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니 참 좋았다
박완서 지음, 김점선 그림 / 이가서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글을 쓴 작가와 그림을 그려준 작가가 좋아 무조건 샀다. 5년이나 전에 나온 책인데 왜 몰랐나 하면서 50%나 할인을 해 준 예스에 고마워하면서. 그리고 읽었다.


사 놓고 금방 읽은 게 아니라 시간이 좀 흘렀는데 앞 두 편을 읽으면서 낯익은 느낌이 들어 책을 산 그때 앞부분을 좀 읽고 잠시 내버려두었다가 오늘 다시 읽는 것인가보다 그렇게 혼자 생각했다. 그리고 또 두 편을 더 읽었다. 아무래도 이건 본 글이다. 헐, 내가 쓴 리뷰를 들춰보았다. 이 책에 대한 글은 없다. 그렇지, 아무렴, 내가 책을 읽고 리뷰를 쓰지 않았으려고.


다시 책을 읽었다. 마침내 여섯 번째 글인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을 보고 확신했다. 이 책은 이미 읽었던 책인 것이다. 일곱 번째 '아빠의 선생님이 오시는 날'을 보니 더욱 확실하다. 학생들에게 주려고 복사를 할까 말까 하다가 분량이 조금 많아서 포기했던 글이라는 생각까지 딱 떠올라 주었으니까.


벌써 이게 몇 번째인가. 알고서 새로 읽는 게 아니라 안 읽은 줄 알고 읽다가 낯익어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확인하고 한 뒤에야 깨닫는 기억력의 한계. 아마 이 책을 학교 도서실 책으로 읽었던 것이리라. 리뷰를 안 올렸으니 당연히 안 읽었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허탈하다. 글을 다시 읽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 유감이 없는데(새로 읽어도 여전히 괜찮은 글과 그림이니까) 한동안 머리 굴린 내 자신이 쑥스럽다.


그 동안 마음에 들었던 책 위주로 글을 올렸는데, 이제부터는 안 좋다고 여겨지는 책에 대해서도 메모 형식으로나마 올려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몰라서, 기억을 못해서 또 손에 그 책을 들지 모르니까. 좋은 책은 괜찮지만 좋지 않은 책에 또 시간을 들인다면 얼마나 아까우리.


가까운 분에게 선물해도 좋은 책이랍니다. (y에서 옮김200908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4 - 브레이크 타임은 다섯 가지 풍미로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책에서는 앞의 세 권과 조금 다른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화자를 바꾸고 장소를 옮기고 반전을 꾀하고. 미호시와 아오야마의 활약은 그대로 이어지지만 소설 속 시선이 달라지니 새로워지는 맛도 있다. 그런데 이게 또 익숙한 방식이라 낯설지가 않다. 아마도 일본소설에서 많이 봐 온 형식이라 그런 듯하다. 평범해져 버렸다고나 할까?


재미있게 그리고 가볍게 잘 읽었다. 교토에서도 도쿄에서도 실제로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셔 본 듯도 하고. 제 3장에 나오는 다트 게임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이런 경기가 실제로 있나 보다. 단순하게 재미로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경기까지 할 수 있다니. 점수를 내는 방식도 승패를 결정짓는 과정도 못 알아채기는 했지만(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아오야마의 활약은 흥미진진했다. 미호시가 곁에 없어도 제 할 일은 하는 사람이란 말이지.


커피와 젊음이라, 씩씩하고 싱그러워서 읽는 마음도 흐뭇했다. 이런 소설책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 나에게는 어찌하여 단골 가게가 없을까 하는 것.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인가? 꼭 가서 먹고 싶다고 여겨지는 무언가가 있는 가게여야 한다는 것일 텐데. 단골이라고 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자주 들러야 자격을 붙일 수 있을까? 괜히 심술이 나서 투덜거려 본다. 


사건 수첩이 2권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화살시편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26
김형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들면, 얼마만큼의 나이가 되어야 '나이가 들면'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환갑인 60을 넘겼다고 보면 이 말을 좀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10년 정도 더 살고 있는 인생이라면 더더욱 자연스럽게. 아직 나로서는 도달해 보지 않은 경지인데 어떨까? 지금과 많이 다를까? 아니면 별로 달라진 걸 못 느낄까?


시인은 1944년생이시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그다지 무리없을. 마음이 여전히 젊은 것과는 관계없이 실제 살아온 시간이 이 정도라면, 이 시간을 겪은 이들이라면, 이 시집 속 시인의 목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자신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친구나 선후배나 가족을 불러 보는 고요한 목소리가. 아득하고 잔잔하면서도 좀 많이 서글프고 좀 많이 애달픈 그리움이 넘치는 목소리에.  


시들은 대체로 짧은 편이라 읽는 마음이 가뿐하다. 3부의 화살시편 29수는 특히 그렇다. 그런데 분량이 짧다고 쉽게 읽고 넘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움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이름 한 번 불러도 잠깐 머물러 있어야 하고, 기억 한 줌 떠올려도 잠깐 맴돌아야 하고, 미처 챙겨 주지 못했던 후회가 한 가닥이라도 솟는다면 한참 어슬렁거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시인이 시인의 사람들을 부르고 있는 사이사이로 나는 내 사람들을 생각해서 좋았다. 


