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지음, 윤광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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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변화할 수 밖에 없는 현실..


  IMF를 계기로 한국에 고용안정의 벽은 무너졌다. 회사에 대한 애사심은 사라지고,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으로 이어지는 고용불안은 회사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의 씨앗을 심었다. 인원을 외부업체에서 구하는 아웃소싱이 확산되면서 비정규직과 계약직 사원이 늘어나고 있다.  국가의 틀로 보았을때 수출은 증대하고, 기업은 이익을 보고 있지만, 실제 일하는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회사에서 뽑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대학에 나온다고 직장에 취직이 보장되는 시대가 아닌, 회사가 원하는 자리에 자신의 능력을 갖추어야 도전할 수 있는 시대이다. 기업들은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추세도 강해지고 있고, 회사역시 정직원보다 계약직, 임시직 직원을 선호한다. 꼭 필요한 인재가 아닌 이상, 회사는 많은 비용을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변화하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는 욕망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가진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다. 현실적 암울한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늘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실을 개탄하기 이전에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라고 이야기한다.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꼭 필요한 인재는 회사의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직원을 말한다.  회사에 가치를 만들어내는 직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왜 변화하기는 어려울까?

  노회와 기득권이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 말한다.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바꾸려 하여도, 중역들과 관리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원칙은 동의하지만, 방법은 반대한다는 말과, 내일로 개혁을 미루기, 점진주의, 경험적 회의주의, 돕는다고 말하면서 시간끌기 등의 과정을 통해 실무자는 두배로 힘들어지게 되고, 일은 많이 하지만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하는 결과를 얻게 한다. 그럴때 등장하는 예전으로 돌아가는게 더 낫다는 편의의 법칙과 보수반동의 흐름이 대세를 이루게 되면 개혁은 결국 실패하게 된다.

  가장 반대하기 쉬운 사람이 중역이지만,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이 갔다. 모두가 변화의 뜻을 품었더라도 당장 내 손안에 닿는 무언가가 없다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인간은 이성적이지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명제에 적극 동의하게 한다. 변화하기는 무척 힘들다. 하지만 개혁은 꼭 해내야 한다. 그리고 개혁은 단번에 틀을 바꾸어 내는 과정이라는 점을 출근시간의 파괴 등의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 대안은 1인 기업가!


  저자는 변화에 살아남는 방향으로 1인 기업가를 이야기한다. 계약직인 자신을 협력업체의 사장으로 생각하고, 회사를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회사에 서비스하고 고객에 서비스한다고 자신의 위치를 재조정하라 주장한다. 회사에 직원으로 회사에 이익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 그리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논리정연하고, 사례와 일화, 명언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간다.

  자신을 관찰함으로써 내 안의 많은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중요성이 뒷부분에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꿈이 없고 욕망이 없는 사람에게 희망이 없다는 말처럼, 욕망에 대해 긍정적인 저자는, 자신의 잠재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체념과 인정을 늪을 넘어 절망의 장애물을 넘어서야만 도달할 수 있는 '도전과 화해'의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한 번 뿐인 인생,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라 말하며, 욕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남이 시키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도전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라고 주장한다.

   묘비명쓰기, 지능목록 적기, 욕망과 지능 조합하기, 하루에 두 시간 자신만을 위해 투자하기, 한 번 시작한 일은 절대 멈추지 말기 등 지금 꼭 해야 하는 일을 제시하며 변화에 대해 느낄 수 있게 이야기 한다.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라봐야 하고, 꾸준히 멈추지 않고 그것을 지속해야 하는 일, 자기계발을 하기 위한 단계들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 책장에 두고 오래오래 경계삼고 싶은 책.

  변화해야 겠다는 마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작심삼일처럼 꾸준함이 부족한 내게, 늘 경계로 삼을 수 있게, 책상 옆 책장에 두고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은 책이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안정과 편안함에 익숙해져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힘든 개혁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변화하기 힘든 건 자신을 바꾸는 일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힘이 든다는 건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쉽지 않은 일,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지금 당장 변화를 시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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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국 책의 언어 - 조우석의 색깔있는 책읽기
조우석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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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그의 글투가 어색했다.


