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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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마음에 그림을 그리는 듯, 시 속의 풍경이 떠오르다.


  소설, 희곡, 수필 등 다양한 문학형식 중에서 가장 짧으면서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장르가 내게는 시이다. 시를 소리내어 읽으며, 귓가에 들려오는 시 속의 풍경들을 바라본다. 안도현 시인을 처음 알게 된 건, <그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애착>이라는 시 모음집이었다.61편의 알토란 같은 시와 안도현 시인이 덧댄 짧은 글은 시를 더욱 좋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때 만났던 나희덕님의 <찬비 내리고>, 김경미 시인의 <비망록>은 시인의 추억과 함께, 머리 속에, 가슴 속에, 봄날 환하게 핀 꽃봉오리처럼 피어있다.


  좋은 시를 노트에 옮겨 적은 시와 아끼는 시 48편이 이번 시집에 실려있다. 겹치지 않는 48명의 시인의 시와 안도현 시인의 짧은 코멘트, 거기에 안도현 시인의 코멘트에 어울리는 김기찬 사진작가의 사진이 함께 실려있다. 전부 흑백사진인 사진의 등장인물 중 많은 이들은 어린아이이다. 어렸을 때 알고 있었지만, 잠시 잊고 있는 것들과 지나고 나서 더욱 빛을 발하는 여운을 남기는 사진들이 역자의 글과 잘 어울려 자리를 잡고 있다.


# 다양한 시를 만나 기분이 들뜨다. 시의 매력에 풍덩 빠지다.


   각양 각색, 개성이 넘치는 다양한 시들이 내뿜는 향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손택수 시인의 <묵죽>처럼, 시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풍경이 눈에 보일듯이 그려지는 시가 있는가 하면, 박성우 시인의 <찜통>을 통해서는 인생의 애잔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김준태 시인의 <감꽃>에서 감꽃-죽은 병사의 머리 - 돈에 이어,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에서는 앞으로 어떤 대상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 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사유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네이트 온에서 지인의 대화명에 "얘들아, 이게 시냐, 막걸리냐?"라는 대화명을 보고, 어느 시인의 시일까 궁금해 했었는데, 최승자 시인의 <이런 시>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어 좋았다. 타아앙.. 타아앙.. 타아앙.. 소리내어 울리는 후렴구가 인상적이었던 <고래의 항진>, <긍정적인 밥>이라는 시를 통해, 매력에 뿍 빠진 함민복 시인의 <뻘에 말뚝 박는 법>을 만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 소리내어 읽으면 더욱 좋은 시들..



   한 번은 눈으로 읽고, 다음 번에는 소리내어 읽었다. 눈으로 읽었을 때의 느낌과 다른 기분 좋은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귓가에 울리는 시어들은 바다에서 헤엄치는 거북이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역자의 코멘트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또다른 시를 보는 관점을 제시해 주어 좋았다. 친구가 한 편의 시를 놓고 대화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른 이가 보는 관점을 통해 내가 보는 시선과는 다른 깊이의 폭도 넓힐 수 있었다.
 

  이 시집을 읽는 것을 계기로, 마음에 드는 시를 작은 노트에 하나씩 필사하고 있다. 시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특별한 날, 선물 할 나만의 시집을 완성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마음에 와 닿고, 세 번 이상 마음에 울림을 준 시를 고르려니, 진척은 잘 되지 않는다. 시를 찾아읽다 보니, 다른 이가 올리는 시 또한 살펴 읽게 되고, 좀 더 많은 시를 접하게 되었다.  시집을 통해, 시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시집의 매력을 안 만큼, 다른  이에게도 시를 들려주고, 알려 주어야 겠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할 계획이다.
 

 시인이 있기에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시를 읽는 독자가 사라진다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그림판은 이제 사라지게 되고, 시인 또한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될 것이다. 시를 읽는 독자가 한 명이라도 있는 한, 시인이 언어로 인간의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멈추지 않을 거라 믿는다. 시인이 좀 더 풍경을 그릴 수 있도록, 활짝 핀 꽃들이 지기 전에, 지인에게 시집을 선물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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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양윤옥 옮김 / 작은씨앗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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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인간과 장애 원숭이 다이고로와의 2년 4개월의 동거.

