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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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책은 얇고 분량은 적은 편, 하나의 제목 아래 실린 글도 짧다. 형식적으로는 읽기에 부담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글의 분량이 짧다고 후다닥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무겁고 두껍다. 허술하게 넘어갈 문장이 안 보인다. 좋아하는 문장을 고르라고 한다면 어느 하나 고를 수가 없는, 어느 하나 포기하지도 못하는, 촘촘하게 엮인 교양의 문장들. 책이 좀 어려워진다.

내 교양을 헤아린다. 어쩔 수 없다. 남이 가진 교양은 내가 알 바가 아니고, 판단도 비판도 할 처지가 아니고 나는 내 교양만 생각한다. 내가 가진 교양, 내가 놓친 교양, 내가 갖고 싶은 교양, 내가 영영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교양, 교양들.

서늘하게 내 온 몸과 정신을 스치고 지나간다, 교양의 자락들이, 언어의 가치들이. 나는 정신을 좀 더 차리고 살고 싶고 좀 더 고마운 마음으로 세상에 답을 하고 싶다. 이 책의 작가가 쓴 '언어의 무게'를 읽던 중에 새로 구해서 본 책이다. 이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는 이것만으로도 내 의식은 충분히 고양된다.

삶의 형태와 그에 대한 평가는 종종 그 언어권에서 대표적인 비유들을 통해 표현되며 인간은 매우 친밀한 사이에서 쓰는 말이나 욕설, 음란한 말을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말로 나타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알 때 비로소 그 언어권에 완전히 동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P20

교양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지구의 다른 한쪽, 다른 사회나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집단에서는 선과 악을 다르게 생각하며 다르게 느낀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도덕적 정체성도 우연히 이루어졌으며 역사적 임의성을 띤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서 만들어집니다. - P21

어떤 행복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세계를 조금 더 잘 이해하고 그 세계 안에서 자신의 방향성을 더 잘 세우는 것, 어리석은 미신을 떨쳐냈을 때 느낄 수 있는 해방감, 역사적 인식을 향해 새로운 문을 활짝 열어주는 책을 읽을 때 느끼는 행복, 다른 곳에서는 인간의 삶이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안겨주는 감동, 자신의 경험을 자신만의 방식과 언어로 느낄 때의 황홀한 기쁨, 어느 한 순간 자신의 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게 되었을 때의 신선한 행복, 그동안 달려오던 궤도에서 이탈해 내면의 모습을 바꾸고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때의 느낌을 일궈냈을 때의 해방감, 사회적 상상력을 길러 도덕적 감수성에 관한 자신의 내적 지평을 넓혔을 때 겪게 되는 예기치 못한 경험 같은 것들을 들 수 있습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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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8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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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1 09: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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