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양윤옥 옮김 / 작은씨앗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 인간과 장애 원숭이 다이고로와의 2년 4개월의 동거.

  1977년 여름, 오랜 도쿄생활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여관을 운영하던 준코씨는 사진 작가였던 남편 오타니 에이지씨가 데려온 기형 원숭이와 조우하게 된다. 얼마 살지 못할거라는 남편의 말과 키울 자신이 없는 마음, 돌보아야 할 어린 아이가 둘이나 되었던 사정들을 고민하였지만, 결국 함께 생활하기로 결심한다. 짧은 기간 머물줄 알았던 동거는 2년을 넘기게 되고, 많은 마음과 생활의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짧게 말해, 사진작가의 남편과 아내의 수기, 기형 원숭이 다이고로와 해맑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섞인 동거기록장이다. 길지 않지만,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해 주었던 다이고로와의 만남은 정면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다이고로의 사진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 어린 아이의 마음은 장애를 잊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팔다리가 제대로 달려있지 않은 다이고로와의 만남, 이제 네살, 한창 사랑받고 싶어하던 마호를 돌봐줘야 하는데 하는 마음은 어머니인 준코씨의 마음을 편하지 않게 한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마호와 다이고로는 함께 웃고,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그들은 조금씩 마음의 벽을 열기 시작한다.

  인상깊었던 점은 뭔가 다르다라고 생각했던 첫째와 둘째와는 달리, 다이고로를 생명 그 자체로 바라보고, 편견없이 대한 마호의 모습이었다. 생명 그 자체로, 존중받고, 소중히 여겨져야 하지만, 머리속에 틀로 굳어진 정상이라는 잣대에 벗어난 모습을 만나게 되면, 자동적으로 뭔가 다르게 느끼고, 피하게 마련이다. 아무런 차이없이 생명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4살의 아이에게는 그런 멋진 능력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러운 원숭이라며 지저분하다며 원숭이 옆에 가면 안된다는 지나가던 아주머니의 말에 슬퍼한 준코씨의 마음처럼, 다이고로와의 생활은 저자에게 차별없는 공존의 마음도 전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제 힘으로 구르기, 기어다니기, 인형에 기대 일어서기!! 노력끝에 일어낸 성과.

  움직이지 못했던 다이고로가 조금씩 노력해서 구르게 되고, 엄마인 준코씨에게 기어가게 되고, 마침내 인형에 기대 일어서게 되는 과정은 끊임없이 자신의 처지에 안주하지 않고 오랜 노력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제대로 자라지 못한 작은 팔 만을 가진 채, 세상에 태어났다면, 미리 세상을 포기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을 텐데.. 그런 마음 없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책을 읽는 내게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살아간다는 건, 한 발자국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 주었다.


#  기형 원숭이가 인간에게 주는 메세지!  만남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는 원숭이들 중에 기형 원숭이가 많다는 건, 변화하는 생태계를 미리 암시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생각난 건 생명의 위대함이었다. 남보다 좋지 않고, 때론 병이 걸린 모습이더라도,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다이고로와 다른 기형 원숭이들의 모습은 주어진 조건에 불평하고 비난하는 마음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에서 느꼈던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실제 실천한 사례를 발견했다고 할까. 불안해하는 다이고로에게 처음 만났을 때 젖을 내어준 준코씨의 마음, 함께 지내면서 가정의 일원으로 인정해 준 가족들의 마음, 그리고 다이고로의 마지막까지 만들어냈던 많은 추억들은 짧은 시간 함께 지냈지만, 인간에게는 살아가는 동안 큰 의미로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다이고로와 함께했던 따뜻한 마음은 더욱 커져, 다이고로가 떠난 후에도 준코씨와 에이지씨는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여관 <오모야>를 세우고, 다이고로의 석상을 세우고, 사진들을 내부에 담아두고, 잊지 않으며, 사랑을 나누어 가고 있다. 다이고로와의 작은 만남은 책으로로 묶이게 되어 많은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형 원숭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였고, 원숭이들에게 무공해 채소를 가꿔 보내주기 운동을 하는 등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관심과 사랑이 사람들을 거쳐가면서 커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존재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일은 많은 시행착오와 이해와 관용을 요구한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마음을 잊는 순간, 자연도 사회도 함께 할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해버린다고 믿는다. 사회파 사진 작가의 현실을 그대로 끌어내는 맑은 눈이 담겨있기 때문이었을까. 사진은 사람들의 증언을 더욱 구체화 시키고, 몇마디 말 이상의 무언가를 생생하게 전해주기도 한다. 사진과 글이 잘 어우러져, 감탄과 논물을 함께 가져다 주었던 책이었다. 책 제목처럼 다이고로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다이고로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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