  1977년 여름, 오랜 도쿄생활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여관을 운영하던 준코씨는 사진 작가였던 남편 오타니 에이지씨가 데려온 기형 원숭이와 조우하게 된다. 얼마 살지 못할거라는 남편의 말과 키울 자신이 없는 마음, 돌보아야 할 어린 아이가 둘이나 되었던 사정들을 고민하였지만, 결국 함께 생활하기로 결심한다. 짧은 기간 머물줄 알았던 동거는 2년을 넘기게 되고, 많은 마음과 생활의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짧게 말해, 사진작가의 남편과 아내의 수기, 기형 원숭이 다이고로와 해맑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섞인 동거기록장이다. 길지 않지만,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해 주었던 다이고로와의 만남은 정면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다이고로의 사진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 어린 아이의 마음은 장애를 잊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팔다리가 제대로 달려있지 않은 다이고로와의 만남, 이제 네살, 한창 사랑받고 싶어하던 마호를 돌봐줘야 하는데 하는 마음은 어머니인 준코씨의 마음을 편하지 않게 한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마호와 다이고로는 함께 웃고,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그들은 조금씩 마음의 벽을 열기 시작한다.

  인상깊었던 점은 뭔가 다르다라고 생각했던 첫째와 둘째와는 달리, 다이고로를 생명 그 자체로 바라보고, 편견없이 대한 마호의 모습이었다. 생명 그 자체로, 존중받고, 소중히 여겨져야 하지만, 머리속에 틀로 굳어진 정상이라는 잣대에 벗어난 모습을 만나게 되면, 자동적으로 뭔가 다르게 느끼고, 피하게 마련이다. 아무런 차이없이 생명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4살의 아이에게는 그런 멋진 능력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러운 원숭이라며 지저분하다며 원숭이 옆에 가면 안된다는 지나가던 아주머니의 말에 슬퍼한 준코씨의 마음처럼, 다이고로와의 생활은 저자에게 차별없는 공존의 마음도 전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제 힘으로 구르기, 기어다니기, 인형에 기대 일어서기!! 노력끝에 일어낸 성과.

  움직이지 못했던 다이고로가 조금씩 노력해서 구르게 되고, 엄마인 준코씨에게 기어가게 되고, 마침내 인형에 기대 일어서게 되는 과정은 끊임없이 자신의 처지에 안주하지 않고 오랜 노력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제대로 자라지 못한 작은 팔 만을 가진 채, 세상에 태어났다면, 미리 세상을 포기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을 텐데.. 그런 마음 없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책을 읽는 내게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살아간다는 건, 한 발자국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 주었다.


#  기형 원숭이가 인간에게 주는 메세지!  만남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는 원숭이들 중에 기형 원숭이가 많다는 건, 변화하는 생태계를 미리 암시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생각난 건 생명의 위대함이었다. 남보다 좋지 않고, 때론 병이 걸린 모습이더라도,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다이고로와 다른 기형 원숭이들의 모습은 주어진 조건에 불평하고 비난하는 마음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에서 느꼈던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실제 실천한 사례를 발견했다고 할까. 불안해하는 다이고로에게 처음 만났을 때 젖을 내어준 준코씨의 마음, 함께 지내면서 가정의 일원으로 인정해 준 가족들의 마음, 그리고 다이고로의 마지막까지 만들어냈던 많은 추억들은 짧은 시간 함께 지냈지만, 인간에게는 살아가는 동안 큰 의미로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다이고로와 함께했던 따뜻한 마음은 더욱 커져, 다이고로가 떠난 후에도 준코씨와 에이지씨는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여관 <오모야>를 세우고, 다이고로의 석상을 세우고, 사진들을 내부에 담아두고, 잊지 않으며, 사랑을 나누어 가고 있다. 다이고로와의 작은 만남은 책으로로 묶이게 되어 많은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형 원숭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였고, 원숭이들에게 무공해 채소를 가꿔 보내주기 운동을 하는 등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관심과 사랑이 사람들을 거쳐가면서 커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존재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일은 많은 시행착오와 이해와 관용을 요구한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마음을 잊는 순간, 자연도 사회도 함께 할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해버린다고 믿는다. 사회파 사진 작가의 현실을 그대로 끌어내는 맑은 눈이 담겨있기 때문이었을까. 사진은 사람들의 증언을 더욱 구체화 시키고, 몇마디 말 이상의 무언가를 생생하게 전해주기도 한다. 사진과 글이 잘 어우러져, 감탄과 논물을 함께 가져다 주었던 책이었다. 책 제목처럼 다이고로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다이고로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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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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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갑자기 뒤바뀐 인생.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2001년 9월 12일, 하루 전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오지마 겐타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바다로 떠났다. 미나미와 만나면서, 미나미가 서핑을 못 해 자주 오지 못했던 보드를 꺼내들었다. 게임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꿈이 있지만, 보수적인 사고를 지닌 아버지는 전혀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나마 아르바이트로 부모님 앞에 떳떳할 수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되지 않는다. 파도의 흐름에 맞춰 몸을 날렸는데, 뭔가 단단한 것에 부딪힌 느낌.. 정신을 차려보니, 미군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의 나쓰미 마을로 오게 되었다.

