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낙서의 비밀 - 청소년을 위한 수학소설
웬디 리치먼 지음, 박영훈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 수학과 성장소설의 만남. 의외로 잘 어울린다.
 
 
  수학이라는 단어를 보면, 정교한 퍼즐이 생각난다. 퍼즐조각이 많을수록, 완성은 힘이 들지만, 절대 풀지 못하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머리 쓰는 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암기와 공식에 치우친, 우리의 교육현실이 수학을 멀리하는 현상을 키운 책임이 있다. 수학 공식을 모른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수학을 잘 이해하면, 실생활에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스포츠를 빠르게 익히고, 실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된다.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이성과 연애를 하기 위해서, 사소한 행동의 의미를 읽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추리능력이 필요하다. 추리능력은 수학의 증명과 추론과 닮아있다.
 
  중학생인 테스에게는 사실을 5배 과장해서 말하는 새미라는 친구가 있다. 리처드라는 친구는 학급친구들에게 친한척 하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리처드와 그의 친구들이 단체로 시험지를 컨닝하는 걸 본 테스는 처음에는 사실을 묵인하지만, 새미에게 덮혀씌우는 모습을 보자, 교장선생님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눈치빠른 리처드는 자수하는 방식으로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벌로 4일간의 정학과 좋아하는 농구시합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그 이후, 리처드는 사물함에 곤란한 쪽지와 여러가지 곤란한 일을 만들어, 테스는 늘 마음이 불안하다. 2주 전에는 냉소적인 컴퓨터 선생님이 머무는 컴퓨터실 208호에서 화재사건이 일어났다. 운동장 끝 담벼락에는 숫자 4로 만들어진 수식이 쓰여있고, 수학과 추리를 좋아하는 테스는 암호를 풀기로 결심한다.
 
  교칙위반인 담벼락 낙서를 풀어, 담벼락에 테스가 질문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테스는 진실에 접근해간다. 그 와중에 리처드의 이간질로 곤경에 빠진다. 친구들의 도움을 통해, 곤란한 상황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만, 담벼락에 페인트를 칠한 흔적을 들켜, 좋아하는 수학경시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교장선생님은 진실을 털어놓기를 원하고, 테스는 사실을 다 밝히면 다른 친구들까지 곤란해지는 걸 알고 있어 고민하게 되는데...
 
 
#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 학창시절을 그대로 드러내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그때가 좋았는지 몰랐다. 한동안, 돌아보면 아름다웠어라는 색안경을 끼고 잔뜩 추억에 빠져있었다. 책의 에피소드를 읽어가며, 예쁘고 좋았던 부분만 보려했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학교에서 곤란한 상황들이 많이 등장한다. 선생님에게 말해야 하지만, 더 일이 꼬여지는 곤란한 상황들, 어른들보다 때론 더 잔혹한 아이들의 모습이 책에 드러난다. 곤란한 상황을 좌충우돌하며 헤매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으로 해결해가는 테스의 모습이 좋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성장소설의 매력에 빠졌다. 두번째 만남에서는, 수학개념이 자연스럽게 설명된 점이 좋았다. 일차함수와 암호, 선형방정식 등 중학교 때 공부하는 수학의 기초적인 개념들을 애써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능하다. 공식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선과 선이 만나는 그래프와 수식들에서 입체적인 다양한 모습이 보인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폭이 넓어지고, 생각이 자랐다는 기분이 머리속에 머문다.
 
  청소년을 위한 수학소설이라는 부제가 어울린다. 딱딱한 수학도, 일상생활과 배우는 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려는 노력이 담겨있다면, 매력있는 과목이 될수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이 보았다. 미국과 한국의 교육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다면,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에서 나오는 곤란한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결해 가는 점이 좋은지 아이와 대화한다면, 더욱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도 했다. 아이에게도, 아이를 둔 부모님이 읽어보기에도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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