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 구혜선 일러스트 픽션
구혜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  책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보다.
 
 
  '책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책의 저자가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출간 시기가 가장 주목받는 시기라서, 책을 읽기로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유명세를 이용해서 내는 책이 아닐까 하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저자가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읽으려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책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네 가지 종류의 책이 있다는 고병권씨의 글이 생각난다. 숲에서 생활하는 나무를 베어내서 만다는 책 중, 세계를 낭비하는 무의미한 책도 존재하고,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책이 있다. 세계의 모습의 순간의 의미를 밝혀내는 세계를 해석하는 책도 있고, 책을 읽고나면, 세상이 달라보이고, 세상을 다르게 만드는, 세계를 변혁하고 창조하는 책이 있다고 한다. 인문학 서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탱고』를 이야기한다면, 세계를 낭비하는 책 또는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책에 가깝다 생각한다.
 
  사람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 있어도, 현실은 마케팅과 여러가지 제한조건으로 만부를 넘기기 힘들다. 『탱고』는 출간 한 주만에 3만부가 팔렸고, 적어도 18쇄가 넘게 발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책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관련 책, 유명인이 낸 책들을 가능하면 읽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책에 대한 특권의식 때문에, 책을 가리는 느낌이 들어, 그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책의 존재 의미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하고 싶었다.
 
 
# 이별하고, 사랑하고, 다시 혼자가 되는 과정의 감정을 담다.
 
 
  이별의 상처를 경험한 여성이, 순수함과 편안함을 주는 남성을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그와 이별해야 하는 아픔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지는 과정을 담은 픽션이다. 헤어짐과 만남, 상실의 내용보다는, 어린시절에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에 발을 디디며, 잊고 살았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20대 여성이 등장한다. 사랑에 대한 로망과, 설레임, 이별이 전하는 상처와 상실로 인한 슬픔의 흔적이 채워져 있다. 현실의 비정한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늘 로망과 기대를 품고 사는 여성의 내면이 보인다. 솔직하게 감정을 담아내는 글이 인상적이다.
 
  20대 여성의 내면의 마음을 엿보고 싶은 마음이 책을 꺼내는 하나의 이유였는데, 20대 후반의 남성인 내겐,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20대 여성의 사랑에 대한 생각보다는 '저자'의 사랑에 관한 독백이 전해지는 책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사랑이 유지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내면을 말하지 않고도, 통하게 되는 편안한, '환상'과 '순수'의 로망을 잃지 않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는 상대를 위해 많은 걸 포기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의 기대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현실과 타협하는 배려의 노력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모든 걸 이해하는, '불가능한 기대'를 꿈꾸는 캔디같은 저자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순진'한 마음을 간직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삐삐 롱스타킹'과 '피터팬'의 감성을 지니고 사는 여성에게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한다.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책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읽는 행위만으로 자신의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독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대중과 호흡하지 못하는 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만족시키는 책이 있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해서 책을 구매할 독자가 있다는 출판계의 현실과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설사, 마케팅의 힘과 스타의 영향력으로 책이 팔리더라도 말이다.
 
  짧은 시간, 돈을 벌기 위해 낸 조잡한 책이 아니다. 오랜시간 나름대로 공을 들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폭발력을 가진 책도 아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문학의 꿈을 지닌 이에게는, 이런 책도 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과 이런 책이 많이 팔리다니 하는 상실감을 전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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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낙서의 비밀 - 청소년을 위한 수학소설
웬디 리치먼 지음, 박영훈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 수학과 성장소설의 만남. 의외로 잘 어울린다.
 
 
  수학이라는 단어를 보면, 정교한 퍼즐이 생각난다. 퍼즐조각이 많을수록, 완성은 힘이 들지만, 절대 풀지 못하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머리 쓰는 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암기와 공식에 치우친, 우리의 교육현실이 수학을 멀리하는 현상을 키운 책임이 있다. 수학 공식을 모른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수학을 잘 이해하면, 실생활에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스포츠를 빠르게 익히고, 실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된다.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이성과 연애를 하기 위해서, 사소한 행동의 의미를 읽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추리능력이 필요하다. 추리능력은 수학의 증명과 추론과 닮아있다.
 