  신문지면에 책에 관련한 리뷰를 쓴 기자의 내공이 담겨있기 때문일까? 원고지 위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글을 적는 내공, 그 '구라'가 보통이 아니다. 최인호 작가를 알고 있기에 그의 '그림자'인 작품을 읽어볼 필요가 없다는 최인호 작가 부인의 말을 예로 들며 책보다 인간이 더 중요하다는 발언에 공감이 갔다. '책을 버려야 책이 보인다'는 그의 주장은 충분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많은 책들을 읽고 자기만의 주관이 뚜렸한 작가이기 때문일까?  맘씨 좋은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능수능란한 글솜씨가 너무나 편안하다. 얼마나 읽고 얼마나 쓰는 연습을 하면 편하게 느껴지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작가 자신의 스타일의 편안함이 담겨있었다. 그 편안함이 되려 낯설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제멋대로인 글투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한 번 읽고 서가 한쪽에 놓아 두고,
다른 책들과 데이트를 하였다. 글투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을 때, 다시 읽기 시작했다.


# 철학에서 현대사로 사람에서 언어, 예술까지.. 넓고 깊은 그의 서평의 기록.


  문명이전의 신화를 통해 문명비판의 이야기를 하다가, 제국주의 이야기로, 마오쩌둥으로 갔다가,
박찬욱의 글을 찬미하기도 하고, 결혼 4년 중임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장르의 제한이 없는 그의 서평의 기록은 넓으면서도 깊다. 어렵고 낯선 인문서적도 깊이와 맥락을 잘 짚어 낯설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흐름에 맞게 주장하는 글이 매우 매끄럽다. 서평 하나에 적어도 2편 많게는 4권까지 짚어주는 그의 책 소개는 한 권의 책에 적게는 백권 많게는 2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정리한 내공이 오롯이 담겨있다.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때로는 대화 형식으로 서평의 형식이 고정되지 않고 자유로운 글의 전개방식도 부러웠다. 한 줄의 글을 쓰기위해서 몇번의 고민을 해야 하고, 유머라고는 전혀 담겨있지 않은 내 글에 비해, 그의 글은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담겨있었다. 남사당 패의 외줄타기의 광대처럼, 유유롭게 하늘을 나는 듯한 그의 글 솜씨는 줄에 다가서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글을 쓸때마다 느껴지는 두려움과 낯섬이 가득한 내게 그 여유는 배울 수 있다면 꼭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했다. <굴비낚시> 이후 이런 자연스러운 글은 처음이었다.

# 글 속에는 저자의 생각이 가득 담겨있다.

 
  글 속에는 저자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글을 들은 기억이 있다. 자기만의 색깔이 가득 담겨있는 저자의 책읽기라는 부제가 딱 걸맞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책에 대한 열띤 칭찬과 그렇지 않는 글에 대한 비판이 딱딱 부러진다. 2부와 3부에서 논의된 '진보'에 대한 그의 관점과 몇몇 인물들의 평에 대해서는 개인적 견해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책들이 그의 서평기록에도 포함되어 있었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특히 많이 팔리지 않을 책들 중에 일치한 부분이 많아 더욱 좋았다. 

   <오픈 북>, <노름마치>, <박찬욱의 몽타주, 오마주>, <김지운의 숏컷> 등 고개를 끄덕였던 책들을 다시 반추할 수 있어 좋았다. 인문학과 신화, 사회 분야에서 저자가 극찬했던 책은 도서목록으로 하나씩 적어두었다. <기획회의>라는 곳에 꾸준히 기고한 글들을 모은 글이라서, 다시 책을 내는 과정에서 덧붙여진 글도 한 번 더 짚어주는 부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많이 팔리지 않을 책이다. 다양한 장르에 글을 쓰는 그의 글을 경계삼아, 편독하지 않는 책읽기를 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저자처럼 자신있게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꾸준히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을 아닐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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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즈 비 Boys be
가쓰라 노조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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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소동없는 잔잔한 전개.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다.


  거침없는 상상력이 펼쳐지는 소설. 일본 소설을 생각하면 상상력의 폭이 넓음에 감탄했었다. 일상의 폭을 쉽게 뛰어넘겨 버리는 작가의 상상력의 공간이 가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소박한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던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이후, 잔잔한 소설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오랬만에 만난, 소소한 감동이 잔뜩 담긴 책, 느낌이 좋았다.

