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아 대논쟁 3 - 민주주의 & 시민 불복종 히스토리아 대논쟁 3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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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용'이 강조되는 시기, 그래서 더욱 절실한 토론과 논쟁.  

  
   경제가 힘들다. 앞으로 적어도 일년은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년 뒤에 꼭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불안의 시대, 생존과 힘겨움은 더욱 '실용'을 강조하게 만든다. 무엇이 옳고 좋은지 따지는 시간을 줄이고, 무엇이 이익이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실용'은 보기에는 매혹적이지만, 씨없는 수박처럼, 먹고난 후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라가 힘들고, 어려울수록, 국민통합을 강조한다. 취직을 못하면 힘드니까, 힘들어도 '비정규직'으로 버티면, 나중에 경제상황이 좋아지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니가 조금만 참으면, 다 잘되는거야. 지금의 문제의 원인도, 니가 참고 견디면 돼. 옛날처럼 말이야.   

  박정희 정부가 주도하던 '경제성장'의 시대, 중화학공업과 제조업 발전은 중앙집중적인 선택으로 재벌이 만들어지고, 지금의 경제발전력의 원동력이 되었다. 빛의 강렬한 만큼, 인권침해와 정치적자유의 한계, 무엇보다 소수자들의 권리와 이익의 침해가 너무나 심했다. 힘들어지면, 그때의 힘겨웠던 잔인했던 기억들은 뭉개버리고, 그때는 취직이 잘되었는데, 경제로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하며, 뛰어난 지도자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지금은 뛰어난 지도자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세상을 행복하게 바라보면서 살 수 있는 시대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를 돌이켜 봐야 한다. 현재 우리사회를 유지하는 체제의 장점과 문제점을 알아야 한다. 좋은 사회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점검하고, 그것을 최소화 한다. 후진사회일수록,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많고, 그것도 대충 눈가림일 뿐, 다시 똑같이 문제가 되풀이 되기 일쑤이다. 

  '용산 참사' , '화재' '전국적인 가뭄', '실업 대란' 문제는 많이 발생하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은 잘 도출되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힘이 주는 대책이 많아지고,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일방통행식, 나를 따르라가 만연하고 있다.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무능력해서 설득할 능력이 없다는 말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론을 하려고 보니, 많이 모르고 놓쳐가고 있다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민주주의, 직접행동, 불복종, 기본적인 단어는 알고 있지만, 사회현상에서 이것이 어떻게 해석되는 것이 바른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분분하다. 촛불시위와 대의민주주의 혐오와 촛불시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불복종 운동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이야기하려고 보니, 좋은 게 좋은것이다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문제점을 발견하기에는 논쟁보다 좋은 것이 없다. 저자가 문제제기한 논쟁에 푹 빠져버렸다.  

 
# 지적사고를 높여주는 흥미로운 논쟁.  

  
  민주주의, 직접행동이 낯선 이들이 용어의 개념부터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논쟁이라는 형식을 빌어, 민주주의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비판, 그리고 대안 등이 민주주의 논쟁을 주도했던 학자들의 이름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저자가 사회자로 등장해서, 양측의 입장에 대한 장점과 단점, 토론을 잘 주도해내고 있다고 할까. 투표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는 대의민주주의가 다수결의 횡포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더라도, 사회적 강자에 의해 유리한 제도라는 한계와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서는 권력의 집중현상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문제 등 어느 한쪽의 편이 아닌, 양쪽에 담긴 깊이있는 주장과 반례를 들을 수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 각 사안에 찬성인지 반대인지 자연스럽게 결정을 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나의 위치가 진보인지 보수인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자신의 정치적 위치의 방향을 확인 할 수 있다. 논쟁으로 각 사안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지식 넓히기를 통해, 논쟁의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깊이 들을 수 있고, 원문 읽기를 통해 좀 더 각자의 주장의 내용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다. 한 사안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을 기대하는 이 보다는, TV나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는 앵무새가 아닌, 스스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이가, 입문서로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좋은 책은 내용을 세세히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에 의해 많이 알려지기 마련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정치상황으로 되어있는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게 해결해 갈 것인가,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 책이었다. 사회의 성숙도에 맞게 그 사회의 정체가 구성되어진다고 믿는다. 따스한 감성이 풍부하고, 정치에 대한 열망이 크면서도, 정치인들을 혐오하는 지금 현 상황에서 어떻게 모두가 함께 서로를 미워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촛불 시위'의 한계와 의미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모바일과 인터넷을 어떻게 의도를 왜곡하지 않고, 좋은 대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것인가.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각을 좀 더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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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 대청소
프레데릭 살드만 지음, 김희경 옮김, 김서정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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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오랜만에 서재 정리를 했다.
 
