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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F.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현종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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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은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는 실제 이 책이 명작인지 아닌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대충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그토록 좋아하는 작품이라니 아마도 꽤 유익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문학성을 떠나 아닌게 아니라 개츠비란 녀석이 무척 재밌는 녀석이긴 한 것 같고 무척 호감이 가는 것 같다. 자신을 배신한 유부녀를 그토록 못 잊고 사랑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심리적 배후에는 그 만의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진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을 보면 괜히 그런 여자들이 대체 어디가 그리도 좋은지 한 번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다. 암튼 존경스럽다.

서술자인 닉 캐러웨이는 아버지의 교훈을 상기시키며 개츠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네가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이런 걸 생각하거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네가 가졌던 그런 유리한 처지에 있지 못했다는 걸 말이야"

그리고 개츠비야 말로 그가 확고부동하게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인물이었으지만 잠시 나마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개츠비를 먹이로 삼은 것, 그의 꿈을 따라서 떠돈 더러운 먼지였을 뿐이며 개츠비는 결국 옳았노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의 대담함과 확고함 용기와 열정에는 나역시 공감을 하지만 하고 많은 여자 중에 하필 그런 속물을 좋아하는 그의 이상한 이성관이 그것을 좀 빛 바래게 한다고나 할까.

잠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온 롯데와 베르테르가 생각이 났다. 개츠비의 연인인 데이지는 롯데와는 비할 수 없는 철저한 속물이라 그렇지만 개츠비는 베르테르 만큼 순수한 청년이었으리라. 노란 쪼끼를 입은 18세기말의 베르테르가 20세기 초에 다시 나타난 듯 가슴이 몹시 두근두근 설렌다. 마치 한 10년 쯤 전 헤어진 사랑하던 사람과 꼭 닮은 누군가를 만난 듯... 좋은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개츠비는 참 좋은 남자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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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오는 밤에 쓴 시 -양장본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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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리스뜨"에게 주는 충고의 편지 형식으로 된 푸슈킨이 첫 정식 발표했다는 시로 부터 시작한다. 재밌는 것은 발표연대는 1814년. 만일 우리나라의 예전 습관 처럼 호적신고를 1-2년 늦추지 않는다면 1799년 생이라니 대략 한국나이로 15-16세란 말이다. 내 나이 15,16살 때 나는 무엇을 했던가 생각해 보았다. 그 당시 내가 읽었던 책이란 그저 교과서 외엔 만화책이나 무협지 정도가 였을 뿐이었다. 러시아판 천재교육의 효과였을까? 나이를 생각하면 좀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지만 천재의 충고 중 가슴에 와 닿는 구절만 나름대로 적어본다.

아리스뜨여. 종이를 낭비하는 자가 시인은 아니라네

좋은 시란 그렇게 쉽게 써지는 게 아니네.

시에 취미가 없는 자, 그래서 근심 걱정 없이

조용히 세월을 보내는 자 행복하도다

풍자의 펜으로 너를 괴롭히게 될까 두렵구나.

 

솔직이 푸슈킨의 시는 어렵다. 아니 어렵다기 보다 좀 생소한 편이란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서정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서사시에 몰두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서사시란 본래 딱딱하기 마련아니던가. 또한 푸슈킨이 결투 끝에 단테스의 칼에 찔려 죽음에 이르렀을 때 차르는 그에 대한 책임론 등으로 비난을 받았으며 그의 애도가 자신의 권위에 대한 반항으로 비화할까 장례식마저 통제 했을 만큼 푸슈킨은 정치적인 면과 깊숙히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는 21세기의 한국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솔직히 피부에 와 닿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시인인 친구에게>란 그의 데뷰작에서 보면 어렴풋이라도 이 천재가 마음에 품고 싶은 바를 짐작이라도 할 것 같다. 우선 그가 대화를 하고 싶은 자들은 시는 고민없이 쉽게 쓰고 명성이 우렁차게 세계를 진동시킬 것이라 믿는 어리석은 시인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그 어리석은 사람들을 문화예술인으로 넓혀 볼 수도 있고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영웅이 되려하는 러시아의 애국자 지망생들에 대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가 시를 통해 대화를 원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이와 같을 것이다. 반대로 전제자인 차르나 그에 굴종하는 민중을 조롱하는 것도 변함없는 테마가 아닌가 한다. 시대와 역사 문화는 다르지만 푸슈킨이 점잖게 표하는 그에 대한 울분과 격정에 공감을 느끼는 바 적지 않으며 그의 다난하고 고독한 삶과  돌연한 죽음에 슬픔을 느끼며 한편으로 분노하게 된다. 아울러 <범인에겐 침을, 바보에겐 존경을, 천재에겐 감사를>이란 격언이 생각나게 된다.

한마디로 푸슈킨의 처한 상황을 잘 이해는 못해도 공감은 간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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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 - 김동리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7
김동리 지음, 이동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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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의 소설을 읽으면 항시 뭐랄까 마치 비로소 심봉사가 눈을 쓰게 된다는 심청전의 끝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등장인물들이 자각하지 못하였던 어떤 잘못들에 대해서 마침내 피할 수 없는 고난과 파멸을 겪고 나서야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 김동리는 정말 탁월한 작가가 아닌가 하며 그런 면에서 그의 작품은 오늘 읽어봐도 늘 새롭게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많은 부분 토속적인 세계를 다루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수법은 아주 현대적인 것이 정말 매력적이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러한 깨달음 뒤에도 이것을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체념주의에 대해 나의 경우 심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허나 김동리에게 있어서 그것은 도리어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심원한 자연의 힘에 의한 받아들여야 할 절대적 요청인 현실의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세계를 개조 발전시키고 나아가 자연의 정복하려는데 까지 도전하려는 인간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일까하고 나는 몇 번이나 의문을 가져본다. 아무튼 인생에 대하여 또는 인간에 대하여 진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는 면에서 하나의 유의미한 시도이자 인간이 풀어야할  또다른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아닐까한다.