내 나이가 내 삶에서 어느 정도의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헤아려보려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모든 게 괜찮을 것이다. 비록 잠시가 될지라도. (y에서 옮김20220414)

바람이 맛있는 데 가서
몸과 마음은 바람으로 채우고
너도 잃고 나도 잃는
낯선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 P12

좋은 추억을 방패 삼아
새 인연 찾아 길을 나서는
늙은 나그네여,
스스로 괜찮다 괜찮다 위로하니
너도 괜찮고
나도 괜찮다. - P34

이제 네 마음 알았으니
그냥 거기 있거라.
더 다가가지 않을 테니
달아나지 마라.
너를 그리워할 곳이 여기라면
여기서 기다리마.

……

그냥 여기서 바라보며 그리워하마.
내 마음 실어 나르는
출렁이는 파도여.
넘을 수 없는 그리움이여. - P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언젠가는 마스다 미리처럼 여행을 하리라, 곧 그렇게 해 보리라. 다짐하면서 글을 읽었다. 여행 관련 책은 더러 읽는 편이고 읽으면서는 직접 떠나기보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편이었는데, 마스다 미리의 여행 책은 따라 떠나고 싶게 한다. 그게 거창하거나 대단히 치밀한 준비를 요구하는 게 아니어서 더욱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혼자든, 친구와 둘이든, 엄마와 둘이든, 뜻 맞는 친구 여럿이든, 소박하면 소박한 대로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여행을 즐길 줄 아는 방법을 보여 주는 것 같다. 혼자 일정표를 짜기보다는 여행사의 도움을 얻어 숙박과 교통편을 해결하고, 일본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마을 축제를 나름껏 즐기고, 오가면서 소소한 먹거리를 실컷 맛보고, 작은 기념품을 지인이나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기쁨을 누리면서. 같이 여행을 간 사람이 있을 때에는 예의 바르게 배려해 주고, 혼자 갔을 때는 자신과의 그럴 듯한 대화를 나누며 격려했다가 나무랐다가 칭찬했다가 반성하기도 하고. 하루, 1박 2일, 2박 3일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여행임에도 여행이라는 문화 속에 한껏 잠겨 있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작가의 일정. 비록 장소는 다를지라도 방법만큼은 꼭 따라해 보고 말리라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물론 이렇게 다짐한다는 자체가 결국은 작가와의 차이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일본의 교통편이 좀 근사해 보이기는 한다. 마스다 미리는 국내에서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는 여행을 하는데 약간의 불편함이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 기꺼이 즐길 줄 안다.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사소한 발견이나 새로움을 고맙게 받아들일 줄 아는 탓일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해 보고 싶은 거다. 자동차로 말고, 우리 동네의 기차역을 출발점으로 우리나라의 이런저런 땅을 찾아가 보고 싶은 것.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각종 마을 축제를 가 본 적도 없으면서 괜히 무시했었는데, 이 태도도 바꾸어야 하겠다. 대단한 것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그냥 비슷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잠깐 같이 누리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고나 할까.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 자신과 데이트하는 길, 자신에게 줄 선물을 고르러 가는 길, 어쩐지 상당히 근사해 보인다. 그곳이 어딘들 어떠하랴. 일상 밖에 잠깐 다녀올 수만 있다면, 그래서 더 고마운 마음으로 일상에 충실해질 수 있다면. (y에서 옮김201408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3 - 마음을 미혹에 빠뜨리는 블렌드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욕망에도 크고 작고 무겁고 가벼운 차이 같은 것이 있을까? 누구의 욕망은 더 크고 누구의 욕망은 더 잔인하고? 나의 욕망은 이해를 바라고 싶고 너의 욕망은 치워 버렸으면 싶고? 사람은 참 이기적인 속성을 가진 동물이다. 아니, 동물의 본능이 본래 이러한가? 


    바리스타 대회라는 게 있다는데, 현실에서는 뭘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고, 이 소설에서 보여 주는 대로라면 주어진 시간 안에 커피를 맛있게 잘 내리기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이 과정이 단순한 게 아니어서 예사롭지 않기는 하지만. 대회라는 게 경쟁이고 승패를 가리는 것이다 보니 소설 속에서 사건으로 삼기에는 꽤 적절한 장치이기는 한데 읽는 쪽에서 볼 때는 아주 불편한 요소들이 많다.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욕심, 질투, 야망, 배신, 음모 등등이 커피의 향기 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게 될 줄이야. 이렇게 되면 사람이 문제일까, 경쟁이 문제일까.


    재미있게 읽었다. 바리스타 대회를 준비하는 날부터 끝날 때까지 사흘, 미호시는 대회 본선에 참여하고 아오야마는 미호시를 도와주게 되는데. 대회 중에 사고가 생긴다. 하나도 아니고 둘, 셋. 대회에 참여한 사람 모두를 용의자로 만들어 버리는 상황이 된다. 미호시와 아오야마가 이 상황을 그냥 넘길 리가 없다. 그런 중에도 커피는 계속 만들어지고. 


    큰 상금이 걸려 있는 어른들의 대회가 갑자기 의심스러워진다.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이런저런 음모를 꾸미는 일들. 미국범죄수사드라마에서 더러 봤던 장면이 떠오른다. 소설은 재미있었는데 사람이라는 존재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진다. 지금 날이 너무 뜨거운 탓도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