  대도시와는 전차로 세 시간 떨어진 외딴 시골 터미널 뒤편의 6층짜리 건물이 있다. 4층에는 자신이 만드는 구두밖에 아무것도 모르는 괴팍한 수제화 명인인 에이조씨가 일하고 있다. 일흔 살의 나이에 타인과의 관계에 서툰 괴팍한 에이조씨는 동생 나오야의 그림교실 끝나기를 기다리며, 작업대 앞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하야토를 만나게 된다.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을 갔다 오는 사이 반협박으로 자리를 부탁하게 되고, 그것을 인연으로 둘의 만남은 시작된다.

  여름 엄마가 세상을 떠났지만 동생 나오야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물어본다. 아버지와 상의하고 싶지만,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는 바쁜 아빠를 걱정하지 않게 하려면 나오야를 잘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엄마와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미카 이모가 조금씩 엄마 역할을 하려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혼자서 많은 걸 속으로 감내하는 에이조씨를 만나면서 조금씩 힘을 얻게 된다.
 

# 매우 서툴다. 조금씩 몸으로  부딪쳐 가며 짙어지는 우정.


  고민거리가 있지만, 매우 바쁜 아버지와 조금씩 엄마 자리에 들어오려하는 미카 이모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 하야토는 동생 나오야의 그림, 반 이성친구의 고백 등을 에이조씨에게 상의하지만, 관계에 서툰 에이조씨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툴고 작은 고민들과 부딪쳐 가면서 닿는 진심이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조금씩 부대끼면서 우정도 짙어지게 된다. 

  하야토는 엄마를 찾는 나오야에게 엄마가 보낸 것처럼 편지를 보내준기도 하고, 엄마가 해 주었던 맛있었던 푸딩 요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애쓴다. 하야토를 도우며 에이조씨도 평소에 절색했던 건물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도 인연을 맺게 되고,  관계를 맺으며 정을 쌓아가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하야토가 생각했던 어머니의 특별한 푸딩은 특별한 재료가 들어갔을거라 생각했지만, 편의점에서 파는 인스턴트 재료로 쉽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너무나 쉬운 방법에 샐쭉하던 하야토의 모습에 안쓰러웠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어렸을 때 대단해 보였던 것들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걸 배워가는 과정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요리가 아니지만 하야토를 생각했던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있기에 어머니의 푸딩은 맛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되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 사랑이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다.

  서툰 답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가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 뭘까? 이전에는 그 사람의 마음에 꼭꼭 드는 이야기를 하고, 완벽한 모습이나 빈 공간을 채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내와의 성격차이로 이혼을 결심했지만 딸아이와 마음이 통하고 싶은 조각가 도쿠나가씨의 질문에 에이조씨의 답은 꼭 그렇지 않다고 내게 속삭였다.

 

  "딸이 사랑스럽지?" 
  "예"
  "그럼 그걸로 됐어."
  .....

  "다들 머리 싸매고 고민해. 얼마나 거리를 둘 것인가 하고. 그게 피가 이어진 부모 자식 간에도 어려운가봐. 난 잘 모르겠지만 다들 그런 모양이야.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저 서툴게 살아갈 뿐이야. 대답 같은 건 없어. 이곳에 오는 아이는 그저 어쩌다 우연히 맞아 떨어진 거지. 팽팽히 당겨진 실 같은 아이야. 지나치게 필사적으로 산다는 게 뻔히 보여서 나는 그냥 좀 느슨하게 풀어줘야 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야. 아마 내 생각에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는 내 뜻대로 되지도 않을꺼야.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뭐."

  또한 어머니와의 이별을 수긍할 수 없는 나오야에게 하야토가 해 준 여러가지 시도가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어주고, 나오야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해주고, 어머니의 이별을 다룬 동화책을 읽어 주고 푸딩을 만들어주려는 노력까지, 진심을 다한 그 마음이 닿았기에 나오야도 하야토의 마음을 알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하야토의 아버지처럼 어른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법에 익숙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야토가 울면서 나오야에게 필요한 건 미카 이모가 아니라, 아버지 역할을 하려 애쓰는 모습이 아닌, 아이와 이야기 해주고 아이의 작은 부분을 알아주는 것이였다는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기대했던 부분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망하는 작은 부분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마음을 들켜버린 느낌, 부끄러우면서 속이 후련했다.

