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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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는다고 해서, 책을 읽고 다짐한다고 해서, 책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해 공감한다고 해서, 금방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닐 테다. 그렇지만,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 사람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도 생각해 보고, 자신의 삶도 돌아보고, 주변도 살펴보고, 주위 사람들의 얼굴 표정도 좀 살펴보고,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 그것 좀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변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을 테니까.

책을 읽는 동안에도 좋았지만 읽은 뒤에도 좋았다. 왜냐하면, 나는 아주 많은 부분에서 이 작가가 말하는 대로 생활해 오고 있었던 것이므로. 착각이라고 해도 좋고, 자만이라고 해도 불만이 없다. 나는 매일매일이 좋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사람이며, 짜증이 나는 순간들이 끝없이 밀려오고는 있지만 그 짜증에 나를 놓아버리는 잘못은 이제 저지르지 않을 만큼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혼자서 놀 수 있는 거리가 몇 가지 있으며, 남들과 수다 떠는 일에는 무지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으며(책에서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매번 감탄하면서), 앞으로도 더 배우고 싶은 게 몇 가지나 있고, 사람에게 특히 가족들에게 기대하는 정도가 지극히 높지 않아 실망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 있으니 이 정도라면 만족하고 있다고 봐도 괜찮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하나 더 얻은 게 있다면, 남편에 대한 내 마음이다. 내가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편인데, 남편에게는 그게 좀 어려웠다. 괜히 심술내고 불평하고 속상해하고 그랬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환한 깨달음이 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깨달음이 이 책을 읽고 처음 얻은 것은 아니었으나, 늘 깨달은 다음에 곧 잊어버리게 되었던 것이지.) 그래, 당신도 나랑 결혼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텐데, 싶으니 약이 오르는 게 아니라 가여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좀더 행복한 마음을 갖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기특하게도.(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이 책을 권한다고 남편이 읽을 것 같지는 않다. 활자로 된 모든 글은 쓰잘데기 없는 소리라고 늘 웅얼거리는 사람이니까. 차라리 책을 읽을 시간에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는 게 자신을 더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라고 말할 게 뻔하니까. 그런데, 이전에는 남편이 그렇게 말했을 때 서운하고도 서운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만 같은 것이다. 남편의 사는 재미, 내가 그 재미를 좀 나눠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y에서 옮김200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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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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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있는 마음이 즐거웠다. 혼자 즐거우면 도리어 쓸쓸할까봐 읽는 중에 선물도 했다. 같이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어느 새 나는 즐거움도 애써 찾아야만 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이렇게 찾아온 즐거움을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는 남자도 아니면서, 남자 이야기를 읽고는 키득거렸다. 남편도 떠오르고, 근무하는 곳의 남선생님들도 생각나고, 그렇게 온 세상의 나이들어가는 남자들을 생각하다가, 또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나를 생각하다가, 그러는 동안 짜증스러웠던 기억마저 즐거워지는 것이었다. 귀족적인 외모라고 스스로 추켜세우는 작가의 자기 자랑이, 13년이나 독일에서 유학했다는 작가의 자랑이, 나는 조금도 얄밉지가 않은 것이다.(어떤 사람의 경우, 이런 자랑을 듣고 있으면 괜히 기분 상하게 되는데.)

성공은 성공대로, 실패의 경험은 또 그대로 솔직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힘, 그건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이리라.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자꾸만 쭈그러드는 인생 말고, 남보란 듯이 내세우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하루하루, 그게 내 삶을 유지시키는 방법이 될 테니.

가끔 이런 책을 읽고 기분 좋아져야 살 맛도 나지. (y에서 옮김20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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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여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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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묘하다. 뭔가 결정적인 단서를 품고 있을 것만 같은 '세 번째 여인'이라는 말인데 나는 소설의 끝에 이를 때까지 아무 눈치도 채지 못했다. 세 번째가 그런 뜻이었다고? 그 여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흠, 내가 알아챌 수 없는 경지였군.

푸아로 경감이 거의 혼자 궁리하고 있는 글이다. 가해자인지 희생자인지, 연기인지 실제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인물을 뒤따라가게 한다. 그리고는 물음만 던져 주고 단서나 답은 읽는 이가 한번 찾아 보라는 식인데 이제 약이 오르지도 않는다. 알려 주는 내용도 다 못 알아먹겠는데 그 안에 숨겨진 관계나 정보를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추리를 잘 하려면 상상도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인지. 참 멀리까지도 왔다.

