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 당신이 오페라에 대해 궁금해 하는 모든 것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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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거리만큼, 매혹적인 오페라.
  
  
  클래식을 즐겨 듣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페라는 내게 존재감이 없는 대상이었다. 1년 영화를 보는 비용을 맞먹는 비싼 표 가격과 부르주아 문화의 절정판이라는 편견들이 오페라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만들었다. 오페라를 모른다고 해서 인생을 사는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라고 되뇌이며 잊고 살았다. 결국 그런 먼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최근 오페라를 좋아하는 지인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미라고 하니, 관심이 생겼다. 그가 알고 있는 분야와 이야기 할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더 늘면 좋은거야 라며, 입문서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루하고 따분한 오페라의 역사나 유명한 작곡가, 공연들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오페라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정보가 사실인가, 공연장에 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공연장에 간다면 지켜야 하는 건 무엇인가 하는 오페라 입문서를 만나고 싶었다. 시중에 나온 여러권의 오페라에 관한 책들을 살피다가 문외한이 입문서로 읽기에 좋은 책을 발견했다.
 
 
# 깊이있는 내용이 아닌, 상식을 바로잡고 오페라에 호감이 가는 서술방식에 끌리다.
 
 
  20대 후반의 남성이, 오페라를 좋아하는 이상형을 만나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친구의 친적이 유명한 오페라에 관한 책을 쓴 작가라는 설정으로 그에게 오페라에 관한 정보를 배우는 과정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대신, 오페라의 발전과정, 오페라만의 특징,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 귀족들의 문화라는 잘못된 편견, 공연료가비싼 이유, 공연장 가기전에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이 문외한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로시니에서 도니체티, 벨리니, 베르디, 모짜르트, 푸치니, 바그너 등 작곡자들의 특징과 현대 오페라보다 19세기 오페라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 오페라 공연의 시스템등을 간략하게 알 수 있었다. 자격증 시험으로 친다면, 배울 범위가 각 과목의 특징, 목차정도를 이해했다고 할까. 귀부인과 졸부들의 부를 상징하는 사치의 대상이 아닌, 무용, 오케스트라, 특수음향, 연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만들어냈고, 서양문화의 독특한 하나의 형식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사랑에 목숨을 건 사랑이야기가 등장하는 이유가 남자들이 세상에 저질러 놓은 허물이, 순수하고 진실한 여성들의 희생에 의해 정화된다는 주제를 생각해보다 보니, 목숨을 건 사랑이 흔하지 않기에, 더욱 더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노래는 그대로이지만, 부르는 가수가 어떻게 리메이크하느냐에 따라 청중이 느끼는 반응도 달라지듯이, 오페라의 형식과 큰 틀은 변하지 않았지만, 연출가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연주와 어떻게 노래를 부르느냐에 따라 매일 다른 공연들이 펼쳐진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야구라는 경기가 투수 와 타자의 공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이라는 형식을 띠지만, 매일  경기내용이 달라지듯이 말이다.
 
  색안경을 벗고 본 오페라의 모습은 가까이 할 매력이 많은, 대신 많은 준비가 필요한 까다로운 이성과 같다. 그에대해 준비를 많이 하고, 기꺼이 감동하려는 노력을 하고 다가섰을 때, 그의 독특한 행동이 이해되고 사랑할 수 있게된다. 일단 빠지게 되면, 진한 감동을 줄 것 같은 느낌, 사실이 맞는지는  실연된 오페라의 DVD를 한 두번 들어보고, 시디로 계속 감상하면서 떠올려 봐야겠다. 백청이 불여일견인, 오페라! 대중의 뜬 소문에서 벗어나 그의 실체를 마주하고 싶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지인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책을 만날 때는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다. 그 느낌만큼 반갑고, 자극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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