또한, 그는 합리성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근대사상 보다는 토속성으로 대표되는 약동하는 생의 의지를 더 우위에 놓던지 적어도 후자를 변호하려는 측면에 서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굉장히 신비적인 분위기 속에서 모든 사건들이 전개되고 있다. 흔히 말하듯 인간은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인 면에 훨씬 지배되기 쉽기 때문이어서일까? 나는 이러한 신비적인 분위기가 훨씬 리얼리틱하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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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 박인환 전집
박인환 지음, 문승묵 엮음 / 예옥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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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 등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시인 박인환의 전집을 접하니 어떤 설레임같은 것이 느껴진다. 단지 시인으로서 그의 시를 읽을 뿐만이 아닌 다른 산문들을 통해 그의 시와 문화에 대한 관점을 대함에 있어 시작의 동기를 알수 있으리라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산문을 읽어보아도 이 점은 그다지 뚜렷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의 약력을 살펴보면 스무살 나이에 해방을 맞은 청년으로서 보안법 위반혐의자로서 그리고 전향한 종군기자로서의 시국에 대한 고뇌와 갈등은 별로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관심사는 새로운 시대의 각종의 문화 경향에 대한 냉정한 관찰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외래의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또는 헐리웃으로 대표되는 영화 그리고 철학적 경향으로서의 실존주의 등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시 어느 곳 또는 산문 어디에서도 그의 시국에 대한 불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현실은 그의 문학에서 철저히 배제되게 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것은 현실도피라고 봐 줄 수도 있지만 아니면 오히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까 싶다. 첫 동인 시집의 제목인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함창>에서 보듯 박인환은 이러한 폐허 속에서도 희망의 합창을 원했던 것이다. 비록 "자본의 군대가 진주한 시가지는 지금은 증오와 안개 낀 현실이 있을 뿐"이지만 "그러나 영원의 일요일이 내 가슴속에 찾아"들고 "사랑하던 사람과 시의 산책의 발을 옮겼던 교외의 원시림으로" 갈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리고 현실적인 가난에 연연하지 않았던 초현실주의자로 결코 불행한 현실을 혐오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받아들인다. 그러기에 헐벗은 인천항이 식민지의 화려한 국제도시인 향항(香港)일 수도 있는 것이며 이 나라가 크메르 신과 앙코르와트의 나라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곳에서 전쟁터 마저 "포연"과 "초연"이 공존하는 장엄하고도 낭만적일 수 있다. 그런 그에게서 언제나 "우리나라" 또는 "이 민족"이란 단어를 듣기는 어려운 것이다. 간혹가도 "한국"이라고 쓰기는 하는데 그의 이런 이국적인 취향은 국제주의적인 것으로 외래문화를 이렇게 거부감이나 편견없이 채용할 수 있어 국수적인 구습에 사로잡힌 대다수 한국 지식인들에 비해 매우 선구적이란 생각마저 든다. 

아이러니는 그가 글을 긍정적으로 썼다고 해서 정말로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라는 점이다. 어떤 글에서는 비록 종군기자로 일종의 완전한 전향을 한 입장이지만 당시의 남한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환멸적인 시각을 암시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마 서른 하나의 나이로 요절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닌가 하면 참으로 사람의 속은 알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어서 편자의 말대로 더 온전한 형태의 개정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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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31
이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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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읽은 동화 한편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까지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남길 때가 많은데 그런 책 중에 이솝우화가 으뜸이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재미로 읽어갔고 몇 메이지 넘긴 후에는 지루해 지기도 했었는데 요즘 다시 이솝 우화를 보면 이 것이야말로 참으로 빼놓을 수 없는 세계적인 명작이 아닌가 한다. 이 속에는 그야 말로 인간 세계의 모든 것들이 너무도 재치있게 다루어지고 있어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솝이 태어난 그리이스는 가장 먼저 민주정치가 발전되어 합리적 토론 문화가 정착되어 합의된 공의에 의해서 인민이 국가의 정책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공화국 체제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가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많은 부분 대첵없이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정치인들이 나타남은 민주주의 숙명이 이라고 보면 지나친 것인가? 어쩌면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궤변들은 아마 그 당시 등장하는 수많은 선전선동가들을 풍자하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고 그 배후에 있는 인간의 심리 깊은 곳에서 그런 새빨간 거짓말들을 마구 지껄이게 하는 욕망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마치 한비자에 나오는 "모순(矛盾)"이란 설화를 연상케 한다. 즉 창장사와 방패장사를 겸한 한 장사꾼이 등장해 자신의 방패와 창을 공히 천하에 당할 것이 없다고 선전하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는 뚜렷한 지도자를 발견하지 못한채 "조삼모사"의 허튼 꾀에 빠지고 작은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한채 그 욕심으로 인해 망하는 우중들의 슬픈 현실도 명백한 것이다. 이러한 한 판의 코미디극을 통해 이솝은 무엇보다 민중과 정치인의 각성을 촉구했던 것이리라. 그러한 잘못으로 빠져나와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깨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의 첫 시작이라 할 만하다. 그러한 면에 있어서 이것은 한편의 감동적인 우화다.일찌기 예수나 석가도 헛되이 방황하다 무간지옥에 빠지는 불쌍한 중생들에 대해서 자연 많은 부분을 언급하였다. 그들이 포교한 이유도 이런 슬픈 현실을 개탄하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솝의 이러한 우화도 사람들에게 진실한 깨우침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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