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없는 김대중 이야기
전인권 지음 / 무당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 왜 다시 김대중일까?
 

  책이 출간된지 12년이 지났다. 10년 정치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한다는 걸 느낀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외치던 동쪽의 외침도 지쳤고, '선생님'을 넘어서 종교적 신화로 떠오른 전라도의 반응도 부담스러웠다. '설쳐대니 보기 싫다'와 '오죽하면 그럴까'만 난무했지, 냉정한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

  『남자의 탄생』을 통해, 아버지 세대의 유년시절을 살펴볼 수 있게 되면서 저자를 만나게 되었다.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을 쓴 미술평론가이면서 정치학자인 저자는 이제 이승에서는 보기 힘들다. 짧은 생을 떠나간, 저자의 저작을 다시 읽어보자는 마음과 '아버지 세대 공감하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처음 꺼내든 책이 '편견 없는 김대중 이야기'이다. 박정희 때부터, 전두환, 노태우까지 오랜 시간 편견와 오해를 받아왔던 '그를 계산해보자'글이 흥미로웠다. '강원'출신인 비호남출신과 '국가주의' 교육을 받은 보수적 성향의 그가 잘못 건드렸다가 데이기 십상인 김대중에 대해 이야기한다.

 
# 김대중 '골수지지자'와 김대중 '안티'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 균형잡힌 시각이 인상적인 책.


  
  책이 나왔던 시점은 김영삼 대통령 당선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95년 다시 정계복귀를 선언한 '대통령병 환자' 김대중씨가 대선출마를 결정하고, '제 3 후보론'과 반대여론이 높았을 때 기점으로 '김대중'에 쌓여진 편견을 벗기려는 목적으로 쓴 책이다. 김대중 '안티'세력에게는 불편한 진실을, 김대중 '골수지지자'에게도 불편한 이야기가 잔뜩 담겨있다. 나는 '골수 김대중 주의자'가 아니다로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명절이 되면 벌어지는 정치에 관한 많은 싸움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폭행시비가 붙어 뉴스에 실리기도 했던 당시 정세와 '전라도'와 '용공론'으로 대통령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던 비호남 사람들의 경계심이 가득했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현상을 가지고 있던 인물에 대한 재조명을 시도한 책이다.

  책은 "다른 것은 다 좋지만 대통령은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비호남 지방 사람들의 정서와 그런 시각의 연유가 '분리 지배'의 심리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콩쥐팥쥐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인간은 팥쥐엄마와 더 많이 닮았다는 사실이고, 팥쥐엄마의 문제는 '콩쥐'를 가족의 대상이 아닌, 일꾼의 시각으로 보았기 때문에 콩쥐가 게으르고, 밥을 많이 먹고, 허영심 많아 보이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법적인 자녀'를 고려하지 않아 콩쥐의 인격성을 파괴하는 현상을 지적하는 대목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급격한 시선의 바꿈이 아닌, 현실을 인정하고, '현재적 상황에서 가능한 합리적 태도'를 취하자고 주장한다.

 
# 암울했던 현대의 정치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책.  


   
  '김대중은 전라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와 '김대중은 베켄바우어다 - 수비의 천재', '전라도의 화두는 평화다', '전라도 사람들의 심정은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다는 정신적 가치'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로서의 편견을 벗기려 하고, 4가지 활용가치로 '국민통합적 차원', '지방시대 활성화 차원', '3김 정치의 불가피성 차원', '수평적 정권교체' 차원의 활용가치를 외친다.

  '빨갱이, 용공'을 강조해서 한 사람에게 심하게 박해했던 상황과 '전라도에 대한 차별적 이미지'와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했던 전라도 사람들'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잘 드러내어 그 당시의 한국정치의 흐름을 살필 수 있게 한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흐름속에서 '인권'과 '민주'에 대한 시각은 많이 나아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책은 긍정적인 모습과 함께 한계도 잘 지적하고 있다. 한 쪽으로 편들지 않고, 바라보는 관점이 그 당시 김대중 대선후보를 바라보던 시각중 가장 나았다고 할까. 이순신, 안중근 처럼 '죽은 인물'을 대접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우리사회의 현상과 한국에서는 동서로, 서울에서는 각 구로, 각 구에서는 각 동으로, 각자의 소속지역을 중요시하는 한국 특유의 파벌과 의리가 난무하는 종족사회의 모습을 잘 비춰주고 있다.