  1944년 9월 12일, 가즈미가우라 해군항공대 소속인 이시바 고이치는 처음으로 단독 비행훈련을 받게 된다. 조국 일본의 명예를 위해 자신의 목숨따위는 버릴 수 있다고 믿는 고이치에게 일본은 생명보다 더 소중한 무엇이다. 교관의 말을 되뇌이며, 93식 육상공간 연습기로 조종을 하다, 바다로 추락하게 된다. 눈을 떠 보니, 병원 안이다. 보기 민망한 차림을 한 간호사 보인다. 창 밖에 열리는 영국축제가 대영제국이 이미 점령한 곳이라 생각한다. 2001년 겐타가 살던 곳으로 도착한 고이치, 하루 빨리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 세대의 차이를 대리체험으로 공감하다.

  50년 혹은 백년을 주기로 자신의 형체를 한 모습이  늘 세상에 존재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키, 몸무게, 피부색, 외형까지 모두 일치하던 57년의 시간의 차를 둔 두 사람이 바다의 파도와 비행기의 추락이라는 동시간에 벌여진 사건으로 인해, 시간이 잠들어 모습이 바뀌었다는 전제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57년간 비참했던 전쟁터에서 경제대국으로 발전했지만, 고이치에게는 다른 삶의 양식이 새롭고
놀라울 뿐이다. 사고 후 기억상실로 슬퍼하는 겐타의 어머니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지켜 보기 힘들어, 고이치는 겐타인 척 하며, 하루빨리 항공대로 돌아가고 싶다. 미래의 사람들은 예의도 없고, 배려하는 마음도 없다. 무엇보다 일년 후, 일본이 망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느린 1944년의 시대, 겐타는 그런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다. 낮게 비행하고, 방공호로 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처음에는 몰래카메라를 찍는 줄 알고 나름 즐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패전을 알면서도 빨리 죽기위해 조종연습을 하는 항공대로 가야하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어머니가 해주었던 음식을 먹으며 편히 방에서 쉬고 싶다.  가학적인 자신이 고이치가 아니라고 부정해 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차별한 정신주입봉과 정신병원으로 끌려가서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지 모르는 공포일뿐이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해..


# 전쟁이라는 것..


   가혹한 체벌과 기합, 상식밖의 생활을 견뎌내며 겐타는, 그 속에든 병사들 역시, 가련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본 천황이 항복선언을 했지만, 전장에서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들에 대한 묘사들은 당시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겐타는 지금의 의식으로 잊혀진 전쟁터에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고이치는 간직한 기억으로, 이제 사라져버린 그들의 목소리를 생각한다. 마음에 담아둘만한 좋은 글들이 많았다.

 
    공습과 식량 부족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후방 사람들도 있었지만 정신주입봉에 맞고 '턱'이 날아가고 '엎드려뼏쳐'에 눈물짓던 인간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전쟁에서 죽은 사람의 목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고이치 같은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전쟁을 이제 사람들은 잊으려 했다. 잊고 싶다면 잊어 버리는 게 좋다. 하지만 잊을 수는 있어도 지울 수는 없다. 고이치가 얼차려 받으며 흘린 눈물도, 동기생과 나누었던 웃음도, 연습기에서 바라본 하늘도 모두 현실이었다.     - 고이치

  50년전, 이 땅에서 전쟁을 겪은 사람들도 말투와 행동은 고리삭았지만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 누군가를 좋아하고 인정받고 싶어 했다고. 뭔가 잘못한 거다. 어디에서 무엇을, 아주 조금 잘못했을 뿐이다.  틀림없이 아주 작은 구멍이 둑을 무너뜨린 것이다. 

  ... 정당한 전쟁이란 건 있을 수 없다. 전사에는 존귀함도 천함도 없다. 책임자 새끼들 다 나와! 
    - 겐타

# 쉽게 잊어버리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어제로 803번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연대집회’가 열렸다.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이유로 많은 걸 놓쳐가면서 살고 있다. 꼭 위안부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라큰 전쟁, 내란, 폭력과 권력에 의해 잊혀져 가는 사건 등 많은 사실들이 부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식의 성숙도에 의해 밝혀질 수도 사라질 수도 있는 많은 사건들. 지운다고 과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잊혀지는 것 뿐이라는 것을, 과거를 인식하는 것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망연히 잊고만 사는 많은 것들, 틈틈히 다시 반추하며 기억해야 함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 무겁지 않게 가미된 사랑 이야기.

