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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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공간에서의 사건과 해결 과정은 추리 소설에서 낯익은 형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모였는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들인가, 화자가 의심하는 사람과 작가가 의도하는 사람은 일치하는가 아닌가 등 내용이 조금씩 다를 뿐 읽는 재미는 비슷하지 않을까. 읽어도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는 구성. 


산장 같은 곳에서 며칠씩 있으면서 놀고 쉬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그런 여유를 얻을 수 없으니 결국 꿈으로 끝나겠지만. 이 소설을 읽고 있으니 바라는 대로 쉴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사건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닫힌 곳에서 사건에 연루된다면 그 또한 난감한 일이 될 것이고, 그 일로 어쩌면 누군가는 인생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테니. 


결국 문제는 욕심인가. 돈을 갖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면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하나를 숨기려다 연달아 범죄를 짓게 되고, 그렇게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길로 빠지고 마는 것. 소설에서야 범죄자도 지능적으로 등장하곤 하는데 현실에서는 또 어떠할지. 형사들이 소설만큼 지혜롭고 용기 있었으면 좋겠다.


 추리소설은 이북으로 읽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y에서 옮김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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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가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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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큰 줄거리는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그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활약담인데, 나로서는 그것보다 인물들의 사소한 삶에 더 흥미를 느끼면서 읽었다. 산다는 게 별 것 없는 일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또 그만큼이나 개인에게는 두 번 이상 되풀이되지 않는 소중한 삶이 된다. 그것, 소중한 삶, 한번밖에 겪을 수 없는 삶, 잘하든 못하든 선택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삶, 우리는 모두 가여우면서도 가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참 비슷해서 신기하고 좋게 여겨진다. 비슷한 고민이 반갑고 비슷한 방황에 위로도 받는다. 내 삶이든 내 자녀의 삶이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의 한 방향이고 유형일 텐데 크게 잘나지 않는 한 비슷비슷한 일상에 묻혔다가 시달렸다가 반짝 빛났다가 그렇게들 살아가는 것일 테다. 그런 세세하고 사소한 아픔이나 고민들이 잡히면서 소설 속 상황에 쉽게 공감했던 것 같다. 그러니 나는 이 소설을 추리소설로보다는 일상으로 읽은 셈이다. 


죄를 지으면, 살기가 얼마나 힘들까. 죄를 짓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둘러보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죄를 짓기도 하는 것 같던데. 아니, 그것조차 근원적으로는 본인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것일까? 무지해서든 미숙해서든 그릇된 판단으로 인한 시행착오. 한번 잘못된 결정은 그 결정을 숨기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하고 그러다가 결국은 파멸로 이르고 마는 인간으로서의 한계. 


그래서 재미만큼 씁쓸함도 느끼게 된다. 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각오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y에서 옮김20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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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이레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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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갖고 꽃과 나무를 키우는 일은 사람이 자연을 소유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이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아직까지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키워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정원을 가꾸는 기쁨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흙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다른 사람의 말로 들을 때만 낭만적이겠거니 하고 여길 뿐, 정작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들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도 정원을 가꾸어야 할 때가 다가왔다. 마당이 넓은 시골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꽃과 나무를 좋아하기는 한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 생명을 키운다는 것이 어디 웬만큼 어려운 일이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좀처럼 마당에 꽃이나 나무를 심고 키우는 일이 내키지 않는 상태이지만, 이제는 비워 둔 마당 한쪽에서부터 생명을 피워올려야 하게 된 처지에 이른 것이다. 그게 상추든, 고추든, 금잔화든, 봉숭아든. 이 책을 쓴 헤세는 참 많은 꽃과 나무를 키웠다. 그 하나하나에 대한 헤세의 애정도 따사롭기 그지 없다.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시를 쓰는 헤세, 나무에 물을 주는 헤세, 자신이 키우는 꽃을 그림으로 그리는 헤세. 그 동안 소설로만 알아온 헤세라는 작가에 대해 새로운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토록 맑은 소설을 쓸 수 있었구나. 학생 때 읽었던, 지금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 헤세의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동이 여운으로 남아 이 책의 곳곳에서 새로 배어 나오는 느낌이다.

어느 새 나도 어른이 된 모양이다. 나무와 꽃을 가꾸는 일이 옛날처럼 마냥 두렵고 귀찮지만은 않다. 이러다가 보면 나무와 꽃들에 깃들여 사는 벌레들도 어여쁘게 보이게 될까, 헤세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사를 하고 봄이 되면 이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될 것만 같다. (y에서 옮김20020114)

[인상 깊은 구절]
아주 이따금,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어느 한 순간, 땅 위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유독 우리 인간만이 이 같은 사물의 순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사물의 불멸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 번뿐인 인생인 양 자기만의 것, 별나고 특별한 것을 소유하는 인간의 의지가 기이하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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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1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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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관심을 느즈막히 갖게 되면서 이 자료 저 자료 찾아보고 있던 중에 만난 반가운 책이다. 만화책이라 더더욱 내게 안성맞춤인 책. 다 자란 식물들의 그림이 아주 쪼끔 무서운 듯 싶지만, 아기 식물들은 또 예쁘게 보여서 좋다. 4권을 먼저 보고 첫권으로 돌아와 마주한 건데 남은 2권과 3권도 구해 봐야겠다 싶으니 이 정도면 잘 만난 셈이다.

다른 책에서는 사진과 글로만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이 책을 통해 약간의 스토리와 약간의 엄살과 약간의 허세가 섞인 만화로 접하다 보니 매우 흥미롭다. 지금의 내 수준에 도움이 많이 될 내용들이다. 특히 벌레를 처치하는 방법이라든가 다육이를 관리하는 방법, 물 조절을 하는 방법 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재미도 있고 눈에도 쏙쏙 들어온다. 바로바로 외우지 못해서 계속 들여다 봐야 될 듯하기는 하지만 이것대로 또 괜찮겠다.

식물을 투자 대상으로 삼아 키우는 이야기도 별스럽지만 이해할 만하다. 평범하지 않고 흔하지도 않은 무늬를 가진 식물들이 비싸게 거래되다 보니 이런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나야 가장 평범한 식물이 가장 예뻐 보이니 달리 걱정할 일은 안 생길 것 같다. 너무너무 흔하고 평범하고 튼튼하다는 식물조차 가끔 잃고 마는 일이 있어 나로서는 이것만이 안타까울 노릇이고.

제목처럼 미칠 정도가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내 식대로 키우고 번식도 시켜 보면서 더불어 살아가면 될 일이다. 다음 권에서는 어떤 경험담을 접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y에서 옮김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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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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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의도가 없는 일이란 없겠다. 좋은 일을 하든 그렇지 않은 일을 하든 뭔가 의도나 동기가 있게 되어 있다. 특히 나쁜 일은 더 그럴 것 같다. 좋은 일이야 '그저 좋으리까'라는 이유에도 납득이 될 수 있겠지만 나쁜 일이라면 납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가 아니라 자신에게 말이다. 하지 않아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게다가 위험이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무섭고 대단한 일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답게 양심이라는 것에 대해 적당한 무게의 책무감을 갖게 한다. 주변의 상황에 신경쓰지 않을 만큼의 집중도를 취할 만큼 재미도 있다. 사람의 의도라는 것, 생각보다는 어둡고 깊은 것일 수도 있다. 모르는 척 지나가는 때가 일상이어서 못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고.

파주에서 이 책을 사고 출판단지 '행간과 여백'이라는 카페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리뷰를 쓴다. (y에서 옮김201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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