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경영대전 - 행하는 자 이루고 가는 자 닿는다
홍하상 지음 / 바다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조선시대 계급을 나누는데 의례히 사(士)농(農)공(工)상(商)이라하여 가장 낮게 취급되던 것이 바로 상인이다. 아닌게 아니라 몇 달전 한 재벌 회장이 쓴 에세이집을 읽고서 한 참을 웃었다. 책의 내용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 못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일종의 훈수요 훈계라고 보여질 만한 것이었는데 내가 웃었던 것은 의례히 따랐던 한 챕터  끝마다 소위 명사들의 아부성(?) 글들로 보여지는 짧은 글들이 끼어있어씨 때문이다. 그들의 직업은 정치인이요 문학가요 소위 옛날기준으로 최고의 계급은 사(士)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그런 근엄한 그들이 한낱 장사치에 불과한 사람의 출판을 축하하는데 들러리를 선다는 것이 고소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름대로 성공한 재벌회장이 자신이 할 말이 있다면 스스로 당당히 밝히면 그 뿐이지 무엇이 아쉬워 그런 사람들의 들러리성 글들을 끼워 넣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책의 중요한 모태가 된 호암이 직접 남긴 <호암자전>이란 책이 있는데 여기에는 그런 식의 명사들의 군소리가 있지 않다. 서문은 물론 후기까지 직접 자신이 완성했다. 당시의 삼성이 재계1,2위를 다투기는 했으나 오늘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서가 아닌 중진국 한국에서의 기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나는 이것에서 호암의 장삿꾼으로서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도 호암은 역시 큰 인물임을 확신하는데 주저할 수 없다.

사실 나에겐 왠지 이 책이 <호암자전>의 주석서로 생각될 뿐이다. 호암자전은 저자인 이병철 회장의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한가지 흠이라면 한자가 많은 국한혼용으로 쓰인데다가 일본명 역시 음을 병기하지 않고 한자로 표기하여 요즘 젊은이들이 읽기가 어렵다. 그래서 저자 홍하상씨가 젊은이들을 위하여 그에 대한 주석서를 썼다고 생각되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역시 내가 호암자전과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무엇보다도 자유당이래 그가 어떤 변화속에서도 재계 수위를 지켜왔다는 점에 주목 그 저력을 발견하고자 했기 때문이며 많은 독자들이 그러기 위해 이 책을 살펴본다고 이해하고 있다. 이제 글로벌 삼성이 된 지금 그의 성공은 결코 운일 수 없는 것이다. 일찌기 춘추전국의 대사상가 노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대지약우(大智若愚). 범인에게는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것 같아 보인다는 통찰이다. 마찬가지로 대기업가 이병철은 단 한장의 졸업장을 가져보지 못한 학교부적응아였다. 비록 일본 와세다유학까지는 했지만... 놀랍게도 거상인 호암이 평생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책으로 논어(論語)를 꼽았던 것이다. 논어가 어떤 책이던가. 바로 인간관계의 도리를 기술한 책이요 그 중심에는 인(仁)이라는 최고의 규범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호암이 최고의 기업경영의 원칙으로 삼았던 인간경경의 모태가 되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나의 결론은 이러하다. 호암의 그런 성공의 뒤에는 무엇보다 논어가 가르치는 마치 어리석어 보인 듯하면서도 기본을 지키는 성실한 마음가짐과 봉사심이야 말로 오늘날의 삼성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는 점이다. 사족을 달자면 일본의 앞선 경제성장과정이 그에게 일정한 매뉴얼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 저자의 말대로 그것이 한국 기업의 경영매뉴얼이 되었다는 점도 놀랍다. 사실 이병철은 그가 일본의 삼대째 이어온 이발소에 큰 충격을 받을 만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임도 분명하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 이병철의 시대를 앞서가는 예리한 시장관찰과 한 발앞서는 그의 경영전략을 한국현대사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는 점이 참으로 좋다. 어떻든 간에 이병철은 한국경제사의 거봉이고 다시 생각해도 "자랑스런 한국인"의 범주에 든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잊고 지냈다. 이것은 한국인의 돈버는 것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인습때문이다. 덧붙여 그렇지만 호암이 모든면에서 뛰어난 인물이고 그를 따라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할 수 없다. 우선 그는 돈버는 것을 너무 중시한다는 점에서 중용에 어긋나 있는 것 같다. 자신은 한국금융의 근대화를 위해서라지만 국가 금융을 완전히 장악했던 자유당 말기나 대중매체 진출 등 같은 일들은 지나친 탐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긴 돈을 너무 경시해서도 안되겠지만 온 나라사람들이 돈 벌려고 눈이 뻘건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있을까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저 기업인을 기업인으로 봐 줄 수 있는 풍토가 더 시급하고 그런 연유에 서로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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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5-1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