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보물창고 보물창고 시리즈 4
김다울 지음 / 브이북(바이널)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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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이방인인 패션 에디터와 패션 모델이 만나, 그들의 서울의 보물창고를 공개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6년간 패션잡지 <보그걸>에서 패션 에디터를 했던 전효진과 유명한 패션 모델인 김다울이 만나 그들이 생활하던 공간인 서울의 보물창고처럼 소중한 곳을 공개한다. 전효진이 서울에 머문건 10년, 김다울은 4년, 둘 다 서울 토박이가 아니다. 패션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 '서울'을 그리워 하며, 1년을 준비해서 서울에 대한 그들만의 아지트를 공개했다. 꼭 여기는 가봐야 한다가 아닌, 내가 보는 서울은 이런 풍경이였고, 난 이곳에서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어라고 고백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한 김다울과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전효진, 두 친구가 힘을 모아, 눈이 즐거운 사진으로 유혹하는 서울의 풍경을 담아냈다.
 

# 2% 부족한, 그 부족함을 독창성으로 채운 그들의 이야기.
  

  서울이라는 공간을 보고, 두 사람의 추억과 감성을 담은 형식이기에, 뭔가 2퍼센트 부족하다. 맛집 정보를 제공하다고 하기에도 뭔가 2프로 부족하고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 또한 지면의 제한 상 많은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한다. 명동,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광화문 등 8군데를 테마로 잡아 전체적인 특색있는 지역에 대한 단상을 담고, 각각 4-5군데에는 길게 자신들의 추억과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나머지 10-15개의 공간에는 짧게 특징을 잡아 그곳을 소개했다. 카페, 음식점, 서점 등 그들의 추억이 담긴 발길닿는 곳이 대부분이다. 패션편집에디터인 저자가 있어 그런지, 패션잡지의 형식과 책이 많이 닮아 있었다. 격자로 사진을 구성하고, 그 안의 공간에 글을 채워넣은 구성에 글보다 사진에 먼저 눈이 간다.

  20살과 이제 서른이 되는 두 처자가 보는 서울의 단상이라 할까. 서울에 사는 20대 감각 있는 여성들이 보면, 눈여겨 볼만한 장소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잡지를 보는데 익숙하고, 익숙한 서울의 새로운 공간을 찾고 싶은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고 할까. 서울에 살지 않은 다른 젠더를 가지고 있는 난, 익숙하지 않은 서울의 스타일과 패션감각을 가진 그들의 안목있는 장소 소개가 마음에 들었다. 서울에 들렸을 때,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았다고 할까. 음식점과 문화공간의 몇몇 공간은 서울에 가면 꼭 들려봐야지 하며, 수첩에 옮기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강조했던 저자들의 생각이 잘 반영된 것은 HOY, DAUL REPORT로 채워지는 그들의  인터뷰와 테마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만난 명동, 가로수길에서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독창적인 그들의 삶, 그들이 이야기하는 서울과 좋아하는 공간 등은 많은 사람들이 각자 생각하는 서울의 모습을 담아냈기에 주제에 가장 충실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포토그래퍼 오석근과 어어부 프로젝트의 백현진의 인터뷰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같은 공간 속에서 각자 개성을 뽐내는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의 작품과 시도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지금 현재, 획일화 되어 보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서울의 공간은 그들이 있기에 가능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생각하는 서울.. 그리고 서울의 공간들.
  

