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양피지 - 캅베드
헤르메스 김 지음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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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기적을 믿지 않는다.
  
   
  기적을 믿지 않는다.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라는 제목을 보고 이 책이 내 품안에 오진 않을거라 생각했다. 양피지 하나로 인생을 바꾼다는 이야기, 그런 기적은 믿지 않기 때문이다. 제목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건, 지인의 추천과 함께 신학과 철학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 때문이다. 보통 철학은 일상 사람들의 삶과 괴리되어 있는 사변적인 부분을 다룬다고 생각하는 경향인데, 철학자가 쓴 자기계발서라, 철학을 오래 공부한 저자가 생각한 인생 성공의 비밀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실제 현실에서 유명한 부자들이 등장인물로 등장하게 되면, 그가 비밀에 대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기적의 양피지라는 말은, 신비의 유대교의 경전인 카발라의 연구결과와 선박왕 오나니스의 실제 생애를 겹치도록 해, 신빙성을 높였다.
  
  
# 오나니스의 성공과 좌절의 궤적을 통해 살펴본 양피지의 힘.
  
  
  이야기는 간단한다. 성지순례중에 화자는 한 노인을 만나 그를 도와주게 되었고, 그는 답례로 자신의 성공의 비밀이 담긴 양피지 캅베드와 자신의 인생여정을 이야기한다. 터키에서 태어난 그리스인인 노인이 어렸을 때 겪었던 에피소드부터 성공을 위해 꿈꾸는 과정, 그리고 그 꿈을 달성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지배하는 키워드는 솔로몬의 지혜를 얻은 비밀인 공경이었다.
  
  오나니스의 인생여정과 함께, 캅베드에 기록된 공경의 원리를 저자가 어떻게 사용하였는지와 양피지의 내용이 교차형식으로 소개된다. 20세기의 한 획을 그은 유명인사들과 오나니스의 여정이 얽히면서 그가 실천했던 과정을 더듬다보면 마지막에는 신학적 원리에 맞는 메세지로 이야기가 귀결된다. 노인이 건네준 화자의 전체가 드러나는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역사속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기 때문에 리얼다큐나, 인물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흡입력있게 다가올 내용이라 생각한다. 양피지의 내용과 그 내용을 어떻게 실천을 햇는지의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꿈꾸는 힘을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현실에 지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믿고 그것에 맞게 바른 원리로 살아가는 힘이라고 할까. 냉정히 말하는 종교의 계율을 지키는 신실함이 있다면, 바른 원리로 그것을 실행한다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백만장자로 들어서는 과정이 너무 짧기에, 돈 만원에도 벌벌 떠는 현대인이 부자가 되고픈 욕망을 기대하고 책을 읽는다면, 만족하지 못할 부분이 많은 책이다. 부자를 꿈꾸는 이에게 주는 부의 비결이라기 보다, 부자가 되었더라도 바르게 그 힘을 사용하지 않고 교만해지면, 소중한 관계를 잃고 만다는 교훈을 전해주는 책이다. 읽고 나면, 뻔한 이야기인데, 읽고 있을 때는 그것을 모르고 흡입력에 빠져 읽고 만다. 누구나 성공의 비결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현실을 에둘러 말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경제는 어렵고, 사회는 점점 각박해지고 희망이 사라져가는 시기, 저자는 소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철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삶을 선택하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학문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 지, 꿈꾸는 것조차 잊어가면서 살고있는 이들이 많다. 작은 소망을 꿈꾸기에도 많은 고뇌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각박한 사회, 그럴수록 자신이 꾸준히 원하는 바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원칙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저자는 그 원칙을 공경이라고 알려주었다. 그것을 따를것인지, 다른 것을 찾을것인지, 외면할지는 독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자기계발서인데 매우 독특한 형식의 자기계발서라고 할까. 믿는만큼 행복해진다는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서도, 저자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다를 수 있다. 독특한 자기계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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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의 마지막 수업
모리 슈워츠 지음, 이건우 옮김, 배은미 그림 / 일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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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를 추억하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인생수업』을 통해 모리 교수의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했었다. 루게릭 병이라는 당시의 난치병을 마주하고서도, 좌절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맺어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동양의 현자가 아닌, 서양의 사회확과 교수가 겪은 일이었기에 더욱 신비하게 다가왔었다. 시간이 지나면, 감동도 사라지고 일상의 작고 치열한 생존의 문제에 빠져 그 속에 파묻혀 지내게 된다. 『모리의 마지막 수업』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모리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이었다.
 