  과거의 이야기만 진행되었다면, 세대간의 차이만 부각되었다면 다큐멘터리 처럼 진지함만 듬뿍 담겨 있을 뿐이다. 작가의 역량이 빼어난 점은, 무거움만 가득 차지 않게, 사랑이야기가 결부되었다는 점이다. 미나미의 할머니뿐 아니라 미나미의 가족들, 만나보지 못한 할아버지와 인연을 맺게 되는  겐타와 사랑을 체험하기 힘든 시대에서 사랑을 경험하면서 나라에 대한 사랑과 현실적 사랑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고이치의 행동들이 일상생활에서 사랑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한다고 믿는다.

  겐타라 생각하고 사랑해 주는 미나미와 그런 미나미를 사랑하게 되는 고이치, 존재의 본질에 대한 화두도 스며있지만, 전반적으로 회상과 연애가 한쪽만 튀지 않게 잘 짜여 있다.

  군데군데 잘 던져놓은 복선의 끈은 마지막까지 이야기의 구성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었다.

  재미와 교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다. 생명의 소중함과 전쟁의 비참함에 대해 고민해 볼 수 도 있고, 사랑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다.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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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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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흥미진진한 소재와 실험을 통해, 통념속의 진실을 밝혀낸다.

  소재가 흥미롭다. 금융점성가와 네살짜리 아이, 금융전문가가 주식투자를 한 이야기, 거짓말쟁이를 알아내는 Q 테스트, BBC의 거짓말 실험, 살인자의 스웨터 실험, 인상을 가지고 범죄인을 변론했을 때 효과, 인터넷을 이용한 가장 재밌는 농담을 찾는 설문조사, 우표가 붙어지지 않는 편지봉투를 통해 주인 찾아주는 실험등 실험의 소재가 독특하다.

  일상에서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 보았을 운명, 거짓말, 미신, 암시, 웃음,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미있는 실험들로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어느새 끝이 나있다. 독창적이고,  새로운 가설과 진실이 밝혀지는 건 아니지만, 책을 읽고나면 우리가 매어있는 통념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게 된다.


# 심리를 알게 되면, 트렌드도 엿 볼수 있다.

  <마이크로 트렌드>라는 책이 있다. 1퍼센트의 같은 생활양식을 가진 트렌드를 보여주는 책이다. '뒤쳐진 똑똑한 아이들' 이라는 트렌드로, 자신의 자녀가 좀 더 우월한 환경에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년 늦게 학교에 보내는 가정이 이미 일 퍼센트에 등장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시간과 날짜의 심리학 부분에서 운동선수가 특정 계절에 태어난 아이가 더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여준 조사결과가 있었다. 시간의 혜택을 받아 조금 더 우월하게 경쟁을 해서 결국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이야기였는데, 세금과 생일 등의 자신만의 무언가를 바라는 심리가 죽음의 시간을 조정할 만큼 날짜에 매여있는 인간의 심리와 특정 계절을 넘어 인위적으로 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욕심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심리를 알게 되면, 심리를 기반으로 한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할까? 연관이 없어 보이는 책 사이에서 연관섬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신나는 경험, 책읽는게 더욱 즐거워졌다.

 
#  근거없는 믿음의 원인을 밝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여러사람이 거짓을 말하게 되면, 진실을 알고 있더라도 그 말에 휘둘릴 수밖에 없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혈액형과 별자리에 대한 이미 통념화된 사실들을 인식하고 있던 이들은 그 별자리의 특성에 맞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점, 깨끗한 스웨터이지만, 살인자가 입었다는 사실을 듣는 순간, 극도의 거부감을 일으키게 되는 원인 등의 경험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왜?? 그런지 인식하지 못하는 미묘한 통념들에 대해 저자는 상식과 과학적 사실로 차근차근 밝혀주고 있다.

 
#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화제를 제시해 주다.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많이 웃는가? 웃음에 관련된 이야기를 밝히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다른 농담에 반응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보다 낮은 행동을 보이는 모습에 우월감을 느낀다는 점을 이야기 해준다. 일상생활에 화제거리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많은 실험들은 사람들과 친교를 맺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 청소년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심리 입문서.