  영국은 종교문제로 500년이상 다툰끝에  민주주의를 발전시켰고, 프랑스는 '강한신분제도'를 또 다른 나라들은 '인종문제'로 각 나라마다 문제를 안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괜히 주는 것 없이 밉고, 도저히 같이 지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때 가장 결정적인 발전을 이룩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3김 정치는 무너지고 있다는 저자의 예측은 적중해서, 그때 이후로는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지만, 늘 대권에 나오는 그 때 뿐이라고 할까. '이미지'가 정치에 큰 영향을 차지하는 점을 우려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현실이 된 지금, 'XX 죽이기'가 난무하는 한국 정치의 정서는 국민들에게 극한 정치적 혐오를 가져다 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 혐오가 강할수록 더욱 그나마 좋은 사람을 찾기 위해 나서야 하는데 말이다.  


  97년 대선의 결과로 지역통합의 영향은 커졌는지 모르겠지만, 지역소외와 서울집중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 다같이 함께 잘살기 위한 공감대가 필요한 데, 현실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나만 잘 살면 돼'라는 경향이 많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정치의 한계를 잘 볼 수 있었다고 할까, 아버지 세대가 어떤 고충을 겪고 이 땅을 살고 있었는지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대선'의 시대적 흐름을 생각하고 나온 책이기에, 책의 내용은 현재 시사성에는 많이 비껴서 있다. 대신, 지나온 우리 세대의 풍경을 보려는 이에게는 살짝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친 책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이 강하지만, 균형있게 보려는 시각은 알아두어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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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툰 - 만화로 배우는 디지털 카메라
김태정 지음, 윤지선.연두 스튜디오 그림 / 한빛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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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공부 해 보기에 살짝 먼 당신, 사진
 
 
  어렸을 때는 디카가 매우 비싸서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금은 DSLR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때는 참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특별한 날이나 여행을 갔을 때 이웃과 함께 놀러가게 되면, 사진을 이웃의 사진기로 찍고,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진은 잘 돌려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치 군대와 대학시절에 디카로 사진을 찍더라도 메일로 보내주는 일이 만만치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현상과 인화비의 걱정이 없는 디카가 저렴해졌을 때 디카로 사진을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막상 배우려고 입문서들을 살펴보니, 노출, 구도 등 전문용어들이 난해하고, 사용되는 예들이 너무 수준이 높아 쉽게 다가서기가 힘들었다. 글쓰는 것으로 따지면, 수필의 첫 문장을 채우는 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문체와 프로작가들의 예를 보게되어 주눅이 들었다고 할까.
 
  문외한들도 쉽게 똑딱이라 불리는 디카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에 만족하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찍다보면 자연스럽게 는다는 저자의 말이 『글쓰기 최소원칙』에서 만난 즐겁게 글쓰기를 하고, 많이 읽고, 많이 사유하고 많이 쓰다보면 늘게 된다는 글쓰기 관련 책과 일맥상통하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빛, 노출, 렌즈, 화이트 밸런스 등 디카의 활용을 좀 더 높여주는 책을 어렵지 않게 소개되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 만화로 친근하게 다가서게 하는 책.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구도, 노출, 화각, 망원 등 사진을 찍을 때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이 어렵지 않게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순해군이 대학선배 조리양에 반해 사진동아리에 들어가 사랑을 이루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중간중간 카메라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쉽게 익힐 수 있게 배려되어 있다. 만화의 친근함으로 똑같은 내용도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매력이 책에 더욱 빠지게 한다.  실제 찍었던 사진이저자의 설명을 뒷받침 해,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쁜지 설명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 비싸지 않은 디지털 카메라의 사용하지 않는 버튼을 시험해 보게 하는 책.
 
