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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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는 일에 실패했다. 다 못 읽었고 제대로 못 읽었고 앞으로도 안 읽게 될 것 같은 책. 오랜 나의 책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책인데 어긋났다. 이럴 수도 있지, 하지만 아쉬운데, 아쉬움의 대상이 책이 아니라 책친구의 의도에 이르지 못한 점이 문제이지만.(소개를 못 받게 될까 봐.)


책의 시작은 신선해서 괜찮았다. 자잘한 에피소드를 길지 않은 분량으로 소개해 주는 듯한 구성. 이러다가 언제 본문으로 들어가나? 뒤쪽을 넘겨 보니 같은 형식이다. 흠, 이런 방식으로 계속 전개해 나간다고? 읽다 보니 앞에 언급했던 인물의 새로운 연애 사정이 다시 나온다. 끊어 읽기가 되는 것인가? 내 기억력은 어떻게 하지? 점점 헷갈린다. 앞에 나왔던 그 사람의 사정은 무엇이었지? 누가 누구와 연인이었던 거지? 에잇...


책 옆에 공책이나 메모지를 두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읽어야 할 글, 사람이 바뀌면 메모지도 바꿔 가면서 다시 정리하며 읽으면 좋을 글, 끝도 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개별적인 관심을 갖고 그들의 미친 사랑을 신기하게 여기며 읽으면 재미있을 글. 나는 이 쪽이 아니었던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사람들은 아직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을 모르고 살았겠지만, 증오의 시대였겠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사랑이나 실컷 하고 살자? 이 사랑이 남들 보기에 미친 사랑 같을지라도? 


그래서 서서히 읽기를 포기했다. 서서히라는 말은 책장을 천천히 끝까지 넘겨 보았다는 것. 넘기다가 아는 이름이 나오면 잠시 들여다보고 금방 다시 잊고. 이렇게 하면 읽은 것일까, 안 읽은 것일까, 나는 이 글을 써도 되는 것일까?


어쩌면 내가 좀 더 젊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독서 마인드맵을 한창 활용하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거대한 인물 지도처럼 만들어 볼 수도 있었겠는데. 그들의 이름과 그들의 사랑과 그들의 작품까지 다 정리되어 있는. 지금은 생각만으로도 딱 귀찮아져서.


취향과 정서에 맞는 독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겠다. 우리는 이렇게 다르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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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3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8-23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릭, 서양미술사 - 동굴벽화에서 개념미술까지 ㅣ 클릭 시리즈
캐롤 스트릭랜드 지음, 김호경 옮김 / 예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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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선물받은 책이다. 받을 때도 기분이 좋았고 들여다볼 때도 기분이 좋았는데 끝내 정독을 하지는 못했다. 이를테면 발췌독 정도였다고 해야 하나. 시작은 근엄하였으나 몇 장 넘기지 못해서 긴장은 풀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설렁설렁 넘기다가 아는 이름이나 그림이나 사진 앞에서 망설였다가, 그래서 결국은 아는 것만 다시 보고 모르는 것들은 여전히 모르는 채로 남게 되고 마는 독서. 이렇게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구나 하면서 보았다. 이만큼 본 것만 해도 어딘가.


그림, 사진, 건축.. 들을 모른다. 많이 모른다. 어린 한때는 내 생의 숙제나 의무처럼 여기고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보니 즐겨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소질도 딱히 없었던 것이리라. 미술관도 박물관도, 그러니 나로서는 심심한 공간이었다고 할 수밖에. 지금은 인정한다. 내게는 이 방면으로의 관심이나 호기심이 보통의 수준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이게 딱히 부끄럽다거나 민망하지는 않고 좀 섭섭하고 쓸쓸하다는 느낌은 있다. 알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정도로. 


그래서 이 책도 한참이나 내 옆에서 닫힌 채로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펼쳐 보아야 할 텐데, 펼쳐 보는 게 좋을 텐데,... 마음은 열리지 않고 있는데 의지만 매달아 둔 상태로. 마침내 오늘 아침 천천히 넘겨 보았다. 이제는 가벼운 인상기 정도로만 남겨도 좋겠다는 생각에.    


제목이 알려주듯 서양 미술의 역사책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되었으리라 보는 시절부터 남겨져 있는 작품들을 통해 그 가치를 헤아려볼 수 있게 해 준다. 다만 용어 정리부터 각 작품의 특징까지 비교적 짧은 내용으로 요약되어 있다 보니 관심이 생겨서 조금이라도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고 싶어지면 다른 자료를 더 찾아 보아야 할 듯하다. 어쩌면 이런 길을 열어 주려는 의도로 쓰여진 책일지도 모르겠다. 이 한 권으로 더 많은 자료를 찾는 길을 발견해 보세요~~ 하듯.