   영상세대인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는 입문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실험으로 심리학에 관심을 보인 후, 조금 더 관심이 생긴다면 교양서적으로 넘어 갈 수 있게, 첫 시작을 끄는 동기유발의 서적을 발견했다고 할까.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재미가 없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끌기 힘들다. 심리학에 첫 발을 뗄 수 있는 책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다. 일상적으로 행동하는, 반복되는 일 아래에 자리잡은 심리들에 관심을 잃지 않는다면,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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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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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앤장... 고액.. 전관예유.. 금융과 법의 결탁?

 
   법에 관련된 교양서적을 몇 권 읽지 않았다. 딱 두 권, <교양으로 읽는 법 이야기>와 <헌법의 풍경>이라는 책을 읽었다. 두 권 모두 김앤장에서 일했던 법관련 고위관료의 큰 액수의 연봉을 예로 들며, 전관예우의 폐해에 대해서 지적했었다. 변호사 사업이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명확한 증거가 없기에, 능력이 되니까 그런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되어 실제 해직을 당했던 노동운동가와 국회의원이 함께 김앤장에 대한 책을 썼다. 왜 로펌이 아닌 법률사무소일까?, 어떻게 김앤장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피고와 원고 양측에 자문을 해 줄 수 있었을까? 성실한 세금납부 단체인 김앤장에 드리워진 의혹은 무엇인가? 등.. 안개 속에 숨어 실체를 보이지 않는 김앤장의 모습에 작은 손전등을 비추고 있다.

  뜨거운 햇살이 비춰 전체의 모습을 보이면, 비판을 하던지 인정을 하던지 할텐데.. 작은 손전등이라, 일부의 모습밖에 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어떻게 안개속에 모습을 가리울 수 있는지, 어떻게 큰 사건들을 맡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안개를 거둘 수 있는 건, 권력자와 고위 공무원의 자정능력이 아닌, 언론과 시민의 관심과 지켜보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 인맥의 투자와 법적의 틈을 어떻게 공략할 수 있는가?

   두 저자는 일단 김앤장이 로펌이 아닌 사실부터 시작한다. 변화사들이 모인 법무법인이 아닌, 한 명의 변호사가 운영하는 사무실이지만, 자문과 고문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국내 최대의 법무법인보다 더 많은 변호사를 고용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외국자본과 결탁해서 수익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사건만 받고, 최고의 승률을 내는 김앤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최고의 승률을 내는 비결에는 사법고시 패스시부터 지원하는 인재육성 프로그램과 높은 연봉, 강력한 인맥의 연결을 주장한다.
 
  공무원들이 퇴직 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마련한 민간휴직제도를 이용해서 정부와 인맥을 구축하고, 이것이 악용이 되었을 때, 얼마나 사회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지 그 영향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각종 미디어를 높은 고액의 소송으로 입을 막을 수 있는 능력과 고액의 매출을 신고해서, 세무조사를 피하는 방법까지, 성실납부자 제도의 혜택을 악용하는 실력까지, 보이지 않으면서 많은 것을 조종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 필요한 건.. 제도개선.. 제도개선 뿐..


   <데블스 에드버킷>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사건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인간의 욕망이라는 건 그 무엇도 무너뜨릴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 개인의 윤리의식과 공직자의 양심을 믿을 수 없다면, 남은 것은 제도개선 뿐이다. 보이지 않는 권력은 실체가 약하기 때문에, 제도적 틀로 막아놓는다면, 일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소불위였던 김앤장에 대한 국세청 조사도 시작되었고, 관리의 삼성의 대변인 역할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등 이제까지의 권위에서 여론이 조금씩 나빠지는 것도 현실이다. 


  제도적으로 정비가 되지 않으면, 조금 시간이 지난후에 다시 반복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민이 똑똑해지지 않으면,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할까.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죄가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형법에 의해 죄인이 되는 경우를 이야기하면서 법에서는 알지 못하는 것도 죄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법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 변호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법적인 틀을 만드는 사람과 법률단체에서 우선적으로 나서서 사건의 문제에 대해 공론화 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관예우를 피할 수 없다면, <로비스트>에 대한 법률을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대책을 세우던지, 제도적인 보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고인물을 계속 내버려두면 결국 썩게 되어 못쓰게 마련이다. 김앤장이 아니더라도, 법률의 허점을 이용해서 시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법조계 내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법이 무너져 버린 사회에서, 믿을 수 있는건 자신의 힘밖에 없다.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게 되는 세상, 개인의 사회적 활동의 마지노선이 무너지지않게 무엇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될 수 있게 세상에 많은 일들에 대한 시선을 바라보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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