  진심을 다하는 건 미리 내 머리속으로 예단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봐 미리 마음을 닫아버리는 어떤일이 일어나도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고집스런 등을 가진 이의 모습이 주변에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말 한마디로 시작되는 인연, 작고 쉽게 지나칠 수 있기에 더욱 소중하게 간직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따뜻한 관계는 따스한 말이 아닌, 끝까지 이어가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배웠다. 읽는 내내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에 뭉클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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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진보다
박민영 지음 / 포럼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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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공자'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다.

  '공자'를 떠올려 본다. '입지'와 '지천명'등의 이야기를 한 사람, 배우는 것을 매우 좋아했던 이, '인'을 강조한 사상가가 먼저 떠오른다.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하늘 같이 떠받들어지고, 오랜 시간 양반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까, 변화보다는 '보수'와 '전통의 수호'라는 개념이 생각난다. 공자가 생전에 이야기 했던 글을 모아서 엮은 '논어'는 수많은 이들에 의해 주와 역이 달렸다. '공자'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원본을 정확히 해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서툰 번역 연습을 통해, 번역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번역자의 능력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번역문은 객관적인 것이 아닌 번역자의 견해가 투영되었다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원문을 직접 읽어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좋았다. 그럴려면 공자가 태어났던 시대와 발언이 어떤 때에 이루어 졌는지, 그 당신의 문화는 어떠했는지 등장인물의 성향은 어떠했는지 등의 세부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많은 공부와 비교 준비를 통해서 저자만큼의 실력을 갖추었을 때 저자의 글의 완성도를 평가할 수 있다 생각한다. 그만큼의 지식을 아직 쌓지 못하였기에 번역의 완성도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건, 전통이 아닌 진보의 시각으로 논어를 읽는다는 점이었다. 햇볕이 비추는 오후에 책상위의 사과를 놓아두면 햇살이 닿은 부분은 밝지만, 밝은 부분과 함께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은 어둡다. 밝은 부분도 사과의 모습, 어두운 부분도 사과의 일면이라고 할 때, 기존의 통념과 다른 시각으로 공자의 '논어'를 해석하는 시도가 마음에 들었다. 윤리 교과서에서 오래전에 배웠던 '인'과 사랑을 바탕으로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난 '공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 '보수주의', '민족 차별주의', '여자와 민중 천시'의 굴레를 벗기다.

  공자가 살던 시대는 지금의 직선적 시간관의 역사가 아닌, 역사는 순환한다는 순환적 시간관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공자가 옛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옛 것을 되살려 현재의 모순을 해결하려 노력하였으므로, 보수이기 보다는 진보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주장한다. 공자가 천자를 편애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며, '이로움'보다 '덕'을 중요시했다 주장한다.


 "기존의 오랑캐 나라에 군주가 있어도 중국에 없는 것만 못하다"라는 종래의 해석을 부정하고, "오랑캐 나라 임금의 (덕이)있음은 중국 제후의 (덕이)없음만 같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민족 차별의 굴레를 벗겨준다. 여자와 민중 천시의 발언은 여성과 민중이 교육하기 어려웠던 시대의 한계를 지적한 말이라고 하면서, 지배층을 우선해서 교육하려 했다고 이야기 한다.

 

  공자가 강조했던 인이 생략된 공자의 발언이라 고려하고 해석된 저자의 번역은 인과 '덕치'에 중심이 맞춰져 있었다.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다. 뜬구름 같은 상상의 공간으로 사람들을 유혹하지 않고, 현실과 과거의 사례속에서 현실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공자의 모습을 저자가 보여준 안경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 왜? 공자의 '의도'는 사라지고, 보수의 굴레를 쓸 수 밖에 없었을까?


  내적인 원칙을 지키고, 인과 예를 바탕으로 '덕치'를 꿈꾸던 공자의 '의도'는 사라지고 왜 어색한 번역들만 난무하게 되었을까? 저자의 '해석'대로라면, 공자가 주장하는 '군자'의 이상향과 '자기수신'의 관점은 매우 탁월한데, 실제의 현실에서는 예가 형식으로 전락해서 지배계층이 아닌 대상들에게는 심한 부담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배층의 지배논리를 위해 왜곡된 해석으로 인해, '공자'가 보수의 굴레를 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대의 문화적 시각에 의해서 효력을 잃어버린 공자의 '논어'를 현대적 시각에 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재해석한 것일까?

