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과학사 7대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환상 여행 에듀 픽션 시리즈 1
다케우치 가오루.후지이 가오리 지음, 도현정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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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 색깔이 바뀌면, 떠나게 되는 과거의 과학자를 만나러 떠나는 시간여행. 


    하루하루가 매일 똑같다. 변화 없는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면, 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떠난 상상의 여행을 꿈꾼다. 책의 가장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몸과 돈을 들이지 않고, 책 하나만 있으면 또다른 공간으로 쉽게 떠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말의 논리가 들어맞는 작가의 책을 읽으면, 몸은 현실에 있지만, 어느덧 작가가 그리는 세계의 풍경으로 스며들게 된다.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는 고양이를 매개로 과거의 과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과학소설이자, 물리학과를 전공하고 과학서 서평이나 기사를 쓰는 도오루와 남편의 폭력으로 다리에서 물에 빠질 뻔한 대만에서 온 외국인 여성 샨린이 슈뢰딩거의 사고 실험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되어지는 고양이와 함께 떠나는 과학연애소설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물리학 내용을 연애소설로 어떻게 풀어냈을까? 과학교양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낯설었지만, 이야기 얼개가 나름 잘 갖추어져 있어, 읽는데 큰 불편이 없는 소설이었다.
 


# 에피소드로 과학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해 주는 책. 

  

  해와 달, 별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데 사용되었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컴퓨터인 안티키테라의 설계도를 구하기도 하고, 짐승, 새, 물고기와 이야기했던 콘라트 로렌츠의 깃발을 구하기도 한다. 갈릴레오, 세키 다카카즈, 피에르 퀴리, 아인슈타인까지, 과학자들을 찾아가며 그 당시 과학자들의 모습을 만난다. 그 모든 것이 고양이의 장난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물리학 내용과 함께 소설의 구도로 상처를 입은 여인과 남성의 사랑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야기의 복선으로 아인슈타인의 초고노트는 사건의 미묘한 복선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의 비밀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 담긴 '중첩'이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독자로 하여금,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소설의 얼개를 짜맞추게 한다. 사랑 이야기도 살펴보면서, 과학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점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 시간이 포함된, 조금은 특별한 사랑이야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난 언제, 어디로 돌아갈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물론 책 속에서는 고양이의 예측할 수 없는 장난으로 연인들이 시간여행을 떠나지만, 우리가 느끼는 시간, 공간, 그리고 과학적으로 풀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세상에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스터리는 진실을 알 수 없기에 더욱 매혹적이라고 할까. 우리가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고, 함께 하기를 원하는 것 역시, 과학으로 풀 수 없는 미스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저자가 일본인이기에, 일본 남녀들이 서로 연애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 속에서, 문화적 차이에 조금 익숙해진 느낌이다.  

  키보다 두배나 높은 사방의 벽속에서 쳇바퀴 돌 듯, 생활하는 듯한 막막함이 들었는데, 책을 통해 벽 위로 올라가, 더 넓은 공간을 바라본 느낌이다. 일본의 물리학과 수학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런 시도와 과학잡지들이 폭넓게 발간되기 때문에 과학적 역량이 강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도 과학과 소설의 만남, 교양지식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노력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미스테리'에 방점을 두기 보다는, 과학에 대한 쉬운 접근에 무게를 두고 읽는다면, 좀 더 기대에 맞는 책을 만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학에 대한 쉬운 접근, 독특한 접근이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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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조혜련 지음, 요리구치 타즈 감수 / 로그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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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의 그녀, 조혜련! 지치지 않는 도전으로 꿈에 다가서다. 

 
  범상치 않은 외모, 허스키한 목소리, 개그맨을 꿈꾸었던 그녀는 수 없이 공채시험에서 떨어지고 만다. 이유는 허스키한 목소리와 얼굴 때문에. 실의에 빠진 그녀는 많이 고뇌하고, 좌절했지만, 결국 시련을 극복하고, 노력으로 시험에 합격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수없이 떨어졌던 그 목소리가, 매력적이라는 이유도 합격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소라, 최윤영 등의 다이어트 비디오 출시때도, 태보 다이어트 비디오로 놀래키더니, 가수영역까지 도전했던 그녀가 이제는 일본에 진출한다고 한다.  

