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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왜 그리 빨리 질까요. 저는 벚꽃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벚꽃이란 녀석이 언제나 시험기간에 피었다 후두둑 져버린 때문이었습니다. 기가 막히게 시험기간과 겹쳐서 흐드러진 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가 참 힘들었어요. 아니 이게 웬 걸. 3월에 피는 벚꽃이라니요. 시험기간에서 해방된 저를 놀리기라도 하듯 벚꽃이 벌써 만개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벚꽃, 신나게 누릴 수 있어서 좋겠어요.

언제 갑자기 여름이 올지 모르니, 그 전에 읽어둘 소설 신간 기록합니다. 



 금방 봄바람이니 벚꽃이니 해놓고 사실 가장 읽고 싶은 책이 여기있다, 싶습니다. 컥.

 언젠가 친구에게 '어째서 밝은 얘기보다 어두운 얘기에 더 매력을 느끼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습니다. '현실은 어떤 이야기보다 어두운데 밝은 얘기만 하는 건 거짓말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가끔 밝은 얘기로 숨을 돌릴 수는 있지만요. 꾸준히 관심 갖고 알고 싶은 건 현실, 깊고 깊은 어두움입니다. 그에 대해 알아야 좀 더 씩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겠네요. 

 읽기도 전에 벌써 머리가 복잡합니다만... 






 젤리곰 두 마리가 엄청 귀엽네요!!! 

 가끔 나와 도무지 공통점이라곤 없는 이에게서 번뜩이게 공감할만 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나만 간직한 추억이 책이나 영화, 노래 가사에서 발견될 때도 있고요. 찌릿찌릿, 행복이랄까 설렘이랄까, 전율 비슷한 것을 느껴서 당장 그(것)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건 오직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면 인간에게는 공통의 감성이 분명 있는가 봅니다.

 이 작품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질 각오(!)를 하고 이 책을 만나게 되겠죠.

 이건 봄처럼 따뜻한 예감입니다.





 장르소설이라면 다 제쳐두고 읽고 싶은데 요즘은 그보다 상쾌한 소설에 더 눈이 갑니다. 봄이라 그런가요. 이것 참. 

 지금의 저와 공통점이라곤 거의 없을 '중년 남자'에 대해 뭐 그리 궁금한지 이 책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유머'라는 단어 때문이기도 하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때문이기도 하고, '단편'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지금 제 마음이 봄바람에 휘날리는 벚꽃잎 같네요. 호호. 

 (기승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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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인을 기다리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들녘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노벨 문학상은 언제나 기다려진다. 기대와 달리(?) 대개는 잘 몰랐던 작가여서 매해 10월이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받는 심정이 되어 소식을 기다리게 된다. 마침내, 손꼽아 기다리던 발표가 나면 필자는 내처 수상 작가의 작품을 찾아 탐독하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읽는 작가목록을 채우는 일은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올해도 새롭기만 한 작가(앨리스 먼로, 캐나다)를 발견했고 서둘러 그의 작품을 찾는 마음이 바쁘고 기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존 쿳시의 소설 <야만인을 기다리며>도 그 연장에 있다. 헌책방에서 사냥꾼의 눈으로 두리번대다(책 소유욕이 많아 늘 괴롭다. 도서관과 헌책방이 없었다면 더욱 괴로웠을 테다.) 유독 이 책을 집어 든 데에는 표지에 큼지막하게 박힌 ‘200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문구에 못내 끌렸기 때문이다. 쿳시는 노벨 문학상 수상 전에도 이미 부커 상을 두 번이나(1983, 1999) 수상한 최초의 작가로 유명했으니 그의 작품성을 의심할 이유는 거의 없겠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경력을 차치하고라도 <야만인을 기다리며>에 담긴 단정한 문체, 치밀한 사유, 날카로운 질문은 꽤나 매력적인 가치를 발한다.


늙은 치안판사가 나른하게 관리하고 있는 평화롭던 제국의 어느 변경(邊境)에 수도의 경찰, 죨 대령이 찾아온다. 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야만인의 존재를 밝혀내기 위해서란다. 치안판사는 그저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침묵과, 검은 안경으로 건강한 눈을 가리고 하찮은 것으로 신비함을 과장하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나지만 그걸 억누르려고 애”(11)쓰고 있는 한가로운 변방에서 은퇴할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제국을 위해 봉사하는 책임 있는 시골 치안판사이자 관리”(17)이다. 야만인에게 위협받은 적 없다고 대령을 안심시켜보지만 무위에 그치고, 정체 불분명한 야만인의 존재를 사이에 둔 치안판사와 대령은 묘한 긴장 관계에 놓인다. 과연 야만인은 존재하는가? 그들을 잡아들이면 제국은, 이 변경은 안전해지는가?