# '논어'는 철학서다!

  처음 읽었을 때는 지배층의 체제 유지를 위한 논리에 이용된 공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지금의 시각에서 바라본 공자의 새로운 모습에 더 신경이 쓰였다. 저자의 새로운 번역 역시, 나의 경험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졌다.

  처세서나 잠언집이 아닌 철학서라고 강조한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해석과 다르게 변화의 시각으로 공자를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해 준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키보드를 칠 때 늘 손등만 바라보는 것처럼, 한쪽만 보는것에 익숙했었는데, 손바닥의 모습을 본 느낌이다. 기존의 통념속에서도 변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저자의 해석의 설득력은 관련도서를 공부해 나가면서 조금씩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부록으로 담긴 공자 연표와 편명, 한문상식, 관련 정보는 책을 깊이있게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마지막에 나온 참고문헌는 번역의 다양한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지표가 될거라 믿는다. 저자의 일관된 해석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이었다. 관점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점, 그거 하나만으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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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타누나, 나의 멘토가 되어줘! - 설타누나와 10대들의 속닥속닥 공감 토크
설보연 지음 / 글로세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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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높이를 맞춰, 다가서는 설타 누나의 따뜻한 이야기.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누군가 나의 스케줄을 관리해 준다면 더 힘이 난다. 같은 시선으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공감은 할 수 있지만, 조언을 하기 어렵다. 어른의 시선으로 청소년을 대하면, 조언은 가능하지만, 잔소리로 받아들이거나 세대차이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공감과 조언, 두 가지를 만족하는 건 쉽지 않다.

   누나라는 접근으로 다가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누나라는 이미지는 같은 눈높이로 다가서기 쉬워 공감을 일으키기 쉽고, 누나라는 먼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조언 하기에도 능숙하다. 무엇보다 글 안에 아이들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듬뿍 묻어 있어 좋았다. 설타의 이야기처럼,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친구'가 되겠다는 진심이 필요하다. 그녀의 아이들에게 다가서고 싶은 '진심'이 책에 가득 담겨있다.

# 계획에서, 고민, 슬럼프, 희망까지 두루두루 살펴주는 설타누나의 이야기.


  청소년때 한 번 쯤 고민해 보았던 이야기들이 쏙쏙 담겨있다. 수업시간을 즐겁게 하는 고민부터, 인기쟁이가 되는 비결, 대학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등 학교생활에서 고민하는 내용을 시작으로 남과 비교하는 마음, 나만 늦은 것 같은 좌절감, 달콤 쌉싸름한 이성교재, 나만의 목표를 찾는 방법 등 내 안의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 부분을 거쳐, 긍정을 찾아내는 방법, 임원활동의 중요성, 생전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선행을 등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방법까지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

  4자로 간결하게 이야기의 핵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새로웠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전개 방식이 제일 좋았다. 아이들의 사례들을 먼저 제시한 다음, 충분히 그 점에 대해 공감을 해 주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서술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말을 일단 들어준 다음, 공감을 하게 한 후 자신의 이야기로 설득해 가는 방식과 비슷해서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이야기 도중, 학창시절의 경험을 정리해서 알려주는 Tip도 실제 아이들에게 유용하리라 생각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고등학교 때 이렇게 조언해 주는 누나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만큼 책의 내용은 알찼다. 청소년에게도 유용하지만,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님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행교사에게도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목표를 세우고,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설타누나! 지금 이 마음처럼 꾸준히..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세요.

 
  '계획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저자에게 어울리듯이 계획을 잘 세우고,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성공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속도', 그리고 목표!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은 자투리 시간도 잘 활용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고, 그 꿈을 향해 달리다 보면, 지금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내 꿈과 내가 세우는 계획, 그리고 시간활용 등을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았던 시간은 책이 안겨준 덤이었다.

   '사람'과 '사랑'을 믿고, 이 세상에 꼭 필요한 빛과 소금이 되고 싶다던 설타누나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비전'을 위해 늘 다가서는 그녀이기에 아이들 역시 그녀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표에 따라 꾸준히 걷는 사람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그녀가 꾸준히 자신의 일을 걸어나가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멘토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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