  중학생인 테스에게는 사실을 5배 과장해서 말하는 새미라는 친구가 있다. 리처드라는 친구는 학급친구들에게 친한척 하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리처드와 그의 친구들이 단체로 시험지를 컨닝하는 걸 본 테스는 처음에는 사실을 묵인하지만, 새미에게 덮혀씌우는 모습을 보자, 교장선생님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눈치빠른 리처드는 자수하는 방식으로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벌로 4일간의 정학과 좋아하는 농구시합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그 이후, 리처드는 사물함에 곤란한 쪽지와 여러가지 곤란한 일을 만들어, 테스는 늘 마음이 불안하다. 2주 전에는 냉소적인 컴퓨터 선생님이 머무는 컴퓨터실 208호에서 화재사건이 일어났다. 운동장 끝 담벼락에는 숫자 4로 만들어진 수식이 쓰여있고, 수학과 추리를 좋아하는 테스는 암호를 풀기로 결심한다.
 
  교칙위반인 담벼락 낙서를 풀어, 담벼락에 테스가 질문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테스는 진실에 접근해간다. 그 와중에 리처드의 이간질로 곤경에 빠진다. 친구들의 도움을 통해, 곤란한 상황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만, 담벼락에 페인트를 칠한 흔적을 들켜, 좋아하는 수학경시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교장선생님은 진실을 털어놓기를 원하고, 테스는 사실을 다 밝히면 다른 친구들까지 곤란해지는 걸 알고 있어 고민하게 되는데...
 
 
#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 학창시절을 그대로 드러내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그때가 좋았는지 몰랐다. 한동안, 돌아보면 아름다웠어라는 색안경을 끼고 잔뜩 추억에 빠져있었다. 책의 에피소드를 읽어가며, 예쁘고 좋았던 부분만 보려했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학교에서 곤란한 상황들이 많이 등장한다. 선생님에게 말해야 하지만, 더 일이 꼬여지는 곤란한 상황들, 어른들보다 때론 더 잔혹한 아이들의 모습이 책에 드러난다. 곤란한 상황을 좌충우돌하며 헤매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으로 해결해가는 테스의 모습이 좋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성장소설의 매력에 빠졌다. 두번째 만남에서는, 수학개념이 자연스럽게 설명된 점이 좋았다. 일차함수와 암호, 선형방정식 등 중학교 때 공부하는 수학의 기초적인 개념들을 애써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능하다. 공식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선과 선이 만나는 그래프와 수식들에서 입체적인 다양한 모습이 보인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폭이 넓어지고, 생각이 자랐다는 기분이 머리속에 머문다.
 
  청소년을 위한 수학소설이라는 부제가 어울린다. 딱딱한 수학도, 일상생활과 배우는 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려는 노력이 담겨있다면, 매력있는 과목이 될수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이 보았다. 미국과 한국의 교육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다면,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에서 나오는 곤란한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결해 가는 점이 좋은지 아이와 대화한다면, 더욱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도 했다. 아이에게도, 아이를 둔 부모님이 읽어보기에도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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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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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이야기에 빠져, 더위를 잊다
 
 
  무더운 여름, 뜨거운 열기에 두뇌의 움직임도 움추린다. 여름이 다가오면 추리소설을 챙겨 읽는다. 추리소설은 범인의 살인사건들 매개로 하여, 저자와의 치열한 심리와 두뇌싸움을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두뇌의 움직임을 필요해, 더위과 함께 생각하면 어색하다. 매우 잘 짜여진 이야기에, 마음이 동해 빠져들면, 더위의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더위를 잊게 된다.
 
  '베일'이라는 제목에 끌렸다.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소설이 관계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다만, 타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역지사지'의 기회는 제공한다. 상식선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 뒤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존재한다. 더위를 잊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심연의 어두운 마음과 만났다. 내 안에 베일처럼 숨겨진 본성의 흔적에 고민하였다.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 한 순간의 실수,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불러오는 결과들.
 
