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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꾀끼꼴깡 - 무한 상상력 엔진
김창남 엮음 / MSD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 타인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일은 쉽지 않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이미 자기만의 길을 걷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관심이 있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듣는 일은 쉽지 않다. 강연과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결국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일인데, 내가 좋아하고 원했던 취향에 일치하는 것만 보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는 마음으로 인터뷰와 강연집을 찾던 중 만난 책이다.
성공회대 신방과 <매스컴 특강> 강의에 초대된 10명의 강연자들을 수강한 학생들이 섭외부터 기획, 홍보까지 팀을 만들어서 준비하고 채록까지 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만화가, PD, 방송인, 브랜드 디자이너, 작가 등 사회에서 인정받는 10명의 각양각색의 강연기록들이 담겨있다. 목차만 보았을 때 생소하고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의 강연자도 있었다. 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도 만나야 하니까, 살면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자는 다짐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 10인의 강한 개성이 인상적인 강연들.
다채롭다는 말이 책을 완독한 후 떠올랐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개성의 다채로운 색을 흠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테마파크 디자이너와 브랜드 디자이너, 전 교양프로그램 PD와 만화가, 작가, 방송인을 움직이지 않고도 한 장소에서, 전기의 힘을 빌리지 않은 채,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건 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책의 장점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창의성과 자기계발’이라는 주제의 강연이었지만, 강연은 강연자의 직업적 특성이 잘 배어나온 다채로운 경험기와도 같았다. 도시를 디자인하는 테마파크 디자이너 김준기 대표는 전통문화를 정부에서 돈을 들여 보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반대하며, 지금 우리가 보존하려 하는 문화들도 100년 200년 전에는 상업적으로 성공했던 대중적인 전통문화라면서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야기한다. 보편성에 내재된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그는 건강함을 이야기한다. 제주도 돌 문화공원과 국립 중앙 박물관 앞의 조경 등 실제 강연자가 했던 경험을 근거로 이야기했기에 설득력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컨텐츠 디자이너인 탁현민씨의 강연에서는 변화된 세상과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만든다는 사실을, 공연과 방송분야의 사례와 함께 들을 수 있었고, 김제동씨의 강연에서는 한때 UCC를 강타했던 마이크를 잘 사용하는 법을 유쾌한 이야기들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사투리’에 대한 애정과 타인을 배려하고 겸손한 그의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재치는 강연 내내 웃음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김준기 대표와 김제동씨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강조했다.
’처음처럼’, ’옥토’등의 브랜드를 디자인한 손혜원 대표에게서는 지혜는 샘처럼 나온다며, 많이 채운다음 버릴 수 있는 용기와 어떤 것을 잘 하려 노력하면 잘 하게 된다는 작은 노하우를 시에서 희곡으로, 소설로, 영화로 변화하는 흐름과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변화하는 영상매체의 변화과정과 시나리오 작가의 특성과 한국의 현실을 알려주는 심산 대표에게는 낯설어 보이는 ’시나리오 작가’의 새로운 면을 배울 수 있었다.
자기만의 개성으로 영화를 만들어 내는 이무영씨에게는 소신과 1950년부터 90년까지 변화한 미국음악의 흐름을 배울 수 있었다. 멀리했던 분야를 친근하게 만드는 매력은 각 분야에 달인이 된 강연자의 매력적인 강연솜씨 덕이다. 성석제 작가의 강연에서는 그의 군대시절과 시인으로 출발했다는 독자에게 충격적인 사실과 그의 문학의 특색을 알 수 있었고, 작품과 또다른 작가로서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만들었던 정길화씨에게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 그 무엇이 되고 난 뒤가 중요하다는 말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신문읽기의 혁명>으로 알려진 손석춘씨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와 독서와 집회 현장에 한 번의 가볼 것을 권하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로맨스 킬러>와 <위대한 캣츠비>로 유명한 강도하씨는 유년시절의 기억이 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결과와 만화가에 대한 대우, 그의 작품 뒤에 숨겨진 에피소드, ’불안’이 만들어낸 힘 등 굴곡있는 삶 속에 배어나오는 소신을 느낄 수 있었다.
# 대학생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
좋은 강연은 청중을 가리지 않지만, 대학생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내기와 2학년 대학생들이 읽고, 자신의 생각의 샘을 강으로 바다로 넓게 확장시키는 계기를 만났으면 좋겠다. 좋은 학점과 좋은 스펙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생의 불안의 위기를 돌파할 자기만의 가치관과 희망의 힘을 갖추기 못하면 사회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쉽다.
지식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깊은 성찰과 많은 만남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책을 계기로 노력한다면, 지식 뿐 아니라, 지혜로 가는 길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세상에 저절로 얻어지는 건 없다는 엮은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대학생들이 꼭 잊지말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