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없는 김대중 이야기
전인권 지음 / 무당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 왜 다시 김대중일까?
 

  책이 출간된지 12년이 지났다. 10년 정치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한다는 걸 느낀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외치던 동쪽의 외침도 지쳤고, '선생님'을 넘어서 종교적 신화로 떠오른 전라도의 반응도 부담스러웠다. '설쳐대니 보기 싫다'와 '오죽하면 그럴까'만 난무했지, 냉정한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

  『남자의 탄생』을 통해, 아버지 세대의 유년시절을 살펴볼 수 있게 되면서 저자를 만나게 되었다.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을 쓴 미술평론가이면서 정치학자인 저자는 이제 이승에서는 보기 힘들다. 짧은 생을 떠나간, 저자의 저작을 다시 읽어보자는 마음과 '아버지 세대 공감하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처음 꺼내든 책이 '편견 없는 김대중 이야기'이다. 박정희 때부터, 전두환, 노태우까지 오랜 시간 편견와 오해를 받아왔던 '그를 계산해보자'글이 흥미로웠다. '강원'출신인 비호남출신과 '국가주의' 교육을 받은 보수적 성향의 그가 잘못 건드렸다가 데이기 십상인 김대중에 대해 이야기한다.

 
# 김대중 '골수지지자'와 김대중 '안티'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 균형잡힌 시각이 인상적인 책.


  
  책이 나왔던 시점은 김영삼 대통령 당선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95년 다시 정계복귀를 선언한 '대통령병 환자' 김대중씨가 대선출마를 결정하고, '제 3 후보론'과 반대여론이 높았을 때 기점으로 '김대중'에 쌓여진 편견을 벗기려는 목적으로 쓴 책이다. 김대중 '안티'세력에게는 불편한 진실을, 김대중 '골수지지자'에게도 불편한 이야기가 잔뜩 담겨있다. 나는 '골수 김대중 주의자'가 아니다로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명절이 되면 벌어지는 정치에 관한 많은 싸움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폭행시비가 붙어 뉴스에 실리기도 했던 당시 정세와 '전라도'와 '용공론'으로 대통령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던 비호남 사람들의 경계심이 가득했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현상을 가지고 있던 인물에 대한 재조명을 시도한 책이다.

  책은 "다른 것은 다 좋지만 대통령은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비호남 지방 사람들의 정서와 그런 시각의 연유가 '분리 지배'의 심리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콩쥐팥쥐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인간은 팥쥐엄마와 더 많이 닮았다는 사실이고, 팥쥐엄마의 문제는 '콩쥐'를 가족의 대상이 아닌, 일꾼의 시각으로 보았기 때문에 콩쥐가 게으르고, 밥을 많이 먹고, 허영심 많아 보이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법적인 자녀'를 고려하지 않아 콩쥐의 인격성을 파괴하는 현상을 지적하는 대목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급격한 시선의 바꿈이 아닌, 현실을 인정하고, '현재적 상황에서 가능한 합리적 태도'를 취하자고 주장한다.

 
# 암울했던 현대의 정치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책.  


   
  '김대중은 전라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와 '김대중은 베켄바우어다 - 수비의 천재', '전라도의 화두는 평화다', '전라도 사람들의 심정은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다는 정신적 가치'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로서의 편견을 벗기려 하고, 4가지 활용가치로 '국민통합적 차원', '지방시대 활성화 차원', '3김 정치의 불가피성 차원', '수평적 정권교체' 차원의 활용가치를 외친다.

  '빨갱이, 용공'을 강조해서 한 사람에게 심하게 박해했던 상황과 '전라도에 대한 차별적 이미지'와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했던 전라도 사람들'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잘 드러내어 그 당시의 한국정치의 흐름을 살필 수 있게 한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흐름속에서 '인권'과 '민주'에 대한 시각은 많이 나아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책은 긍정적인 모습과 함께 한계도 잘 지적하고 있다. 한 쪽으로 편들지 않고, 바라보는 관점이 그 당시 김대중 대선후보를 바라보던 시각중 가장 나았다고 할까. 이순신, 안중근 처럼 '죽은 인물'을 대접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우리사회의 현상과 한국에서는 동서로, 서울에서는 각 구로, 각 구에서는 각 동으로, 각자의 소속지역을 중요시하는 한국 특유의 파벌과 의리가 난무하는 종족사회의 모습을 잘 비춰주고 있다.

  영국은 종교문제로 500년이상 다툰끝에  민주주의를 발전시켰고, 프랑스는 '강한신분제도'를 또 다른 나라들은 '인종문제'로 각 나라마다 문제를 안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괜히 주는 것 없이 밉고, 도저히 같이 지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때 가장 결정적인 발전을 이룩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3김 정치는 무너지고 있다는 저자의 예측은 적중해서, 그때 이후로는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지만, 늘 대권에 나오는 그 때 뿐이라고 할까. '이미지'가 정치에 큰 영향을 차지하는 점을 우려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현실이 된 지금, 'XX 죽이기'가 난무하는 한국 정치의 정서는 국민들에게 극한 정치적 혐오를 가져다 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 혐오가 강할수록 더욱 그나마 좋은 사람을 찾기 위해 나서야 하는데 말이다.  


  97년 대선의 결과로 지역통합의 영향은 커졌는지 모르겠지만, 지역소외와 서울집중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 다같이 함께 잘살기 위한 공감대가 필요한 데, 현실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나만 잘 살면 돼'라는 경향이 많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정치의 한계를 잘 볼 수 있었다고 할까, 아버지 세대가 어떤 고충을 겪고 이 땅을 살고 있었는지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대선'의 시대적 흐름을 생각하고 나온 책이기에, 책의 내용은 현재 시사성에는 많이 비껴서 있다. 대신, 지나온 우리 세대의 풍경을 보려는 이에게는 살짝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친 책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이 강하지만, 균형있게 보려는 시각은 알아두어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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