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타클라마칸 - 김혜령

사막, 능선을 타고 날마다 달린다 끝없는 사막 그 지평선이 사방으로 펼쳐지

고 사풍에 휩쓸리는 모래산과 굴러다니는 언덕 따라 끝에서 끝으로 넘어진다 넘
어지며 운다 모래바람에 눈을 씻고 일어나면 표지판 없는 사막 위로 햇빛만 굽
이 꽂히고 그 빛 속을 춤추는 모래 아지랑이들, 나는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

다시 꿈의 관절을 열고 들어가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다 관절 구석구석 끼어 있
는 모래먼지 밤새 씻어내고 닦아내면 어디에선가 물기 젖은 뼈마디 하나쯤 발견
할 수 있을까 네가 네 삶을 우울하게 견디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 이 무서
운 사막의 출구를 찾고 싶어


기막히게 나는 살아 있다 더운 모래밥을 먹고 사풍에 실려 오는 모래산이나 모래
언덕을 피해 내달려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뜨거운 모래가 식어가는 언덕 그 어
둠 속에 뼈를 식히며 내 관절의 푸른 물기로 생겨난 사막의 길, 보고 싶어,
운 모래바람 너머 출렁이는 내 삶의 푸른 실핏줄을

몸 깊이 언덕을 덮을 때 달아나는 꿈속의 타클라마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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