  지방에 살고 있는 내게, 서울은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나를 유혹한다. 취업의 자리가 부족하기에,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가야 하는 상황은,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취업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그 공간으로 가야하기에 더 마음이 어두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양한 헌책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각양각색의 헌책방과, 다양한 문화 시설들이 존재하고, 자신만의 개성있는 삶을 즐기는 이가 많기에, 서울은 또 다른 기회의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패션모델과 패션에디터들이 쓴 글이기 때문일까. 패션에 관한 그들의 외래어들이 난무하는 점은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 많이 불편하였다. 그들에게는 그런 단어들이 익숙한 표현이기에, 패션쪽에 관심이 많은 20대들에게 더 잘 맞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월간지에서 보는 추천장소들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기분이랄까. 패션에디터인 저자의 패션화보 촬영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패션모델 다울의 파리, 뉴욕, 런던과 서울의 비교체험은 익숙하지 않은 패션 잡지 작업은 단면과 다양한 도시의 특색을 볼 수 있어 좋았다. 20대의 여성의 감성이 잔뜩 담겨있는 책이다. 그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책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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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서평을 보내주세요.
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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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많은 선택의 연속인 인생. 그 결과의 누적분이 바로 나.

 
  도서관에서 한겨레 21의 목차를 보다, 1년 전 번역강좌를 들었던 교수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인터뷰를 읽고, 오랜만에 안부와 함께 교수님께 메일을 쓰고, 그 분의 답장을 받았다. 안부 인사를 쓰면서, 불확실한 내 인생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고, 긴 시간 내가 이루기 힘들다 생각했던 일들이, 그분 역시 일상의 우연속에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꾸준함 속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편지를 쓰면서, 내년 1월까지 해야 할 일을 결심했다. 내가 한겨레 21을 보지 않았더라면, 인터뷰를 읽지 않았더라면, 메일을 쓰지 않았더라면, 답장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등등 세심하게 신경써서 돌아보지 않는 이상, 인생의 많은 선택들은 습관과 그때의 기분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인생이고, 그 수많은 틈새의 우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려 애쓴다. 순간 우연과 가끔 찾아오는 축복에서 느껴지는 '기쁨'이 아닌, 오랜동안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지속적인 기쁨을 의미하는 행복을 꿈꾼다. 삶은 늘 불확실하다. 구름이 모이면, 비가 내리고, 겨울이 되면 눈이 내릴거라고 짐작하지만, 당장 내리는 소나기에 허둥되는 포즈, 그 포즈가 인생의 한 단면이라 생각한다.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알아야 하고, 내가 누군지 알려면, '마음속의 나'와 '내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나'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손가락받을 수 있는 습성, 못난 마음, 보잘것 없는 부분까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하게 되는 일이라는 걸 저자의 답변을 통해 배웠다.   

  94개의 질의문답과 20개의 칼럼에서 작가의 인생에 대한 관점이 담겨있다. 부모에게 의지하고, 사랑에 어쩔줄 몰라하며, 회사와 직장, 친구 등 삶의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에게 찾아오는 질문들에 저자는 친절하고 상냥한 답변이 아닌, 거칠지만 날카로운 답변으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 인생은 길지 않다. 짧은 인생, 삶의 주인은 너, 자신이 되어야 한다.


   저녁 뉴스에 2007년 신생아의 기대수명이 80에 가깝다는 보도를 들었다.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은 20살이 되고 난 후 60년은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태어나면서 시작되는 노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한다. 어려서는 부모가 원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고, 연애를 하면서는 연인의 눈치를 보고, 결혼을 하고나서는 가족들에게 눈치보면서 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는 애정섞인 간섭들이 도가 지나치게 되면, 아이는 어른이 될 나이에서도, 자신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우물쭈물, 시간에게 그 결정권을 넘겨버리고 만다. 도덕과 엄숙, 권위와 정반대인 품위 없지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비장하지 않은 근대적 자아에 가까운 양아치가 되자고 주장한다. 