  규제와 보이지 않는 제약이 많은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일본에 진출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가고,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3년여간의 일본 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그녀가 배운 일본어를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한다. 36의 적지 않은 시기의 나이에, 방송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자리잡은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 자신이 노력으로 성공한 스토리이기에, 다른 책들보다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박살! 내 주는 그녀의 이야기는 솔직함에서 시작된다.

   
# 근성과 오기, 노력과 땀방울이 보이는 그녀의 이야기.

 
  일본어의 실력에 상관없이, 그녀가 보인 열정과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문화와 환경, 그리고 잘 외워지지 않는 외국어를 향한 그녀의 도전은, 열정에 감탄한 지인들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고, 그녀는 자신이 체득한 경험에 비추어 단어 외우기부터 공부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초보자에게 문법보다는 문장을 외워 능숙하게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녀의 말에서, 독법보다는 회화에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저절로 단어를 익히고, 외국어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한다고 할까. 아이도 있고, 아내의 역할, 적지않은 나이 등 수많은 핸디캡을 열정과 노력으로 성실히 임해왔기에, 그녀의 말이 다른 사람들의 책보다 더욱 설득력이 강하게 다가왔다. 외국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고 할까. 

  무엇보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문화의 차이를 잘 잡아냈다는 점이다. 인사, 맞장구, 기분, 성격 등의 실생활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120가지의 표현과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 방식으로 한 편의 이야기를 듣고, 들었던 부분을 문장표현으로 정리하고, 다시 5번 읽어보도록 유도하는, 학습효과와 일본 생활 수기, 두 가지를 한 권의 책에 알 수 있었다고 할까. 자신의 체험한 효과를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책의 군데 군데 다양한 흔적으로 담겨있다. 터프해보이는 그녀의 세심한 모습을 책 속에서 느낄 수 있다. 
 

# 시작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책.  
 

  일본 동경의 라면에서 자신있게 주문하고, 돌아오고 관광할 수 있는 실력을 길러야 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와 그 열정을 위한 쉼없는 노력이 있어야만 일본어를 도전할 수 있다고 그녀는 이야기 한다.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마음이 없다는 그녀의 말이 가장 아프게, 공감할 수 있었다. 나이도 많고, 바쁜 그녀도 올인해서 노력했더니, 3년 뒤에는 성과가 나오더라. 나도 열심히 도전한다면, 일본에 가서 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정도의 회화실력은 갖출 수 있지 않을까하는 동기부여를 강하게 해 준 책이었다. 그녀의 1-3-3 학습법과 다양한 일본어 학습을 참고해서, 내 발걸음에 맞게, 재조정해서 시작한다면, 힘들때마다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고, 그녀도 해냈다 생각하며 도전한다면, 일본어에 다가서는 일이 그렇게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 지도 모른다.

  연예인의 인기에 힘입어 대충 나온 책이 아니라서 좋았다. 바쁜 가운데서도 꿈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책에 정성이 스며 있어 다 읽은 후 마음이 씁씁하지 않았다. 이 나이 먹고, 공부는 해서 뭐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께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나이 어린 연령에는 분발을, 나이 많은 연령층에는 희망을 전해주는 책이다. 그녀가 일본에서 큰 스타가 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기를, 초급을 뗀 중급자의 책도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조혜련의 박살 일문법', 그녀가 문법을 잘 뗀다면, 나도 왠지 능숙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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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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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권하지 않는 사회.


    지식을 얻는 정보의 매체로 가장 각광받았던 책이 점차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도 어른들도 다들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영화와 TV 등 영상매체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유도 있고, 재밌는 책이 없기에 읽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책이 좋다는 점을 알지만, 막상 책을 제대로 읽고,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단시간에, 짧은 순간 이루어지기 않기에 남들에게 권하기도 쉽지 않다.