 
  MP3의 전원으로 사용하는 건전지를 갈아끼우려다 손에서 빠뜨렸다. 데구르르, 구르더니 모니터 뒤편, 본체쪽으로 넘어가버렸다. 건전지를 찾으려다가 본체 뒤에 수북이 쌓인 먼지를 보게 되었다. 본체의 내부까지, 먼지제거를 하고, 서재도 먼지를 닦아 내었다. 깔끔한 공간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방치하면, 고인 물이 썩듯이 먼지나 나쁜 물질이 쌓이게 된다는 관찰의 중요성을 느꼈다. 청소하면 좋은 줄 알면서도, 쉽게 잊어버리는 건망증이 문제다. 건강도 몰라서가 아니라, 귀찮다는 이유로 작지만 알찬 정보들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반성을 했다.
 
  좋은 음식과 깨끗한 환경이 중요시되는 웰빙 사회에 살지만, 땀, 콧물, 변, 내 몸안에서 일어나는 신체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았고,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난치병으로 알려진 병들이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새로운 화학물질의 생성으로  새로운 병들이 늘어난다. 병에 대해 잘 알 수 있지만, 건강하게 사는 법은 잘 실천하기 어렵다. 몸에 좋은 음식이나 약을 먹으면 좋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은 마음을 황폐하게 한다.
 
『내 몸 대청소』에서는 비싸고 좋은 약, 모든 이에게 좋은 음식을 권하지 않는다.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하지 않는 건강상식, 특히 생리적인 현상에 관한 부분을 이야기하며, 고정관념이 된 생리현상이나 예의에 관한 사항을 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 생리적 현상들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
 
 
  자동차 정기점검은 잘 준수하지만, 건강검진에는 소홀한 일반 시민들의 현상의 지적에 마음이 뜨끔했다. 어려운 의학용어가 등장하지만, 주석을 통해, 이해를 돕고, 저자가 권하는 20가지의 제안은 큰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쉽게 할 수 있기에 유용하다. 음주와 흡연에 대한 잘못된 오해, 과일이나 특정음식이 몸에 좋다고하는 편견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글을 읽다보면 뻔한 사실이 매우 생동감있게 다가온다.
 
  손을 깨끗히 씻는다거나, 대청소를 하는 일, 눈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방귀와 트림 등의 생리현상 참지 않기, 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기 등 생리적인 현상에 대한 자연스런 이해를 돕는다. 몸에서 알려주는 신호들을 세심하게 주의하고 관찰하지 않아, 병이 커지게 된다는 걸 알았다.
 
  어렸을 때, 아이의 변을 통해 건강을 확인할 수 있기에, 트림을 자기전에 해야 괴롭지 않으니까 어머니는 변을 세심히 관찰하고 트림도 매일 시켜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인이 되면, 어머니가 해 줄 수 없기에, 스스로 잘 관찰하고, 건강검진을 통해 스스로 몸을 관리해야 한다. 밥먹고 나서, 바로 눕거나, 고기를 저녁과 자기전에 먹으면 좋지 않은 이유들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많은 정보보다 내 몸에 많은 현상들이 많은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 책장에 두고, 매일 보고 싶은 건강한 의학정보서.
 
   
  4주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매 번 30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20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생과 생리적 현상들은 단방약이 아니라, 건강한 생활습관처럼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공부와 관찰,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병을 낫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리예방하기 위해서 병원해 가기를 권한다. 건강진단은 내 몸의 현재상태를 잘 알려 줄 것이고, 나의 생활습관의 점검은 내가 어떤 경향성이 있는지,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꾸준히 의학정보를 수집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큰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내 몸을 건강하게, 내 의지대로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됨을 확신한다. 좀 더 규칙적인 운동과 꼭꼭 씹어먹는 생활습관, 깨끗히 손을 씻는 간단한 행위만으로도 말이다.
 
  올바른 호흡법과 손 깨끗이 씻기, 생리현상 참기 않기 등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작심삼일의 유혹이 강해, 일주일에 하루는 생활습관을 체크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가 프랑스인이기에 프랑스 인들이 자주먹는 식단과 영양소의 정보들이 많았다. 한국인들의 생활습관에 많이 사용되는 음식의 정보도 함께 제시되었다면 더욱 알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문헌에 4장, 8장 등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책의 구성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차별로 제시되어 있기에, 1주차 목요일, 2주차 수요일 등으로 형식을 맞춰주었으면 더욱 좋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드는 책이다. 건강은 돈으로 얻을 수도 있지만, 작은 습관에서 완성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열심히 떠돌아다니고 있다. 사라지지 않도록, 자주 내용을 상기하면서, 습관을 돌이켜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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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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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아버지 세대 이해하기 프로젝트' 첫 번째 만남, 
 
   권위주의 시대에 성장한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정체성 형성을 따라가 보다.
  