 
  DSLR 사용자보다는 똑딱이와 하이엔드 사용자에게, 어느정도 지식을 아는 사람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 나이가 많이 들수록, 사진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더욱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진 강의에 나갔을 때 제일 처음 배울만한 내용들이, 자세하게,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다. 가장 기초적인 기본기를 잡아준다고 할까. 책에 있는 내용만 잘 알더라도, 줌과 셔터에만 쓰던 카메라 사용습관에서 좀 더 구도도 생각하고, 노출의 차이, 지원된 모드를 적절히 활용해가면서, 가지고 있던 성능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구도와 노출에 대한 전문적인 책을 보았는데, 모르는 단어나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좌절하고 있다면, 이 책을 보면서 기초를 잡아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가장 기초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니, 책을 사기전에 목차를 보고, 가능하다면 서점에서 한 번 훑어보며 책을 사면 경제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글쓰기 장르가 있는 만큼, 사진에도 인물사진, 풍경사진, 스포츠 사진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있다. 글쓰기도 소설, 수필, 인문 등 다양한 장르마다 각기 장르마다 특색을 요구하듯이 사진 역시 자신이 어떤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 찍는 방법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기초 지식과 적확하게 찍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기본기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글쓰기도 사진의 기초를 배우는 것처럼 공부한다면 조금 자신있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시간에 늘지 않는 글쓰기처럼, 사진 역시 단시간에 훌쩍 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교재와 성실히 연습한다면 빠른곡선으로 발전의 폭이 높아질거라 믿는다. 그 시작의 발걸음을 친근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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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소원칙
도정일 외 지음 / 룩스문디(Lux Mundi)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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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잘 써보기 위해, 헤매이고 헤매였던 시간들.
 
 
  글쓰기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한다. 15권이 넘어가니, 적은 권 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읽다보니, 문장을 쓰는 요령부터, 주제를 잡아 나가는 방법까지 참 많은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정보를 알게 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렇지 않았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하나의 산에 오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등반 경험담을 다 알지 않더라도 가능하다고 할까. 내가 어떤 코스를 더 좋아하고, 아침과 저녁 중 어느 시간에 오르는 일을 더 불편해 하지 않는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고, 왜 산을 올라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조금 잘 써보기 위해 헤매이고 헤매였던 시간들, 오랜 시간을 투자했지만 몸으로 크게 다가온 생각은 없기에 고생한 보람이 없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사회생활을 하던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지, 인간관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오해 없이 전할 수 있는 '글쓰기'는 꼭 필요하다. 당장 이렇게 하면 된다는 법칙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그 많던 경험담에서 하나씩은 배울 점이 있었다. 살아가며 생각이 자라다 보면, 그땐 중요하다 생각하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도 새롭게 재조명할 수 있을거라 기대를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
 
 
# '글쓰기'란 무엇인가 고민해 보게 하는 책.
 
 
 『글쓰기의 최소원칙』은 글은 왜 쓰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대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담과 강연 형식의 글이 모인 책이다. 14명의 사람들이 12번의 강연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전해주었다. 교육대학원에서 마련된 특강이라, 조금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대학생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만큼 강연에 표현된 어휘나 메시지는 난해하지 않았다.  각양각색, 법학, 인문학, 과학, 소설가, 사회운동가, 고전 번역가 등 다양한 강사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글쓰기'를 왜 하는 것인지에 대해 찬찬히 고민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정리하지 않았기에 많이 헤매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냥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꿈꾸는 사람처럼 말이다. 내가 떠나는 이유와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있었다면 여행의 장소를 정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을 텐데, 그냥 막연히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결국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서성이던 내 모습이 보였다.
 
  12번의 강의가 마치 저녁을 먹으로 뷔페의 음식점처럼 느껴졌다. 한식, 중식, 제 3세계의 문화까지 스며든 다양하게 차려져 있는 음식이라 할까. 각 나라의 대표 음식을 모아 놓은 것처럼, 각 분야에는 그에 걸맞는 글쓰기 방식이 있어 개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음식은 결국 손님의 오감을 자극해서, 기분을 편안하게 하고, 몸을 건강하게 만들게 하듯이, 각 강사들이 말하는 '왜 글쓰기에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스며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확실한 기술이 아닌, 바라보는 시각의 폭을 넓게 한 책.
 
 
  수능 만점자가 쓴 수기나 학습노트처럼, 이렇게 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기술이 아닌, 글쓰기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한 책이라고 할까. '막연히' 잘 써야하는 방법을 헤매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어떤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그 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숙제를 먼저 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글쓰기에 대한 디테일한 방법을 알고 싶은 이는 이문재씨와 도정일씨의 글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저널리즘적 글쓰기와 일상의 삶에서 수사기법을 활용해서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두 저자의 강연은 실제적인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글을 쓰기보다는, 즐겁게 격려받으면서 쓰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글 솜씨가 늘어남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을 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거쳐 하나의 요령이 생기듯이 글쓰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세련된 기술보다는 오래 꾸준하게 글 쓰는 일을 놓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읽던지 봐야 한다. 쓰기 위해 읽던지, 읽다보니 쓰고 싶어지던지, 내 머리속에서 일어난 사유를 글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놓지 않는다면, 고민만 하지 말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다보면, 자기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라 믿는다. 문제는 시간과 방법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는 점, 큰 기대없이 하다보면, 도리어 쉽게 발견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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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9-04-0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이라서 혹시 했는데 아이디를 보니 비이님이 맞네요.
유랑인님 소개 때문에 결국 사야겠어요. 땡스 투~ 날립니다. :)

쿨앤피스 2009-04-16 21: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 이야기
가브리엘 벵상 지음 / 열린책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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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책이야?
 
