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타클라마칸 - 김혜령

사막, 능선을 타고 날마다 달린다 끝없는 사막 그 지평선이 사방으로 펼쳐지

고 사풍에 휩쓸리는 모래산과 굴러다니는 언덕 따라 끝에서 끝으로 넘어진다 넘
어지며 운다 모래바람에 눈을 씻고 일어나면 표지판 없는 사막 위로 햇빛만 굽
이 꽂히고 그 빛 속을 춤추는 모래 아지랑이들, 나는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

다시 꿈의 관절을 열고 들어가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다 관절 구석구석 끼어 있
는 모래먼지 밤새 씻어내고 닦아내면 어디에선가 물기 젖은 뼈마디 하나쯤 발견
할 수 있을까 네가 네 삶을 우울하게 견디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 이 무서
운 사막의 출구를 찾고 싶어


기막히게 나는 살아 있다 더운 모래밥을 먹고 사풍에 실려 오는 모래산이나 모래
언덕을 피해 내달려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뜨거운 모래가 식어가는 언덕 그 어
둠 속에 뼈를 식히며 내 관절의 푸른 물기로 생겨난 사막의 길, 보고 싶어,
운 모래바람 너머 출렁이는 내 삶의 푸른 실핏줄을

몸 깊이 언덕을 덮을 때 달아나는 꿈속의 타클라마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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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엄지 동자의 부재 증명
 꽃 피우는 망자가 남긴 말
 도서 갚은 두루미
 밀실 용궁    
 먼바다의 도깨비섬

 

 전래동화을 변주하여 미스터리로 만들다.

 원래 동화란 잔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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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소중히 여겨라

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목발을 집고

절룩거리면서 걸어간다.

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는

견고한 성채를 짓는 벽돌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허망한 파멸만을 선사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사랑을 얻는 지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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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생 - 김선우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나이 서른에 나는 이미 너무 늙었고 혹은 그렇게 느끼고

나이 마흔의 누이는 가을 낙엽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갈래머리 여고생처럼 후르륵 가슴을 쓸어 내리고

예순 넘은 엄마는 병들어 누웠어도

춘삼월만 오면 꽃 질라 아까워라

꽃구경 가자 꽃구경 가자 일곱 살배기 아이처럼 졸라대고

여든에 죽은 할머니는 기저귀 차고

아들 등에 업혀 침 흘리며 잠 들곤 했네 말 배우는 아기처럼

배냇니도 없이 옹알이를 하였네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머리를 거꾸로 처박으며 아기들은 자꾸 태어나고

골목길 걷다 우연히 넘본 키작은 담장 안에선

머리가 하얀 부부가 소꿉을 놀 듯

이렇게 고운 동백을 마당에 심었으니 저 영감 평생 여색이 분분하지

구기자 덩굴 만지작거리며 영감님 흠흠, 웃기만 하고

애증이랄지 하는 것도 다 걷혀

마치 이즈음이 그러기로 했다는 듯

붉은 동백 기진하여 땅으로 곤두박질 칠 때

그들도 즐거이 그러하리라는 듯

 

즐거워라 거꾸로 가는 생은

예기치 않게 거꾸로 흐르는 스위치백 철로

객차와 객차 사이에서 느닷없이 눈물이 터저 나오는

강릉 가는 기차가 미끄러지며 고갯마루를 한순간 밀어 올리네

세상의 아름다운 빛들은 거꾸로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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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지배인 리비에르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불가항력도 그에게는 소용없다.

 규칙이란 불합리해 보이지만 인간을 단련시키는

 종교의식과 같은 것이다라고 

 그러나 감독관 로비노는 그와 반대다.

 

 

 

 논문이라서 딱딱하다.

능력도 안 되면서 세상을 구하려는 안회

피할 수 없는 임무를 맡는 섭공

(초나라 섭공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야한다)

무도한 군주를 보필하는 안합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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