  도서평론가라는 이름을 스스로 만들어, 많은 책들에 파묻힌 삶을 살았던 작가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독서의 달인 『호모 부커스』를 출간했다. 책를 읽으라고 권해야 하는 사회현상을 개탄하며, 책 읽는 즐거움을 전하려 노력하는 정성이 책에 잘 스며있다. 짧은 시간, 효과를 보기 어려운 독서의 매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파할까. 그가 전달하려는 이야기 방식이 궁금했다. 책읽는 일은 한물간 것이 아니라, 오늘 더 가치있는 일이 되었는지 말해주고 싶었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며, 다른 이가 책의 효용을 물어볼때 활용하려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왜! 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 소상히 알려주는 책.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작가는 다양한 접근을 통해 그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우선 비천한 출생으로 높은 지위와 인격수양을 달성한 공자의 일생을 예로 들어가며, 아무 것 없는 공자가 그런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독서가 가장 큰 힘이었다고 강조한다. 실용과 자본을 중시하는 일반인들의 귀가 솔깃해지게 만드는 주장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조선시대의 이덕무의 책일화로 넘어갔다가, 때론 저축하는 행위와 빗대기도 하고, 정서적 안정과 치유, 잘 쓰기위해 잘 읽어야 한다며 11가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독서의 이유중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내용은 책읽기는 자전거타기와 같다는 주장이었다. 아무리 좋은 교사가 지도를 해 주더라도, 결국 스스로 페달을 밟고 굴리고,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만 하는 자기만의 스타일로 탈 수 밖에 없는 자전거타기와 책읽기와 많이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왕도는 없지만 방법은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겹쳐읽기와 깊이읽기, 토론하기 등을 그 방법으로 제안한다. 책벌레로 알려진 다큐멘터리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소개한 독서법 중 속독법을 강하게 비판하며, 그런 방법은 도서평론가나 직업적 작가들에 해당하는 일이라며, 천천히 읽기의 매력에 대해 매우 강조하고 있다. 추천도서를 무턱대로 읽으려 하지말고, 자신이 아는 단어가 많은 쉬운 책부터 차근차근, 다양한 책 정보를 활용하고, 독후감을 쓸 것을 권하는 등 쉽게 책에 인문학 도서에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잘 소개되어 있다. 
 
  자신의 주장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며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인용되거나 소개된 책은 모두 33권을 넘어선다. 한 도시 한 권의 책읽기 운동, 직접 쓴 서평, 대학교수로 학생들에게 독서를 강의한 경험들이 책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저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그만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느낀 독서의 매력을 매우 잘 전달하려는 정성이 잘 담겨있는 책이다. 눈높이도 중학생 이상이면 읽을 수 있게 낮게 형성되어 있다.


 # 독서교육에 무게를!
 
 
  책을 읽으라고 애써 권하지 않은 사회를 꿈꾸는 저자는 학창시절에 책과 관련된 교육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개한다. 인증제를 도입하려는 행정당국과 그에 반발하는 교사와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저자는 억지로 책을 읽으라고 한다고 책을 읽지도 않을 뿐더러, 저절로 책을 읽기를 기대해서도 안된다며, 부분적으로 인증제를 도입하려는 부분에 찬성한다. 좋은 책을 선정하는 소수의 단체의 현행시스템에서 좀 더 넓은 대상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교사들이 푸념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집필할 수 있게 행정당국에서 교사들에게 지워진 행정업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과서 폐지운동을 통해, 참고도서로 토론을 통해 학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전개한다. 실효성은 좀 더 깊은 논의를 해 봐야겠지만, 이야기 접근이 독특해서 흥미로웠다. 

    책을 잘 읽는 특별한 비법이 아닌, 방법과 읽어보면 좋은 책들이 잘 소개되어 있는 책이다. 당장 돈을 버는데 필요없는 독서행위에 작은 격려를 받는 느낌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가 읽는다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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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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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보여행을 할 만한 길이 갖추어진 곳이 없는 한국의 현실. 