 
  첫 편째 중편 '천제요호'는 한 장의 편지로 시작된다. 사내는 여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글로 대신하겠다는 편지를 남긴다. 사내는 그가 저질렀던 살인의 경위와 그녀를 만나기 전, 지금의 자신을 만든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감추게 된 원인으로 사내는 어린시절 코쿠리상 게임을 지목한다. 히라가나를 쓴 종이 위에 동전을 올려두어 질문을 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게임에 빠져들게 된 사내는 사나에라는 앞일을 예측하는 귀신과 대화에 빠진다. 친구의 죽음을 예언이 현실로 되자, 죽음이 두렵던 사내 야기는, 사나에와 몸을 바치는 대신, 건강한 생명을 받는 거래를 승낙한다.
 
  몸을 다치게 되자, 상처의 자리를 금속과 이상한 것들이 채운다.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하지만, 그의 외모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몸으로 변했다. 자신의 모습을 괴로워하던, 야기는 끝없이 방황하며, 목숨을 버릴까도 생각하지만, 사나에와의 거래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교코에 집에 온 후, 2층 방의 어린 아기 히로시와 교코에 의해 삶의 희망을 얻게 된 야기는 집세를 내기 위해, 교코의 오빠의 친구가 경영하는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교코의 오빠의 친구는 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하기로 유명했고, 야기는 오빠의 친구와의 갈등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미스테리한 일들이 일어나고, 교코의 오빠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교코에게 야기의 편지가 도착한다.
 
 살인사건을 야기가 저질렀음을 괴로워하며, 자신이 돕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거라고 자책하는 교코에게, 야기는 많은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생각을 변하게 한다. 보여지는 사실과 사건 뒤에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있음을 알게되었다. 빙산의 일각처럼, 보이는 사실 뒤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진실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나니, 사실만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일이 인간에게 가장 잔인한 외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은, 그가 이해하기 힘든 일을 저질렀을 때에도, 그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생각하고 납득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다. 납득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납득의 결과를 찾아가는 과정들이 인간 사이의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는 사실을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은 들려준다.
 
  
# 화장실의 5명의 낙서꾼들이 낙서를 통해 서로 소통해간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
 
 
  두 번째, 중편은 독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장실에 써넣는 낙서를 인터넷 게시판의 리플처럼 다는 놀이처럼, 화장실의 벽이라는 공간에 익명의 이름으로, 5명이 교류한다. 지나치게 바른, 정자의 글씨로 낙서를 해서는 안된다고 쓴 이는, 여러가지 사건을 일으키고, 사건을 짐작하는 일만 가능했던 다른 이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학창시절에 한 번쯤, 경험해 본 사건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정교한 추리소설로 다시 태어난다. 긴박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과, 반전, 마지막에 그들의 정체를 밝혀지는 과정에 빠지다 보면, 무더위를 느낄 기운이 없다.
 
  합리적 사실과 이해가능한 상상력이 잘 만난 소설이다.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일상속에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과장된 사건들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만든 사회의 풍경을 돌아보게 된다. 혼자 느낄 때는 외로움과 두려움이지만, 함께 맞서면, 두려움을 잊어내는 힘이 생긴다. 작은 손길하나가 절망에 빠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 누군가의 위험을 구해주는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기도 한다. 사건들은 참혹하지만, 인간 사이에 발생하는 유대는 따뜻했다. 무섭고 따뜻했던, 상충된 감정들이 만남이 독특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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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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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자연의 숨결을 가득, 느낄 수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놀러오세요.
 
 
  이사와 여행은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을 떠난다는 점에서 닮았다.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머문다. 이사는 새로운 곳을 일상의 숨결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토대를 옮기는 일이라 생각한다. 여행은 낯선 곳을 경험함으로써, 지금 살아가는 곳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 보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거울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외로움과 아픔을 겪어내기 위해 시선의 이동,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행이 여행자를 치유한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닿았다.
 
