. 한 두 번 들을때는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내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똑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듣다보면 마음에 깊은 짜증이 생긴다. 너무나 가까운데서 서로를 보기에 장점과 단점을 너무 잘 안다고 할까. 우리집만 그러는 것인지, 21세기의 현대에서만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편지>가 출간되기 전에 나온 책이기도 하고, 호걸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제목에 혹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호걸은 사내 대장부가 꿈꾸었던 바램인데, 왜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걸 바라지 않았던 것일까.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 픈 마음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자식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는 아비의 마음과 가훈과 유언을 돋보이게 하는 해설.

 
  모함을 받아 죽음을 앞에두고 자식에게 남기는 유언도 있었고, 가문의 가풍을 잘 이어가길 바라는 아비의 마음과 자식의 잘못을 안타까워하며 글로 전하는 마음 등 조선 사대부의 가훈 21편과 유언 10편이 시대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입신양명해서 부모와 가문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관직에 대한 경계와 검소하고 근면한 태도 장려, 가풍을 잘 잇길 바라는 마음이 대부분이였다.

  한문으로 쓰여진 원문을 한글로 옮겨 적고, 해설에서 다시 한 번 현대식으로 우리말로 풀어 전한다. 그리고 글을 남긴 이의 생애와 정보를 간략히 약술하고, 또 다른 글이 있다면 연계해서 채워넣었다. 원문만 그대로 실렸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내용들이 해설에서 잘 채워주고, 현대식에 맞게 다시 풀어쓴 해설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소리내어 읽을 때마다, 자식을 걱정하는 아비의 마음을 절절이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부모 말 들어서 나쁘게 된 일 하나도 없다"를 강조하는 부모님의 말씀에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역사의 흔적을 돌이켜보니, 아버지의 말을 잘 들어 가난하고 오욕의 생활을 견디었지만 가풍을 잘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아비가 죽은 지 7년만에 비리로 사약을 받고 벼슬길에 올랐던 기록마저 삭탈된 기록도 있었다. 유언과 가훈은 아비의 마음이지만, 결국 자식이 잘 이어나가야 그 뜻이 잘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 즉 아들에게는 할아버지가 남긴 유언을 전해준 경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유희춘의 <십훈>으로, 기상 / 질욕 / 사친 / 제가 / 수신 / 처사 / 지인 / 접물 / 계사회천 / 문학 까지 10가지 항목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아버지께서 벼슬길에 중간에 물러남을 권하였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유희춘은 19년간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고,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노력해서 다시 귀양살이가 풀린 후에는 중간에 낙향해서 아버님의 말씀을 지키었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회고하면서, 자식에게 가르침을 전하려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다.


# 가훈과 유언의 내용은 문화의 변화에 맞게 긍정적 해석이 필요.

 
  여성차별이 극심했던 조선시대에 쓴 내용이기에, 가훈과 유언 중에서 시대와 차이가 나는 부분은 감안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지아비는 하늘이다. 혹 지아비를 공경하지 않으면 이는 하늘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다.
 
  시무모는 지아비를 낳은 분이다.
  시무모 사랑하기를 자기 부모같이 하지 않으면, 이는 지아비를 자기만 못하게 여기는 것이다.

  <박윤원이 딸에게 준 훈계>


  현대적 풀이에는 지아비의 내용은 생략되어 있고, 집에서 너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로웠다. 이제 이 일을 미루어 시무님께서 효도하고 동서들과 화목하게 지내라. 그저 집에서 하던 대로 미루어 하면 될 일이니, 여기에 두 가지 이치는 없는 법이다. 시무모님은 네 남편을 낳아준 분들이니, 시부모님 모시기를 네 부모 모시는 것만 못하게 된다면, 이는 네 남편을 업신여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로 풀이되어 있다.

  문화적 변화에 맞게 해설이 잘 풀이되어 있어, 여성분들은 해설을 더 참고해서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성별에 관계없이 문화적 틀 내의 언행임을 감안하고, 현대식으로 맞게 받아들이면 큰 탈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조선시대에는 가풍에 개인의 행동이 많이 제약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풍을 잇고 자신의 지위에 맞게 행동하기 위해 많은 제약을 스스로 채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풍을 윗대부터 내려온 선조들의 언행이라 생각하고, 좋은 점을 잘 이어가려는 노력을 한다면 자신에게도 더욱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

 
  조선 사대부의 유언과 가훈이나 현대의 부모님의 마음이나 자식이 건강하고 무탈하게, 사회에 손가락받지 않고, 도리에 맞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붓을 들어 자식에게 남기는 글귀는 자식의 마음을 깨우치는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글이 없는 건 시대의 제약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머니의 마음도 함께 들어있다 생각하고 읽었다.

  늘 듣는 잔소리를 또 듣게 된다면 또 마음에 얹짢음이 생기는걸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난 성인도 아니고, 뛰어난 이해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 마음에 담긴 부모님의 사랑의 마음을 생각하는 마음은 잊지 말아야 겠다. 아무리 자식이 자라도, 늘 부모님에게는 어린아이릴 뿐이니까.. 부모님이 변하는 시간보다 내 마음의 크기를 키우는 시간이 경제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더욱 타당할 것 같다.

    하루에 한 편 소리내어 읽으면 더욱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옆에서 듣던 어머니께서도 맞아 맞아 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읽고 토론해 본다면 더욱 도타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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