  어렸을 때만 해도, 두시간 내지, 세시간 걸어서 가는 곳으로 소풍을 떠났던 것 같다. 구멍가게도 없는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서 떠나는 소풍이라고 할까. 단체로 움직이고, 차도옆 좁은 인도를 따라 걸어야 했기에, 불안하고, 길기만 했던 길이였다. 동무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기에 시간은 빨리 지나갔지만, 크게 기억이 남는 건 없었다고 할까. 우리나라는 도보여행을 하기에 좋은 곳이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은 학창시절부터 늘 있어왔던 것 같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에서 나온 한비야씨의 여행기에도 내가 사는 곳을 지나가지만, 쌩쌩 지나가는 차들의 매연때문에 목이 아팠다는 글에 마음이 아팠다. 인간을 위한 길보다, 차가 다니는 길이 더 중요한 사회의 인식이, 인간의 권리, 인권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더욱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옮겨간 것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 산티아고에는 아고보길이 있다고 한다. 800km가 넘는 이 곳을 순례를 나타내는 작은 표식을 가지고, 순례자들은 자기만의 속도로 여행길을 나선다고 한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두 다리로 걷고, 오감으로 느끼면서, 자신을 둘러싼 일상과 벗어나 마음의 화두를 안고 떠나는 여행, 국내, 국외 저자들이 쓴 도보여행기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그런 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인의 강력추천으로 『제주 걷기 여행』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제주도 시장통에서 자란 여자아이가 회색빛 도시로 건너가고, 그속에서 20년동안 치열하게 경쟁 속에서 살다가, 도보여행을 결심하게 되는 과정과 산티아고의 순례길에 떠나는 기록, 그리고 자신이 살던 제주도에 두발로 여행할 수 있는 올레길을 만드는 과정이 소개되어있다. 나도 행복해지고, 우리도 행복해지는 제주올레의 분투기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었다.
 

# 나도 즐겁고, 다른 이도 행복하게 만드는 제주 올레. 


   시멘트와 인공적인 것은 들이지 않고, 오직 자연과 조응해서 걷기 좋은 길을 만든다는 필자의 여행길 만들기 노력은 동생과의 화해로부터 시작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동생과의 속상한 마음이 제주올레길을 만나면서, 서로 보지 못했던, 아니 보려하지 않았던 모습을 보게 되고, 많은 에피소드끝에 한 마음으로 화해하는 되는 장면은 마음 속 촛불을 켠것처럼 훈훈했다.
 
  혼자서 시작했지만, 주변 지인들이 한 두명씩, 코스가 하나씩 늘어가면서, 더욱 더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책에서는 6코스까지 만드는 대장정이 소개되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11코스가 개장준비중이라고 한다. 아직 제주도를 한바퀴 다 돌지는 못했지만, 빠른 속도로 그 길이 넓어지고 있다고 할까. 제주도의 깨끗한 풍경이 담겨진 사진은 당장이라도 제주도로 날아가 걷기운동으로 산책하고 싶게 만든다. 느리게, 하지만 자기속도로 걷기를 원하는 필자의 철학이 함께하며, 제주올레는 생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모범이 되는 그런 운동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늘 모든 일은 한 사람의 용기로 시작하는 것 같다. 그 한사람이 뜻을 굽히지 않고, 계속 노력해나가면, 작은 불씨가 모여 횃불이 되듯, 도움의 손길을 따르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동생의 친구가 도와 만든 다리와 길, 그리고 해병대의 노고가 담긴 해병대 길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길이기에 더욱 뜻깊고 의미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많은 관광객을 모으려는 운동이 아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시작한 일이, 나도 즐겁게 하고, 남도 즐겁게 하며, 우리도 함께 즐겁게 만든다고 할까. 수학여행으로 한 번 제주도에 갔었지만, 민속촌과 감귤만 관광버스로 정신없이 돌아보다 끝났기에 제주도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필자의 책을 보니, 제주도의 다양한 매력을 빨리 경험하고 싶어진다. 비단 제주도 뿐만이 아니라, 내가 살면서 활동하는 주변도, 내가 느끼지 못할 뿐이지, 아름답고, 예쁜 길들이 많이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눈을 돌려 바라보려 애쓰지 않아 안 보일뿐. 

  다양한 시각으로 책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도시생활에서 고향으로 돌아간 이의 고향예찬기로 읽을 수도 있고, 걷기여행의 매력에 푹 빠진 이가 건네는 도보여행 권유서로 읽을 수도 있다. 하나의 길이 만들어지는 그 연유와 에피소드를 모은 책으로도 읽을 수 있고, 산티아고로 순례길을 다녀온 여행기로 읽을 수도 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이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전환점을 수필형식으로 읽을 수도 있다. 아직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기에 도보여행의 매력에 대해 집중해서 읽었다. 20,30년이 지난 후 생의 전환기를 맞이했을 때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도시생활에서 고향으로 전환기를 맞이한 그녀처럼, 이 책을 그때 다시 읽게되면, 그녀의 고민과 결정을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생각이 어려, 제주올레를 경험하고픈 마음만 가득하다. 