현실에서 노마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는 사람이 혹시라도 생긴다면, 어쩌면 어딘가에 실제로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참 어렵고 힘들 것 같기도 하다. 푸아로 경감이나 올리버 부인처럼 같이 궁리해 주는 사람이 없기라도 한다면. 글 시작에 노마가 살인을 저질렀을 것 같다고 푸아로 경감에게 말하는 것을 보면 분명 노마가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게 구성상 자연스럽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게 확실한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과정, 저질렀든 그렇지 않았든 그 모든 상황들을 추리해 내는 일은 길고도 고단한 일일 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려진 진실 뒤에서 고통을 받고 있을지, 새삼 끔찍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신기한 점 하나, 백 년 전 런던에서 사는 세 여인이 아파트를 빌려 쓰는 방식. 제일 돈 많은 여인이 먼저 아파트를 얻어 가장 큰 방을 쓰고 두 번째 여인과 세 번째 여인에게 차례로 다음 방을 빌려 주고 돈을 받았다는 것. 그때부터 그렇게 살았더란 말이지. (y에서 옮김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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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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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책은 얇고 분량은 적은 편, 하나의 제목 아래 실린 글도 짧다. 형식적으로는 읽기에 부담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글의 분량이 짧다고 후다닥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무겁고 두껍다. 허술하게 넘어갈 문장이 안 보인다. 좋아하는 문장을 고르라고 한다면 어느 하나 고를 수가 없는, 어느 하나 포기하지도 못하는, 촘촘하게 엮인 교양의 문장들. 책이 좀 어려워진다.

내 교양을 헤아린다. 어쩔 수 없다. 남이 가진 교양은 내가 알 바가 아니고, 판단도 비판도 할 처지가 아니고 나는 내 교양만 생각한다. 내가 가진 교양, 내가 놓친 교양, 내가 갖고 싶은 교양, 내가 영영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교양, 교양들.

서늘하게 내 온 몸과 정신을 스치고 지나간다, 교양의 자락들이, 언어의 가치들이. 나는 정신을 좀 더 차리고 살고 싶고 좀 더 고마운 마음으로 세상에 답을 하고 싶다. 이 책의 작가가 쓴 '언어의 무게'를 읽던 중에 새로 구해서 본 책이다. 이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는 이것만으로도 내 의식은 충분히 고양된다.

삶의 형태와 그에 대한 평가는 종종 그 언어권에서 대표적인 비유들을 통해 표현되며 인간은 매우 친밀한 사이에서 쓰는 말이나 욕설, 음란한 말을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말로 나타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알 때 비로소 그 언어권에 완전히 동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P20

교양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지구의 다른 한쪽, 다른 사회나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집단에서는 선과 악을 다르게 생각하며 다르게 느낀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도덕적 정체성도 우연히 이루어졌으며 역사적 임의성을 띤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서 만들어집니다. - P21

어떤 행복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세계를 조금 더 잘 이해하고 그 세계 안에서 자신의 방향성을 더 잘 세우는 것, 어리석은 미신을 떨쳐냈을 때 느낄 수 있는 해방감, 역사적 인식을 향해 새로운 문을 활짝 열어주는 책을 읽을 때 느끼는 행복, 다른 곳에서는 인간의 삶이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안겨주는 감동, 자신의 경험을 자신만의 방식과 언어로 느낄 때의 황홀한 기쁨, 어느 한 순간 자신의 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게 되었을 때의 신선한 행복, 그동안 달려오던 궤도에서 이탈해 내면의 모습을 바꾸고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때의 느낌을 일궈냈을 때의 해방감, 사회적 상상력을 길러 도덕적 감수성에 관한 자신의 내적 지평을 넓혔을 때 겪게 되는 예기치 못한 경험 같은 것들을 들 수 있습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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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8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6-11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랑크푸르트행 승객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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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작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실망한 책이다. 시작은 장대하였으나 끝은 미미하였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구성이었다. 뭔가 아주 서서히 그러면서도 거대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였는데, 이 많은 인물들과 설정들을 다 어떻게 풀어 나가려고 펼쳐 놓으셨나 읽으면서도 조마조마했는데, 갑자기 확 끌어내 버리고 마는 결말이라니. 아무리 히틀러를 소재로 삼았다고 해도 황당했다. 혹시 번역하면서 내용의 일부를 줄였나? 이런 의심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정도로. 제목이 근사해서 먼저 구입한 책이었는데, 쩝.

어쩌면 비슷한 소재나 내용의 영화를 이미 봐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계를 움직이고 지배하는 이들이 있다는 설정, 그 중에 꼭 누군가가 혼자서 세계를 지배하겠다고 나서고 나머지 사람들이 모여서 그 악인을 막아 낸다는 이야기들. 요즘 영화에서야 지구 바깥에서 적들이 쳐들어오는 설정이지만 이 작가가 활동하던 시대만 해도 지구 안에서 각 나라끼리 이리저리 다투던 시절이니. 적의 역할은 주로 냉전시대의 소련이나 2차 세계대전의 독일에서 맡곤 했고. 이제는 이런 싸움에 진절머리가 날지언정 새롭거나 두려운 정도는 아닌 것이니.

이야기도 돌고 돈다. 돌고 도는 중에도 어떤 작가는 새로움을 부여하고 어떤 작가는 식상한 전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곤 하지. 읽는 입장에서는 이렇다저렇다 쉽게 말할 수 있어도 쓰는 사람은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야 할 것인지 나로서는 짐작도 못 할 일이고, 또 짐작할 필요도 없기는 하고. 결국 작가도 다른 사람의 작품을 많이 읽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표절과 새로움의 경계 선에서 자신의 영역을 어떻게 구분짓느냐 하는 과제가 남기는 하겠지만. (y에서 옮김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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