 
# 평범하고 쉬운 언어로, 놓쳐가는 소중한 부분을 생각해보게 하는 강연.
 
 
  모리의 마지막 강연에 사용된 단어들은 평범하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상어를 사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깊이 숙고할 가치가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루게릭병, 하체가 마비되면서 시작되는 온 몸의 마비, 자신의 병을 나을 길을 알 수 없이, 그저 병이 천천히 진행되기만을 바래야 하는 상황에서 찾아오는 좌절감, 분노, 상실, 충동등을 모리교수는 경험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누구나 인간은 죽게 마련이다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믿으려하지 않는다면서, 죽음을 인정하고, 상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당장' 이뤄지지 않아 찾아오는 좌절감을 여유로움과 포기로 이겨내라고 이야기한다.
 
  생의 마지막순간까지,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희망을 잃지 않은 그의 모습을 보며, 일상 속에서 놓쳐가고 있는 많은 생각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감정에 이끌려, 불안에 휩싸여 소중하고 중요한 관계들을 쉽게 잊어가고 있지 않았나,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을 많이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사랑을 받았는가로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기 마련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리 교수가 이야기한 11가지 주제 중 당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많았다. 과거를 인정하고, 있는 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실의 아픔을 씻어내고,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을 사는 일은 어쩌면 현자들이 평시에 할 수 잇는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려고 했던 이야기들은 곱씹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
 
  모리 교수에 관한 두 권의 책이 있기에, 또 다른 책이 나온다는 점이 불편하기도 했다. 이미 두 권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일이 주춤주춤하기도 했다. 작은 판형에 가지고 다니기 편한 이 책을 한동안 휴대하면서 다닐 계획이다. 일상에 파묻혀 미워하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좌절할 때 모리교수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나의 대응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모리교수를 잊지 않기로 결심했다. 죽지만 계속 살게 될 것입니다 라는 그의 말은, 이렇게 그의 말이 책으로 전해지면서, 후세의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실현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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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 당신이 오페라에 대해 궁금해 하는 모든 것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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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거리만큼, 매혹적인 오페라.
  
  
  클래식을 즐겨 듣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페라는 내게 존재감이 없는 대상이었다. 1년 영화를 보는 비용을 맞먹는 비싼 표 가격과 부르주아 문화의 절정판이라는 편견들이 오페라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만들었다. 오페라를 모른다고 해서 인생을 사는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라고 되뇌이며 잊고 살았다. 결국 그런 먼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최근 오페라를 좋아하는 지인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미라고 하니, 관심이 생겼다. 그가 알고 있는 분야와 이야기 할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더 늘면 좋은거야 라며, 입문서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루하고 따분한 오페라의 역사나 유명한 작곡가, 공연들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오페라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정보가 사실인가, 공연장에 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공연장에 간다면 지켜야 하는 건 무엇인가 하는 오페라 입문서를 만나고 싶었다. 시중에 나온 여러권의 오페라에 관한 책들을 살피다가 문외한이 입문서로 읽기에 좋은 책을 발견했다.
 
 
# 깊이있는 내용이 아닌, 상식을 바로잡고 오페라에 호감이 가는 서술방식에 끌리다.
 
 
  20대 후반의 남성이, 오페라를 좋아하는 이상형을 만나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친구의 친적이 유명한 오페라에 관한 책을 쓴 작가라는 설정으로 그에게 오페라에 관한 정보를 배우는 과정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대신, 오페라의 발전과정, 오페라만의 특징,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 귀족들의 문화라는 잘못된 편견, 공연료가비싼 이유, 공연장 가기전에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이 문외한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로시니에서 도니체티, 벨리니, 베르디, 모짜르트, 푸치니, 바그너 등 작곡자들의 특징과 현대 오페라보다 19세기 오페라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 오페라 공연의 시스템등을 간략하게 알 수 있었다. 자격증 시험으로 친다면, 배울 범위가 각 과목의 특징, 목차정도를 이해했다고 할까. 귀부인과 졸부들의 부를 상징하는 사치의 대상이 아닌, 무용, 오케스트라, 특수음향, 연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만들어냈고, 서양문화의 독특한 하나의 형식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사랑에 목숨을 건 사랑이야기가 등장하는 이유가 남자들이 세상에 저질러 놓은 허물이, 순수하고 진실한 여성들의 희생에 의해 정화된다는 주제를 생각해보다 보니, 목숨을 건 사랑이 흔하지 않기에, 더욱 더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노래는 그대로이지만, 부르는 가수가 어떻게 리메이크하느냐에 따라 청중이 느끼는 반응도 달라지듯이, 오페라의 형식과 큰 틀은 변하지 않았지만, 연출가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연주와 어떻게 노래를 부르느냐에 따라 매일 다른 공연들이 펼쳐진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야구라는 경기가 투수 와 타자의 공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이라는 형식을 띠지만, 매일  경기내용이 달라지듯이 말이다.
 
