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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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사기열전, 그 속에서 지혜를 배우다. 

 
  그래, 알고 있다. 그 많고 많은 고사성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가슴을 뛰게 하고, 인간의 생로병사, 희비를 모두 느끼게 하는 이야기가 모두 사기에 담겨있었다. 130권, 52만 6500자로 이루어진 사기를 다 보진 못했지만, 사기열전으로 나온 축약본과 이야기 형식의 글은 학창시절에 많이 찾아  읽었다. 내게도 '관포지교'와 같은 친구를 사궈야지, 한신처럼 때를 놓쳐서 개죽음 당하지 말고, 장량처럼 박수칠 때 떠나야지 등 이야기 속에서 삶의 지혜를 많이 배웠다. 

  저자는 난세를 '믿음과 꿈과 희망을 잃은 시대'라고 정의한다. 경기는 어렵고, 정치에 대한 불신은 높아지고, 인심은 각팍해지고, 연쇄살인범이 검거되는 꿈은 보기 힘들고, 갈수록 수렁밑으로 빠져드는 느낌, 기분대로라면 난세가 틀림없는 것 같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난세는 달리 말하면, 영웅이 배출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영웅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세상의 늪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옛 사람들의 흔적을 통해 알고 싶었다. 마침, EBS에서 32강으로 강연했던 프로그램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동양의 사상에는 때가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시의적절하게 나온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너져 내린 희망의 작은 씨앗이라도 움켜지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 저자의 해설이 돋보이는, 지혜와 성찰을 안겨주는 사기 이야기.
 
  
   사마천은 드라마 '왕과나'의 처선처럼 내시의 상황에서 사기를 집필하였다. 16년간 치욕의 삶을 견디면서 그가 사기를 쓴 배경과 연유, 그의 삶에 대해 2강에 걸쳐 이야기한다. 억울하고, 인간으로 겪을 수 있는 치욕을 겪었지만, 그는 살아남아 큰 뜻, 세상에 길이 남는 역사서를 남기기 위해 스스로 궁형(내시가 되는 형벌)을 선택하였다. 사마천이 태어난 마을을 통해, 그의 자취와 그의 사망과 태생을 추적한 저자는 사기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성찰된 지식을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한다.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가 7강, 진시황과 관련된 이야기가 2강, 통찰력이라는 주제로 4강, 생존이라는 테마로 3강, 우정, 조직, 약자 등 인간관계에 대해 4강, 현재로 말하면 공무원인 관료에 대해 2강, 경제철학에 3강, 인재에 4강, 총 31강이 진행된다. 예전 축약본이나 열전만 모은 책에서는 저자의 설명없이 이야기로만 전체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난세를 답한다』에서는 저자가 말하고 싶은 지혜에 걸맞은 이야기가 사례로 뒷받침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치 앞도 내도 보기 힘들정도로 막막한 현재의 경제상황이지만,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그 원인을 찾는데는 과거의 일에서 찾는 일이 가장 쉽다. 옛 사람들이 먼저 부딪쳤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삶의 자세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할까. 막막하던 어둠속에서 혼자 길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작은 등불 하나를 얻은 느낌이다.
 
  취업, 인간관계, 꿈, 정치, 경제 등 청소년부터 사회인, 나이가 든 어른에 이르기까지,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누구나 읽어보아도 나쁘지 않은 책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각 강의가 연결되지 않아, 15강이든, 17강이든지 원하는 대목만 읽을 수 있고, 순서대로 따라읽으면, 그 나름대로 큰 흐름을 살필 수 있다. 이야기 형식이라 재미있게 책에 빠져들 수 있고,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지혜의 실마리를 살필 수 있다. 에필로그에 나온 저자가 말하는 감동 14가지를 아무데서나 한 강정도 읽은 후, 흡족하다 싶은 구석이 2가지 이상이라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 고사성어, 한자, 동양문화에 지극히 강한 거부감이 없다면..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
 
 
  고사성어와 한자를 읽는 일을 힘겨워하지 않는다. 쉽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예전에 사기를 여러 번 읽어보았기에 더욱 쉽게 저자의 강의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고사성어를 생각하면 지긋지긋하고, 한자에대한 어렸을 때 안 좋은 추억이나 자신감이 없는 이에게는, 천천히 한 강씩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31강이기에 하루에 한 강씩, 한 달을 잡아서 읽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지혜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혼자 읽어도 좋고, 함께 스터디하면서 읽기에도 좋다고 할까. 고전은 다가서기 힘든 난점이 있는데, 저자의 노력의 흔적이 배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느낌이다. 유익한 강의를 들은 느낌이라고 할까.
 
  좋은 책은 굳이 좋다고 많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찾게 마련이라 생각한다. 옥의 티라고 할까. 군데군데 보이는 오타들은 책의 완성도에 아쉬움을 남겼다. 많이 팔릴 것 같은 책이므로, 개정판이 나올 때, 오타들은 꼭 수정되었으면 좋겠다. 믿고 배울만한 선배를 찾기 힘든 현대사회, 현재에서 찾기 못한다면, 옛 사람들에게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에필로그 마지막에 저자는 사기의 내용에서 이런 내용을 인용했다.
 
   
  정권을 잡으면 인덕으로 다스려야 한다.
 
  가장 못난 정치가는 백성과 다투는 자다.
 
 
    출간되었을 때 12월을 생각해서도, 지금 생각해도 왜 이리 와 닿는지 모르겠다. 사기에 나온 우려의 이야기를 정치가들은 꼭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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