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 구혜선 일러스트 픽션
구혜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  책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보다.
 
 
  '책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책의 저자가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출간 시기가 가장 주목받는 시기라서, 책을 읽기로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유명세를 이용해서 내는 책이 아닐까 하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저자가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읽으려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책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네 가지 종류의 책이 있다는 고병권씨의 글이 생각난다. 숲에서 생활하는 나무를 베어내서 만다는 책 중, 세계를 낭비하는 무의미한 책도 존재하고,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책이 있다. 세계의 모습의 순간의 의미를 밝혀내는 세계를 해석하는 책도 있고, 책을 읽고나면, 세상이 달라보이고, 세상을 다르게 만드는, 세계를 변혁하고 창조하는 책이 있다고 한다. 인문학 서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탱고』를 이야기한다면, 세계를 낭비하는 책 또는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책에 가깝다 생각한다.
 
  사람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 있어도, 현실은 마케팅과 여러가지 제한조건으로 만부를 넘기기 힘들다. 『탱고』는 출간 한 주만에 3만부가 팔렸고, 적어도 18쇄가 넘게 발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책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관련 책, 유명인이 낸 책들을 가능하면 읽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책에 대한 특권의식 때문에, 책을 가리는 느낌이 들어, 그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책의 존재 의미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하고 싶었다.
 
 
# 이별하고, 사랑하고, 다시 혼자가 되는 과정의 감정을 담다.
 
 
  이별의 상처를 경험한 여성이, 순수함과 편안함을 주는 남성을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그와 이별해야 하는 아픔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지는 과정을 담은 픽션이다. 헤어짐과 만남, 상실의 내용보다는, 어린시절에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에 발을 디디며, 잊고 살았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20대 여성이 등장한다. 사랑에 대한 로망과, 설레임, 이별이 전하는 상처와 상실로 인한 슬픔의 흔적이 채워져 있다. 현실의 비정한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늘 로망과 기대를 품고 사는 여성의 내면이 보인다. 솔직하게 감정을 담아내는 글이 인상적이다.
 
  20대 여성의 내면의 마음을 엿보고 싶은 마음이 책을 꺼내는 하나의 이유였는데, 20대 후반의 남성인 내겐,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20대 여성의 사랑에 대한 생각보다는 '저자'의 사랑에 관한 독백이 전해지는 책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사랑이 유지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내면을 말하지 않고도, 통하게 되는 편안한, '환상'과 '순수'의 로망을 잃지 않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는 상대를 위해 많은 걸 포기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의 기대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현실과 타협하는 배려의 노력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모든 걸 이해하는, '불가능한 기대'를 꿈꾸는 캔디같은 저자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순진'한 마음을 간직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삐삐 롱스타킹'과 '피터팬'의 감성을 지니고 사는 여성에게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한다.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책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읽는 행위만으로 자신의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독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대중과 호흡하지 못하는 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만족시키는 책이 있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해서 책을 구매할 독자가 있다는 출판계의 현실과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설사, 마케팅의 힘과 스타의 영향력으로 책이 팔리더라도 말이다.
 
  짧은 시간, 돈을 벌기 위해 낸 조잡한 책이 아니다. 오랜시간 나름대로 공을 들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폭발력을 가진 책도 아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문학의 꿈을 지닌 이에게는, 이런 책도 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과 이런 책이 많이 팔리다니 하는 상실감을 전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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