 
  오랜만에 책의 정의에 대해 검색을 하게 만든 책이였다. 책은 표지를 제외하고 49면 이상을 채워야 한다. 『꼬마인형』은 80페이지이니, 책의 조건을 충분히 뛰어넘는다. 대사는 거의 없이, 연필로 그린듯한 소묘로 전부 채워진 작품. 한 소년이 노인이 운영하는 인형극에서 꼬마인형을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를 다룬 책이다. 그림보다 문자에 대한 집착이 심한 나로서는 어리둥절한 책이였다. '그림이야기'라고 하지만, 소묘로 다 채워버리다니, 너무 심했다고 할까. '이게 책이야?'하는 울컥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책을 읽고 난 후 한시간, 하루가 지났는데도 책에 그려진 벵상의 그림의 이미지가 마음에 남아있다. 각인되었다고 할까. 영혼을 빨아들일 것 같이, 오직 그 그림에 빠져들게 하는 그림처럼, 책을 읽은 후 긴 여운이 잔잔히 남아있다. 각인된 기억은 작은 추억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  방금 연필로 그린듯한 그림과 살아숨쉬는 인물, 인형들의 모습.
  
    우리가 쉽게 놓쳐가는 풍경들.
 
   
  '돈'보다 인정과 마음에 더 마음이 이끌렸던 어렸을 때의 모습으로 책은 돌아가게 해준다. 타임머신을 탄 느낌처럼, 어렸을 적 작은 인형 하나도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했던 추억,  '꼬마인형'을 두고,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화해까지. '돈'과 이해관계가 들어있지 않았던 시절에 내게 있었던 것을 환기시켜 주듯, 책을 읽으면 잊고 살아가는 살아가며 쉽게 놓쳐가는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책이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이라도, 순박한 그림으로 이루어진 벵상의 그림이야기에는 쉽게 빠져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과 처음 읽으면서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까. 세세하게 전부를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 빈 여백속에 더욱 많은 표정을 담고 있는 인물들이 가슴에 남아,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고, 아이에게 선물해 주어도 좋고,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아이들의 시선이 담겨있기에,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하기에 좋은 책이다. 단,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려는 마음을 억누를 수 있다면 말이다. 사회화가 진행되기 전의 아이들의 생각은 독창적이고 새롭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려 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인간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표정과 생각, 마음들을 함께 공감한다면, 더욱 친해질 수 있다 생각한다.
 
  벵상의 그림을 보면 콜비츠가 생각난다. 콜비츠의 그림에는 슬픔의 기운이 가득하지만, 벵상의 그림에서는 따스함이 묻어있다. 슬픔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고, 따스함은 우리가 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을 준다. 많이 슬퍼하고, 많이 희망을 가지는 일은, 경제적 여건을 더 나이지게 해 주지 못하지만,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자세와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그림이야기 책이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아동문학은 자연스럽게 피해읽는 경향이 짙었는데, 그 마음의 편견을 부숴준 책이다. 편식하지 않고, 그림이야기 책들도 조금씩 읽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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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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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사기열전, 그 속에서 지혜를 배우다. 

 
  그래, 알고 있다. 그 많고 많은 고사성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가슴을 뛰게 하고, 인간의 생로병사, 희비를 모두 느끼게 하는 이야기가 모두 사기에 담겨있었다. 130권, 52만 6500자로 이루어진 사기를 다 보진 못했지만, 사기열전으로 나온 축약본과 이야기 형식의 글은 학창시절에 많이 찾아  읽었다. 내게도 '관포지교'와 같은 친구를 사궈야지, 한신처럼 때를 놓쳐서 개죽음 당하지 말고, 장량처럼 박수칠 때 떠나야지 등 이야기 속에서 삶의 지혜를 많이 배웠다. 