  
  
 『편견 없는 김대중 이야기』의 서평을 먼저 썼지만, 전인권이라는 정치학자를 알게 된 건 『남자의 탄생』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시대의 아이콘이던 '3김 시대'의 김대중 문제를 당대 우호적이지 않던 시대적 배경속에서도 솔직하고 치우치지 않은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알 수 있지 않을 까 싶어 그의 책을 찾았는데,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남은 저작이라도 찬찬히 읽어보기로 했다. 

  권위주의를 싫어했던 민주적이라 생각했던 자신과 다른 권위적인 모습을 보았을 때의 충격으로 이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개인의 삶이 아닌,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아버지 역할과 어머니 역할에 충실했던 부모의 삶, 부모와 함께 생활했던 기억들은 현재의 저자를 만들었던 큰 영향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 권위는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버지의 질서와 권위는 어머니의 만족의 공간과 복종이 맞물리면서 만들어낸다.
  
     
   아버지 세대가 이런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말씀에 감히 거역할 생각을 못했던 시절, 학교에서 제식훈련을 통해 질서를 배우던 시절, 성에 대해 성녀 또는 창녀로 생각하는 이분법, 대하기 힘든 어머니와 너무나 내 맘을 잘 알아주는 형제들 중 나를 제일 사랑한다고 믿는 어머니와 함께한 시절이라고 할까. 
 
  돌이켜 보니 세 명 다 똑같이 각 아들의 이상형에 맞게 연기해낸 어머니의 행동을 가부장제도에 항거하기 위한 슬픈 행동이었다는 것과 그로인해 형제간의 우애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경험까지, '오이드푸스 컴플렉스'를 이야기한  프로이트 이론처럼, 성을 매개로 아버지와의 경쟁관계를 통해 살펴보는 가족에서의 사회화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지금과 매우 달랐던 부모세대의 가정의 분위기와 사회의 분위기 한 아이가 어떻게 권위와 우월감에 가득찬 '동굴 속 황제'로 성장하게 되는지 알게 된다.
    
  어렸을 때 젖을 떼는 일과 '권위'와 관련된 미묘한 싸움들, 자장면을 사 먹일때도 신분의 감옥에 자연스럽게 갇혀버린 부모님들의 행동을 통해, 자신이 실패하게 된 연유를 과거의 경험에서 솔직하게 살펴보고 드러낸다. '가족'이라는 묘한 신비감에 싸여있는 공동체의 구조를 밝히려는 시도만으로도 멋졌다고 할까. 거기에 성장이 아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회사원, 가장으로 진급하는 삶을 사는 봉건적 제도속에서 자연스럽게 가부장적제도가 고착화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 아이가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더 잘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사랑하는 방법과 높을 것을 지향하게 하는 법을 가르쳤던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무엇보다 권위라는 것이 '아버지' 혼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할까.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사이에 스며있던 한국문화속의 권위는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학교에서 신입생이 들어오면 왠지 어리고, 철이 없어 보였던 행동들, 군대에서 신병이 고참에게 아기처럼 하나하나 배우는 과정들 그 속에 신분이라는 역할과 그 역할로서 신분제 사회를 만드는 사회에서의 학습화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점, 스스로 의식하면서 벗어나려 애쓰지 않으면 관습과 습관이라는 과정에서 당연하다 느껴지게 된다고 할까. 

  저자의 통찰력과 설득력 강한 문체로 흠뻑 책 속에 빠졌던 시간이었다.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사회화과정을 거쳤는지 알게되자, 평소에 이해되지 않던 많은 부분들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 '네 안의 아버지를 살해하라.'
  
  
  
  권위주의에 빠진 사람은 잘된 건 내 탓, 잘못된 건 조상탓을 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황제 속 동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아버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마음에 각인된 '이상적인' 이미지를 살해하라고 이야기한다. 당신만이 이 땅의 유일한 상속자인 것처럼 행동하지 말고, 실제의 아버지와 네 안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먼저 내 안의 아버지를 정확하게 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쉽지 않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자기부정을 통해 자기긍정을 얻는 방법을 권하는 저자의 주장을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권위주의는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한다는 저자의 말, 어느 순간 대화로 소통하는 것이 아닌,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신념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있는 부분부터 찾아서 바꿔나가는 일을 시작해야 겠다. 지금 시대는 하나의 길을 모두가 함께 걷는 때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삶의 반경을 넓혀가는 시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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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기술 - 심리학자의 용서 프로젝트
딕 티비츠 지음, 한미영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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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억울한 마음이 쌓이면 한이 된다.
 
