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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삐딴 리 오발탄 탈향 판문점 ㅣ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17
전광용.이범선.이호철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해방과 전쟁 직후의 한국 소설들을 조감해 보면 우선 구질구질한 현실에 대한 환멸감 속에서 나름대로 이 토록 가위눌리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궁구해 보려는 지식인들의 안감힘들을 느낄 수가 있다. 이러한 배경과 거친 현대사의 격랑속의 한줄기 단잠과 같은 419직후의 잠시동안의 휴가가 한국소설사상 한 줄기 획을 긋는 <광장>이란 소설을 산출했다.
여기에 실린 전광용, 이범선, 이호철의 소설들 역시 <광장>과 같이 그런 그들의 고뇌와 반성, 분노를 거칠게 토해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 작가 모두 이북 출신의 실향민으로서 전도된 역사와 현실과 실향과 전상의 아픔에 절규하고 있다.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이범선의 <오발탄>이다. 당시 전쟁으로 인한 빈곤한 풍경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주인공 철호가 처한 비참한 현실은 참으로 솔직한 자기고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상의 정의를 비웃고 은행강도로 나선 동생 영호의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한번 살아봅시다. 제길, 남 다 사는데 우리라구 밤낮 이렇게만 살겠수? 근사한 양옥도 한 채 사구, ...>
<아니오. 엉뚱하긴 뭐가 엉뚱해요? 그저 우리들도 남처럼 다 벗어 던지고 홀가분한 몸차림으로 달려보자는 것이죠 뭐>
<네, 벗어 던지고. 양심이고, 윤리고, 관습이고, 법륨이고 다 벗어 던지고 말입니다.>
삼촌이 사온 새신발을 신고 기뻐하는 조카의 모습을 보며 정말 소설을 보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 소설역시 419직후 영화화 되어 한국영화사상 불후의 명작으로 찬연히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