  백여 개가 넘는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먼저 자신의 경향성,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부분은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못난 자신도 받아들이게 되는 객관화 하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면, 삶에서 예기치 못하게 다가오는 선택의 순간에서도,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자신이 더 잘 견딜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선택을 했으면, 그 선택을 했을 때의 위험, 리스크 까지 받아들여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부모의 기대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허비하는 일이야 말로, 허망한 일이 없다는 말, 규범과 윤리에 얽매이기 보다, 자존감을 가진, 어른이 되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생활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인생을 살 것을 권유한다. 국가가, 지역사회가 보호해주지 못하고 가정이 마지노선이 되어버려, 서로 끈끈하다못해 간섭을 당연하게 여기는 관계에 매이다 보면, 관계의 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결국 내가 선택해서, 그 결과까지 내가 떠안는 일, 가족과 지인들이 조언은 해 줄 수 있지만, 그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바꿔 말하면, 가족과 애인, 타인의 기대 등에 빠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도전하지 못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본 느낌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어, 삶의 불확실성은 '그분'이나 '절대적 존재'에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이 책은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선택을 어떤 존재가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선택하고 그 나쁜 결과까지 감당하겠다는 자기결정권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성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이 강해, '혼전순결'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도덕적이고, 의지하면서 사는 관계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불편한 내용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하나의 질문만 읽어도 저자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기에 각 장별로 한 두 개 질문을 살펴보고, 마음에 든다면, 그때 구입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힘든 경제상황에 놓여있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며, 추궁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결국 내 인생은 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부모님은 인내와 사랑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셨다는 걸 책을 통해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 건강하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스스로 선택' 할 수 있게 지켜서 감사드린다. 삶은 비정규직이고, 불안하기에 안정된 직장과 삶이 더 절실해지지만, 결국 인생은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목표에 구체적으로 도달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해 봐야 겠다. 하면 된다. 아니면 말고! 이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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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불완전한 삶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견디어 가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재치있는 말과 논리적인 토대, 일러스트의 재미난 그림이 책을 더 부각시킨다.

  평범한 질문에 평범하지 않는 답변, 그 속에 숨겨진 예리함.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옵션)

    천개의 공감.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여친과 부모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내.

   앞도 보이지 않고,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채 일상을 사는 사람들.

   그냥 하루하루 아무 생각없이 사는 아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자식이 부모에게 갖춰야 할 건, 효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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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대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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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했던 박현욱 소설의 특징들..

   '아내가 결혼했다'로 그를 만난 후, '새는'을 읽었다., 마지막으로 '동정 없는 세상'을 읽게되었다. 그의 작품 출품 순서와 반대의 순서로, 그의 작품들을 만난 셈이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상식을 넘어선 파격적인 이부일처제를 통해 결혼제도의 틀을 구조적으로 깨는 시도를 하였고, '새는'에서는 80년대 고등학생이었던 은호가 은수를 동경하는 이야기를 통해, 첫사랑의 열병과 아련한 청년시절을 돌이켜보게 한다. '동정 없는 세상'에서는 수능이 끝난 후, 여자친구와 한 번 자보고 싶어서 안달하는 고등학생의 첫경험도 전기를 소개하며, 어른의 생활을 동경하던, 수능 후 입시전까지의 무료한 공백의 시기를 보여주었다. 소설보다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가 책장을 넘기게 했던 '아내가 결혼했다', 최동원이란 투수를 기억하게 하고,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를 꺼내 듣기시작해서 종료하는 과정까지의 형식이 독특했던 '새는', 성을 갈구했던 고딩의 심리묘사가 섬세했던 '동정 없는 세상'까지 각 작품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둘, 셋 사이에서 관계가 다 이루어진다고 할까.

  등장인물을 많이 소개하지 않더라도, 소수의 인물로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작가의  필력의 힘이라 생각한다. '결혼'과 같은 사회적으로 약속된 제도를 뒤집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박현욱소설의 매력이 느껴진다. 등단이후 8년의 시간동안 8편의 단편들이 모여, <그 여자의 침대>가 출간되었다. 2002년부터 2008년 봄까지 쉬면서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짧은 호흡속에 장편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색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느낌, 첫 단편을 읽고 난 후 가슴을 떠돌던 감정이다.


