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기술 - 심리학자의 용서 프로젝트
딕 티비츠 지음, 한미영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억울한 마음이 쌓이면 한이 된다.
 
    
  살다 보면, 남들이 보았을 때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자신에게 비수로 꽂히는 때가 있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말들이 상처에 꽂혀있는 비수를 흔들어 상처를 더 벌어지게 한다고 할까. 억울한 마음이 쌓이고 쌓이여, 가슴에 꾹꾹 담아두다 보면 한이 된다. 한 때 유행했던 '화', 분노를 잘 다스리는 법에 관한 책이 유행하는 것도 많이들 속상한 일을 마음에 담아 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과거를 툭 털어버리고 놓아주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회피, 부정, 희생, 비굴이 아닌 용서하는 방법, 이건 인격완성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떠나지 않는다. 『용서의 기술』, 제목이라면 용서가 마음에서 우러난 표현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하면 익힐 수 있는 기술이란 말인데, 들어가는 말에 나오는 심리학자가 이야기하는 용서프로젝트라는 말이 마음에 끌렸다. 용서를 통해, 고혈압도 낮출 수 있다는 말은 일석이조라도 할까. '버럭' 주여사님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마음이 바빠졌다.
 
    
#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는 일. 용서.
 
 
몸의 고통과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지만, 용서는 마음을 달리 먹어야 하기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공평하지 삶을 인정하고, 삶이 불행한 원인은 자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 자신을 갇혀있게 한고 분노를 쌓이게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고쳐먹기가 힘들다. 용서의 매력적인 방법은 모두가 알지만, 그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8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과 분노지수를 늦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사례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개인적 용서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을 12단계로 나누어 제시한다.
 
  6장까지는 개인적인 관점을 바꾸는 방안에 초점을 7장과 11장은 용서의 힘든 현실을 적시하고, 8장은 새로운 틀을 입히라는 방법을 9장, 10장은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마지막 12장에서는 살아가기 위해 용서하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11장의 용서하기 위한 몇 가지 주의사항에 대한 부분이 가장 공감이 갔다. 너무 빨리 용서하는 일은 현상을 회피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 상대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복수의 수단으로, 감정의 문을 닫아버리는 방법으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압박으로, 타인을 대신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용서를 하지 말라는 말에서 용서가 만만치 않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 틀을 더 넓고 크게 보라는 말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내 시선에서만 상황을 보지 말고, 타인의 시선에서, 좀 더 넓은 시각에서 현상을 바라보았을 때 용서를 위한 작은 시작을 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사실 용서가 힘든건 견디기 힘든 상처로 이성적으로 바라보기 힘들어서인데, 저자는 다르게 마음을 바꾼 상태에서 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세심히 살피기를 권해서 머리로 이해한다고 쉽게 되는 일은 아니란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할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혈액의 성분의 추출만으로도 분노에 빠져있는지 아닌지 이제 알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 신체의 악영향은 마음을 병들게 만들고, 마음이 병들면 몸도 나빠진다. 과거의 사실은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보는 관점을 바꿈으로써, 마음속의 리모컨을 만들어, 분노에 깊이 빠지게 될 때 리모컨을 돌려 자신이 좋아하는 상황으로 빠지는 연습을 통해 몰입하는 것에 벗어나고, 상황을 넓고 다르게 봄으로써 용서하려는 노력을 해 나간다면, 용서에 어쩌면 도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습관적으로, 삶의 일부로서 용서하려는 자세를 몸에 지녀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어쩌면 용서야말로,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처럼 남들이 아무리 이야기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졌을 때 되는 일이니까. 다른 용서의 관한 책들보다 좀 더 세세하게 실천적인 방법과 논의할 사안들이 꼼꼼하게 들어있는 점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 용서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저자는 용서를 현재의 평온을 회복하고 미래의 희망과 삶의 목적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에 받은 분노와 상처에 새롭게 틀을 입히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용서를 중요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용서하기가 더 수월해지고, 용서를 자주 베풀면 베풀수록 더 관대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하면 좋다는 것을 알지만, 너무 멀어보이는 용서, 급하게 달성하려 애쓰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마음의 그릇을 넓혀간다면, 용서의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설계한다면, 과거에 매여 현재와 미래를 보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이다. 이 말을 이용해서 용서의 방향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꾼다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화해는 둘이하는 것이지만, 용서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말,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꼭 해 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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