    
  살다 보면, 남들이 보았을 때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자신에게 비수로 꽂히는 때가 있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말들이 상처에 꽂혀있는 비수를 흔들어 상처를 더 벌어지게 한다고 할까. 억울한 마음이 쌓이고 쌓이여, 가슴에 꾹꾹 담아두다 보면 한이 된다. 한 때 유행했던 '화', 분노를 잘 다스리는 법에 관한 책이 유행하는 것도 많이들 속상한 일을 마음에 담아 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과거를 툭 털어버리고 놓아주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회피, 부정, 희생, 비굴이 아닌 용서하는 방법, 이건 인격완성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떠나지 않는다. 『용서의 기술』, 제목이라면 용서가 마음에서 우러난 표현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하면 익힐 수 있는 기술이란 말인데, 들어가는 말에 나오는 심리학자가 이야기하는 용서프로젝트라는 말이 마음에 끌렸다. 용서를 통해, 고혈압도 낮출 수 있다는 말은 일석이조라도 할까. '버럭' 주여사님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마음이 바빠졌다.
 
    
#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는 일. 용서.
 
 
몸의 고통과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지만, 용서는 마음을 달리 먹어야 하기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공평하지 삶을 인정하고, 삶이 불행한 원인은 자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 자신을 갇혀있게 한고 분노를 쌓이게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고쳐먹기가 힘들다. 용서의 매력적인 방법은 모두가 알지만, 그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8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과 분노지수를 늦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사례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개인적 용서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을 12단계로 나누어 제시한다.
 
  6장까지는 개인적인 관점을 바꾸는 방안에 초점을 7장과 11장은 용서의 힘든 현실을 적시하고, 8장은 새로운 틀을 입히라는 방법을 9장, 10장은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마지막 12장에서는 살아가기 위해 용서하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11장의 용서하기 위한 몇 가지 주의사항에 대한 부분이 가장 공감이 갔다. 너무 빨리 용서하는 일은 현상을 회피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 상대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복수의 수단으로, 감정의 문을 닫아버리는 방법으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압박으로, 타인을 대신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용서를 하지 말라는 말에서 용서가 만만치 않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 틀을 더 넓고 크게 보라는 말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내 시선에서만 상황을 보지 말고, 타인의 시선에서, 좀 더 넓은 시각에서 현상을 바라보았을 때 용서를 위한 작은 시작을 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사실 용서가 힘든건 견디기 힘든 상처로 이성적으로 바라보기 힘들어서인데, 저자는 다르게 마음을 바꾼 상태에서 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세심히 살피기를 권해서 머리로 이해한다고 쉽게 되는 일은 아니란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할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혈액의 성분의 추출만으로도 분노에 빠져있는지 아닌지 이제 알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 신체의 악영향은 마음을 병들게 만들고, 마음이 병들면 몸도 나빠진다. 과거의 사실은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보는 관점을 바꿈으로써, 마음속의 리모컨을 만들어, 분노에 깊이 빠지게 될 때 리모컨을 돌려 자신이 좋아하는 상황으로 빠지는 연습을 통해 몰입하는 것에 벗어나고, 상황을 넓고 다르게 봄으로써 용서하려는 노력을 해 나간다면, 용서에 어쩌면 도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습관적으로, 삶의 일부로서 용서하려는 자세를 몸에 지녀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어쩌면 용서야말로,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처럼 남들이 아무리 이야기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졌을 때 되는 일이니까. 다른 용서의 관한 책들보다 좀 더 세세하게 실천적인 방법과 논의할 사안들이 꼼꼼하게 들어있는 점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 용서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저자는 용서를 현재의 평온을 회복하고 미래의 희망과 삶의 목적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에 받은 분노와 상처에 새롭게 틀을 입히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용서를 중요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용서하기가 더 수월해지고, 용서를 자주 베풀면 베풀수록 더 관대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하면 좋다는 것을 알지만, 너무 멀어보이는 용서, 급하게 달성하려 애쓰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마음의 그릇을 넓혀간다면, 용서의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설계한다면, 과거에 매여 현재와 미래를 보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이다. 이 말을 이용해서 용서의 방향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꾼다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화해는 둘이하는 것이지만, 용서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말,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꼭 해 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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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꾀끼꼴깡 - 무한 상상력 엔진
김창남 엮음 / MSD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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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타인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일은 쉽지 않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이미 자기만의 길을 걷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관심이 있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듣는 일은 쉽지 않다. 강연과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결국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일인데, 내가 좋아하고 원했던 취향에 일치하는 것만 보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는 마음으로 인터뷰와 강연집을 찾던 중 만난 책이다.
 