  뜨거운 사막이 떠오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펭귄이 살다는 사실을 저자의 이야기에서 배웠다. 상식을 깨는 새로운 사실들이 책 속에 많다. 여행은 상식과 편견의 벽을 부수고, 단순한 진리를 낯선 사람들의 생활을 통해, 체험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첫 페이지에 파란 하늘이 보인다. 파란 하늘을 보며, 저자는 여행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언제 떠날꺼니?라는 속삭임에, 그는 여행을 떠나는 실천으로 답을 한다. 5년간의 케이프타운 생활에서 겪은 시선의 자유, 낯선 그곳에서 자연을 체험하며, 저자는 마음의 여유와 겸손과 희망의 의미를 배운다. 글이 고루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여유의 의미를 전하는, 아름다운 풍경들의 사진과 잔잔한 글들이, 지금 살아가는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  자연과 사람들을 대하는, 저자의 마음씨가 좋았던 책.
  
 
  결국 책을 읽는다는 일은, 저자의 생각과 마주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똑같은 상황도 저자가 어떻게 바라보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글로 나타난다. 무릎팍도 안 되는 국제보호동물인 펭귄을 만나다가, 허리춤에 얽힌 펭귄을 만나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때, 위험에 대처하는 그의 엉뚱한 에피소드에 깔깔 웃었다. 한 번 사랑에 빠지면, 그가 죽을때까지, 둘끼리만 안아주고, 둘끼리만 키스를 하는, 자카드 펭귄처럼, 당신을 사랑한다는 그의 고백에는 마음이 뭉클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알려진 하라레 골목과 위험할 수도 있는 꿀룰레 마을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걸으며,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그의 행동들과 특별한 추억들에서,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은 따스한 감성의 저자를 발견했다.
 
  여행지의 장소의 사진이 눈을 자극해서, 떠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한다면, 저자의 에피소드는저자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크게 만든다.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삶의 여유와 자연의 숨결이 있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도 아니고, 때론 위험하기도 하며, 부의 차이, 인종의 차이, 문화의 차이가 완전히 사라진 평등한 공간은 아니다. 여유의 의미를 아는, 자신의 삶의 과정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고난을 참아내는 한국식 삶을 돌아보게 한다.
 
 
# 여행은 일상을 떠나는 방식의 용기, 익숙함을 벗어던지는 타입의 모험!
 
 
  일상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지인과 함께 읽고, 여행하고 싶어졌다. 여행은 일상을 떠나는 방식의 용기라는 저자의 말과, 익숙함을 벗어던지는, 외로움과 두려움의 생의 공포와 마주하는 일이라는 메시지에 공감한다. 아무도 의지할 수 없는 외로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하는, 일상의 안정의 울타리을 넘어서고 싶은 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익숙해진 길에서 멀어서, 낯선 곳에 발을 디딘 여행자의 가슴 속에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막막함이 스며있다. 절박한 공포로 보여지는 그 마음을 이겨낸 곳에, 삶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지혜가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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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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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많은 사람들의 민주화 열망으로 얻어낸 백지 한 장. 꾸준히 지켜내려는 노력이 없다면, 쉽게 더럽혀진다.
 
 
  3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사회가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국가 경제는 OECD의 일원이 될 만큼, 부유하게 되었고, 선거제도도 그때와 비교하면 많이 깨끗해졌다. 빨갱이로 몰리면, 잡혀가서 누구도 모르게 죽을 수 있었던 불안의 시대에서, 당당하게 항의는 할 수 있는, 시대로 변했다. 이러한 민주화의 성과는 그 당시의 여당이나, 지도계층이 '옛다, 너희들 고생했으니, 이제 좀 편하게 살아라'하고 선심쓰듯 준 것이 아니다. 독재의 숨결을 견디지 못했던 청년들의 외침과 항거, 노동자들의 눈물, 서민들이 지금 당장의 생업을 잠시 잊고, '아, 이건 아니잖아. 이제 그만하고 물러나라'라는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는 희생의 결과이다. 부모님이 떠난 후에야, 그분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듯이, 민주주의 역시, 민주주의가 상실된 그때, 절실히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세상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이 변했다. 이게 다 자본주의가 심화되어, 양극화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0년전에는 이웃간에 살뜰히 공동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어려운 상황을 도우려는 실천적 노력이 많았는데, 지금은 전화 한 통의 후원금, 양심에 찔리지 않을 만큼의 기부 등으로 자신을 위안하거나, '그런 건 정부가 해야지'라며, 모르쇠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생각을 교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앞만 보는 시선을 돌려,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도전해 볼 기회조차 잃어버린 채, 절망에 빠져버린 이들을,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거라며 매도하지는 시선만 거두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가 소중한 이유는 과거의 체험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과거의 기억을 해석하는 하나의 틀이다. 예전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관점이 역사인식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한다.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어두운 기억이 많다. 그 틈새에 어둠을 환한 빛의 공간으로 바꾼, 결과적으로 지는 싸움이였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바꿔, 함께 사는 공간을 만들어 낸 6.10 항쟁이 있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과, 6.10에 문외한 사람들이 그 당시를 쉽게 들춰볼 수 있는 만화의 얼굴을 한 책이 출간되었다.
 