  색안경을 벗고 본 오페라의 모습은 가까이 할 매력이 많은, 대신 많은 준비가 필요한 까다로운 이성과 같다. 그에대해 준비를 많이 하고, 기꺼이 감동하려는 노력을 하고 다가섰을 때, 그의 독특한 행동이 이해되고 사랑할 수 있게된다. 일단 빠지게 되면, 진한 감동을 줄 것 같은 느낌, 사실이 맞는지는  실연된 오페라의 DVD를 한 두번 들어보고, 시디로 계속 감상하면서 떠올려 봐야겠다. 백청이 불여일견인, 오페라! 대중의 뜬 소문에서 벗어나 그의 실체를 마주하고 싶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지인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책을 만날 때는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다. 그 느낌만큼 반갑고, 자극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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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 정조의 꿈이 담긴 조선 최초의 신도시 신나는 교과연계 체험학습 50
김준혁 지음, 양은정.이종호 그림 / 스쿨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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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화성에 관한 책을 찾다 발견한 책.
   
   
  축하할 일이 있어, 수원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볼 일을 마친 후, 그냥 내려오기보다, 수원 화성을 좀 더 많이 살펴보고 싶어, 수원화성에 들리기로 결정했다. 깊이 있는 전문서적이 아닌, 편하게 읽고 휴대하기에 간편한 책을 찾다보니, 초등학생 현장학습을 위한 책 두 권으로 좁혀졌다. '요새 교과서는 다양한 자료와 잘 만들어져 있네'라는 놀라움과 함께, 소개된 정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기본으로 알아야 하는 내용인데, 모르는 게 많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비슷한 목적으로 기획된 최근 책을 읽었다. 차별점에 무게를 두고 읽었다.
 
 
# 디테일이 살아있는 수원 화성 이야기.
 
 
  이전에 읽은 책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안겨주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부분을 배려한 흔적이 느껴진다. 북수문 아래 특이한 모양을 한 오각형 주춧돌이 있다는 사실과, 주춧돌을 보기 위해 몸을 너무 기울이면 위험하다는 정보는 처음 알게된 사실이다. 저자가 수원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도 수원에서 생활하는 수원시 학예연구사이기 때문일까. 이전의 책이 교과서에 있는 필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면, 이번 책은 수원화성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자랑하면서 이야기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역사와 답사를 한 페이지에 위 아래로 나누어 구성한 점이 독특하다. 동, 서, 남, 북, 중앙은 화성행궁, 총 5부로 나누어 테마를 잡아 역사이야기와 함께 답사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무엇보다 실제 답사를 했을 때, 자신이 가는 구역을 정해서 책과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을 잘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쪽 방향에서 본 건축물 사진을 놓는 것이 보통의 책들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앞과 뒤, 때론 좌우까지 다양한 방향에서, 야경이 아름다운 곳은 야경의 사진까지 함께 수록한 부분에서 수원을 많이 보고 연구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화성을 지키는 장용영을 소개하면서, 무예 24기 시연 공연 사진도 함께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현장에서 보았던 생동감있던 장면이, 사진을 보니 다시 살아난다. 화성행궁의 정문 신풍루 바깥쪽 느티나무 부근에서 무예 시연 공연을 보았는데, 책을 통해 느티나무에는 어진 정치를 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의 의미를 책을 통해 다시 느낀다.
 
 
#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이 보면 더 좋은 책.
  
  
  초등학교 고학년이 보면 좋은 책이라고 할까. 군데군데 퀴즈와 스스로 생각하고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아이들이 답을 채워가며 아는 즐거움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 「나는 수원화성 박사」와 「견학 안내지 잘 만들기」 코너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복습하고, 스스로 체험한 곳을 소개하는 부분이 좋았다. 자신의 발로 딛고,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바라본, 수원 화성의 공기를 느꼈던 부분을 글로 남기는 일은 추억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세계에서 최초로 상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도시를 만들었던, 백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신기술을 활용해서 빠르게 건축을 완성하였으면서도 완성도도 뛰어난, 환경과의 교류가 잘 이루어진 소중한 문화유산이 한국에 존재한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지금의 시각으로 옛날의 시대를 단정짓는 건 위험한 일이다. 기득권에 지지 않고, 신분의 덫에 힘겨워하는 계층을 지원하며변화를 꿈꾸었던 정조의 도전과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후, 세도정치로 몰락해버린 조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지도자의 위치에서 누가, 얼마만큼 꾸준하게 노력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개혁이 얼마나 힘든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예전에는 군주만 잘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지도자도 한시적, 제한적 권력을 가지고 있기에, 시민 스스로, 똑똑해지고 강해져아 한다. 지도자에게 의지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이제 버려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꾸준히 변화를 실천하고, 현실의 한계에 지치지 않고 도전했던 지혜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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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신기술과 개혁 정신이 빚은 위대한 유산 수원 화성 - 역사가 보이는 답사 시리즈 2
조소현 지음, 김주리 그림, 최연창 사진 / 열린박물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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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의 마지막 꿈이 담겨있던 그곳! 화성에 가다.
 