우리네 현실이 그렇듯이, 군인의 등장으로 이곳은 오히려 기습과 경계의 시대로 되돌아”(68)간다. “소녀가 강간을 당”(210)하는 범죄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야만인의 짓이라고 말하지만 위협적인 야만인은 본 적이 없다. 포로로 잡혀온 야만인들이라고는 노인, 어린이, 나약한 어부들뿐. 치안판사는 당신네가 찾는 야만인은 없다고 외치다 되레 반동인물로 낙인 찍혀 감옥에 갇히고, 고문과 모욕을 당한다. 평화를 원했던 주인공은 철저한 무기력 속에서 모든 것을 박탈당한다.


놀라운 이야기인가? 아니다. 이 치안판사의 이야기는 놀랍지 않다. 이 안에서 우리 주변을 발견하는 놀라움만이 있다. 제국(국가)이 확인되지 않은 정체의 야만인을 소탕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야만인에게 씌우고, 국가 스스로가 위기를 조장해서 권력을 공고화하는 작업은 역사 내내 계속되어 왔다. 오늘도 진행되고 있다. 그들에 의해 우리는 반복해서 타락하고 있다. 치안판사의 너는 이 사람들을 타락시키고 있어!”(181)라는 외침이 슬프고 또 괴로운 이유다.


<야만인을 기다리며>는 필자가 지금 읽는 책이자 오늘은 사는 우리가 계속 읽어야 할 책이다.

 



나는 평화로운 게 좋다. 아무리 비싼 대가를 치른다 하더라도 평화를 유지하는 게 어쩌면 좋은 것일 게다.(27쪽)




[<빅이슈코리아> 71호(2013.11)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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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열심히 책을 읽었습니다. 

어느 새 1년이 훌쩍 지나 2014년 새해네요. 

새해를 맞아 지난 한 해 읽었던 책들을 짚어보고 정리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우선, 

읽은 책은 88권90권에서 아쉽게 두 권 빠지는군요. 

이쯤에서 한 해 백권읽기에 도전하자는 새해 목표가 생깁니다. 

숫자에만 집착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닐지나 숫자처럼 좀 더 구체적인 지표로 만든 목표가 있다면 실천하기가 한결 쉬워지겠지요. 특히 저처럼 게을러지기 쉬운 인간에게는 말입니다. 


읽은 책의 대부분은 소설이었습니다. 88권 중 64권이 소설이네요. 무려 72%가 넘는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소설이 좋습니다. 무조건 좋아요. 

그 중에서도 올해의 발견이라 할 수 있는 작가가 있습니다. 

어슐러 K. 르귄, 피에르 르메트르. 

지극히 장르 편향적인 선택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 작가들 덕분에 저의 2013년이 무척 풍성했으므로 꼽아두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르귄의 <빼앗긴 자들><세상을 기리키는 말은 숲>은 읽는 내내 심장이 덜커덩덜커덩 했달까요. 왜 진작 그녀를 몰랐는지, 이제야 안 게 다행이지, 이런 잡스런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소설 외에도 특별한 책은 있었습니다. 

제 삶의 지침을 새로이 한 책도 있었고요(<채식의 배신>과 <플라스틱 바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게 한 책도 있었습니다(<안나와디의 아이들>, <후쿠시마 이후의 삶>,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그런데 이렇게 첨언을 하려니 끝도 없을 것 같아 이만 기록을 끝내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기록의 가장 큰 목적! 

무조건 추천하는 책을 꼽아두고 말이죠. 

열세 권이 나오더군요. 

목록을 아래에 붙입니다. 이 목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기회라니?  















제노사이드















빼앗긴 자들















야쿠비얀 빌딩















개구리















배를 엮다















채식의 배신
















구르브 연락 없다

















리플리 시리즈(1~5, 5권은 미출간)
















은닉
















언더더돔(1~3)
















야만인을 기다리며















플라스틱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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