# '잊고 살기 쉬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단편들.

  
  그의 단편들을 보면, '잊고 살기 쉬운 감정'들이 하나씩 떠오르게 된다. 남자아이들의 세계에서 지고 싶지 않아, 화해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결국 모진 말고 평소 다투던 학급 친구 혜정의 생일초대를 거부하고 집에서 홀로 그애에게 사주고 싶었던 꽃무늬 샤프펜슬을 보며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는 <해피버스데이>에서는 박정희 서거 직후, 새헌법투표를 하던 당시의 풍경과 어른들의 좌절, 그것을 따라하며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있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못했던 사회적 관계에 눌려 본능적 마음을 표현하기 꺼려했던 어린 아이의 마음을 읽는 재미가 잔잔하지만 쏠쏠하다.  

  매 순간 치열한 경쟁의 순간, 합격하게 되면 탄탄한 인생이 보장받은 것처럼 보이는 사법고시처럼,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걸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지고 마는 강의 프로도전기를 통해 치열한 인생의 순간들과 그것을 놓았을 때의 묘한 후련함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자신의 전부를 걸었던 열정과 다 쏟았지만 결국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한 아쉬움, 특별한 스타 몇명은 큰 부를 차지하지만, 많은 이들은 바닥에서 괴로움을 견뎌야 하기에,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는 그런 추억들이 남아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에 대한 발칙한 상상으로 <아내가 결혼했다>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작가이다. 많은 걸 기대하지 않고 행복이 아닌 사랑없는 안정된 삶을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마는 모습을 <연체>,<그사이>,<생명의 전화>통해, 결혼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첫번째 이혼을 경험하며 담배를 끊고, 두번째 이혼의 상황에 직면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하지만, 결국 이혼을 하게 되자, 다시 담배를 찾아 무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에서 잔잔한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행복해지려는 마음' 없이 결혼을 하였더라도, 결국 결혼에 실패하게 되는 모습, 결혼은 혼자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사랑의 마음을 지닌 채 결혼하더라도, 결혼에 회의를 느낄 수 있고, '사랑 없이 결혼'하더라도 결혼의 위기 상황은 계속된다.  

  연립주택에서 시어머니와 가까이 사는 것을 반대하며, 이사를 가자고 주장하는 아내와 돈이 없어 이사를 못한다는 남편은 서로 싸운다. 하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 못하더라도 '그냥 나를 위해 이사해 달라는' 아내의 요구, 그냥 큰 느낌 없이 잔잔한 감동이 느껴져 결혼을 했던 남편은 아내의 측은한 모습과 비좁은 집안을 보고 새집을 사는 것이 아닌 전세로 이사로 가는 것으로 타협에 성공한다. 하지만 다시 이사했을 때 사야할 품목으로 한밤중 아내와 다투고 뛰쳐나오는 남편의 모습이 등장하는 <링 마이 벨>에서도 결혼이란 제도 속에, 서로 치열하게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결혼은 행복한 연애의 연장이자, 인생의 큰 목표가 아니라, 치열하게 의사를 극복해야 하는 전쟁터이자, 행복이 아니다라는 것을 작품을 읽다 보며 느끼게 된다. 나 혼자가 아닌, 함께 걸어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내 마음 만으로 다 이루기 힘들다고 할까. 결혼의 여러 풍경들을 단면적으로 잘 드러나 있고, 그 풍경을 보며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장편소설의 주제와 겹쳐보이는 단편소설도 있었다. 어렸을 때 감화받았던 베토벤 교향곡 9번 테너 솔로를 찾지만 결국 찾지못하는 <벽>은 지나버린 시절들의 소중한 추억들, 하지만 다시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편소설 <새는>의 주제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해피버스데이>을 읽은 후에는 <동정 없는 세상>이 떠올랐다.  