  해외여행을 하기 전에, 꼭 제주올레를 경험해 보기로 결심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길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올레길 중간 중간 보이는 리본과 돌에 표시된 표식을 보며, 혼자가 아닌 우리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인은 다음달에 떠난다고 한다. 지인이 다녀온 후, 여행기를 듣고나면, 왠지 배를 타고 제주도로 떠나는 내 모습이 보일 것만 같다.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중독성이 강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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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학 콘서트 - 스토리텔링으로 누구나 쉽게 배우는 회계학 콘서트
하야시 아쓰무 지음, 박종민 옮김, 김항규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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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계를 알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경영, 회계, 공학도에게는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경제가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는 기업이 내는 정보를 잘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생각한다. 주식 등의 투자를 할 때나, 내가 다니는 회사의 재무상태가 좋은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글로 쓰여있지만, 무슨 말을 써 놓았는지 알아보기가 힘들다. 일단 대차대조표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문외한이 회계의 기초 개념을 재미있게 알 수 있는 책을 찾은지, 6개월, 실무보다는 개념에 촛점이 맞춰있지만, 회계의 기초를 다지기에 나쁘지 않은 책을 발견했다. 


# 스토리텔링으로 배우는 회계학 콘서트. 


   모피를 제외한 기성복을 만드는 회사의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유키는 사장인 아버지의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회사를 물려받게 된다. 아버지의 유언으로 회사를 맡게된 유키는, 회사가 생각보다 적자가 심하다는 소식과 1년안에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용자를 해줄 수 없다는 주거래지점장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유키는 어머니가 소개해준 아파트 2층에 사는 회계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기로 결심힌다. 회계전문가 이즈미씨는 한달에 한 번, 강의는 식사와 함께, 보수는 1년 후 유키가 지급하고 싶은 금액으로 할 것이라는 세 가지 단서를 달고 회계 강의를 시작한다. 은근슬쩍 회사의 경영을 방해하는 경리부장과 생산관리부장에 맞서, 유키는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위험에 처한 주인공이 현자를 만나 위기를 극복하는 단순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회계에 관한 정보를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필자의 비유가 뛰어나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어 좋은 책이다. 착시현상과 숨은그림찾기 등의 하나의 그림을 두가지로 바라볼 수 있는 루빈의 항아리를 보며, 보여지는 데이터 속에서, 적절한 해석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회계에 나온 정보는 실제 정확한 정보보다는 정해진 규칙안에서 회사의 의견인 들어간 요약된 근사치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최대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서 제출하는 회계정보속에서 투자자는 회사의 실체를 파악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다른 회계관련된 책과는 다른 개념을 제시해서 흥미로웠다.    


# 비유가 생생히 살아있는 책. 


  고급레스토랑과 좁은 평수의 만두가게에서 추구하는 컨설팅의 차이라던지, 참다랑어 초밥과 전어초밥의 차이, 슈퍼마켓의 심야영업이 증가한 이유, 샤넬같은 고급브랜드가 비싼 이유 등 기초적인 경영정보와 함께, 숫자와 모르는 이름들이 많아 어렵고 난감해 보이는 회계용어를 큰 틀에서 이해하기 쉽게, 간략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회계의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에서 경영자가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은지에 대해 틀을 잘 잡아주었다고 할까. 경영자가 할 일은 기회손실을 최소화하는 것과 회계정보는 숫자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서, 그 숫자가 반영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각 장의 뒷부분에는 해설이 따라붙어 스토리 속에서 언급됐던 회계정보와 개념을 심화해서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해설을 건너뛰고 한 번 살펴본 후, 두 번째 읽을 때 차근차근 공부를 하면, 처음보다 더 어렵지 않게 내용에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제무제표를 보았을 때보다, 한 번 책을 보고, 두 번 살펴본 후 재무제표를 보니, 조금 더 쉽게 회계에 대한 정보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분식회계 등의 장부조작을 한 사람도 나쁘지만, 그 회계조작을 경영자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경영자로서 실격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경영자는 현명한 판단과 적절한 인사기용과 회계정보에 대한 이해와 함께 회사의 비전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할까. 경영자의 역량에 따라, 회사의 방향이 여러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회계의 첫걸음을 떼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문외한에게 특히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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