서양 미술은 기독교 사상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또한 역사와 함께 한 과정이었으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고. 다만 종교에 대한 내 관심이 지극히 적다 보니 대부분의 작품들도 와 닿지 않는다는 한계를 느낀다.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다만 살면서 미술이나 음악의 도움으로 누추한 현실을 견디는 힘을 얻는다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우리 옆에 미술이나 음악이나 체육이 없다면, 아, 그건 좀 많이 힘들 것 같으니까.      


나도 분명히 좋아하는 그림이나 미술 영역이 있을 텐데, 뭘까, 그걸 알면 조금 더 신나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싶건만. (y에서 옮김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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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소년 탐정단 ㅣ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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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고향이 나를 이만큼 키웠노라고. 지금 갖고 있는 감수성, 지금 느끼는 충일감, 지금의 처지에 대한 만족감들을 짚어 보다가 이것들이 나의 고향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심정으로. 나는 종종 그런 생각으로 내가 떠나 온 고향을 떠올리곤 한다. 


이 소설도 그런 모양이다. 작가의 고향이 오사카였고, 오사카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고. 작가가 이 책을 낸 시기도 오래 전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이제 발간된 모양이다. 풋풋하다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최근에 읽은 작가의 신작 소설들에 비하면 분명히 단순한 구조이고 명쾌하게 읽히니까. 그렇다고 재미가 덜한 것은 아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젊은 여교사인 것도 흥미로웠다. 함께 등장하는 선생님의 제자들과 에피소드들도 귀여운 맛이 있었고. 어두운 곳에서는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살벌한 세상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날의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사는 것에 만족하면서 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좋을 세상,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세상을 기대하는 내 마음이 아주 뜬금없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1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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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6 ㅣ 소설 보다
구소현.남궁지혜.박민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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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세 편은 내가 즐겨 읽는 글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적는다. 소설가 세 사람의 이름이 내게 낯선 것은 흔한 경우이니 넘기고, 소재도 내용도 주제도 거북했다. 이런 경우도 종종 만나기는 했던 일이니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세 편 중 하나도 얻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 표지의 우아하고도 여리게 보이는 푸른 꽃잎만 남기게 되고 말았다.


어두운 기억, 어두운 시절, 어두운 공간, 어두운 관계... 이런 어둠은 순수하게 어두워서 싫어한다. 물론 내게도 매력적인 어둠이 없는 것은 아니고. 하지만 소설 속  상황이 제시하는 어둠의 이야기들은 내가 굳이 글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은 내용이었다. 인간성을 탐색하는 과정의 일부일 텐데 회피한다고 비난한다면 감수할 일이다. 어두운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기어이 알아내어서 널리 이해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딱 없다. 안 하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이제부터는. 


소설은 우리 사회의 특정한 면을 반영하고 때로 고발도 하는 장르다. 현실의 거북한 일면과 고통스러운 상황을 글로 옮기는 일은 작가의 몫, 이를 받아들이고 개선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 위한 방편으로 소설을 읽는 일은 독자의 몫. 각자 서로가 잘할 일을 하면 되겠다. 이번 참에 연약한 나는 쉬어 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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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이야기 - 시와 그림으로 보는 백 년의 역사 ㅣ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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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오래되면, 오랜 시간 여러 사람들의 삶을 겪으며 이를 소중하게 간직한 집이라면, 그래, 집이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못 알아듣는 사람이 아쉬운 것일 테고, 보고만 있어도 이야기가 흘러 나와 흘러 가는 느낌을 알아채고 이를 들을 만한 집 앞에 서 본다면. 더는 무섭지 않을 것 같다.


대단한 그림이다. 1656년에 처음 세워진 집, 1999년까지의 모습을 15개의 그림으로 보여 준다. 처음 세운 뒤로 허물어졌다가 다시 손질을 해서 사람들이 살았다가 떠났다가 바뀌는 동안의 여러 모습들. 특히나 세계 전쟁이 있었던 무렵의 그림들은 집의 입장에서 보아도 서글프고 암담하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못내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래도 눈을 맞는 집, 비를 맞는 집 그림은 참 근사하다. 속사정은 내내 아릿하지만. 지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집도 사람마냥 시든다. 책 속 '새 것이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옛말'이 이렇게 슬프게 들릴지 몰랐다.  


이 책도 어린이 대상의 동화책으로 분류되어 있기는 한데, 세월의 흐름에 시들해진 어른들에게 더 도움이 될 듯하다. 20세기 전쟁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본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집의 수명이라면, 적어도 사람의 한 목숨보다는 더 길어야 하지 않을까, 아파트나 빌라 따위 말고 집이라면 말이야, 저택까지는 못되더라도. 궁시렁거려 본다. (y에서 옮김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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