  20cm의 작은 공간, 하지만 초싱글 침대에서 더블베드 침대로 바꾸었다가 다시 초싱글 침대를 선택했던 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그 여자의 침대>에서는 삼십년의 세월 중 일 년 간 생활했던 결혼의 생활, 그 순간을 몸이 기억하고, 거부하는 모습을 통해, 결혼제도보다 혼자 사는 일을 선택하는 여성의 모습을 나타내준다. 사랑으로 다른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잊어갈 수 있지만, 혼자에 익숙해진 자기만의 공간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고 할까. 남친과의 큰 갈등은 보이지 않지만, 작은 미묘한 선택 하나로, 서로간의 갈등의 폭을 보여주기에, 작가가 관계를 보는 시각과 그 예리함을 느낄 수 있다. 어긋나고, 행복하지 않은 단편속의 주인공들의 삶을 보다, 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의 싹을 보았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박현욱은 총잡이나 신봉자가 아닌 아이러니스트라는 문학평론가의 평론의 글귀에 공감하게 된다.  

  다음 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그의 재미있는 묘사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다음 장면을 읽게 하는 가독성은 충분한 책이다. 재미있는 대사보다 좀 더 주변의 상황과 관계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특별한 때 먹는 스페셜 고급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김치를 놓고 먹는 식사를 한 느낌이다. 큰 마음의 감동은 없지만, 일상을 좀 더 들여다보게 한다. 읽었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책을 선택해 읽었던 걸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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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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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디쓴 진실을 대면한다는 건...
 
 
  타인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아이, 히토시의 특수한 능력에 대해 그의 어머니인 하기타니 토시코씨가 죽은 히토시를 추억하며, 르포 작가 마에하타 시게코에게 찾아온다. 시게코는 히토시가 남긴 그림 중, 9년 전 연쇄살인범과의 끔찍한 추억이 담긴 그림의 특별한 비밀이 스케치북에 담긴 것을 보고, 연루되고, 하토시가 참여했던 푸른아동모임, 아동상담소와 그가 남긴 베트맨 그림이 있는 풍향계 집의 회색옷을입은 소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딸을 죽인 채, 16년간 마루에 방치한 부모의 사건에 빠져들게 된다. 차녀인 세이코는 충격을 받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미안해하는 부모님 대신, 부모의 범행의 진실을 알려줄 것을 세이코에게 요청하게 된다.

  하나씩, 사건의 진상을 찾아가면서, 딸의 부모를 힘들게 한 협박범과 협박범이 저지른 사건에 휘말린다. 아카네와 행동이 닮은 부모님이 동생을 예뻐해주는 것을 질투한 까칠한 소녀 마사코의 모습을 보며, 시게코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어머니의 고백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세이코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 혈육간의 정을 끊어야만 얻을 수 있는 낙원

  
  패륜, 불륜 등 친족간에 세상 사람들이 지탄할 만한 품행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만 없다면 이룰 수 있는 낙원, 그 낙원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선택을 한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행복을 망치고 싶지 않아, 딸 세이코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다니자키 부부는 살인을 결정하고, 패륜아인 협박범에게 돈을 뜯기는 신세가 된다. 아내의 언니에게 생겨난 문제 때문에, 아내와 헤어지게 된 다쓰오와 세이코, 모든 걸 잊고 다시 시작하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내 주변에 그런 경우가 없기 때문에, 쉽게 범죄와 그 주변에 대해 쉽게 이야기했던 건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에게 해를 당한 피해자와 피해자 친족들도 슬픈 일이고, 또한 피해자의 가족 역시, 평생 마음의 상처를 안고 가기에, 범죄는 그만큼 슬프고 아픈 일이라는 걸 깨닫곤 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난 진실을 알고 싶어 시작된 시게코의 르포 작업은 뭔가를 감추려는 사람들의 아픈 약점을 공격해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낸다. 시게코가 숨기려는 사람들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서 진실의 파편들을 주워모으는 모습을 보며, 의도는 다르지만, 다니자키 부부에게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행위와의 유사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모른 채 하고 덮어두면 될 일도, 사람들은 호기심이라는 이름과, 때론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의도에서 타인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곤 한다. 의도와 상관없이 피해보는 사람도 존재한다고 할까.

