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국 책의 언어 - 조우석의 색깔있는 책읽기
조우석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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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그의 글투가 어색했다.


  신문지면에 책에 관련한 리뷰를 쓴 기자의 내공이 담겨있기 때문일까? 원고지 위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글을 적는 내공, 그 '구라'가 보통이 아니다. 최인호 작가를 알고 있기에 그의 '그림자'인 작품을 읽어볼 필요가 없다는 최인호 작가 부인의 말을 예로 들며 책보다 인간이 더 중요하다는 발언에 공감이 갔다. '책을 버려야 책이 보인다'는 그의 주장은 충분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많은 책들을 읽고 자기만의 주관이 뚜렸한 작가이기 때문일까?  맘씨 좋은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능수능란한 글솜씨가 너무나 편안하다. 얼마나 읽고 얼마나 쓰는 연습을 하면 편하게 느껴지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작가 자신의 스타일의 편안함이 담겨있었다. 그 편안함이 되려 낯설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제멋대로인 글투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한 번 읽고 서가 한쪽에 놓아 두고,
다른 책들과 데이트를 하였다. 글투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을 때, 다시 읽기 시작했다.


# 철학에서 현대사로 사람에서 언어, 예술까지.. 넓고 깊은 그의 서평의 기록.


  문명이전의 신화를 통해 문명비판의 이야기를 하다가, 제국주의 이야기로, 마오쩌둥으로 갔다가,
박찬욱의 글을 찬미하기도 하고, 결혼 4년 중임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장르의 제한이 없는 그의 서평의 기록은 넓으면서도 깊다. 어렵고 낯선 인문서적도 깊이와 맥락을 잘 짚어 낯설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흐름에 맞게 주장하는 글이 매우 매끄럽다. 서평 하나에 적어도 2편 많게는 4권까지 짚어주는 그의 책 소개는 한 권의 책에 적게는 백권 많게는 2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정리한 내공이 오롯이 담겨있다.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때로는 대화 형식으로 서평의 형식이 고정되지 않고 자유로운 글의 전개방식도 부러웠다. 한 줄의 글을 쓰기위해서 몇번의 고민을 해야 하고, 유머라고는 전혀 담겨있지 않은 내 글에 비해, 그의 글은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담겨있었다. 남사당 패의 외줄타기의 광대처럼, 유유롭게 하늘을 나는 듯한 그의 글 솜씨는 줄에 다가서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글을 쓸때마다 느껴지는 두려움과 낯섬이 가득한 내게 그 여유는 배울 수 있다면 꼭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했다. <굴비낚시> 이후 이런 자연스러운 글은 처음이었다.

# 글 속에는 저자의 생각이 가득 담겨있다.

 
  글 속에는 저자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글을 들은 기억이 있다. 자기만의 색깔이 가득 담겨있는 저자의 책읽기라는 부제가 딱 걸맞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책에 대한 열띤 칭찬과 그렇지 않는 글에 대한 비판이 딱딱 부러진다. 2부와 3부에서 논의된 '진보'에 대한 그의 관점과 몇몇 인물들의 평에 대해서는 개인적 견해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책들이 그의 서평기록에도 포함되어 있었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특히 많이 팔리지 않을 책들 중에 일치한 부분이 많아 더욱 좋았다. 

   <오픈 북>, <노름마치>, <박찬욱의 몽타주, 오마주>, <김지운의 숏컷> 등 고개를 끄덕였던 책들을 다시 반추할 수 있어 좋았다. 인문학과 신화, 사회 분야에서 저자가 극찬했던 책은 도서목록으로 하나씩 적어두었다. <기획회의>라는 곳에 꾸준히 기고한 글들을 모은 글이라서, 다시 책을 내는 과정에서 덧붙여진 글도 한 번 더 짚어주는 부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많이 팔리지 않을 책이다. 다양한 장르에 글을 쓰는 그의 글을 경계삼아, 편독하지 않는 책읽기를 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저자처럼 자신있게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꾸준히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을 아닐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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