  성공회대 신방과 <매스컴 특강> 강의에 초대된 10명의 강연자들을 수강한 학생들이 섭외부터 기획, 홍보까지 팀을 만들어서 준비하고 채록까지 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만화가, PD, 방송인, 브랜드 디자이너, 작가 등 사회에서 인정받는 10명의 각양각색의 강연기록들이 담겨있다. 목차만 보았을 때 생소하고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의 강연자도 있었다. 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도 만나야 하니까, 살면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자는 다짐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  10인의 강한 개성이 인상적인 강연들.
 
 
  다채롭다는 말이 책을 완독한 후 떠올랐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개성의 다채로운 색을 흠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테마파크 디자이너와 브랜드 디자이너, 전 교양프로그램 PD와 만화가, 작가, 방송인을 움직이지 않고도 한 장소에서, 전기의 힘을 빌리지 않은 채,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건 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책의 장점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창의성과 자기계발’이라는 주제의 강연이었지만, 강연은 강연자의 직업적 특성이 잘 배어나온 다채로운 경험기와도 같았다. 도시를 디자인하는 테마파크 디자이너 김준기 대표는 전통문화를 정부에서 돈을 들여 보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반대하며, 지금 우리가 보존하려 하는 문화들도 100년 200년 전에는 상업적으로 성공했던 대중적인 전통문화라면서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야기한다. 보편성에 내재된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그는 건강함을 이야기한다. 제주도 돌 문화공원과 국립 중앙 박물관 앞의 조경 등 실제 강연자가 했던 경험을 근거로 이야기했기에 설득력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컨텐츠 디자이너인 탁현민씨의 강연에서는 변화된 세상과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만든다는 사실을, 공연과 방송분야의 사례와 함께 들을 수 있었고, 김제동씨의 강연에서는 한때 UCC를 강타했던 마이크를 잘 사용하는 법을 유쾌한 이야기들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사투리’에 대한 애정과 타인을 배려하고 겸손한 그의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재치는 강연 내내 웃음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김준기 대표와 김제동씨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강조했다.
 
  ’처음처럼’, ’옥토’등의 브랜드를 디자인한 손혜원 대표에게서는 지혜는 샘처럼 나온다며, 많이 채운다음 버릴 수 있는 용기와 어떤 것을 잘 하려 노력하면 잘 하게 된다는 작은 노하우를 시에서 희곡으로, 소설로, 영화로 변화하는 흐름과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변화하는 영상매체의 변화과정과 시나리오 작가의 특성과 한국의 현실을 알려주는 심산 대표에게는 낯설어 보이는 ’시나리오 작가’의 새로운 면을 배울 수 있었다.
 
  자기만의 개성으로 영화를 만들어 내는 이무영씨에게는 소신과 1950년부터 90년까지 변화한 미국음악의 흐름을 배울 수 있었다. 멀리했던 분야를 친근하게 만드는 매력은 각 분야에 달인이 된 강연자의 매력적인 강연솜씨 덕이다. 성석제 작가의 강연에서는 그의 군대시절과 시인으로 출발했다는 독자에게 충격적인 사실과 그의 문학의 특색을 알 수 있었고, 작품과 또다른 작가로서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만들었던 정길화씨에게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 그 무엇이 되고 난 뒤가 중요하다는 말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신문읽기의 혁명>으로 알려진 손석춘씨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와 독서와 집회 현장에 한 번의 가볼 것을 권하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로맨스 킬러>와 <위대한 캣츠비>로 유명한 강도하씨는 유년시절의 기억이 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결과와 만화가에 대한 대우, 그의 작품 뒤에 숨겨진 에피소드, ’불안’이 만들어낸 힘 등 굴곡있는 삶 속에 배어나오는 소신을 느낄 수 있었다.
 
   
# 대학생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
 
 
  좋은 강연은 청중을 가리지 않지만, 대학생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내기와 2학년 대학생들이 읽고, 자신의 생각의 샘을 강으로 바다로 넓게 확장시키는 계기를 만났으면 좋겠다. 좋은 학점과 좋은 스펙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생의 불안의 위기를 돌파할 자기만의 가치관과 희망의 힘을 갖추기 못하면 사회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쉽다.
 
  지식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깊은 성찰과 많은 만남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책을 계기로 노력한다면, 지식 뿐 아니라, 지혜로 가는 길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세상에 저절로 얻어지는 건 없다는 엮은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대학생들이 꼭 잊지말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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