 
  얼마전 지인의 결혼식이 수원에서 열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난 후, 화성에 들릴 생각에 수원 화성에 관한 책을 찾았다. 일반인을 위한 책은 없고, 정조의 화성행궁 행차와 관련된 이야기가 소설화 된 『원행』과 아이들의 체험학습, 현장학습을 위한 두 권의 책이 있었다. 정약용이 설계를 했고, 체제공과 당대의 최신 과학기술과 기술자들의 노력으로 10년의 공사가 2년 9개월로 단축된, 의궤로 공사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 복원이 가능했다는 이야기, 매일 오전 11시에 화성행궁 앞에서 무예24기 시연이 열리고, 사도세자의 능이 있다는 정도가 전부이다. 똑같은 풍경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기에, 조금이라도 정보를 더 얻고 싶었다. 그냥 성이 있구나가 아닌, 어떤 역사적 배경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가늠할 정보가 필요했다. 아이들을 위한 교재임에도 불구하고, 얻을 정보가 있는지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 역사와 답사를 나누어 정리한 수원 화성 이야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친절한 설명과 정조의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정약용, 수원화성에 관한 역사적 이야기가 담긴 1부와 현지 답사를 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수록된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의 신기술과 개혁정신이 빚은 위대한 유산이라는 부제가 어울리게, 화성을 만든 목적, 최초의 계획도시로서의 특징, 설계도를 만든 정약용, 화성을 만드는 데 사용된 과학기술, 사도세자를 둘러싼 이야기까지, 역사와 과학기술에 비중을 둔 설명이 이뤄졌다. 깊이 있는 설명이라기 보다, 역사적 맥락에서 알아두면 좋을 특정적인 내용들이 어렵지 않게, 다양한 삽화를 통해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며 만들어졌다.
 
  답사에서는 창룡문부터 시작해서 북동적대까지를 1코스, 장안문에서 봉돈까지를 2코스로 나누어서 걸어가는 동선을 따라, 세워진 건축물 하나하나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대화체 형식과 교과서에 소개되지 않은 에피소드를 담았다는 황색 배경의 이야기 상자에는 외국과의 비교, 각 건축물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포인트만 잘 정리되었다고 할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특색있는 부분이 보이듯이, 많은 정보보다는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며 알아두면 좋을 부분이 잘 정리되어 있다.
 
 
#  아이들과 함께 수원화성에 들를 때 챙겨두면 좋은 책.
 
 
   아이들이나 조카들과 함께 수원화성에 들릴 기회가 생긴다면, 미리 읽어두고 설명해주기 좋은 책이라고 할까. 실제 장소 앞에 나온 소개글을 보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궁금증을 해소해 나간다면, 아이들의 교육효과도 높아지고, 우리 역사의 몰랐던 부분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왕권 강화를 목표로 하였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둔 정조의 꿈이 서려있는 수원.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소 근처에 나무를 갉아먹는 송충이가 많이 생기자, 슬퍼하면서 송충이를 입에 씹었던 일화와 폭풍우 치던 밤에, 사도세자의 묘를 지키던 능참봉이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 목숨을 구한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과거의 효와, 현재의 효에 대해, 그리고 효에 관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이와 함께 부모님이 설명해 줄 내용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현장학습 교재이기에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졌을거라 생각하지만, 동행하는 어른이 함께 참여해서 완성할 수 있게 한다면, 함께 하는 추억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아이와 함께 현장학습을 동행한  적극적인 부모가 아이와 자연스럽게 함께 할 일이 생긴다면 더욱 좋다고 할까. 개인적 욕심으로 2프로가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다.
 
  추억은 같은 공간을 같은 시간동안 함께 나눈 기억으로 만들어진다. 학교에서의 성적을 위함이 아닌, 아이와 함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책을 본다면 더욱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성인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현장학습 교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들에게는 학습을 목적으로 한 책보다는,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인쇄매체와 영상매체의 스토리텔링이 가장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한다. <7급 공무원>에서 화성문화축제의 한 장면이 나온다고 하던데, 어떤 모습이 나올지 궁금하다. 신문기사를 보니, 동북공심돈과 연무대의 장면이 나온다고 한다. 사극의 무대를 넘어, 화성 전체를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등장하기를 바란다. 역사의 잃어버린 꿈과 지금 미래를 꿈꾸는 열망이 만나는 그런 소설이나 이야기들이 많아지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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