  뉴스와 신문의 정보를 해석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기에, 언론매체의 도덕성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더욱 중요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보도에도 현명하게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갖추려 노력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어려운 숙제를 만난 느낌이라 할까. 시게코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지만, 세이코나 아카네,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았을 때,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 수 있을까,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답은 없지만, 비난은 쉽게 할 수 있고, 그 고통은 당사자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해결해야 하는 숙제인것 같다. 성장기 예민한 아이를, 부모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사랑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는 일도, 또한 부모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거품경제의 늪속에서 가난한 가정을 비관하고, 나도 행복해지고 싶었던 아카네의 마음, 다른 상황이 되면 나도 좋은 아이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 마음, 다른 집은 잘 사는데, 왜 우리집은 가난해야 하는걸까? 나도 잘 했는데, 왜 난 칭찬해주지 않는 걸까? 내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원망의 마음이 가득찬 아카네의 사춘기의 마음도 공감이 가고, 부모의 안타까움도 눈에 보였다. 지금 즐기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철없는 마음은, 지금 충실한 인생을 살지 않으면,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말로 바꾸어져 있다는 노모토 형사의 말에도 공감이 갔다.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내면에 존재할 수 있는 어둠의 요소가 보인다. 그를 통해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지 돌아볼 수 있기에 미유키 소설이 매력있고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내 자식에게는 추한 비밀을 알려서는 안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희생해도 좋아, 우리 사회는 이런 약점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 현실과의 묘한 인연...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자신이 꾸었던 꿈에서 소설을 구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언니가 마루에서 죽어 있는 모습이 발견되는 꿈을 꾸었는데, 실제 작가에게 친언니가 있어서 슬펐다는 이야기와 모방범을 집필하는 당시에 꿈을 꾸었고 메모했고, 연재를 결정하고 준비 중에, 실제 일본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마루에 오래동안 방치했는데, 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는 이야기가 뉴스로 전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망에 굴복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시게코가 그림에서 시체가 된 소녀가 묘사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의 비밀을 알고 싶다는 욕망을 감추지 못한 것과 닮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파격적인 행동을 한 '도이자키 아케네', 죽은 소녀의 이름을 가진 소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말은, 추격자의 감독이 친구의 이름을 따 김윤식과 하정우가 연기한 배역에 이름을 붙였는데, 하정우가 연기를 한 배역의 이름의 친구가 추격자가 인기 있을 때마다 욕을 퍼부었다는 이야기를 배우가 이야기하는 수상소감에서 듣게 되어 웃기도 했다. 소설은 픽션일 뿐이지만,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실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세부적인 묘사와 현실성 강한 대사들은 현실을 보게 한다. 작가의 다음 소설이 궁금해진다. <모방범>을 읽고 난 후에 읽어도 좋고, 책을 읽은 후 <모방범>을 읽어도 좋다 생각한다. 책들의 이야기에 빠져있다 보면, 하늘에서 떠 있던 해가, 어느 덧 달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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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5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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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방범 그 후... 또 다시 찾아온 사건의 의뢰.
  

  르포 작가인 미에하타 시게코는 9년 전, 산장에서 13명을 연쇄살인한 범인 아미카와 고이치의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이였다가, 살인자의 입장이였다가, 고발자의 입장에 처하는 등 힘겨운 변화를 겪고 살인자를 밝혀낸다. 기사는 썼지만, 범인도 잡았지만, 사건에 지고 말았다는 생각에, 그 후 책을 내거나 글을 쓰려는 용기를 잃고 있었다.

  르포작가에서 가정주부로 돌아갔던 그녀는, 무가지 잡지에 글 쓰는일을 시작하지만, 사건과는 인연을 끊고 있다. 죽은 아들의 신비한 능력을 의뢰하며, 그를 추억하고픈 어머니 하기타니 도시코를 만나게 된 시게코는 그녀가 가져온 아들의 그림과 그림과 연관있는 자식을 죽여 마루에 묻어놓고 16년을 버틴 부부의 사건과 대면하게 된다. 히토시, 세상을 떠난 아이가 사건이 밝혀지기 오래 전 사건을 예언했던 그림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건에 연루되게 되는데...