  저자는 난세를 '믿음과 꿈과 희망을 잃은 시대'라고 정의한다. 경기는 어렵고, 정치에 대한 불신은 높아지고, 인심은 각팍해지고, 연쇄살인범이 검거되는 꿈은 보기 힘들고, 갈수록 수렁밑으로 빠져드는 느낌, 기분대로라면 난세가 틀림없는 것 같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난세는 달리 말하면, 영웅이 배출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영웅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세상의 늪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옛 사람들의 흔적을 통해 알고 싶었다. 마침, EBS에서 32강으로 강연했던 프로그램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동양의 사상에는 때가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시의적절하게 나온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너져 내린 희망의 작은 씨앗이라도 움켜지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 저자의 해설이 돋보이는, 지혜와 성찰을 안겨주는 사기 이야기.
 
  
   사마천은 드라마 '왕과나'의 처선처럼 내시의 상황에서 사기를 집필하였다. 16년간 치욕의 삶을 견디면서 그가 사기를 쓴 배경과 연유, 그의 삶에 대해 2강에 걸쳐 이야기한다. 억울하고, 인간으로 겪을 수 있는 치욕을 겪었지만, 그는 살아남아 큰 뜻, 세상에 길이 남는 역사서를 남기기 위해 스스로 궁형(내시가 되는 형벌)을 선택하였다. 사마천이 태어난 마을을 통해, 그의 자취와 그의 사망과 태생을 추적한 저자는 사기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성찰된 지식을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한다.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가 7강, 진시황과 관련된 이야기가 2강, 통찰력이라는 주제로 4강, 생존이라는 테마로 3강, 우정, 조직, 약자 등 인간관계에 대해 4강, 현재로 말하면 공무원인 관료에 대해 2강, 경제철학에 3강, 인재에 4강, 총 31강이 진행된다. 예전 축약본이나 열전만 모은 책에서는 저자의 설명없이 이야기로만 전체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난세를 답한다』에서는 저자가 말하고 싶은 지혜에 걸맞은 이야기가 사례로 뒷받침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치 앞도 내도 보기 힘들정도로 막막한 현재의 경제상황이지만,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그 원인을 찾는데는 과거의 일에서 찾는 일이 가장 쉽다. 옛 사람들이 먼저 부딪쳤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삶의 자세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할까. 막막하던 어둠속에서 혼자 길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작은 등불 하나를 얻은 느낌이다.
 
  취업, 인간관계, 꿈, 정치, 경제 등 청소년부터 사회인, 나이가 든 어른에 이르기까지,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누구나 읽어보아도 나쁘지 않은 책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각 강의가 연결되지 않아, 15강이든, 17강이든지 원하는 대목만 읽을 수 있고, 순서대로 따라읽으면, 그 나름대로 큰 흐름을 살필 수 있다. 이야기 형식이라 재미있게 책에 빠져들 수 있고,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지혜의 실마리를 살필 수 있다. 에필로그에 나온 저자가 말하는 감동 14가지를 아무데서나 한 강정도 읽은 후, 흡족하다 싶은 구석이 2가지 이상이라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 고사성어, 한자, 동양문화에 지극히 강한 거부감이 없다면..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
 
 
  고사성어와 한자를 읽는 일을 힘겨워하지 않는다. 쉽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예전에 사기를 여러 번 읽어보았기에 더욱 쉽게 저자의 강의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고사성어를 생각하면 지긋지긋하고, 한자에대한 어렸을 때 안 좋은 추억이나 자신감이 없는 이에게는, 천천히 한 강씩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31강이기에 하루에 한 강씩, 한 달을 잡아서 읽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지혜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혼자 읽어도 좋고, 함께 스터디하면서 읽기에도 좋다고 할까. 고전은 다가서기 힘든 난점이 있는데, 저자의 노력의 흔적이 배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느낌이다. 유익한 강의를 들은 느낌이라고 할까.
 
  좋은 책은 굳이 좋다고 많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찾게 마련이라 생각한다. 옥의 티라고 할까. 군데군데 보이는 오타들은 책의 완성도에 아쉬움을 남겼다. 많이 팔릴 것 같은 책이므로, 개정판이 나올 때, 오타들은 꼭 수정되었으면 좋겠다. 믿고 배울만한 선배를 찾기 힘든 현대사회, 현재에서 찾기 못한다면, 옛 사람들에게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에필로그 마지막에 저자는 사기의 내용에서 이런 내용을 인용했다.
 
   
  정권을 잡으면 인덕으로 다스려야 한다.
 
  가장 못난 정치가는 백성과 다투는 자다.
 
 
    출간되었을 때 12월을 생각해서도, 지금 생각해도 왜 이리 와 닿는지 모르겠다. 사기에 나온 우려의 이야기를 정치가들은 꼭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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