 
# 간단한 구성, 간단하지 않은 메시지.
 
 
  가난한 형편에 장남과 영호만 대학을 갈 수 있었던 1989년, 빨갱이와 당장 북한이 물을 내려보내면, 홍수가 난다며, 평화의 댐을 짓자고 정부가 일방적인 여론을 왜곡했던, 당신의 영호가족이 주인공이다. 영호를 위해 공장에 취직했다가,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대학생들이 처참하게 고투를 겪었던 모습을 괴로워하던 누나, 빨갱이라는 말에 자신의 어머니가 총살되어,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영호 어머니, 가정의 형편과 장남이기에, 민주화에 나서지 못했던 직장인 영호 형, 외면하고 거부하는 척 하지만, 결국 발을 들이고 마는 영호와 계속 민주화 운동을 하던 영호를 반대하던 아버지까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6.10을 만나는 과정이 책에 담겨있다.
 
  지금의 시선에서 상상도 못할 일들이 그때는 일상이였음을 등장인물들은 전해준다. 민주화는 의식있는 사람들이 혼자서 열렬히 싸워서 이뤄낸 성과물이 아니라, 힘없고, 무력했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 지는 싸움이 될거라는 걸 알면서도 서로 힘을 모았기에 가능했다는 사실과 만난다.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려서 얻은 결과는 고작 투명한 백지 한 장일 뿐이라는 말이 마음에 닿았다. 함께 힘을 모아 정성스럽게 써야 하는 백지 한 장, 얼룩으로 더럽혀진 지금의 현실을 보며 환멸을 느끼게 하는 정치를 계속 외면한다면, 얼룩진 종이는, 얼룩에 익숙해져, 깨끗함으로 돌아감이 불가능해 보인다.
 
  똑같은 사안도 각자 자신의 위치와 생각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생각한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민주화를 외치는 그런 세상은 이제까지 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오기 힘들다 생각한다. 다만, 소수의 인물들이 권력을 나눠지고, 통제하는 일을 당연시 하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바뀌어야 한다. 용산 주공참사와 쌍용자동차의 노조원의 투쟁의 과정을 지켜보며, 더 이상 정부가 국민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 누구도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없는 현실과 만났다. 누군가의 외면속에서, 결국 상처받는 이는 생기고, 그 상처받는 이가 힘 없고, 빽없는 약한 사람들이라는 현실에 눈물이 난다. 홍수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피해보는 이들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다. 힘없고 빽없는..., 당장 내가 그런 위치에 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위한 구제 방안을 돕기 위해 노력하려는 마음을 잊지 않고, 지지하는 일이, 함께 사는 사회를 사는 사람의 기본적인 마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세상이 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게으르고, 나태하며, 기회를 악용하려는 마음이 존재한다. 그 마음들 깊숙한 곳에는 현실을 딛고, 희망을 향해 도전해보려는 마음 역시 존재한다 생각한다. 한 사람이 당장 바꾸긴 어렵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피해를 조금 감수하는 시간과 순수한 열정들이 그런 사회로 가는 지름글이라 생각한다. 마음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공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화에 대해, 건강한 사회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나만 잘 사는 삶을 싫어하는, 지인과 함께 읽고 대화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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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9-08-27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하려고 사요. 근데 비이님 리뷰가 보여서 땡스투 날려요^^

쿨앤피스 2009-08-27 13:00   좋아요 0 | URL
하하. 선물 받은 이에게 좋은 책 선물하시네요. 고맙습니다 뒷북소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