 
#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미야베 미유키의 전작, <모방범>에서는 범인과 범인을 밝히려는 르포기자의 긴장감과 마지막 범인을 밝히는 반전이,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결국 유족과 피해자에게는 이미 잃어버린 생명에 대한 회한으로 쓸쓸한 마음만 남을 뿐이었다. 황폐해진 마음과 사건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사건을 잊어버린 대중과 사건과 연루되어 변화된 삶을, 하지만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이 <낙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사건과 연루되어 모든 것이 변화했던 시게코, 그녀가 마지막에 결국 쓰지 못한 여고생, 희생자의 이야기를 쓰기를 기대했던 다른 여고생은, 여고생의 희생에 마음아파 하고, 경찰관이 되어 있었고,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가끔씩 악몽을 꾸며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의 상처라고 해야 할까? 깊어버린 마음의 상처를, 새로운 사건을 마주치면서, 조우하면서 그것을 극복해 나아가는 시게코의 노력을 보게 된다.  

  그와 함께, 16년 간 죽은 언니와 함께 살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내왔던 둘째 시게코의 삶도 함께 조망된다. 결혼 했지만, 사건으로 인해 결국 이혼을 하게 된 사연과 부모에게 사실을 듣지 못한 채, 시게코가 꼭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사건과 관련된 아버지의 진술을 통해서, 사건의 내용은 일부는 밝혀지지만, 일부는 어둠속에 숨어 있다. 인간은 진실을 알고 싶기 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사실을 진실로 미화시키고 싶은 건 아닌지, 갑작스럽게 당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겪은 인간들의 반응과 그 사건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의 스릴을 강조했던 추리소설의 고전 스타일과 달리, 미유키의 소설에서는 그 사건을 대하는 관련자와 지켜보는 대중의 마음과 그 과정에서의 참혹한 진실에 더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사실보다는 신빙성을 확인할 수 없는 인생에 끌려 삶의 곡절을 겪은 하기타니 도시코의 삶은 인간이 어디에 마음을 끌리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신통하다는 할머니의 권력에 의해 평생 집안에서 희생해야 했던 도시코의 삶, 그리고 가정을 이루고 싶었지만, 사랑했던 사람과 그의 아들과 결별해야 했던 도시코의 삶에서, 친족을 자신의 힘으로 이끌었던 컬트교주와 같은 할머니의 행동을 통해, 영향력 강하지만, 자신을 위해 타인의 희생쯤은 아랑곳하지 않은 진실보다는 미신과 작은 사실들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어른들의, 인간의 합리화 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진실은 누구도 알 수 없고, 다들 자신이 얻은 정보와 믿고 싶은 사실들을 짜맞추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는 다시 당사자에게 고통을 전개해준다고 할까. 영화 <올드보이>처럼 쉽게 내 뱉은 소문에 휩쓸려, 결국 삶을 마감해야 했던 상상임신을 한 누이처럼, 관음증 환자처럼, 타인의 사건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이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현상이 겹쳐 보인다.  

  사건은 밝혀졌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부모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동생에게 쏟아지던 질투에 속상했던 아카네와 닮은 초등학교 4학년 사토 마사코가 하교길에 창살이 박혀있는 이상한 집에서 어슬렁 거리다, 창문에서 떨어진 담배갑에 쓰여진 글씨를 만난 대목이 등장한다. 죽은 아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이는 아이가 등장하는 건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아카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없는 현실을 알리기 위한 것인지, 다른 반전이 있는 건지, 아직은 모르겠다. 1편에서는 히토리, 사망한 아이에게 타인의 기억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시게코가 인정한 부분까지 밝혀졌다. 그의 학교생활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푸른 하늘 모임', '아동 상담소', 그리고 아카네가 죽은 이유와 그와 연관된 정보 등은 2편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범인과 사건은 다 공개되어 있고, 사건을 밝히는 과정을 보는 것이지만, 흡입력이 강하고, 사회현상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게 된다. 미유키의 책이 사랑을 받는 연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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