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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2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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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오랜 시간 능숙함이 몸에 배인,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다.
  

  루스가 집필한 <일년 동안의 과부>와 관련된 불평독자와의 에피소드와 새 작품 『나의 마지막 나쁜 남자 친구』의 집필 취재와 살인사건의 목격, 어머니가 집필한 책의 만남, 아버지의 자살, 편집장인 앨런과의 첫번째 결혼, 앨런의 죽음, 목격자를 찾는 경찰, 새로운 사랑과 엇갈린 인연, 되돌아온 해후까지 1편에서 궁금했던 내용들이 해결되고, 새로운 사건이 등장한다.

  오랜 시간 능숙함이 배인 목수의 숨결과 정성이 들어간 목제품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정교하게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소수의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로 900페이지가 달하는 이야기를 풀어낸 장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작가와 홍등가 여인의 대화, 살인사건의 현장에서 펼쳐지는 긴박감, 소설의 제목과 그들의 인생의 닮음, 에피소드 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에서, 잘 만들어진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소년이 연상의 연인과 사랑에 빠졌다. 36년이란 긴 시간을 겪으면서도 사랑의 힘을 잃지 않고, 노인이 된 그녀에게 여전한 사랑을 느낀다. 이야기의 전체 메시지는 큰 감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빙의 손을 거치게 되면, 그들의 긴장된 관계 속에서 에디의 사랑의 빛을 강하게 조명 받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에디가 장식하지만, 더 관심이 갔던 부분은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는 방식이었다.

  사랑에 슬픔에 빠져, 슬픔을 전염되는 것이라며, 딸에게, 에디에게 그 마음을 전하고 싶지 않았던 메리언의 떠남과 그녀와 비슷한 사랑의 상처를 겪은 후, 그녀를 이해하게 되는 루스의 모습, 그리고 묘하게 메리언의 행동과 같은 행동을 하는 루스의 행동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에 작은 풍경을 본 느낌이다. 아니란 걸 알면서도 빠져들게 되는 모습과,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 그리고 나중에 후회하는 모습까지, 10퍼센트 보통이들과 다른, 개성강한 인물들이 펼쳐가는 생활을 엿보면,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인간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많지만, 결국 따뜻한 시선으로 등장인물을 묘사한 작가의 따뜻함이 전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루사가 어렸을 때 베였던 상처와 그 흔적이 36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남아있듯이, 우리 마음 속에 담긴 상처들도, 아물 순 있어도 흔적을 지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흔적을 지우기도 힘들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힘은 역시, 공감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감에서 불러나온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까.

  아버지의 특별한 외도, 아버지의 자살, 살인사건의 목격, 오랜 기다림의 사랑, 상실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 등 하나만으로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들이다. 현실에서의 금기의 영역을 툭툭 견드려, 상상의 폭을 넓힌 느낌이라 할까. 무엇보다 각각의 이야기등이 유기적으로 얽혀,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진짜 현실속에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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